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선정삼매의 즐거움과 사바세계

담마다사 이병욱 2010. 9. 18. 10:43

  

선정삼매의 즐거움과 사바세계

 

 

예토와 사바세계

 

우리가 사는 곳을 예토(穢土)라 한다. 여기서 한자어 ()’자는 ‘더러울 예’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러운 세상’이라는 것이다. 중생들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절어서 사는 세상을 더러운 세상으로 본 것이다.

 

그런 세상을 또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도 한다. 우스게 소리로 사바세계를 사바 사바 해 가며 사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 더럽고 구역질 나고 혐오스러운 세상과 대비 되는 세상도 있을 것이다. 불교에서 그런 세상을 정토(淨土)’세상이라고 한다. 주로 정토신앙의 산물인 정토는 깨끗한세상으로서 언제나 즐거움만 가득한 극락세계를 말한다. 그런 세상에 태어 나고자 발원하는 것은 이 세상이 너무나 살기 힘겹고 어려워서 일 것이다.

 

죽지 못하여 사는 이 예토에서 벗어나 즐거움만 가득한 서방정토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이들의 한결 같은 꿈이다. 그런데 극락정토와 같은 세상을 바라는 종교가 불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종교는 죽어서 가는 세상은 반드시 고통은 없고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만이 넘쳐 나는 세상이다.

 

도시의 공동묘지

 

도시의 밤하늘은 십자가의 네온사인 불빛으로 넘쳐 난다.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십자가 불빛을 보고 어떤 이는 도시의 공동묘지같다고 표현 하기도 하였다. 그런 십자가는 술집이 있는 카페거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 켠에서는 고기굽는 냄새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고, 또 한 켠은 맥주와 양주를 파는 소위 카페가 있는가 하면 그 너머에는 모텔이 즐비하다. 이처럼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풍경인데, 그런 속에서도 십자가의 빨간 불빛이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십자가의 물결은 술집골목이나 카페거리골목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사는 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교회는 생계를 유지 하기 위한 생활수단이 된 듯 하다. 불과 몇십미터에 하나씩 있는가 하면, 건물에 두개나 세개가 있는 것도 보통이다. 주민을 상대로 교회끼리 경쟁이 벌어지고 현실에서 불교가 끼여들 여지는 없는 듯하다.

 

도시의 사찰

 

도시에 사찰은 보이지 않는다. 설령 있다고 할지라도 상가건물에 전세들어 옹색하게 보이는 모습은 단독건물에 웅장하고 화려해 보이는 교회나 성당과 여러모로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건물에 전세로 임대해 들어가 있는 사찰도 어느 때 보면 사라져서 보이지 않고, 있는 사찰도 주변의 반대로 인하여 일주문식 출입문에 단청조차 입히지 못하고 방치된 채로 있다. 이처럼 도시에서 사찰이 인기가 없고 오히려 줄어 들기 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서 사찰을 구경하기 힘들지만 그 대신 산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꼭꼭숨어 있듯이 잘 발견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여 심산유곡에 숨어 있다시피한 절이나 암자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자동차도 다닐 수 없는 험한 산길의 막다른 곳에 전각이 만들어진 것을 보면 마치 기적처럼 보인다. 그런 곳에 사는 스님들 역시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고 있다.

 

출가수행자들은

 

출가수행자들은 가급적 세상과 멀리 하려 한다. 세상과 모든 인연을 끊어서 다시는 세상과 인연을 맺지 않으려 한다. 불교방송의 경전공부시간에 초발심자경문을 들었는데 그와 같은 내용이 있었다. , 이 세상을 오염원으로 보고 가급적 오염원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 마음을 닦는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상과 인연을 끊은 사람들이 다시 세상속으로 나오기는 힘들것이다. 세상에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 온갖 오염원으로 가득한데, 그런 세상에서 사는 것은 세상의 오염원에 물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다만 크게 깨닫고 세상에 물들지 않을 정도의 경지에 올랐으면 모를까 가급적 세상을 멀리하고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마음수행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심산유곡에서 세상과 인연을 끊고 무슨 재미로 거의 평생동안 보낼까.

 

 

 

 

 

 

스님들은 무슨 재미로

 

불교tv의 홈페이지 가 보면 스님들의 법문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법문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들을 수 있는데 그 중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사의 법문을 들을 수 있었다. 법문에서 스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해 보신 분은 말을 딱 하면 바로 느끼실거에요. 사실은 이 맑은 체험을 단 한번 만해도 무상사 오지 말라고 밀어내도 안 올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이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맑고, 아주 밝고, 안락하고.. 수행에서 가장 요긴한 것은 바로 안락이래요. 사실 편안하고 즐거우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 최상의 바램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선()입니다.”

 

 

선정삼매에 들어가면 기쁨과 행복과 평온을 느끼기 때문에 한 번 그 맛을 보면 세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행복과 평온과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가 심산유곡에서 세상과 인연을 끊고 평생 살 수 있는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는 동안 더러운 세상인 예토에서는 어떤 일어 나고 있을까.

 

스님들이 세상에 나오려 하지 않은 이유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면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다. 생존하기 위하여 일을 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고된 노동끝에 동료들과 어우러져 하는 한 잔 술은 내일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서로 싸우고 죽고 죽이기도 하는 세상은 온갖 오염원으로 그득 하다. 그런 세상을 누구나 벗어 나고자 한다. 용케도 도시탈출을 시도 하여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 터를 잡아 보기도 하지만 특별한 사람들 외에는 꿈도 꾸지 못한다.

 

살기 싫어도 죽지 못해 사는 곳이 예토이고 사바세계이다. 그런 곳에 부처님의 가르침은 없다. 사찰이 없으니 일부로 산중으로 찾아 가지 않는 한 부처님법을 만나기 어렵다. 설령 만난다고 할지라도 인과의 법칙을 부정하는 기복방편이 대부분이다.

 

기복에 관한한 유일신교를 당해 낼 수 없다. 도시에서 교회가 많고 사찰이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기복에서 못 당해 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복이 때로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나의 위안과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곳이 교회라 볼 수 있다.

 

 

 

 

 

 

 

비록 교회가 하나의 생계의 수단일지라도 술집이나 카페, 모텔거리를 마다 하지 않고 들어차 있는 것을 보면 주민과 지역사회를 위하여 일정 부분 봉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이 한국적 종교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반면에 불교는 도시 어느 구석에서도 사찰 구경을 하기가 힘든데 이는 스님들이세상을 오염원으로 보고 멀리 하는데서 오는 결과로 본다. 또한 기복과 방편으로 일관하다 보니 기복중에서도 가장 기복적인 종교인 유일신교와 경쟁하여  백전백패한 결과 일 것이다.

 

한국불교가 도시에서 유일신교에 밀려 존재감 마저 위태롭게 된 근본원인은 세상과 인연을 끊고 출가한 스님들이 세상에 나오려 하지 않은데 큰 이유가 있다.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나오지 하려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세속적인 즐거움 못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것은 한 번 체험하면 편안하고 즐거워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이 라는 것이다.

 

 

 

 

 

 

 

2010-09-1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