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승부의 정신, 신선조 혈풍록(新選組血風錄)을 보고
‘시바 료타로’의 소설
시바 료타로(司馬 遼太郎, 1923-1996))를 흔히 일본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그는 ‘료마가 간다’등의 역사소설로 이름을 떨쳤는데, 그의 소설의 특징은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이런 것이 지나쳐 특정인물에 대한 편파위주의 서술과 객관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시바 료타로의 대표작 ‘료마가 간다’를 읽은지 오래 되었다. 이 소설은 우리 말로 번역되었고 10권 가까이 되는 대하소설이다. 그런 소설을 세 번 읽었는데, 이는 작가의 문체와 상상력이 풍부하여 소설을 읽는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일본근대화 과정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소설에서는 일본 근대화과정에 대해서 매우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소설하나만 읽어도 일본의 근대사를 읽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의 근대화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근대화과정과 매우 비교가 된다. 일본의 경우 근대화가 성공하여 국가발전의 초석이 된 것에 비하여 조선의 경우 근대화가 실패하여 결국 나라가 망하고 식민지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런 차이는 소설 속에 고스란히 묘사 되어 있다.
낭사들 이야기
소설 속에는 수 많은 영웅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소설에서 만들어진 영웅도 포함된다. ‘사카모토 료마’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도 ‘료마가 간다’인데, 이렇게 료마와 같은 인물들을 일본근대화 과정에서는 ‘지사’라 부른다.
이들 지사들은 주로 하급무사들로서 ‘존왕양이론자’들이다. 이들은 도쿠가와 막부정권을 타도하고 천왕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런 불온한 움짐에 대하여 기득권세력인 막부가 용납할리 없다. 그래서 존왕양이론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선봉에 선자들이 막부에서 고용한 ‘낭사’들이다.
낭사는 ‘떠돌이 무사’라는 뜻이다. 그들은 그룹을 결성하여 수도인 교오토의 치안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도쿠가와 막부말기 최강무사 조직인 ‘신선조’이다.
시바 료타로의 소설 ‘료마가 간다’에서도 신선조에 대해서 상세하게 묘사 되어 있다. 막부에 고용되어 수도 치안을 담당하던 신선조가 순찰하는 장면이 나오고,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는 지사들을 발견하여 쫒고 쫒기는 장면과 막다른 골목에서 진검승부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런 신선조는 지사들에게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잘 훈련받은 무술의 달인들 이었기 때문이다.
신선조 혈풍록(新選組血風録)
오로지 검 한자루에 의지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막고자 결성된 신선조는 일본에서 항상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보여진다. 그래서 수 없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영화화 되었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용으로 만들어진 것도 볼 수 있었다.
이런 신선조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넷을 통하여 또 접하게 되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2011년판 신선조가 될 것이다. 이 프로는 일본의 국민작가라 불리우는 시바 료타로의 또 다른 소설 ‘신선조 혈풍록(新選組血風録)’을 드라마화 한 것이다. 모두 1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난 2011년 4월에서 6월 사이에 NHK에서 방영된 것으로 되어 있다.
신선조 혈풍록(新選組血風録) 주제곡
드라마속의 진검승부
인터넷으로 접한 신선조 혈풍록은 진검승부장면 등이 매우 리얼하다. 이는 2004년 NHK에서 제작되었던 50부작 ‘신선조!’와 매우 비교가 되는데, 이는 시바 료타로의 소설에 충실하였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런 면으로 보았을 때 같은 소재의 드라마도 세월에 따라 진화해 감을 알 수 있다.
드라마속에서 무사들의 진검승부 장면은 실력차가 크면 불과 몇초도 걸리지 않는다. 단 한번의 공격으로 승부가 결정나기 때문이다. 이때 지면 죽음이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 불과 몇 초에 결판나지만 실력이 엇비슷하면 꽤 오랫동안 진행된다.
하지만 승부는 나게 되어 있다. 둘 중의 하나는 죽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검을 뽑는다는 것은 생사를 가르는 것과 같아서 쓸데 없이 뽑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 검을 뽑았으면 썩은 무우 토막이라도 잘라야 하는 것이다.
불교에서의 진검승부는
이런 진검승부의 정신은 매우 유효하다. 매사에 진검승부한다는 정신으로 임한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간화선 수행자들이 화두를 들 때 항상 부모를 죽인 원수를 만나면 단칼에 베어버리듯이 집중하라는 말이 있듯이 초기불교에서도 검과 관련된 이야기가 보인다. 청정도론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윤회에서 두려움을 보기 때문에 비구라 한다. 그가 이 엉킴을 푼다. 계와 마음이라는 제목 아래 표현된 삼매와 세 가지의 통찰지(慧)와 근면함이라는 이런.여섯 가지 법을 갖춘 비구는 마치 사람이 땅위에 굳게 서서 날카롭게 날을 세운 칼을 잡고 큰 대나무 덤불을 자르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계의 땅위에 굳게 서서, 삼매의 돌 위에서 날카롭게 날을 세운 위빳사나 지혜의 칼을, 정진의 힘으로 노력한 깨어 있는 통찰지의 손으로 잡아 자기의 상속에서 자란 갈애의 그물을 모두 풀고 자르고 부수어버릴 것이다.
(청정도론 제1장 7절)
윤회의 두려움을 알기 때문에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청정도론에서는 ‘위빠사나’라는 지혜의 검을 사용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검으로 윤회의 원인이 되는 ‘갈애(渴愛, taṅhā)’를 베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진검승부가 아닐까.
2011-11-1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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