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관광이 될 것인가 순례가 될 것인가, 중국여행을 떠나며

담마다사 이병욱 2011. 5. 18. 08:05

 

 

관광이 될 것인가 순례가 될 것인가, 중국여행을 떠나며

 

 

 

중국 동관에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목적지는 중국이다. 56일 일정으로 떠나는 중국여행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중국에 처음 간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일때문에 동관시로 떠난 여행이었다. 동관은 심천 바로 위에 있는 도시로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우는 중국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이다.

 

그 때 당시 두 차례 갔었는데, 처음에 1주간, 두번째 2주간 현지공장의 숙소에서머물렀다. 그 때 보고 느낀 점을 여러차례 블로그에 올려 놓았었다. 그 중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중국 광동성 동관 체류기] 동관의 거리 풍경—2006/7/7

[중국 광동성 동관시]  대만의 중국현지공장 에서 느낀 단상—2006/7/10

[중국 동관에 와서] 접대문화—2006/7/27

 

 

이번 두 번째 떠나는 중국여행은 5년만에 외국에 나가는 것인데, 일 때문이 아니라 관광겸 순례가는 것이다. 처음으로 자비로 여행을 하는 셈이다. 이런 여행이 가능한 이유는 사업자로서 자유롭게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여행 일정

 

이번 여행은 패키지로 떠나는 여행이다. 모두 10명이 떠나는데, 4명은 불교교양대학 같은 기수의 도반들이고, 나머지 6명은 영남팀이다. 영남팀의 경우 스님 1명이 포함되어 있는데 같은 절에 다니는 신도들이라고 한다.

 

10명이 모두 불교인이기 때문에 사찰순례내지 성지순례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여행사에 보내 준 여행일정을 보니 대부분 불교유적과 관계가 있는 곳이다.

 

 

날자

 

불교관련

 

5 18

정주로 이동

 

 

2.7 기념탑 관람

관광

 

5 19

운대산(홍석협, 담폭협)

관광

 

5 20

하남성 박물원

관광

 

상성유적지

관광

 

소림사

순례

선종의 발상지

5 21

용문석굴

순례

 

향산사

순례

 

백마사

순례

중국최초의 절

5 22

진시황릉, 화청지

관광

 

5 23

서울로 이동

 

 

 

 

 

 

 

 

 

 

소림사 달마좌상(摩坐)

사진 http://baike.baidu.com/view/1761.htm#2

 

 

 

 

일정을 보니 반은 관광이고, 반은 순례인 것을 알 수 있다.

 

4대성지의 경전적 근거

 

원래 인도여행을 가고 싶었다. 불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성지인데, 마음만 있을 뿐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일정이 너무 길고, 비용또한 많이 들어서 선뜻 나서기 어려운 또한 인도성지 순례가 힘든 이유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한 번 들러 보아야 할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메카를 일생에 있어서 한 번쯤 반드시 순례해야 하듯이 불자들 역시 방문해야 할 성지가 있다. 보통 불교의 4대 성지라 하는데, 4대성지를 방문해야 할 경전적인 근거가 있다.

 

초기경전에서 아난다 존자가 부처님 사후에 비구들의 마음을 고무하기 위하여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그러자 부처님이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아난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신심을 가지고 방문해야 할 네 곳이 있다.

이곳들은 간절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곳이다.

 

-여기는 여래가 태어나신 곳이다.

이곳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신심을 가지고 방문해야 할 곳이다.

 

-여기는 여래가 위없는 깨달음을 얻으신 곳이다.

이곳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신심을 가지고 방문해야 할 곳이다.

 

-여기는 여래가 진리의 바퀴를 처음 굴리신 곳이다.

이곳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신심을 가지고 방문해야 할 곳이다.

 

-여기는 여래가 열반하신 곳이다.

이곳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신심을 가지고 방문해야 할 곳이다.

 

아난다.

이 네 곳이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신심을 가지고 방문해야 할 곳이다.

 

(디가니까야:16  마하빠리닙바나경 5:7-8, 일아스님의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에서)

 

 

경에서 부처님은 사대성지를 방문해야 할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부처님이 탄생한 룸비니(Lumbini), 부처님이 위 없는 깨달음을 얻은 곳인 보드가야(Bodhgaya),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한 곳인 사르나트(Sarnath), 부처님이 열반에 든 꾸시나라(Kusinara) 이다. 이처럼 불교의 4대 성지를 방문해야할 경전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부처님의 사후에 믿음을 가진사람들이 신심을 가지고 방문해야 할 곳으로 탄생지, 성도지, 초전법지, 열반지를 방문해야 할 곳으로 지정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성지순례가 반드시 인도의 4대성지만을 뜻하지 않는 것 같다. 불교방송의 성지순례광고에 따르면 전통사찰이 있고 불상이 모셔져 있으면 티벳도 성지이고, 미얀마도 성지이고, 중국도 성지이고, 심지어 일본도 성지라고 한다.

 

이제 성지라는 말이 일반화 되어서일까 국내 사찰순례하는 것도 어느 사찰 성지순례라는 용어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방문하는 소림사, 용문석굴, 향산사, 백마사도 성지에 들어가는 것일까.

 

관광여행, 순례여행, 구도여행

 

여행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관광여행이고, 또 하나는 순례여행이고, 마지막으로 구도여행이다. 이중 관광여행은 보통사람들이 즐기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이다.

 

순례여행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신심을 고취하기 위하여 가는 여행이다. 이슬람교도의 메카순례나 기독교도의 예루살렘 순례, 불교도들의 4대 성지순례 같은 것이다.

 

하지만 구도여행은 이와 다르다. 구도여행은 목숨을 걸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순례라 볼 수 있다. 현장스님이나 혜초스님의 인도순례 같은 것이다. .

 

현대인들 중에서도 구도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인도대륙을 맨발로 다니면서 몇 달에 걸쳐 여행하는 것이다. 이런 여행과 4성급 호텔에서 맛사지를 받아 가며 편안하게 여행하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여행코스는 관광반 순례반이기 때문에 구도여행은 아니다. 하지만 스님을 포함하여 모두 불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의 여행과는 차별이 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관광이 될 것인가 순례가 될 것인가

 

어제 부터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갔다고 한다. 안거란 생사의 미망에서 벗어나 대각을 이루고자 부단히 정진하는 것이라고 용문선원장 의정스님은 불교관련 인터넷 신문(비림의 용문선원, 안거에 들다) 에서 말하였다. 또 안거가 끝나면 만행을 하게 되는데, 이는 자기가 공부한 것을 시험 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만가지 경계를 시험하기 때무에 만행이라 한다. 따라서 수행을 바르게 하지 못하면 경계를 만났을 때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도 만행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번 여행이 관광이 될 것인가 순례가 될 것인가는 육근을 어떻게 하는가 달려 있다.

 

눈으로 형상을 즐기고, 귀로 소리를 즐기고, 혀로 맛을 즐기기는 등 육근이 시키는 대로 즐긴다면 관광이 될 것이고, 마음을 챙기고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순례가 될 것이다.

 

과연 이번 여행이 관광이 될 것인가 아니면 순례가 될 것인가.

 

 

 

2011-05-1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