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일본드라마)로 일본알기, ‘고우(江) 공주들의 전국(戰國)’에서 본 변재천
‘울고불고’ 하지 않는 일본인
일본인들은 결코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속마음과 겉마음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흔히 속마음을 본심이라고 하는데 일본어로 이를 ‘혼네(本音)’라하고, 겉마음을 사회규범에 의거한 마음이라고 하는데 이를 ‘다떼마에(建前)’라 한다. 그런 일본인들의 마음을 또 한 번 잘 알게 된 계기가 아마도 이번 일본의 동북지방에서 일어난 초유의 대지진 사건일 것이다.
우리나라 메스컴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지진과 쓰나미와 같은 대 재난이 닥쳤을 때, 가족과 친지를 잃었어도 우리나라처럼 ‘울고불고’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보고 일본인들의 질서의식과 더불어 수준높은 생활의식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판적인 사람들은 일본인들의 전형적인 ‘본마음 감추기’에 지나지 않다고도 말한다. 지진이 지나간 후에 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만일 울고불고 하거나 약탈을 감행하였을 경우 사태가 수습되고 난 후에 얼굴을 들을 면목이 없어지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일본인들은 우리와 다른 행동을 보여 주는 서로 다른 종족임에 틀림없다. 그런 일본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일본인을 아는 방법 하나
그들을 알려면 직접 그들과 함께 생활해 보아야겠지만 간접적으로 아는 방법도 있다. 그런 방법중의 하나가 그들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영화의 경우 개방정책에 따라 접할 수 있으나 드라마의 경우 1% 이내가 시청하는 케이블을 제외하고 공중파에서 보는 것은 아직까지 허용되고 있지 않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서상 이를 수용할 만한 마음의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시대에 일본드라마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그들의 드라마를 보면 그들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드라마중의 하나가 아마도 NHK에서 만든 ‘역사드라마’일 것이다. 보통 1년 단위로 50부작 가까이 이루어져 있는데, 드라마를 보면 일본의 역사와 문화, 관습, 사고등을 파악할 수 있다.
전국시대와 막말유신초
일본의 NHK에서 방영하는 역사대하드라마를 수 년째 인터넷을 통하여 보고 있다. 올해의 드라마는 ‘고우 공주들의 전국(江~姫たちの戦国)’이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주들의 이야기이다.
사진 http://ameblo.jp/yamabiko141/image-10782413192-11012316569.html
이제까지 본 대하드라마는 신선조(2004), 아츠히메(2008), 천지인(2009), 료마전(2010)이다. 참고로 이제까지 제작된 NHK의 대하드라마 리스트를 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HNK 대하드라마
연도 |
드라마명 |
내 용 |
시대적배경 |
주인공 |
2003년 |
무사시 |
에도막부 초기의 검술의 달인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이야기 |
|
미야모토 무사시 (宮本武藏) |
2004년 |
신센구미 (新選組) |
시대의 흐름을 막고자 했던 에도막부 말기 최강 무사조직이야기 |
막말유신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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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
요시츠네 (義経) |
헤이안시대 말기 비운의 무인 이야기 |
|
|
2006년 |
공명의 갈림길 (功名が辻) |
출세를 지향 하였던 전국시대의 영주 부부 이야기 |
전국시대 |
|
2007년 |
풍림화산 (風林火山) |
전국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의 군사 이야기 |
전국시대 |
다케다신겐 (武田信玄) |
2008년 |
아츠히메 (篤姫) |
에도막부 13대 쇼군의 정실이 된 사츠마 공주 이야기 |
막말유신초 |
아츠히메 (篤姫) |
2009년 |
천지인 ( 天地人) |
전국시대의 에치고 충신 나오에 가네츠구이야기 |
전국시대 |
나오에가네츠구 (直江兼續) |
2010년 |
료마전 (龍馬伝) |
에도막부 말기 사카모토 료오마(坂本龍馬)의 일대기를 미쯔비시그룹의 창업자 이와사키 야타로의 시점에서 그린 작품 |
막말유신초 |
사카모토 료오마 (坂本龍馬) |
2011년 |
(江~姫たちの戦国) |
일본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고생 끝에 평화와 행복을 이루는 고우히메의 일대기 |
전국시대 |
고우히메 (江姫) |
이들 드라마의 특징은 시대적 배경이 ‘전국시대’ 아니면 ‘막말유신초’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4년간의 변화를 보면 매년 번갈아 가며 시대적 배경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두 시대가 인기가 높은 것일까. 그것은 드라마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혼란한 시대에 영웅이 출현하여 난세를 평정하고 통일된 일본을 이룩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주인공들은 전국시대의 경우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와 같은 전국시대 ‘무장’이고, 막말유신초의 경우 사카모토 료오마(坂本龍馬), 사이고 다까모리 (西鄕隆盛), 기도 다까요시((木戶孝允)와 같은 ‘하급무사’들이 영웅이다.
