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5박6일간의 천상체험, 중국여행과 제행무상(諸行無常)

담마다사 이병욱 2011. 5. 23. 22:20

 

 

56일간의 천상체험, 중국여행과 제행무상(諸行無常)

 

 

 

5 18일 중국 정주공항에 내리자 날씨가 후꾼 하였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36도 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대부분 반팔차림이다. 정주가 내륙에 위치 해 있고 우리나라 보다 위도가 아래에 있어서 일 것이다.

 

자비를 들여 관광목적으로 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행팀은 스님을 포함하여 모두 10명인데, 이중 대다수가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반은 아는 사람들이고, 반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불교라는 인연으로 만났기 때문에 금방 친해 질 수 있었다.

 

가이드옆에 따라다녀야

 

56일 일정으로 돌아 본 중국여행에서 가이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입국에서 출국까지 모든일정을 도맡아 하며, 여행객들로 하여금 불편함이 없도록 책임져 주는 가이드는 여행에 있어서 필수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런 가이드는 우리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교포이었다.

 

자신을 조선족 교포3세라고 소개한 가이드는 30대중반의 남자로서 미니버스에 타자마자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 내었다. 가장 먼저 중국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머물게 될 하남성과 정주시에 대하여 소개 하였다.

 

 

 

 

 

 

 

 

 

 

 

정주시

하남성의 성도로서 인구가 대략 천만이라 한다.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할 때 가이드의 중요성을 몰라 듣기만 하였으나, 다음 날 부터 가이드의 말을 놓치지 않고 메모하였다. 그리고 못듣거나 불확실하게 이해한 사항에 대하여 재차 묻곤 하였다.

 

가이드없는 여행을 상상할 수 있을까. 미국이나 유럽이라면 모를까 중국의 경우 가장 먼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또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주는 사람이 가이드이고, 동시에 중국의 역사와 문화, 사회제도등에 설명해주는 해설사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이드는 여행객들의 수발은 물론 해설사역할까지 하는데, 늘 일정을 함께 하기 때문에 친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헤어질 때는 모두 아쉬워 하고 기회가 되면 훗날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기도 한다.

 

가이드 옆에 따라다니면 듣는 것이 많게 된다. 남의 나라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잘 모르는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비로소 이해 하게 되는데, 이는 단지 경치나 보고 구경이나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모두 가이드의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보고 들음으로서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적정인원은

 

이번 여행팀은 모두 10명이었다. 그런데 돌아 다녀보니 10명이 최적의 인원임을 알았다. 10명이 적합할까.

 

여행사의 상품내용을 보면 최대 15명까지 되어 있으나 10명 이내가 적합한 이유는 첫째로 식사를 할 때 둥그런 테이블에 최대 10명이 앉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11명 이상이 되면 의자를 더 붙여야 되는데 식사하기에 옹색하다는 것이다.

 

 

 

 

 

 

 

중국식 식사 테이블

 

 

 

두번째로 미니버스로 이동할 때 짐이 차지 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10명 이상이 타면 비좁은 듯한 느낌이 난다. 10명 이내이면 통솔하기도 쉽고, 의사소통도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10명이내가 적합한 인원임을 알게 되었다.

 

집에 가고 싶지 않다

 

이번 여행팀은 9명이 불자이고 나머지 1명은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다. 친구따라 함께 온 타종교인은 불교에 이해가 깊어서 명예불자로 지칭할만하다.

 

대부분 불자로 이루어져 있는 여행팀에서 매일 함께 식사하고, 함께 다니다 보니 친해지지 않을래야 친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법우들의 면면을 보니 모두 행복한 모습이다.

 

특히 처음으로 외국여행을 한 어느 법우님은 지금 이 상태가 너무 행복하다고 감격해 하였다. 그 동안 너무 힘들게 살았는데, 마치 천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사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천상이 따로 없음을 느낀다. 4성급 호텔에 머물면서 아침이면 뷔페식 식사를 하고, 점심과 저녁은 중국식 또는 한식으로 밥을 먹으면서  먹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또 모든 수발을 들어주는 듯한 가이드가 있어서 신경쓸 일이 전혀 없다. 더구나 법우들과 한담을 하며 유유자적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즐거움 때문에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일을 하지 않고서도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여행인데, 이는 천상체험이라 할만한 것이다.

 

 

 

 

 

 

 

4성급호텔

 

 

 

하지만 여행일정을 소화할 수록 아쉬움은 커져 간다. 이런 즐거운 시간이 점차 줄어 가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우님들에게 집에 가고 싶느냐고 물어 보자 모두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우스게 소리로 말한다.

