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여행지에서 라따나경(Ratana sutta, 보배경, 寶石經) 외우기

담마다사 이병욱 2011. 5. 25. 16:11

 

 

여행지에서 라따나경(Ratana sutta, 보배경, 寶石經) 외우기

 

 

 

여행중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간혹 거래하는 업체에서 전화가 걸려 오지만 여행이 끝나면 보자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몇 군데 일할 거리를 놓쳤다. 모두가 바쁘기 때문에 1주일 가까운 기간을 참아 줄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월급생활자가 아닌 1인 사업자의 경우 기회가 한번 지나가면 끝이다. 하지만 기회는 다시 오고 새롭게 하면 된다. 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또 일거리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108배를

 

일에서 해방되어 일하지 않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철철 남아 돈다. 주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아침시간이다. 특히 아침시간이 그렇다.

 

잠에서 깨어나 아침식사를 하기 전까지 아침시간은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TV를 켜 보아도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 위주이기 때문에 소음에 가깝다. 이런 아침시간을 어떻게 해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여행지에서 아침시간을 대부분 의미없이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느 법우님의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불자답게보내는 분들도 있었다. 아침에 평소 하던대로 절수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3천배를 한 경험도 있고, 절수행하는 것이 몸에 배인 법우님은 호텔에서도 아침에 108 300배를 했다고 말을하기도 하였다.

 

여행지에서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림을 놓칠 수 있는데,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호텔에서 절수행을 하였다는 것은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과 의미와 같을 것이다.

 

라따나경(보배경) 외우기 도전

 

이번 여행을 하면서 준비한 것이 하나 있었다. 여유시간이 많을 것 같아 경전 외우기에 도전하고 싶어서 라따나경(보배경)’을 프린트 해 간 것이다. 라따나경은 빠알리어로 되어 있는데, 이를 통째로 외우려고 마음 먹은 것이다.

 

평소 Imee Ooi(黃慧音)의 라따나경음악을 매번 듣기 때문에 노랫가사와 내용은 익숙해져 있어서 외워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 가지고 있었을 뿐 몇년이 지나도 실행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번 여행기간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부담도 없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라따나경의 가르침에 빠져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탈 때 부터 1번 게송부터 외우기 시작 하였다.

 

외우는 머리와 기억력

 

경을 외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4천수경금강경을 외운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불교교양대학에 입교하여 금강경경전반을 다니고 있을 당시 두 경을 모두 외웠기 때문이다.

 

모두 한문으로 된 경을 외우는 것은 대단한 인내노력신심을 필요로 한다. 또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여 이를 성취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을 외우는데 있어서 반드시 머리가 좋다거나 기억력이 뛰어나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경의 구절을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 읽고, 자꾸 기억해 내려고 하다 보면 자동적으로 외워진다. 경을 외우겠다고 발심하여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치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을 보는 것처럼 경의 구절이 모두 기억나게 된다. 이때 대단한 기쁨과 환희심, 그리고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이렇게 한번 위우고 나면 이제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하여 매일 암송하거나 독송하게 된다. 이렇듯 이미 경을 외운 경험이 있어서 빠알리경전을 외우는 것 또한 비슷할 것 같이 외워 보기로 하였다.

 

라따나경을 선정한 이유

 

먼저 외워야 할 경을 선택해야 하는데, 주저없이 라따나경을 선정하였다. 이는 매일 듣는 음악 이기도 히자만, 경의 내용이 좋아서 선택하였다.

 

붓다와 담마와 성스런 상가에 대한 예경과 찬탄이 주된 내용인 라따나경은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고 공덕이 쌓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용의 대부분이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이고, 초기불교의 이념과 딱 들어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 라따나경은 테라와다불교 전통에서 예불문의 하나이고, 망갈라경(Mangala sutta, 행복경)과 멧따경(Metta sutta, 자애경)과 더불어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이라 한다.

 

라따나경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잘 담겨져 있고 또한 가장 고층의 경전으로 정평이 나 있는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다. 또 우리나라의 천수경과 같이 초보자와 입문자를 위하여, 그리고 독송용으로 만들어 놓은 쿳다까파따(Khuddaka patha, 小誦經)’에도 실려 있어서 경의 중요성을 알만 하다.

 

생짜, ‘우격다짐으로, ‘막무가내

 

모두 17개의 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는 라따나경을 이번 여행기간 동안 다 외울 수 없었다. 주로 아침시간을 활용하였는데, 10번 째 게송까지 외는데 그쳤다. 그렇다고 해서 앞서 외운 게송이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게송을 외우고 나면 앞서 외운 게송은 까맡게 잊어 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다시 보면 기억이 나곤 하는데, 이를 모두 기억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외우기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첫번째 게송을 외고, 두번째 게송을 욀 때 반드시 첫번째 게송을 포함하여 외우는 식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마지막 게송을 외울 때 첫번째 게송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모두 외우게 된다.