영웅들의 이미지는
수 년간 시대드라마를 보다 보니 하나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누가 주인공이 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캐릭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막말유신초를 배경으로 하였다면 ‘사카모토 료오마’와 ‘사이고 다까모리’가 필수적으로 등장하는데, 사카모토 료오마는 항상 ‘바른’ 인간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막말유신초의 진짜영웅인 사이고 다까모리경우 ‘아츠히메(2008)’에서는 충직하고 의리있는 이미지이었지만, ‘료마전(2010)’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계산적이고 냉혹한 이미지이다.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면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오다 노부나가는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서 “잘못 보이면 죽는다”라는 냉혹하고 무서운 이미지이다.
한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항상 우스꽝스러운 ‘원숭이(사루)’로 묘사된다. 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경우 드라마 천지인(2009)에서는 꾀가 많고 음흉한 ‘너구리’로서 배신자의 이미지로 묘사된다.
하지만 ‘고우 ~공주들의 전국(2011)’에서는 바르고 인덕이 있는 중후한 이미지로 묘사되고 있다. 이는 고우공주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들과 결혼하여 도쿠가와 막부를 열어가는 드라마의 줄거리와 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와 종교
또 하나 관심있게 지켜 본 것은 종교에 관한 것이다. 일본이 불교국가이다 보니 역시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아츠히메(2008)의 경우 아츠히메가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닌 것은 ‘관세음보살’ 조각상이다. 어려움이나 난관에 부딪치면 두손을 합장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천지인(2009)의 경우 주인공인 나오에 가네츠구는 어린시절을 절에서 수학하며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일이 풀리지 않을 경우 홀로 앉아 ‘참선’을 하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불교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료마전(2010)에서는 천주교를 믿는 교인이 박해를 받는 장면을 여러 회에 걸쳐서 매우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올해 방영되고 있는 ‘고우 ~공주들의 전국(2011)’에서는 종교와 관련하여 어떤 장면이 있을까.
3회에서 ‘변자재천’에 대한 것을 보았다. 주인공인 고우 공주가 외숙부인 오다 노부나가와 변자재천이 있는 ‘찌꾸부시마(竹生島, ちくぶしま)’에 참배하러 가는 장면이다. 그런 찌꾸부시마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변자재천과 관음신앙의 성지라 한다. 찌꾸부시마는 어디에 있을까.
변재천과 관음성지, 찌꾸부시마(竹生島)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호수가 있는데, 마치 바다와도 넓어서 면적이 서울 보다 더 크다고 한다. 그 호수의 이름은 ‘비와호(琵琶湖)’이다.
비와호(琵琶湖)
그런데 호수의 가운데 섬이 하나 있다. 그 섬을 찌꾸부시마(竹生島)라고 부른다. 그 찌꾸부시마(竹生島)에 변재천(辯才天 , 弁才天)이 모셔져 있는데, 일본에서 변재천의 3대성지라고 한다
찌꾸부시마(竹生島)
변재천(弁才天)
사진, http://plaza.rakuten.co.jp/machi25nagahama/diary/201102080000/
주인공 고우가 외숙부 오다 노부나가의 인도로 섬에 참배하러 간 이유는 고우의 아버지인 아자이 나가마사가 변재천을 깊이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우의 아버지를 외숙부인 오다 노부나가가 공격하여 할복하게 만든 것이다. 드라마에서서는 고우가 뱃속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전쟁의 신, 비사문천(毘沙門天)
이처럼 일본 드라마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는 호법신장을 믿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것중의 하나가 드라마 천지인(2009)에서 ‘에치고’의 국주인 ‘우에스기 겐신’이 숭배하였던 ‘비사문천(毘沙門天)’ 일 것이다.
드라마 천지인(2009)에서의 비사문천(毘沙門天)
비사문천은 전쟁의 신으로서 ‘다문천왕’의 다른이름이라 한다. 다문천왕은 사천왕천에서 북방을 지키는 신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찰의 사천왕문에서나 볼 수 있는 호법신장인데, 일본에서는 전국시대에 전쟁의 신으로서 숭배된 것을 드라마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비사문천이 우리나라 불자들에게는 사천왕상에서 볼 수 있는 다문천왕의 다른 이름이어서 덜 생소하지만 변재천의 경우는 매우 생소하다.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변자재천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숭배의 대상이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고대부터 광범위하게 숭배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생소한 변재천은 어떤 신일까.