 

노고없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

 

노고없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계가 천상이다. 그런 천상은 어떤 곳일까. 기독교에서는 천국이라 하여 하나만 있는 것을 말하지만 불교의 천상은 급에 따라 여럿 있다. 모두 28개의 천상이 있는데, 이중 인간과 가까운 천상을 욕계6욕천이라 한다.

 

욕계6욕천은 빠알리어로 깜마와짜라-데와(kāmāvacara-deva)라 하여 욕계에서 가장 높은 세계이며, 말 그대로 감각적 욕망(kāma)’을 즐기는 천상세상이다. 보통 보시(dāna)와 지계(sīla)를 닦으면 태어난다고 한다.

 

여기에는 사대왕천(四大王天, Cātu-māha-rajikā), 삼십삼천(三十三天, Tāvatisa), 야마천(夜摩天, Yāmā), 도솔천(兜率天, Tusitā), 화락천(化樂天, Nimmāna-rati),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Paranimmita-vasa-vatti)의 여섯 하늘이 있다.

 

이중 타화자재천이 욕계6천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있는데, 수명 또한 가장 길다. 1600천상년으로서 인간년으로 따지면 무려 92억년을 산다고 한다. 그런 타화자재천의 특징은 무엇일까.

 

아비담마 논장에 따르면 타화자재천에 사는 천신들은 남에 의해서 창조된 것을 지배할 수 있는 천신이라 한다. 이는 바로 아래 천상의 화락천과 비교 된다.

 

화락천의 천신들은 정신적인 힘으로 자기 원하는 감각적욕망의 대상을 창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타화자재천은 자기 스스로 욕망의 대상을 창조 하지 못하지만 시종들이 창조해 주는 것을 지배 하고 제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 임박하면 왜 두려움에 떨까

 

여행지에서의 천상과 같은 생활은 남이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 때문에 타화자재천과 같은 천상체험일 것이다. 하지만 불교의 천상은 영원하지 않다. ‘제행무상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은 열반을 제외하고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천상에 사는 존재들은 수명이 다하면 내려 와야 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은 업대로 살지만, 천상의 존재는 수명대로 산다고 한다. 이는 인간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지만, 천상의 존재는 공덕을 많이 지었기 때문에 수명은 보장된다는 뜻이다.

 

천상의 존재들이 수명이 다 되었을 때 즉,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초기불교경전의 주석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고 한다.

 

 

첫째, 천신들의 몸에 장식한 꽃이 시든다.

둘째, 양 겨드랑이에서 땀이 난다.

셋째, 몸에 나쁜 색깔이 나타난다.

넷째, 신이면서 신의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한다.

(맛지마니까야 주석서 MA.iv.170)

 

 

천신들이 수명이 다하여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생기는 현상들이다. 장식한 꽃이 시든다든가, 거드량이에 땀이 나며 몸이 더러워지고, 빛나던 몸의 색깔도 어두워지고,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천신들은 예지력이 있어서 두려움에 떨게 되는데, 이는 다름 아닌 악처에 태어날 것을 내다 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천상에 살면서 보시와 지계등 새로운 공덕을 짓지 않고, 지은 공덕을 다 까먹었기 때문에 더 이상 천상에 태어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라 한다.

 

그럴 경우 인간으로도 태어나지 못하고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와 같은 사악도에 태어날 수 있는데, “범천에서 빛나더라도 돼지우리에서는 꿀꿀 거리네”라는 미얀마 속담이 이를 잘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56일간의 천상체험

 

중국에서 56일간 천상체험을 하였다.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수 있고, 바라는 것은 노고 없이 무엇이든지 되는 듯한 천상체험은 날자가 지나감에 따라 가져간 돈이 바닥나고 또 돌아올 날이 가까워 옴에 따라 첫날의 들떳던 분위기와 달리 점점 가라앉는 듯하였다. 다들 이런 생활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

 

 

 

 

 

운대산

 

 

 

하지만 천상의 존재는 수명대로 살듯이 여행 또한 일정을 마치면 되돌아와야 한다. 단지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다음 여행을 또 기약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이드는 여행에 대하여 여행을 떠날때의 설레임, 여행지에서 즐거움, 여행하고 난후의 추억이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소림사 공연

 

 

 

하지만 불교인이 보았을 때 여행은 천상체험이고, 이는 제행무상의 법칙에 따라 즐거움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진정한 즐거움은 무엇일까. 그것은 부처님이 45년간 설하였던 해탈과 열반일 것이다.

 

해탈과 열반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이고 진정한 행복이라면, 불자들은 무상하지 않은 천상에 나는 것을 바랄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가르침을 주신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삶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2011-05-2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