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모든 니까야(Nikaya)의 공통된 특징은

담마다사 이병욱 2011. 1. 7. 21:26

 

 

 

모든 니까야(Nikaya)의 공통된 특징은

 

 

 

 

공덕은 없다” VS “공덕은 있다

 

양무제가 달마대사에게 질문하였다.

 

짐이 왕위에 오른 이래로 절을 짓고,

불상을 조성하고, 탑을 세우고,

사경(寫經)하고,

승려들을 출가시키는 일을 수없이 했는데,

어떤 공덕이 있습니까?”


달마대사가 대답했다.

 

아무런 공덕이 없습니다(無功德)”

 

양무제와 달마대사의 대화내용이다. 달마대사는 왜 아무런 공덕이 없다고 했을까.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의 주석에 따르면 달마대사가 양무제에게 보시한 공덕이 없다고 대답한 것은 보시했다는 아상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부처님은 무엇이라 하였을까. 초기경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라자가하의 영취산에 계셨다. 그때 마가라는 브라흐민 청년이 부처님을 찾아 왔다. 그는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고따마 존자님, 저는 시주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보시를 하고 재정적으로 후원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요청에 귀를 잘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나는 올바르게 재물을 벌어서 바르게 벌어들인 이익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고따마 존자님, 저의 이와같은 보시에 의해 많은 공덕을 쌓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젊은 브라흐민이여, 누구든지 남에게 관대하고 구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고 남에게 너그럽게 베풀면 많은 공덕을 얻게 됩니다.”

 

(숫따니빠따 3 5, Magha sutta)

 

 

숫따니빠따의 마가숫따에서 브라흐민 마가가 부처님에게 자신이 지은 보시등에 대하여 공덕을 쌓는 것인지 묻는 장면이다.

 

만약 달마대사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아무런 공덕이 없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많은 공덕을 얻게 될 것이라 말한다. 일아스님은 이에 대하여 부처님의 사유방식은 항상 현실을 직시하고 ,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꿰뚫고, 전혀 수식이 없는 간단명료한 답변을 주셨다고 주석에 써 놓았다.

 

이처럼 부처님은 질문자의 근기에 따라, 수준에 따라 현실적인 가르침을 주셨는데 이는 초기경전에 그대로 확인 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초기경전에서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의 특징은 무엇일까. 한권으로 읽는빠알리 경전을 참고 하였다.

 

니까야의 공통된 특징은

 

부처님의 원음이 담겨 있는 초기경전을 니까야(Nikaya)라 한다. 니까야란 모음이라 뜻이다. 현재 빠알리 경전에는 다섯니까야가 있다. 각각의 니까야에는 수 많은 경(sutta)이 있는데, 문자적 의미인 숫따는 이나 이라는 뜻으로서, 마치 보석에 실을 꿰듯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께 꿰어 묶는다는 뜻이다.

 

그런 빠알리 니까야는 2,500여 년 전 인도 비구와 비구니 승단, 그리고 그 주변의 많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가르침이다. 그런 모든 니까야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일까.

 

부처님의 일거수 일투족

 

첫째, 부처님의 일생, 가르침, 부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하게 볼 수 있다. 부처님의 삶과 수행, 사상, 견해, 사유방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용의 가르침이다.

 

사유방식의 비슷한 면

 

둘째, 부처님의 사유방식의 비슷한 면을 발견한다. 현실을 직시하는 사유방식, 중도적인 견해를 잃지 않는 태도, 선명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가르침 방식, 사람들을 대함에 자비로 대함, 진리를 꿰뚫어 보는 바른 통찰력 등을 볼 수 있다.

 

되풀이와 수 없는 반복

 

셋째, 전형적인 문구의 되풀이, 반복이 수없이 이어진다. 이것은 구전으로 외우기 쉽게 정형구가 생겼을 것이다.

 

서론과 결론의 정형구

 

넷째, 모든 경들은 전형적인 서론과 결론부분에 똑같은 정형구를 갖는다. 서론에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가 나오고, 어느 때 부처님이 어디에 계셨다, 그리고 누가 누구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론에서 똑같은 정형구로 끝난다.

 

다양한 가르침의 장소

 

다섯째, 다양한 가르침의 장소 : 승원, , 길가, 강변, , 회당, 동산, 불을 섬기는 사당, 재가의 집, 마을, 브라흐민 장원, 여러 다른 나라들 등 다양한 곳에서 가르침이 이루어진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설법하심

 

여섯째, 다양한 사람들에게 설법하심 : , 왕비, 왕자, 대신, 왕족, 부유한 장자, 브라흐민, 다양한 교단의 수행자들, 상인, 마을사람, 여인, 젊은이, 촌장, 노예, 가장, 창녀, 과부, 노인, 비구, 비구니 등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설법의 대상이었다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의 보편성 혹은 타당성을 나타낸다.