 

천수경과 금강경을 외울 때 사경한 원고를 이용하여 그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경우 각 게송을 개별적으로 왼 후 전 게송이 익숙해지면 모두 한 꺼번에 외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번 라따나경은 먼저 개별적으로 외우는 것 부터 시작 하였다.

 

라따나경을 외우면서 느낀 점은 한문경전을 외울때와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문경전의 경우 경의 내용이 한문에 들어가 있어서 대충 내용을 알고 외우는 것이 가능하지만, 라따나경의 경우 모두 빠알리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해석을 보고 나서 대충 그러하리라고 짐작하지만 단어가 뜻하는 내용을 알 수 없으니 생짜, ‘우격다짐으로, ‘막무가내로 외워야 한다.

 

이는 천수경에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울 때 만큼 난감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외우고 나서 뒤돌아서면 잊어 버리기 일쑤이다. 그것도 13개나 되는 게송을 외운다고 생각하니 한자로 이루어진 한문경전을 외우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내용일까

 

라따나경은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초기불교신봉자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져 있으나 그 가치를 아는 불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경의 내용을 보면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의 핵심이자 불교인이라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열반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열반을 실현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성자의 흐름에 들어가야 하는데, 수다원이 되기 위한 조건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열 번째 게송에서 부처님은 성자의 흐름에 들기 위한 조건으로서 다음과 같이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Sahāvassa dassanasampadāya                  사하-왓사 닷사나삼빠다-
Tayassu dhamm
ā jahitā bhavanti,                따얏수 담마- 자히따- 바완띠
Sakk
āyadiṭṭhi vicikicchitañca                      삭까-야딧티 위찌낏치딴짜
S
īlabbata vāpi yadatthi kiñci,                    -랍바땅 와-삐 야닷티 낀찌
Cat
ūhapāyehi ca vippamutto                       짜뚜-하빠-예히 짜 윕빠뭇또
Cha c
ābhihānāni abhabbo kātu                차 짜-비타--니 아밥보 까-
Idampi sa
ghe ratana paīta                  이담삐 상게 라따낭 빠니-
Etena saccena suvatthi hotu.
                     에떼나 삿쩨나 수왓티 호뚜

 

통찰을 성취함과 동시에,

존재의 무리에 실체라는 견해

매사의 의심, 계행과 맹세에 대한 집착의 어떤 것이라도,

그 세 가지의 상태는 즉시 소멸되고,

네 가지의 악한 운명을 벗어나고,

또한 여섯 가지의 큰 죄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참모임 안에야말로 이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로 인해서 모두 행복하여 지이다.

(라따나경 10번 게송, 전재성박사번역)

 

 

 

  보배경(ratana sutta) 전문.docx  보배경(ratana sutta) 전문.pdf

 

 

 

10번 게송에서 Sakkāyadiṭṭhi(삭까-야딧티)유신견(有身見)’을 말하고, vicikicchitañca(위찌낏치딴짜)는 법에 대한 의심’, Sīlabbata(-랍바땅)계율과 의식에 대한 집착(계금취)’을 말한다.

 

이처럼 나가 있다는 견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의심, 계율과 의식의 집착으로 인한 못된 수행방법을 타파 해야 성자의 흐름(수다원)에 들어 갈수 있는데,  수다원이 되면 아무리 방일하고 잘못이 있더라도 일곱생이내에 해탈하여 닙바나(열반)에 들어 갈 수 있다는 내용이 라따나경의 가르침이다.

 

이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만든 것이 라따나경인데, 이 경을 읽는 것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화되고, 신심이 나고, 환희가 느껴지는데 나만 그런 것일까.

 

다섯가지 마음의 장애

 

외국여행은 즐거움의 연속이다. 눈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혀로 맛을 즐기고, 맛사지로 감촉을 즐기는 외국여행은 기본적으로 육근을 즐기기 위한 것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육근만 즐기다보면 즐거움에 빠지기 쉬운데, 문제는 즐거운 일이 없을 때 이다.

 

즐거운 일이 없으면 몹시 따분하고 심심하고 권태로워진다. 그래서 눈으로 형상을 즐기고, 입으로 잡담을 하며 귀를 즐기고, 맛집을 찾아 냄새와 혀의 감촉을 즐기기 위하여 찾아 나선다. 그러다 보면 오로지 육근을 즐기기 위한 생활이 되어 버린다.

 

 

 

 

 

 

 

 

더구나 아무 하는 일이 없이 먹고,마시고, 노는 일에만 열중하다 보면 점점 갈증만 심해져서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갈애의 연속이 된다.

