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몸과 몸뚱이, 혐오의 대상인가 열반의 대상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0. 9. 19. 11:15

 

몸과 몸뚱이, 혐오의 대상인가 열반의 대상인가

 

 

 

한결 같이 듣는 말

 

선사들의 법문에 한결 같이 듣는 말이 있다. 우리의 몸을 몸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반법문이건 방송의 강좌이건, 박사 출신 스님이건 거의 예외없이 공통적으로 우리의 몸을 몸이라 부르지 않고 꼭 몸뚱이또는 몸뚱아리라고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을 몸뚱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몸을 혐오해서 일 것이다. 불교에서는육근을 감각기관이라고 보는데, 육근으로 인하여 온갖 번뇌망념을 일으키는 몸에 대하여 벗어 나고픈 욕구에서 몸을 몸뚱이라고 비하해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육근중에 (생각)가 있는데 이 의도 육근으로 설명할 때는 감각기관으로 본다. 그래서 이 몸이 죽고 새로 태어나는 것을 옷을 갈아 입는 비유로 설명하곤 한다. 그런 욕구는 불교의 세계관에서 색계와 무색계로 잘 표현된다.

 

몸뚱이를 혐오하면

 

색계는 선정삼매를 닦은 수행자들이 가는 세계라 한다. 욕계의 감각적욕망을 극복한 수행자들이 수행을 한 공덕으로 태어나는 곳이다. 그런데 색계세상은 욕계와 달리 남자와 여자의 성의 구별이 없다.

 

여섯가지 감각기관 중에 오로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기능만 작동한다. 나머지 냄새맡고, 맛을 느끼고, 접촉하는 기능은 없다. 따라서 그 때의 몸은 안이의의 감각기능으로 만 구성된 몸이고, 비설신으로 구성된 몸뚱이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몸의 감각기관중 성적인 기능과 코로 냄새맡고, 혀로 맛을 느끼는 것을 혐오하는 수행자들이 가는 세계가 색

계이다.

 

 

 

명상수행자

사진 http://blog.lifesip.com/tantra-versus-eighth-step-of-yoga-samadhi-aka-deep-meditation/

 

 

 

인식을 혐오하면

 

선정삼매를 닦은 수행자들이 비설신이라는 몸뚱아리 뿐만 아니라 생각()’마저도 혐오 할 수 있다.

 

 모든 인식이 번뇌망념과 고통의 근원이라고 생각 하였을 때 혐오가 일어나고 그런 수행을 하였을 때 그 과보로 태어나는 곳이 무상유정천이다. 그런이유로 무상유정천은 색계세계에서도 비교적 높은 4선천에 위치한다.

 

인식이 없이 태어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바로 태어나는 순간 인식하는 작용이 정지 되기 때문에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인다. 몸은 살아 있지만 마치 목각인형처럼 그 어떤 생각도 일어 나지 않아 죽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길거리의 청동조각상을 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들 무상유정천의 중생들은 수명이 다하여 죽을 때 비로소 인식하는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깨어난다.

 

이처럼 무상유정천에 사는 중생들은 삶과 죽음을 거꾸로사는 존재들인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

사진 www.flickr.com/photos/the-o/2928233768/

 

 

 

마치 식물인간처럼

 

선정삼매를 닦은 수행자들이 안이비설신의라는 여섯가지 감각기관중 의만 제외하고 모두 혐오하는 수행을 하였다면 그 과보로 무색계에 태어날 것이다.

 

오로지 생각하는 기능만 작동하는 무색계는 남자와 여자의 성적 구분도 없을 뿐더러 생각하는 것 외에 그 어떤 물질적 형태도 없다. 그런 무색계에서 가장 높은 경지가 비상비비상처인데 청정도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인식도 그 역할을 명확하게 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식이 아니고, 남은 상카라()들의 미세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식이 아님도 아니다.

(청정도론, 2 218P)

 

 

5세기에 작성된 청정도론의 비상비비상처에 대한 내용을 보면 마치 식물인간의 상태를 표현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식물인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어 있는 것도 아닌데 생명기능은 유지하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한다. 비상비비상처의 중생이 식물인간처럼 보이지만 다만 상카라들이 미세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인식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이처럼 비상비비상처는 인식을 명확하게 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식이 아니고, 남은 상카라들이 미세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식이 아님도 아니다. 비록 생명기능이 있어서 살아 있지만 거의 무념(無念)에 가깝다.

 

놓아 버리는 공부, 쉬는 공부

 

선사들은 번뇌망념에 대하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번뇌망념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많이 아는 것도 보다 놓아 버리는 공부, 쉬는 공부를 하라고 한다.

 

많이 아는 것이 오히려 번뇌망념을 더 일으키기 때문에 책을 보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번뇌망념을 일으키지 않아 무념의 상태가 되었을 때 그 경지가 본마음이고 참나, 법성, 불성, 한마음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다.

 

현실에서는 모든 감각기능이 모두 작용하여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생각하며 온갖 번뇌 망념이 일어나고 사라지곤 한다. 그런 번뇌망념을 억눌러서 사라지게 하려면 무념상태로 가야 하는데 식물인간이 되지 않는한 불가능하다.