 

수행을 위한 가르침

 

일곱째, 많은 경전들이 수행을 위한 가르침으로 되어 있다.

 

청법을 거절치 않으심

 

여덟째, 청법을 거절치 않으심 : 부처님은 어느 경우에도 어느 누구라도 가르침을 청하면 거절하지 않고 구구절절 간곡하고 자상하게 자비심으로 가르침을 주셨다. 심지어 열반하시기 전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아난다는 부처님을 위하여 면담을 청하는 사람을 거절하였지만,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가르침을 들으려는 사람을 막지 말라고 하시고 그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셨다.

 

수준에 맞게 설법하심

 

아홉째, 수준에 맞게 설법하심 : 부처님은 사람의 수준에 따라서 쉬운 가르침부터 차례대로 점차적으로 가르치셨다.

 

남의 비방만 듣고 질책하지 않음

 

열째, 만약 어떤 사람이 상대방의 비난을 부처님께 말하면 부처님은 그 상대방 되는 사람을 그냥 나무라지 않으셨다. 반드시 본인에게 직접 정말 그런 말을 하였는지,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확인한 후 말씀을 하셨다. 억울한 일이 없도록, 남을 모함하지 않도록 옳고 그른 것을 확실히 하셨다. 남의 비방만 듣고 질책하시는 일은 없었다.

 

대화체의 가르침

 

열한번째, 대화체의 가르침 : 비구 승가대중에게 설법할 때를 제외하고 많은 경우 대화체의 가르침을 주신다. 주입식이 아닌 대화체의 가르침으로 상대방의 이해 정도를 짚어보고, 그 다음 가르침을 주시는 부처님의 뛰어난 식견과 통찰력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음

 

열두번째, 극단에 치우치지 않음 : 부처님의 가르침은 극단에 흐르지 않고 온건하고 부드럽고 자비가 넘쳐 흐른다.

 

 

 

 

 

 

 

 

기원정사

A General View of Jetavana

사진 : http://www.jetavana.org/jv-3.htm

 

 

 

 

이상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의 말미에 소개된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특징이다. 특히 여섯번째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설법하심을 보면 화엄경의 입법계품과 비교 된다.

 

선재동자의 구도행각

 

화엄경은 대승불교의 경전에서 가장 수승한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화엄경에서 선재동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구도여행을 떠나는데 모두 53명의 선지식을 만난다. 

 

그 내용을 보면 보살이 다섯(문수관음정취미륵보현보살), 비구 5(덕운해운선주해당선견비구), 비구니 1(사자빈신비구니), 우바이 4, 장자 9, 거사 2, 천신 1, 여신 10, 천녀 1, 바라문 2, 선인 1, 2, 선생 1, 동자 3, 동녀 2, 뱃사공(船師) 1, 외도 1, 유녀(狀女) 1, 싯닫타 태자비 1, 태자모 1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인물들은 역사적으로 실재하였던 인물은 아니다. 이들로 부터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서 설정된 인물들이다. 이제열법사의 글(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인물 http://bud.buddhapia.com/view/contents.asp?m_seq=99983514)에 따르면 문수보살을 만나서는 열가지 믿음(十信)을 얻게 되고, 덕운비구등을 만나서 열가지 마음 머무는 법(十住)을 얻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묘각의 법을 얻는 것으로 깨달음을 성취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보살이나 비구 뿐만아니라, 어린이, 뱃사공, 심지어 창녀한테도 가르침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화엄경에서 선재동자는 세상속으로 들어가 구도행각을 통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접촉함으로서 배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니까야로 여행을

 

그러나 니까야에서 묘사된 부처님은 거꾸로 다양한 사람들을 접촉함으로서 가르침을 폈다는 사실이다. 가르침을 펴는 대상에 왕과 왕비, 비구와 비구니, 재가불자, 과부, 여인, 심지어 창녀까지 있었는데 모두 부처님당시 실존 인물들이다.

 

이런 여려 부류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근기에 맞게, 수준에 맞게 설법하는데, 처음에 보시지계와 같은 쉬운 가르침부터 시작하여 이해정도에 따라 점차적으로 어려운 가르침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가장 마지막 단계의 가르침을 사성제로 보고 있다. 

 

이런 면으로 보았을 때 대승불교는 여러사람들을 접촉하여 그들로 부터 가르침을 배우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지만, 초기불교에서는 이미 부처님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베풀어 놓았기 때문에 따로 구도행각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가르침을 찾아 먼길을 떠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가르침을 모아 놓은 니까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2011-01-0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