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부자가 천국에 가기 힘든 이유, 12연기와 갈애

담마다사 이병욱 2011. 3. 24. 18:43

 

 

부자가 천국에 가기 힘든 이유, 12연기와 갈애

 

 

크리스천친구

 

사회에서 만난 사람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해관계로 만남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금방 헤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이해관계로 만난 사람들은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과 관련하여 만났던 수 많은 사람중에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믈다. 그런 사람중에 한 사람한테 연락이 왔다.

 

그는 일과 관련하여 여러차례 만났다. 일을 주는 의 입장과 일을 해주는 의 입장에서 만났지만 나이가 비슷하고, 더구나 동향이어서 대화가 통하였다. 그런 그는 크리스천이다. 일곱살 때 부터 교회를 다녔다고 하니 골수 기독교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아는 그는 열린 기독교인이다.

 

오랜만에 만난 그와 저녁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나누는 이야기는 언제나 종교이야기이다. 그는 주로 기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본인은 불교관련 이야기를 하지만 의견충돌은 없다. 열린마음으로 경청해 주는 분위기어서일까 기독교에 대하여 몰랐던 많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천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천국에도 계급

 

크리스천들은 죽어서 천국에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듯 하다. 지금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아도 열심히 믿고 헌금하면 반드시 천국에 태어나리라는 확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천국에도 계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같은 과장이라도 고참과장도 있고 신참과장도 있듯이, 천국 또한 우리 인간세계처럼 층층별로 서로 다른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는 서로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라 한다.

 

예를 들어 수십년간 헌신해 온 사람들의 믿음과 지금 죽음에 임박하여 믿음을 갖게 된 사람에 대한 차별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상에서는 높은 계급과 낮은 계급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는 불교천상을 연상케 한다.

 

불교천상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욕계천상(6), 색계천상(16),무색계천상(4) 이렇게 26개의 천상이 있다. 그리고 모두 수명이 있어서 때가 되면 다른 세계에 태어나야 한다. 이처럼 윤회하는 불교천상과 달리 기독교의 천국은 한 번 들어가면 영원하다고 한다. 이는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극락(極樂)’을 연상시킨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은 어떤 곳일까. 능행스님의 글에 따르면 극락은 윤회가 없는 즐거움만 있는 곳이며, 한 번 그곳에 태어나면 아미타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수 있고 마침내 성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기독교의 천국이나 대승불교의 극락의 공통점은 모두 영원히 살 수 있고 또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같은 극락이라도 공덕에 따라 계층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하였는데, 기독교의 천국은 공덕에 따라 계층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 힘든 이유

 

기독교 천국에서는 왜 계층이 존재할까. 이에 대하여 그에게 물어보자 그럴싸한이유하나를 들었다. 그것은 헌금과 관련된 것 이었다.

 

헌금을 낼 때 가난한 자와 부자가 낸 헌금이 서로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비율이라 한다. 즉 가난한 자의 재산이 1,000만원이라 할때 그가 100만원의 헌금을 내었다면 10%를 낸 것이다. 그런데 100억원을 가진 부자가 1억원을 헌금하였을 때 가난한 자 보다 무려 100배를 많이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재산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난한 자는 죽어서 천국에 갔을 때 좀 더 넓은 방을 배정받게 되고 지위도 높아지지만, 부자는 당연히 내야할 헌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방을 배정받게 되고 지위도 낮게 된다고 말한다. 심지어 천국에 들어가지 못 할 수 도 있다고 한다.

 

기독교에서 천국에 못가면 그 즉시 지옥이라 하는데, 지옥 역시 천국과 마찬가지로 한 번 떨어지면 영원히 고통받아야 한다. 따라서 기독교의 속담에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그런 연유로 나왔다고 설명한다.

 

끔찍한천국

 

이처럼 천국에 들어가도 계층과 계급이 존재하는데 문제는 영원히 그렇게 산다는 것이다. 살아 생전에 공덕을 쌓은 결과로서 천국에서의 계층은 인정된다 치더라도 그 상태로 영원히 산다는 것은 매우 불공평한것이다.

 

지옥이라면 모두다 고통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공평할지 모르지만, 천국에도 계급이 있어서 윗사람을 모시고 영원히 살아간다면 그상태가 바로 지옥일 것이다. 이에 대하여 그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하나님의 영역은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말만 할 뿐이다.

