진흙속의연꽃

불교상식대회인가, 청소년 교리경시대회 출제문제를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0. 9. 15. 17:01

 

불교상식대회인가, 청소년 교리경시대회 출제문제를 보고

 

 

 

 

 

 

 

 

불자들이 알고 있는 오온

 

우리나라 불자들이 오온에 대하여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법회의식에서 빠짐 없이 독송되는 반야심경에 오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막상 오온에 대하여 아는 불자들은 많지 않다. 다만 스님들의 책이나 방송을 통하여 개략적으로 아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송에 자주 출연하고 책까지 내 놓은 선사출신 교학전문가 스님들이 말하는 오온의 개념은 어떤 것일까.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 꽃이 장미꽃인지 국화꽃인지의 판별작업에 들어가고(), 그 꽃을 꺽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그 꽃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기억에 저장()한다.

 

 

꽃을 예를 들어 설명하는 오온은 순차적인 인식과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특히 오온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식은 제8식 아뢰야 식을 연상시킬 정도로 대승불교의 유식과 관련한 이론의 전개로 보여 진다.

 

이러한 류의 설명은 한국불교에서 꽤 오래 전 부터 설명되어 온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위와 같은 순차적인 인식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책과 방송으로 들은 바 있다.

 

1990년대 불교방송에서 경전공부를 진행하였던 어느 스님이 불교의 교리에 대한 설명을 모아 놓은 책허공의 몸을 찾아서에서 보았고, 지난 2006년 불교방송의 법화경 경전공부 시간에 선학박사 출신의 방송스타스님의 강의를 통하여 동일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오온의 순차적 인식과 제8식 아뢰야식에 저장된다는 설명은 각묵스님의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에 관한 강의를 접하면서 깨졌다. 각묵스님이 강의한 오온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오온을 왜 순차적으로 보았을까

 

먼저 각묵스님은 오온의 순차적인식과정은 잘못된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불교의 교리와 교학을 체계적으로 알지 못해서 발생한 오류로 보고 있다. 초기불교와 테라와다 불교의 교학체계를 모르고 오온을 설명하다 보니 책에서 방송에서 그와 같은 설명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승불교에서는 왜 오온을 순차적인 인식과정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가장 큰 요인은 마음을 어떻게 보느냐마음에 대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가가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대승불교에서는 일반적으로 마음을 하나로 생각해 왔다. 원래의 깨끗한 마음이 있는데 중생들이 분별함에 따라 오염된 마음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대승기신론에서 일심(一心, 한마음)’을 진여문과 생멸문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대승기신론에서는 진여 자체를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진과 망이 화합한 상태이므로, 이것을 아뢰야식 즉 여래장(如來藏)으로 본다. 한편 유식설에서는 아뢰야식을 미망(迷妄)의 근원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여래장설과 차이가 나지만, 대승기신론에서는 유식설에서 미망의 근원이라고 본 아뢰야식과 자성청정심인 여래장을 서로 대립되면서도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양자를 동일시하고 있다.

 

이렇게 대승불교에서는 마음을 하나로 보기 때문에 마음이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끊어짐이 없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오온도 순차적인 인식과정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초기불교에서 보는 오온은

 

그러나 초기불교와 테라와다불교의 전통에서는 마음을 하나로 보지 않는다. 제법이 무상하듯이 마음 역시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멸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부처님이 마음을 오온으로 설명한 것도 마음을 생멸현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생멸현상으로 본다면 오온에 대한 설명 역시 달라진다. 이럴 때의 마음은 순차적인 인식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동시적인 심리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오온은 다음과 같이 분해하여 설명 할 수 있다.

 

 

 

()

(느낌 1가지)

(인식 1가지)

(상카라들 50가지)

(알음알이, 마음)

()

(상카라들, 52가지 심리현상)

(알음알이, 마음)

물질

정신

()

 

 

 

이렇게 오온은 5가지 이지만, 수상행을 52가지 마음의 작용(마음부수)으로 본다면 크게 색, , 식 이렇게 3온으로 볼 수 있다. 수와 상을 별도의 무더기로 보는 이유는 느낌과 인식이 그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하기 때문에 행에서 따로 떼어 놓은 것이다.

 

이런 색행식도 물질과 정신을 분해한 것이고, 물질과 정신을 나()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다섯가지 무더기(오온)으로 분해 하여 놓고 보면 순간 순간 생멸하는 오온의 상호작용일 뿐이어서 그 어디에도 변치 않는 자아나 영원불변하는 영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이 이렇게 나라는 것을 오온을 분해 하여 보는 이유는 나, 내것, 자아, 영혼이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단지 있다면 조건에 따라 생멸하는 연기적 흐름으로서 일시적인나만 있을 뿐이다.