 

이처럼 여행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고, 즐길거리가 없을 경우 심심하고 권태로움에 어찌 할 줄 모르게 만드는데, 이와 같은 들뜸과 권태로움은 마음을 타락시키는 장애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들뜸과 권태를 포함하여 다섯가지 마음의 장애에 대하여 초기경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마음이 타락되면 마음은 유연하지 않고, 부드럽지 않고, 빛나지 않고, 부러지기 쉽고, 번뇌를 부수기 위해 바르게 집중을 하지 못한다. 무엇이 다섯가지 마음을 타락시키는 것인가? 감각적 욕망. 악한 마음, 게으름과 무기력, 흥분과 회한, 의심이다.

(상윳따니까야 : 46   봇장가 상윳따 33, 일아스님의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에서)

 

 

다섯가지 마음의 장애를 중국에서 오개(五蓋)’로 옮겼다. 그런 오개의 특징은 주석서에 따르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법을 일어나지 못하게 막고, 이미 일어난 선법을 지속하지 못하게 막는 정신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감각적 욕망(kāmāchanda), 악의(vyāpāda), 해태와 혼침(thīna-middha), ④ 들뜸과 후회(uddhacca-kukucca), ⑤ 회의적 의심(vicikichā)의 다섯 가지 장애(五蓋, pañca-nīvaraa)는 극복의 대상이다. 이와 같은 다섯가지 요인을 육체적 장애에 빗대어 정신적 장애라고 하였다.

 

여행지에서 들뜨거나 후회하는 것, 또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권태로움을 못 이겨 하는 것 역시 불선법(不善法)’에 속한다. 그렇다면 그 때 그 때 알아차려야 하는데, 경전의 문구를 떠 올리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보배경을 외우기로 하였다.

 

수지독송공덕

 

경전을 읽고 외우고 암송하고 독송하는 것은 매우 좋은 수행방법이라 생각한다. 틈나는 대로 경의 내용을 되새김 하면 앞서 언급한 감각적 욕망. 악한 마음, 게으름과 무기력, 흥분과 회한, 의심과 같은 다섯가지 사람의 마음을 타락시키는 정신적 장애가 일어 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불자들은 주로 한문경전을 독송하는데 지나치게 수지독송의 공덕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 마성스님은 어느 불교관련 인터넷신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떤 사람은 경전에 담겨져 있는 깊은 뜻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오직 경전을 수지 독송하는 공덕만 믿고 열심히 독경하고 있다. 집중하여 경전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잡념이 사라져 신앙심이 돈독해진다. 그러나 경전성립사나 그 경전에 담겨 있는 사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까지 전승되었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 경전의 핵심 사상과 가치를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다.

(마성스님, 학인들에게 드리는 , http://www.bulgyofocus.net/news/articleView.html?idxno=63259)

 

 

우리나라 불자들은 경전에 담겨져 있는 뜻을 새기며 독송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수지독송하는 공덕만 받으려고 독송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철야기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천수경과 금강경을 모두 외우고 독송하였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천수경의 경우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이교도신격의 찬양이라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고, 금강경의 경우 지나치게 수지독송공덕을 강조 한 것도 주요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초기불교를 접하였기 때문이다.

 

왜 초기경전인가

 

초기불교를 접하면서 한문으로 된 경전 보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실려 있는 초기경전의 뜻과 내용이 좋았고, 또 하나 좋은 것은 부처님의 원음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금강경에서 여시아문일시불재사위국기수급고독원(如是我聞 一時 在舍衛國 祇樹給孤獨園 )~” 하며 시작 되는 한문투의 문구와 라따나경에서 야니-다 부--니 사마-가따-니 붐마-니 와- -니 와 안딸릭케(Yānīdha bhūtāni samāgatāni Bhummāni vā yāni va antalikkhe, )~”하며 시작되는 부처님 당시의 민중언어인 빠알리어로 시작 되는 문구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하여 초기불교경전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제 라따나경을 외우기 시작함으로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겨날 것 같다. 망갈라경(Mangala sutta, 행복경), 멧따경(Metta sutta, 자애경)을 외울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이기도 한다.

 

경의 내용을 떠 올리고, 경의 내용을 되새긴다면 심심하다거나 권태로울일이 없을 것이다. 또 후회나 회한의 감정이 일어 날 때 이를 차단 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과 부처님당시의 언어를 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왕 경을 외우고 수지 독송할 거라면 한문투의 경전보다 빠알리어로 된 부처님의 음성을 접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라따나경 빠알리 자막판 음악동영상, Imee Ooi(黃慧音)창송

 

다음은 라따나경 음악동영상이다. 빠알리어 자막과 우리말 번역이 들어가 있는데,이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것을 다시 링크한 것이다.

 

 

 

 

  

 

2011-05-25

진흙속의연꽃

 

보배경(ratana sutta) 전문.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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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경(ratana sutta) 전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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