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핀 벚꽃
벚꽃이 피었다. 매년 이맘 때 쯤 벚꽃을 관찰하지만 그해의 날씨에 따라 약 1주일 정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분명한 사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갈수록 벚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디카로 촬영된 벚꽃의 개화시기를 보면 2009년의 경우 4월 7일이었다. 하지만 금년의 경우 늦추위에 따라 1주일 가량 늦게 개화하여 이번 주말이 절정인듯 싶다.
도시에서 벚꽃은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전령사와 같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있지만 도시의 가로를 화사하게 수 놓는 벚꽃만은 못할 것이다. 벚꽃이 핀 가로를 보면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지난 해 11월 말 낙엽이 일제히지고 난 후 거의 5개월 만이다.
낙엽지 진 도시는 삭막하기 그지 없다. 보이는 것은 온통 회색빛이고, 각진건물에 선으로 된 도로 뿐이다. 날씨는 춥고 거기에다 바람까지 불면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자들은 을씨년스런 겨울날씨만큼이나 겨울나기가 몹시 힘들다. 이럴 때 꽃이 피기 시작하면 도시는 활기가 넘친다. 가진것이 별로 없는 자들도 이럴 때만은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춥고 힘들고 어려운 겨울을 용케 넘기고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이다.
살아 남은 자들에게 있어서 봄은 축복과도 같다.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은 내년에도 이 봄을 만끽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겨울을 버텨내고 따스한 봄볕에, 얼굴을 스치는 봄바람에 벚꽃에 취해 본다면 바로 지금 여기서 느끼는 것에 다른 무엇이 생각날까. 그래서 부처님은 바로 여기에 충실하면 근심과 걱정이 없다고 하였다. 초기경전에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다.
얼굴빛이 평온한 이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사왓티의 기원정사에 계셨다. 그때 하늘신이 부처님 앞에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깊은 숲속에 사는
평화롭고 청정한 수행자는
하루 한끼만 먹는데도 어떻게 얼굴빛이 그렇게 평온합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는 미래를 열망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기 때문에
얼굴빛은 그렇게 평온하다네.
오지 않은 미래를 열망하고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낮에 잘린 푸른 갈대처럼
그렇게 시든다네”
(상윳따 니까야 :1 데와따 상윳따 1: 10, 일아스님의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에서)
부처님은 마음이 항상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행복하지만, 마음이 과거에 가 있으면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하여 후회와 회한이고, 마음이 미래에 가 있으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근심과 걱정뿐이라고 하였다.
개나리, 진달래를 시작으로 이제 벚꽃까지 화려한 꽃잔치가 시작 되었다. 이번 주말 ‘디카’들고 서울대공원에 벚꽃이나 찍으로 갈까나.
2011-04-1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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