 

이렇듯 마음을 생멸현상의 보아야 연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연기의 고리가 하고 끊어지면 열반이다. 따라서 더 이상 윤회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생멸이 아닌 하나로 연결된 한마음으로 본다면 결코 열반에 이를 수 없을 뿐만아니라 윤회의 고리도 끊을 수 없을 것이다.

 

교리경시대회의 문제를 보니

 

불자들이 불교의 교리에 대하여 모르고 믿는다면 맹신하게 되거나 기복이나 방편불교로 빠지기 쉽다. 불자들이 많이 알고 많이 깨어나면 삼보에 대한 신심도 더 생겨나고 기복과 방편이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교리와 교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 같다.

 

교계신문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2회 교리경시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올해로 두 번째로 치루어진 경시대회는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이렇게 세파트로 나누어 치루어 졌는데 모두 3,000여명이 참가하여 성황리에 끝났다고 한다. 그런 교리경시대회의 문제를 보았다.

 

중등부와 고등부이 문제를 보니 교리는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고 불교상식에 관한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마치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설령 교리문제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대승불교와 관계 되는 것이다. 초기불교의 교학에 관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중등부와 고등부의 문제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중등부 교리(2010)

문항

정답

배점

출제 근거

문제 내용

 

 

번호

(소단원명)

1

2

1.8

:불교는 어떤 종교인가(11~14)

불교의 특징

2

5

1.5

:함께 행복의 세계로(113)

반야바라밀의 의미

3

1

1.3

:행복을 추구하는 불교(17)

서양의 불교

4

2

1.8

:평안으로 향한 길(75~79)

팔정도의 의미

5

2

1.3

:네 가지 불변의 진리(131)

사법인의 의미

6

1

1.3

:한국불교의 특징(157)

호국불교의 의미

7

5

2.5

:찬란한 불교문화유산(192)

세계문화유산

8

4

2.3

:불교음악(197)

범패와 화청의 의미

9

5

2.8

:불교문학(213)

향가와 불교

10

4

2.5

:사찰의 출입문(224)

일주문의 의미

11

2

1.5

:부처님의 십대제자

목련존자

12

3

2

:누각과 법당(228)

팔상전의 의미

13

2

2.3

:우리나라의 불탑(234)

불탑의 이해

14

4

2.1

:우리나라의 불상(241)

고구려 불상

15

5

2.5

:불교공예(257)

의식 법구

16

4

2

:거룩한 탄생(23)

마야왕비의 태몽

17

4

2

:태자의 어린시절(29)

마하빠자빠띠

18

3

2.5

:수자따의 우유죽(90)

정도의 길

19

2

2.5

:5계에 대한 이해(270)

청소년 5

20

1

2.5

:사왓티의 상인 수닷타(200)

기원정사의 건립

21

4

2

:살인자 앙굴리말라(316)

앙굴리말라의 교화

22

2

2.5

:불전사물(257)

사물의 이해

23

5

2.5

:등불은 꺼지고(383)

열반게송

24

3

2

:원광법사와 세속오계

세속오계

25

1

2

:대장경의 구성

경장의 의미

26

4

1.8

:협시보살의 도상

보현보살의 도상

27

4

1.5

:부처님의 명호

여래십호의 의미

28

3

1.4

:불교의 기념일

성도일

29

5

1.3

:적멸보궁의 의미

5대 적멸보궁

30

2

2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의 사상

1

정답

2

불교건축의 이해

하마비

2

 

2

불교의 인사법

합장

3

별도

2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사상

지눌

4

 

3

원효대사의 대중교화방법

무애가

5

 

3

사리의 종류

법신사리

6

 

2

불교미술의 이해

심우도

7

 

2

수계의식의 의미

연비(燃臂))

8

 

2

올바르게 절하는 방법

고두례

9

 

2

사찰의 하루

도량석

10

 

20

* 별도 문제

 

 

100

-

-

고등부 교리(2010)

문항

정답

배점

출제 근거

문제 내용

 

