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보는 재미에, 료마전과 삿쵸(薩長)동맹
요즘 드라마 보는 재미에 빠졌다. TV로 보는 우리나라 드라마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보는 ‘일드(일본드라마)’이다. 그 것도 시대사극드라마이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NHK에서 방영하고 있는 50부작 ‘료마전(2010)’이다.
료마전(龍馬伝)
사진http://www.blog-door.com/archives/cat32/post_1567/
독도문제와 관련하여 감정의 골이 깊어가는 이 때 왠 일본드라마를 보느냐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서 보는 것이다. 우선 경제대국인 이웃나라 일본과 일본인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싶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일까 하는 것이었다.
드라마로 접한 그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 하는 민중들의 살아 가는 모습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하등의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감정처리와 사실적인 묘사는 사극드라마에 관한 한 한 수 위처럼 보였다.
일본의 간판 프로그램
NHK에서 방영하는 50부작 대하 드라마는 일본의 간판 프로그램이나 다름 없다. 막대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 그리고 탄탄한 내용의 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빨려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2010년 대하드라마 료마전 역시 이전에 보았던 아츠히메(2008)나 신선조(新選組, 2004) 못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본내에서 료마전의 시청률은 20%대를 유지 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시대사극 대하드라마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지난 최근 수 년간 방영된 드라마를 보면 다음과 같다.
HNK 대하드라마
연도 |
드라마명 |
내 용 |
2003년 |
무사시 |
에도막부 초기의 검술의 달인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이야기 |
2004년 |
신센구미 (新選組) |
시대의 흐름을 막고자 했던 에도막부 말기 최강 무사조직이야기 |
2005년 |
요시츠네 (義経) |
헤이안시대 말기 비운의 무인 이야기 |
2006년 |
공명의 갈림길 (功名が辻) |
출세를 지향 하였던 전국시대의 영주 부부 이야기 |
2007년 |
풍림화산(風林火山) |
전국시대의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의 군사 이야기 |
2008년 |
아츠히메(篤姫) |
에도막부 13대 쇼군의 정실이 된 사츠마 공주 이야기 |
2009년 |
천지인( 天地人) |
전국시대의 에치고 충신 나오에 가네츠구이야기 |
2010년 |
료마전(龍馬伝) |
에도막부 말기 사카모토 료오마(坂本龍馬)의 일대기를 미쯔비시그룹의 창업자 이와사키 야타로의 시점에서 그린 작품 |
이들 드라마는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는데 자막서비스가 되고 있다. 참고로 이들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료마전(龍馬伝)
http://www.mgoon.com/search/search.htm?cat=%EC%A0%84%EC%B2%B4&keyword=%EB%A3%8C%EB%A7%88%EC%A0%84
천지인(天地人)
http://www.mgoon.com/search/search.htm?cat=%EC%A0%84%EC%B2%B4&keyword=%EC%B2%9C%EC%A7%80%EC%9D%B8
아츠히메(篤姫)
아츠히메 OP와 테마음악
2008년 NHK 대하드라마, 에도막부 13대 쇼군의 정실이 된 사츠마 공주 이야기
풍림화산(風林火山)
공명의 갈림길(功名が辻)
신선조(新選組, 신센구미)
만들어진 영웅
료마전의 주인공 사카모토 료마는 영웅이다. 그런데 그는 원래 영웅이 아니었다. 단지 만들어진 영웅이라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사카모토 료오마를 영웅으로 만든 것은 일본의 국민작가라 불리우는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 1923∼1996)일 것이다. 그는 1960년대 “료마가 간다(龍馬がゆく)”를 발표 하여 일개 낭사에 불과 하던 료마를 일약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2차 대전 패배후 실의에 잠겨 있는 일본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하여” 책을 집필 하였다고 쓰고 있다.
그런 료마의 열풍은 1960년대를 시작으로 80년대 한 번 더 불었고, 지금은 드라마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영웅화 작업이 시작 되고 있어서 이 번이 세 번 째라 볼 수 있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하여
드라마에서 보는 료마는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현재의 체제로는 일본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 때 당시 열강이었던 미국, 영국, 프랑스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무능한 도쿠가와 막부를 대신할 새로운 일본을 만들기 위하여 동분서주 하게 되는데, 그가 한 최고의 치적을 든다면 유력한 두 개의 번 즉, 사츠마번 (薩摩藩)과 죠오슈번(長州藩)를 묶어서 막부에 대항 하게 하는 것이었다.
료오마는 사츠마와 죠오슈가 동맹을 맺어 막부를 타도 한다면 새로운 일본을 건설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은 것이다. 이것은 근본 바탕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다. 기존 질서를 무너 뜨리고 구조를 확 뜯어 고쳐서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것과 같다.
그런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제로 유력한 두 번의 실세 참모를 움직여 두 손을 잡게 한 장본인이 사카모토 료오마이다. 사츠마와 죠오슈가 두 손을 잡은 순간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의 시대는 끝이 나고 메이지 유신이라는 근대화로 가는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다.
삿쵸(薩長)동맹을 맺는 순간
일본의 어느 드라마에서나 삿쵸(薩長,사츠마-죠오슈)동맹을 맺는 순간이 가장 극적이다. 2010년 료마전에서의 삿쵸동맹은 어떠 하였을까. 유튜브에서 다운 받은 동영상을 일부 잘라내어 보면 다음과 같다.