 

기독교의 내세관은 철저하게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어지는 이분법적 논리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 한다. 따라서 의심을 하면 아무 것도 될 수 없기 때문에 아무 의심없이 철저하게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천국이 계층이 존재하고 비록 늘 행복만 넘치는 세계일지라도 영원히 그런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일이다. 그런 면으로 본다면 초기불교의 열반의 추구야말로 진정한 고통의 해결방법이라 볼 수 있다.

 

불사(不死)의 문과 역류도(逆流道)

 

불교의 열반은 다시 나고 죽는 일이 없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한 존재가 완전히 소멸되어 더 이상 윤회하지 않게 되었을 때 고통은 끝이 난다. 따라서 열반은 결코 상락아정( 常樂我靜 )’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이 깨달았을 때 불사(不死)의 문을 열었다고 말한다.

 

불사의 문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부처님은 세상의 흐름과 반대로 갈 것을 말하였다. 누구나 추구하는 식욕, 색욕, 안락욕, 재물욕, 명예욕과 같은 감각적 욕망을 멀리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역류도(逆流道)라 한다.

 

부처님은 무조건적인 믿음이나 헌금을 많이 가져다 바치면 천상에 태어 날 수 있다고 말씀 하지 않았다. 또 죽어서나 완성되는 저 세상에 대하여 말씀 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現法, now and here)에서 있는 그대로 볼 것(여실지견)’을 말씀 하였다.

 

그렇게 해야만 고통의 소멸에 이를 수 있고, 다시 나고 태어남이 없는 불사의 문으로 들어 갈 수 있다고 말씀 하였다. 그런 불사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가장 수승한 가르침이 연기법일 것이다.

 

모곡사야도의 12연기 사이클

 

부처님이 설한 연기법은 12연기로 정리된다. 사성제가 고통의 원인과 소멸이라는 2지연기라면, 12연기는 좀 더 구체적으로 12가지 항목으로 설명하는 데, 이를 다른 말로 12지연기라고도 한다. 그런 12연기는 윤회의 발생원인과 소멸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불사로 들어 가는 문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심오한 12연기는 하나의 도표로도 설명된다. 빠알리 삼장에 통달한 미얀마의 모곡사야도(Mogok Sayadaw, 18991962)가 만든 12연기 싸이클은 다음과 같다.

 

 

 

 

 

 

 

모곡사야도의 12연기 사이클

출처 ; http://cafe.daum.net/vipassanacenter

 

 

 

 

12연기와 갈애

 

이 사이클안에 윤회의 원인과 소멸구조가 모두 설명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이클에 대하여 부처님은 초기경전에서 다음과 같이 설하셨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사왓티의 기원정사에 계셨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연기에 대하여 설하리라. 연기란 무엇인가?

 

 

어리석음이 있기 때문에 형성이 있으며,

형성이 있기 때문에 의식이 있으며,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이름과 모양이 있으며,

이름과 모양이 이 있기 때문에 여섯감각기관이 있으며,

여섯감각기관이 있기 때문에 접촉이 있으며,

접촉이 있기 때문에 느낌이 있으며,

느낌이 있기 때문에 갈애가 있으며,

갈애가 있기 때문에 집착이 있으며,

집착이 있기 때문에 존재가 있으며,

존재가 있기 때문에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이 있기 때문에

늙음 죽음, 슬픔, 한탄, 고통, 불쾌, 절망이 있다.

이와 같이 해서 괴로움의 전체 덩어리가 일어난다. 이것을 연기라 한다.

 

 

그러나 어리석음이 없으면 형성이 없으며,

형성이 없으면 의식이 없으며,

의식이 없으면 이름과 모양이 없으며,

이름과 모양이 없으면 여섯감각기관이 없으며,

여섯감각기관이 없으면 접촉이 없으며,

접촉이 없으면 갈애가 없으며,

갈애가 없으면 집착이 없으며,

집착이 없으면 존재가 없으며,

존재가 없으면 태어남이 없으며,

태어남이 없으면

늙음 죽음, 슬픔, 한탄, 고통, 불쾌, 절망이 없다.

이와 같이 해서 괴로움의 전체 덩어리가 소멸한다.”

 

(상윳따니까야: 12 니다나 상윳따1, 일아스님의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에서)

 

 

이 것이 부처님이 설하신 12연기이다. 늙음 죽음, 슬픔, 한탄, 고통, 불쾌, 절망을 소멸하고 다시는 나고 죽는 일이 없는 불사의 문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부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였다. 그것은 갈애의 극복이다. 갈애의 극복이야말로 윤회를 벗어나는 길이다. 그런 갈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갈애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갈증, 갈망, 근원적인 인간의 욕망을 말한다.”

 

 

 

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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