예능의 신, 변재천(辯才天, Sarasvati)
인터넷 백과사전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변재천 [辯才天, Sarasvati]
대변재천(大辯才天)이라고도 번역하고, 줄여서 변천(辯天)이라고도 한다. 산스크리트로 사라스바티의 역어이며, 살라살벌저(薩羅薩伐低)라고 음역한다. 원래 힌두교의 신이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에 의해 불교에 받아들여져 변재천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변설재지(辯舌才知)를 준다고 하여 묘음천(妙音天)·미음천(美音天)이라고도 하고, 재보이득(財寶利得)을 가지고 온다고 하여 변재천(辯財天)이라 쓰기도 한다.
여신은 백사(白蛇)를 장식한 보관(寶冠)을 쓰고, 일면팔비(一面八臂)의 상(像)에서는 보주(寶珠)와 검과 궁시(弓矢) 등을 가지고 있으며, 일면이비(一面二臂)의 상에서는 왼쪽 무릎을 세우고 비파를 타고 있다. 원래는 물의 신으로, 하천의 흐름 소리에서 음악의 신 또는 변설(辯舌)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사라스와띠(Sarasvati)
사진 http://en.wikipedia.org/wiki/File:Saraswati.jpg
산스크리트어로 사라스와띠(Sarasvati)라 하는데, 예술과 음악과 지식의 여신이라 한다. 원래 힌두교의 여신이었으나 불교의 수호신으로 되었고, 일본의 경우 불교뿐만 아니라 일본 신도(神道)에서도 변재천이라는 이름으로 숭배의 대상이라 한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불교와 신도 모두 변재천(弁才天)을 숭배하는데, 특히 신도에서 칠복신(七福神)의 하나로서 민간신앙의 대상이라 한다.
일본의 칠복신(七福神,)
일본어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칠복신은 복을 가져다 신이라 하여 민간에서 신앙하고 있는데 그 명칭은 다음과 같다.
일본의 칠복신(七福神, しちふくじん)
|
칠복신 |
내 용 |
1 |
혜비수 (恵比寿, えびす: 에비스) |
원래 어부인 일본의 신 장사가 번성함을 대표하는 신 |
2 |
대흑 (大黒, だいこく : 다이코쿠) |
원래 인도의 주방(부엌)의 신 금전운, 자산운, 가내번성, 자손번성등을 대표 |
3 |
비사문천 (毘沙門天, びしゃもんてん : 비샤몬텐) |
사천왕의 하나인 다문천왕 가난의 신과 잡귀를 퇴치하는 신 불법수호, 출세, 개운번성, 지혜를 대표 |
4 |
복록수 (福禄寿, ふくろくじゅ: 후쿠로쿠쥬) |
중국도교에서 유래 인덕, 장수, 부귀영화를 대표 |
5 |
포대 (布袋, ほてい : 호테이) |
중국 당대의 실재했던 승려인 契此가 모델 인격형성, 관용, 인내, 부귀영화를 대표 |
6 |
변재천 (弁財天, べんざいてん : 벤자이텐) |
인도의 물의 여신으로서 미인의 대명사 예술, 예능, 문학, 언변, 학문, 지혜를 대표 |
7 |
수로인 (寿老人, じゅろうじん : 쥬로오진) |
중국도교에서 유래 장수와 지혜를 대표 |
칠복신을 보면 각자 역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인도의 호법신장과 중국의 도교에서 유래된 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포대화상’정도 일것이다.
일드(일본드라마)로 일본알기
일본 드라마를 통해 일본인들의 삶과 문화와 역사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간접적인 문화체험이긴 하지만 그들이 드라마를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읽는 것도 가능하다.
NHK드라마는 일본의 간판프로라 그런지 드라마를 통하여 국민통합을 이루려는 노력도 엿 보인다. 료마전에서 개방과 개혁을 하지 않으면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말을 주인공의 입을 통하여 반복하는 것 따위이다.
결국 혼란을 극복하고 통일된 국가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승리이고 국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길러 줄 것이기 때문에 전국시대와 막말유신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드라마는 늘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있고, 또한 그 시대에 출현한 영웅들은 일본에서 항상 10권 안에 들어감을 알 수 있다.
흔히 일본을 극복하자고 말을 하지만 우선 알아야 한다. 우리자신도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대방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이길 수 있다. 방법은 많이 있지만 드라마를 통하여 그들을 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2011-04-12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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