삿쵸동맹의 순간
드라마 ‘료마전’에서 사카모토 료마가
사츠마의 사이고 다카모리와 죠오슈의 가츠라 고고로
사이에서 중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삿쵸동맹이 체결 되고 나서 일본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260년동안 일본을 대표하고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던 440만석의 골리앗 같은 도쿠가와 막부가 변방에 위치한 77만석의 사츠마와 37만석의 죠오슈에 패배하여 봉건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들이 활약하던 나이는
사카모토 료오마의 중재로 삿쵸동맹이 맺어진 시기는1866년의 일이다. 이 동맹이 맺어지고 도쿠가와 막부군과 삿쵸동맹군간의 전쟁(도바 후시미전쟁, 1868)이 벌어지는데, 병력이 앞선 도쿠가와 막부군은 장비면에서 우세한 삿쵸동맹군에게 패배 하게 된다. 이 전쟁으로 도쿠가와 막부의 시대는 끝나고 메이지 유신이 선포 되어 일본은 근대화의 길을 걷게 된다.
오늘의 일본이 있기 까지 일본인들은 누구보다도 사카모토 료마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다. 그래서일까 일본의 영웅으로서 사카모토 료마는 항상 수위권을 달린다. 일개 떠돌이 사무라이에 불과 하였던 낭인 사카모토 료마가 활약하였던 삿쵸동맹의 시기에 주역들의 나이는 몇살이었을까.
1866년 삿쵸동맹이 맺어 질 때 주역 3인방의 나이는 도사번의 사카모토 료마(1836-1867)는 31세 이었고, 사츠마번의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1827-1877)은 39세, 죠오슈번의 가츠라 고고로(桂小五郞, 기도 다카요시, 1833-1877)는 33세 이었다.
또 유신 3걸 중의 하나인 사츠마번의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1830-1878)가 36세, 죠오슈번의 젊은 인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가 불과 25세, 막부에서 고용한 낭사집단으로서 시대의 흐름을 저지 하기 위하여 구성된 신선조의 국장 곤도 이사미(近藤勇, 1834-1868)가 32세이었다. 이 외 수 많은 존왕양이파의 지사들의 나이가 대체로 30안팍이었다. 이처럼 막부말기에 일본의 시스템을 바꾸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들이 대부분 이삼십대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일합방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불과 31살의 나이에 일본을 뜯어 고치려 한 사카모토 료마는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일본의 근대화를 보지 못하고 유신이 선포 되기 전 1867년 낭사의 습격을 받고 32세의 나이로 죽는다. 그가 삿쵸 동맹을 맺게 하고 1년 후의 일이다.
이처럼 일본근대화 과정에서 수 많은 젊은 지사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유신에 참여 하여 일본의 근대화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람은 한일합방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일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죠오슈번의 무사 출신으로서 20대 초반에 영국에 유학하였고, 유신이 선포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27세이었다. 그 후 유신지사들이 암살 당하거나 죽었을 때 그는 메이지시대에 정부의 요직을 역임하였는데 초대, 5대, 7대, 10대 총리대신을 지냈고, 제국헌법을 기초한 인물로서 일본인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일본의 근대화에 기여한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맞았을 때(1909년)가 그의 나이 68세 이었으니 그의 전생애에 걸쳐 일본의 근대화를 모두 지켜 본 유일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영웅의 출현을 바라며
예로 부터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사카모토 료마가 활약한 시대도 드라마의 내용에 따르면 나라가 풍전등화와 같이 위급한 시기 이었다. 그런 난세에 활약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삼십대의 혈기 왕성한 지사들이었다.
비록 그 중에 사카모토 료마와 같이 탈번한 떠돌이 무사들도 있었지만 나라의 시스템을 바꾸기 우하여 자신의 한 몸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드라마에서 강조 한다. 아무래도 일본이 처한 현실이 다시 한 번 사카모토 료마와 같은 영웅을 원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역시 영웅의 출현을 간절히 바란다. 기존의 질서로는 앞날이 불투명할 뿐 만아니라 커다란 위기를 겪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과 같이 ‘무력’으로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유력한 수단은 투표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삼십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삼십대가 세상에 대하여 걱정하고 염려 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는 길로 가게 되어 있다. 조선말에 젊은지사들이 기득권층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다가 나라가 망하였듯이 현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게 하려면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삼십대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느 시대이건 젊은이들이 움직이었을 때 시대가 바뀌었다. 지난 60년대 4.19라든가 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삼십대가 나라의 시스템을 바꾸려면 선거혁명 밖에 없다.
2010-09-30
진흙속의연꽃
'영화드라마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지인(天地人)에서 본 임진왜란 (0) | 2011.03.05 |
---|---|
“정은 한 순간... 물거품과 같은것” 기억에 남는 명대사, 오오쿠(大奥) (0) | 2011.01.15 |
일본 역사드라마에서 배울점, 신선조 세리자와 가모 진검승부현장 야기저택 (0) | 2010.08.02 |
료마전 검은 배(黑船)의 위력은, 메이지 유신은 하급무사들이 주도한 혁명 (0) | 2010.02.18 |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의 의미는, 윤회 하며 흘린 피와 뼈들의 양은 얼마나 (0) | 2010.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