 

설령 비상비비상처의 중생과 같이 인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거의 무념의 경지에 들었다 한들 윤회계를 벗어 나지 못하기 때문에 범부중생에 지나지 않는다.

 

부처님이 발견한 법

 

부처님은 알랄라 깔라마로 부터 무소유처를, ‘웃따까 라마뿟따로 부터 비상비비상처를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선정수행으로는 당면한 생노병사의 고통을 해결 할 수 없어서 독자적으로 수행하여 발견한 것이 연기법이다. 연기는 조건짓는 법이고, 연기된 법은 조건에 따라 생기는 법이다.

 

연기법은 부처님이 출현하시기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이다. 부처님께서 통찰지로 보고 깨달을 뿐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이 연기법을 발견하기 이전 까지는 선정수행방법 밖에 없었고, 올라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가 비상비비상처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선사들은 비상비비상처의 경지인 무념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모든 번뇌망념의 근원을 우리의 몸으로 보고 이를 비하 하는 의미에서 몸뚱이라고 말한다.

 

몸은 혐오의 대상일까

 

초기불교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몸은 비하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 몸을 마음과 더불어 단지 일어나고 사라지는 대상으로 본다.

 

일어나고 사라짐은 순간적 현상과 일생을 통한 것으로 설명 할 수 있다. 이를 순간윤회일생윤회로 보는 것이다. 매 순간 순간 몸과 마음이 생멸함으로 인하여 순간윤회가 완성되고, 죽어서 다시 재생하였을 때 일생윤회가 완성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순간윤회와 일생윤회는 서로 연결 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현상을 생멸로 보아야 열반과 해탈을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본마음과 같이 영원히 변치 않는 마음이 있고 마치 새옷 갈아 입듯이 몸뚱이만 교체한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해탈과 열반을 성취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음과 몸이 생멸하는 현상으로 보아야 윤회의 연결 고리를 차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불교에서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관찰 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번뇌망념을 일으키는 몸뚱이를 혐오의 대상으로 보고 무념의 경지를 추구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깨달을 이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보았을 때 우리의 몸은 더 이상 혐오스러운 대상인 몸뚱이가 아닌 구경법이다.

 

구경법 82가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분석하여 본 구경법은 5 12 18계의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법을 봄으로써 해탈과 열반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궁극적 실재의 법, 구경법은 모두 82가지이다.

 

 

 

5 12 18계의 세상

구경법

(궁극적 실재, 82)

오온
(panca-kkhandha
빤짜칸다)

12
(ayatana,아야따나)

18
(dhatu, 다뚜)

물질 (28)

1. 색온(色蘊)

1. 안처

거친

1. 안계

거친

2. 이처

물질

2. 이계

물질

3. 비처

-12

3. 비계

-12

4. 설처

4. 설계

5. 신처

5. 신계

6. 색처

6. 색계

7. 성처

7. 성계

8. 향처

8. 향계

9. 미처

9. 미계

10. 촉처 (, , 풍의 3물질)

10. 촉계 (, , 풍의 3물질)

11. 마노의 대상 (法處)

미세한

11. 마노의 대상 (法界)

미세한

마음부수 (52)

2. 수온(受蘊)

물질 (16)

물질 (16)

3. 상온(想蘊)

마음부수

마음부수

4. 행온(行蘊)

-52

-52

열반(1)

없음

열반

열반

마음 (1)

5. 식온(識蘊)

12. 마노의 감각장소

12. 안식계

(意處)

13. 이식계

14. 비식계

15. 설식계

16. 신식계

17. 의계

18. 의식계

출처; 아비담마 길라잡이

 

 

 

무위법과 유위법

 

선사들이 말하는 몸뚱이는 여기서 물질에 해당 된다. 그 물질의 덩어리가 색온인데 이는 12처와 18계의 구경법인 것을 알 수 있다. 구경법은 가장 궁극적인 법으로서 최소의 단위를 말하고 각자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구경법중 열반을 제외한 나머지 81법은 모두 일어나고 사라지는 일반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고, 특히 52가지의 마음부수법은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52법중에 탐욕이라는 구경법과 성냄이라는 구경법을 보면, 탐욕은 거머쥐려 하고,  성냄은 밀쳐내려는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종류는 모두 89가지(선정을 포함하면 129가지)이지만, 한순간에 하나의 마음만 있기 때문에 구경법에서 마음은 하나이다.

 

구경볍 82가지 중 오로지 열반 하나가 무위법이고, 나머지 81법은 모두 유위법이다.

 

유위법의 특징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생멸법이다. 따라서 열반을 제외 하면 이미 형성된 모든 법은 무상한 것이다. 그래서 무아이고 고통과 슬픔과 비탄, 탄식의 근원이 된다.

 

몸뚱이, 혐오의 대상인가 열반의 대상인가

 

이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섯무더기(오온)으로 분석해 보면 그 어디에도 나, 나의 것, 영혼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고 순간 순간 몸과 마음이 생멸하는 오온의 상호작용으로서 조건 지우고 조건지워져 상속하는 연기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몸은 더이상 혐오스러운 몸뚱이가 아니고, 우리를 고귀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구경법임을 알 수 있다.

 

 

 

 

2010-09-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