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 줍니다, 사찰의 옥외광고논란
요즈음은 개인 미디어 시대이다. 누구나 카페나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이야기나 뉴스, 정보등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다.
글이라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이나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서 1인 미디어의 역할도 해 내고 있는데, 그 중 영향력있는 블로그는 사회의 부조리리 한 문제를 제기 하여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이슈’화 시키는 가 하면 새로운 ‘아젠다’도 만들어 나간다. 그런 블로그 중에 소위 영향력 있는 블로그를 ‘파워블러그’라 부른다.
대형옥외전광판의 사찰광고
파워블로그의 글 중에 최근 인상적인 기사를 보았다. 제목은 “요즘은 절도 광고를 하는 군요”라는 내용이다.
사찰도 광고를 할 수 있을까. 물론 할 수 있다고 본다. 교계 인터넷 신문의 첫화면에 수 많은 사찰광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형옥외전광판’에 사찰광고를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 사찰의 안내 광고정도로 생각 할 것이다. 도로의 곳곳에 설치 되어 있는 사찰안내판 같은 것이다.
그런데 파워블로그의 글을 보면 그런 것과 성격이 다르다. 내용이 “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XXX산 XXX사”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 블로거는 전광판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하는 광고는 처음 보았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표현 하고 있다.
“아마도 이 절에 가서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꼭 이뤄준다는 말인 것 같은데요. 세상에 이보다 더 사람을 유혹하는, 강력한 광고카피가 있을 수 있을까요?”
(요즘은 절에도 광고를 하는 군요, http://v.daum.net/link/11966169)
경남창원의 옥외광고전광판
사진 ; http://v.daum.net/link/11966169
김주완 김훤주 지역에서 본 세상
블로거의 말대로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준다라는 말은 매우 유혹적이고 강력한 메세지임에 틀림 없다. 이런 광고를 접한다면 누구든지 한 번쯤 마음이 기울어 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에 처해 있거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면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릴 것임에 틀림 없다.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 줍니다
수능이나 고시와 같은 각종시험, 입찰등 개인적인 발원에서 부터 생사문제에 이르기 까지 삶의 과정에 있어서 온 갖 문제가 일어 나는데 그 때 마다 절대자나 초월적 존재에 맡겨 버리는 것이 나약한 사람들의 심리이다. 그런 심리를 잘 파악한 문구가 아마도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준다”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준다”라는 문구는 위의 전광판 광고에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유명기도처로 알려져 있는 곳은 예외 없이 오래 전 부터 그런 말이 전해져 내려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예 노골적으로 써 놓은 곳도 있다. ‘한가지 소원’을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 하였다.
팔공산 갓바위는 전국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기도처이다. 특히 조계종의 총무원 직영사찰로서 분담금 수입이 많은 곳이라 한다. 또 수능시험일 다가 오면 뉴스에 단골로 방송되는 대표적 기도처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도 한사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팔공산 갓바위
정성을 다해빌면 한가지 소원을 이루어주는 팔공산 갓바위.
사진 ; http://kr.gugi.yahoo.com/gugigirls-column-view/3013/40156/
부산의 해동용궁사 역시 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문구를 커다란 바위에 새겨 놓았다.
해동용궁사
사진http://shlim1219.tistory.com/104?srchid=BR1http%3A%2F%2Fshlim1219.tistory.com%2F104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전통사찰관광종합정보’라는 사이트에서 보리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 하고 있다.
“보리암은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주는 영험스럽고 자비스런 기도 도량입니다. 사람들은 소원을 기원하기 위해 기도하러 보리암을 찾습니다. “
(http://koreatemple.co.kr/korea_temple/traditional_temple/history/view.asp?category_id=7&content_id=805&temple_seq=1231)
이처럼 바위에, 입간판에, 사찰소개 사이트에 쓰여져 있는 “한가지 소원을 반드시 이루어지라”라는 말은 방송에서도 듣는다.
bbs불교방송에서 가장 청취율이 높은 아침과 저녁 시간대에 아나운서가 멘트하는 “광주XX정사 부처님은 생불산에 화현 하시어...”로 시작 되는 광고를 들으면 거기에서도 ‘한가지 소원’이야기가 나온다.
기복(祈福)과 기도(祈禱)
한가지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복을 비는 ‘기복(祈福)’이다. 이처럼 복을 비는 ‘기도’는 전국의 어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다. 그런데 왜 ‘기도라 할까.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뜻의 불공(佛供)이라는 예로 부터 전해져 오는 좋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유일신교에서나 사용하는 기도라는 명칭을 사용 할까.
사찰에서 “불공 드린다”고 말하지 않고 “기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 불교가 ‘기복불교’임을 대내외적으로 선포 하는 말이라 볼 수 있다. 기도의 사전적 의미가 “사람이 하느님, 신, 초월적 영역, 초자연적 세력 등 신성하거나 거룩한 존재와 대화하는 행위”를 말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준다라는 말은 기복중에서 ‘가장 기복적인’ 말이다.
일반적으로 기복의 대명사라 불리우는 유일신교에서 조차 이런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교회에서 “우리 교회는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준다”라든가, 성당에서 “우리 성당에서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준다”라고 광고하는 것과 같은 문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찰에 가면 바위 위에, 입간판에, 심지어 대형옥외광고판에,더구나 방송에서도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 줍니다”와 같은 문구가 등장하였다. 그러다가 한가지 소원도 못 들어주었다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할것인가.
기복만 추구하며 유명기도처만 찾아 다니던 사람이 결국 “교회에 앉아 있더라”는 말을 듣는다. 기복만 추구 하였을 때 ‘기복의 왕’이라 볼 수 있는 교회나 성당에 앉아 있게 된다는 말이다.
기복만 추구하는 한국불교의 미래는 어둡다. 더구나 노골적으로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 드립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가 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불교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고 말하는 것일까.
가장 불교다운 불교는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 줍니다”와 같은 말은 자력으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가 유신론적이고 타력적인 기도와 기복으로 인하여 이 세상 어느 종교 보다 가장 기복적이라는 것을 만방에 선포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가장 불교다운 불교는 무엇일까.
더 이상 바라지 않는 것이다. 바라고 집착하기 때문에 고통이 생기고 윤회한다고 하였다. 더 이상 바라지 않는 삶을 살아 갈때 해탈과 열반을 실현 할 수 있다고 부처님은 말씀 하셨다. 가장 불교다운 불교는 바라지 않는 것이다.
2010-12-0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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