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天地人)에서 본 임진왜란
그 동안 보지 못하였던 드라마를 몰아서 보았다. 지난 2009년에 방영된 NHK의 대하드라마 ‘천지인(天地人)’을 보게 되었는데, 인터넷에서 더 이상 자막지원이 되지 않아 도중에 그만 보게 되었다. 그러다 자막지원이 되는 사이트(http://www.mgoon.com/search/search.htm?cat=%EC%A0%84%EC%B2%B4&keyword=%EC%B2%9C%EC%A7%80%EC%9D%B8)를 발견하게 되어 최근 나머지를 모두 보게 되었다.
드라마의 분위기는
천지인은 일본드라마이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일본 동북지방에 근거를 둔 우에스기(上杉) 가문의 충신 나오에 가네츠구(直江兼続)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그의 투구에 한자로 애(愛)자가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드라마에서 그는 애(愛)와 의(義)를 강조하는 장면이 무척 많이 나온다.
나오에 가네츠구(直江兼続)의 애(愛)자 투구
사진 ; http://movie.daum.net/tv/detail/main.do?tvProgramId=52708
의(義 )와 애(愛) 자 깃발
파일에서 캡쳐
모두 47부작으로 구성된 드라마에서 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와 같은 전국시대의 영웅3걸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있는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와 같은 인물도 나온다. 그런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슬픔’과 ‘무상’이다.이다. 수 많은 전투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권력투쟁과 그에 따른 배신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캐릭터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게 설명된다. 전국 3걸 중의 하나인 오다 노부나가는 한 번 잘 못 보이면 죽음을 면치 못할 정도로 냉정하고 잔인한 ‘냉혹한’으로 묘사 되어 있고, 그 뒤를 이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세치 혀로 전국을 통일할 정도로 우스꽝스런 캐릭터로서 ‘원숭이’로 묘사되고 있다. 또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잔꾀가 많고 음흉한 ‘너구리’로 표현 되고 있다.
조선침략은 어떻게 묘사되었을까
드라마를 보는 도중 가장 관심있게 본 장면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에 관한 것이다. 우리에게 ‘임진왜란’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선침략에 대하여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지켜 보았지만 조선에서 전투한 장면은 없었다. 단지 조선침략을 하게 된 배경 설명이 나왔는데 그 것은 어이 없게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늘그막에 얻은 아들이 죽게 되자 이에 대한 기분전환으로 조선출병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또 조선출병은 오다 노부나가의 희망사항으로서 그 유지를 받들어 시행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신의 위세를 과신하기 위하여 전국의 다이묘들에게 출병할 것을 명한 것이다. 만일 다이묘들이 출병을 거부하면 역적으로 간주되어 영지가 몰수 당하기 때문에 출병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모두 출병한 인원은 30만명이었다고 한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15만명이 현해탄을 건너 조선을 침략한 것이다.
천지인의 주인공인 나오에 가네츠구 역시 자신의 주군과 함께 현해탄을 건너 지금의 진주에 해당하는 ‘웅천’이라는 곳에 진을 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조선군과 전쟁을 하는 어떤 장면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주군과 함께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더러운 ‘저질스런’ 전쟁에 참여한 것에 대하여 한탄하는 장면만 나온다.
세키가하라의 전투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저질의 조선침략전쟁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자 즉각 철군하게 된다. 이 때 부터 가신들끼리 권력쟁탈전이 벌어지는데, 드라마에서 너구리로 묘사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가장 먼저 반기를 든다. 반면 이에 맞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장 신뢰하였던 측근 이시다 미츠나리가 이에야스를 견제한다.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이게 되는데, 일본역사에서 이를 ‘세키가하라의 전투(関ヶ原の戦い, 1600년)’라 한다.
세키가하라 지형
서군 10만명(붉은색), 동군 7만5천멍(파란색)이 포진하고 있다
파일에서 캡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휘한 7만5천명의 동군과 이시다 미츠나리가 기획한 10만명의 서군이 맞 붙은 이 전투는 단 하루만에 싱겁게 끝났다. 서군에서 배신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실권을 쥐게 되고 이후 260여년간 도쿠가와 막부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된 커다란 전투이었다.
세키가하라전투
파일에서 캡쳐
드라마와 역사기행
드라마에서 누가 주인공이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인물캐릭터 또한 달라진다. 드라마가 패자의 입장에서 구성되다 보니, 승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시 꾀 많은 너구리로서 또 배신자로서 성격이다. 그래서일까 세키가하라 전투의 영웅 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아닌 의(義)로운 이시다 미츠나리라고 주인공의 입을 빌려 설명한다. 이시다 미츠나리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한 뒤 붙잡혀 참수된다. 그러다 보니 철저하게 패자의 입장에서 구성된 드라마가 ‘천지인’인 것이다.
천지인의 구성은 전쟁의 잔인함에 따라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참혹함, 긴 세월에 걸쳐 시대상황이 전개 되다 보니 또한 수 많은 사람들이 죽는 장면이 많이 나오게 되어 ‘인생무상’을 간접적으로 표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슬픔과 무상함으로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에서 또하나의 특징은 역사기행에 있다. 매 회의 드라마가 끝날 때 마다 말미에 약 5분 정도 할애하여 역사유적지를 소개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서간문이나 도구등도 소개 하는데 이는 드라마가 단지 허구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이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유적지를 찾아 가는 방법에 대하여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JR선을 타고 어느 역에 내려 5분 걸어 가면 어느 신사 또는 절이 나온다는 식이다. 이런 역사기행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본 받아야 할 좋은 내용이라 생각한다.
드라마 말미에 소개 하는 역사기행
2011-03-0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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