번호

1

4

1.5

청소년불교입문 16

불교의 사상적 특징

2

1

2

청소년불교입문 18

불교와 신의 개념

3

1

1.8

청소년불교입문 30

일체중생실유불성 의미

4

5

1.8

부처님의 생애 22

하늘나라 도솔천

5

3

2

청소년불교입문 45

부처님 일대기 팔상도

6

1

1.8

부처님의 생애 207

십대제자 아누릇다

7

4

2

부처님의 생애 207, 173

불교 용어해설

8

5

1.8

부처님의 생애 380

열반유훈의 의미

9

3

1

부처님의 생애 301

행복과 파멸의 문

10

4

1.8

부처님의 생애 424

부처님 일생 연표

11

2

1.5

부처님의 생애

불교의 기념일

12

3

2

부처님의 생애 432

불기 산정 기준

13

4

1.8

청소년불교입문 75

사성제

14

2

1.8

청소년불교입문 84

불교용어 이해

15

1

2

청소년불교입문 105

육도윤회

16

5

2

청소년불교입문 133

마음의 구조 아뢰야식

17

5

1.5

청소년불교입문 155

불교의 전래와 수용

18

2

1.8

청소년불교입문 165

아쇼카 왕의 업적

19

3

1

청소년불교입문 167

중국 선불교 달마대사

20

5

1.8

청소년불교입문 175

서양 불교 흥기 원인

21

2

1.8

청소년불교입문 197

불교음악

22

3

1.5

청소년불교입문 199

불교무용 나비춤

23

2

1.8

청소년불교입문 201

불교의 차문화

24

4

2

청소년불교입문 221

사찰의 구조와 의미

25

1

1.8

청소년불교입문 223

사찰의 출입문과 사천왕

26

2

2

청소년불교입문 228

사찰의 전각과 불상

27

5

1.5

청소년불교입문 2334

우리나라의 불탑

28

1

1.8

청소년불교입문 240

불교조각

29

5

1.8

청소년불교입문 246

불교의 수인

30

3

1.5

청소년불교입문 250

불교회화

31

4

1

청소년불교입문 257

불교공예(불전사물)

32

4

1.5

청소년불교입문 278

불자예절(오체투지)

33

2

1.8

청소년불교입문 284

사찰의 하루(도량석)

34

1

2

청소년불교입문 284

사찰의 하루(응용)

35

5

1.5

청소년불교입문 302

사홍서원의 의미

1

정답 별도

2

부처님의 생애 25

불교의 상징동물

2

2

부처님의 생애 26

무차회

3

2

청소년불교입문 42

전륜성왕의 의미

4

2

청소년불교입문 87

연기법

5

2

청소년불교입문 92

오온

6

3

청소년불교입문 111

육바라밀

7

2

청소년불교입문 157

원효의 화쟁사상

8

2

청소년불교입문 195

불교문화유산(월인석보)

9

3

청소년불교입문 285

한글 반야심경

10

20

 

 

-

100

-

-

 

 

 

불교교리에 어떤 것이 있나

 

불교의 교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막연하게 만 보이는 불교의 교리를 한자어로 말한다면 온처계근제연이라 할 수 있다. 이는 5, 12, 18, 22, 4성제, 12연기의 머리 글자로서 불교 교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다. 이런 교학체계는 37조도품이라는 수행체계와 더불어 설명된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체계 요약

구 분

 

      

 

교학체계

온처계근제연

(蘊處界根諦緣)

5, 12, 18, 22, 4성제, 12연기

(5,12,18,22,4,12)

사성제

수행체계

37조도품

(三十七助道品)

4념처, 4정근, 4여의족, 5, 5, 7각지, 8정도

(4念處, 4精勤, 4如意足, 5, 5, 7覺支, 8正道)

팔정도

 

 

 

온처계근제연은 교학체계이고, 37조도품은 수행체계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교학과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사성제와 팔정도이다.

 

사성제와 팔정도를 빼고 교학과 수행에 대하여 논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교리경시대회라면 당연히 사성제와 팔정도를 포함하여 표에 있는 내용이 출제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보면 교리 보다 불교상식이 대부분이다.

 

이 것은 교리경시대회가 아니라 불교상식대회에 더 가깝다.  2회째에 지나지 않이 역사가 짧은 요인도 있지만 다음 회 부터는 불교상식 보다 불교교리가 더 많이 출제 되어야 하고, 또한 초기불교의 교리도 취급 되어야 할 것이다. 오온과 오취온의 차이라든가, 사성제, 팔정도, 열반등 주옥같은 불교의 교리가 출제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불교 교리 경시대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눈먼 봉사의 뒤를 따라가듯

 

우리나라 불자들은 교리에 대하여 잘 모른다. 교리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스님들 또한 교리에 대하여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설령 안다고 할지라도 여래장 사상의 영향으로 인하여 부처님이 설한 교리와의 괴리가 무척 크다. 대표적인 예가 오온에 대한 인식의 차이 일 것이다.

 

오온에 대한 대승불교적 해법을 보면 불자들이 마치 눈먼 봉사의 뒤를 따라 가는 사람들 처럼 보인다. 그러나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법이 도입 되고, 인터넷의 확산에 따라 불자들이 많이 깨치게 됨에 따라 오온을 순차적 인식과정으로 설명하는 것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불과 몇년 만에 세상은 몰라 보게 바뀌었다.

 

 

 

2010-09-1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