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와 종자가 달라요”조남호의 자만과 한진중공업청문회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식사 하다가 청문회를 보았다. 조남호청문회이다. 세간에 문제되고 있는 한진중공업사태에 관한 것이다. 공중파 방송으로 녹화된 화면을 보니 조남호라는 사람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혈한’처럼 보였다. 그런 그에게 야당의원이 어느 노동자의 장례식 동영상( [조남호 청문회] 정동영 "사람을 죽이지 마라. 해고는 살인이다") 을 보였주었지만 역시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보아 흔히 말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처럼 보였다.
조남호라는 인물에 대하여 인터넷검색을 해 보았다. 인터넷 인물사전에 나오는 그의 이력을 보니 서울 출생이고, 한진중공업홀딩스 대표이사로 되어 있다. 그의 가계를 보니 형은 조양호, 동생은 조수호와 조정호로 되어 있다. 그런 그가 현재 문제되고 있는 한진중공업에서 불과 0.59%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지주회사 형식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는 한진그룹을 창립한 조중훈의 둘째아들이다. 이른 바 재벌2세인 것이다. 대부분 그렇듯이 재벌2세들은 그다지 고생을 모르고 자란 사람들이다. 하지만 기업을 일군 창업자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내고 우뚝 섯기 때문에 늘 성공스토리가 따라 다닌다. 조남호의 아버지인 조중훈 회장 역시 성공한 기업인으로 소문나 있다. 그런데 조중훈 회장은 불가와 매우 인연이 깊다는 것이다.
월정사불사와 조중훈회장
몇 년전 불교신문에서 불사에 대한 특집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때 월정사 중창 불사에 대한 기사가 있었는데, 한진그룹 조중훈회장과의 인연을 자세히 보도 하였다. 그 때 당시 기사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 중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월정사 불사는 지난해 작고한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 시작은 월정사 중건주 만화스님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만화스님은 적광전 불사를 계획해놓고도 자금이 없어 몇 년을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날 스님은 서울로 화주를 떠났다. 딱히 아는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부자가 많이 사는 서울에 가면 무슨 길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무작정 떠났다.
조계사에서 밤을 지낸 만화스님은 다음날 새벽 일찍부터 탁발을 돌다가 한 부잣집으로 들어갔다. 조그만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집이었다. 바로 조중훈 회장 집이었다. 회사 사정은 아직 어렵고 규모도 크지 않아 고민이 많았던 당시 조중훈 사장은 전날 밤 기이한 꿈을 꾸었다. 한 스님이 찾아와서 시주를 청할 것인데 시주를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사로 여기며 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있는데 밖에서 염불소리가 났다. 집주인이 나가자 그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 사는데 불사를 하기위해 탁발을 왔다”며 시주를 청했다. 꿈에서 본 그 스님 얼굴이었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월정사가 6.25때 불타 대웅전을 지어 부처님을 모셔야하는데 돈이 없다”.
아무리 꿈에서 보았다고 하지만 쉽게 믿을 수는 없었다. 조 사장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침 밥을 차려 먹고는 곧바로 월정사로 갔다. 사실이었다. 집주인은 돈이 얼마가 드냐고 물었다. 조그만 기업체 사장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되든 안되든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불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월정사 (下) 중흥 계기 마련한 적광전 불사, 불교신문 2302호 2월14일자)
월정사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하고 있는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이다.
월정사는 643년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율사에 의하여 창건 되었다.
불교신문에 따르면 불사를 추진 중인 스님이 돈이 많아 보이는 동네로 가서 무작정 초인종을 누른 집이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한 조중훈회장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월정사 중창불사가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었는데, 그런 공덕이어서일까 조중훈회장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월정사에는 조회장의 은덕을 기리기 위하여 경내에 커다란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월정사 조중훈 회장 공덕비
월정사 불사에 큰 공헌을 한 한진그룹 조중훈회장 공덕비가 경내에 서있다.
탄허스님이 비문을 썼다
사진 ;불교신문
가족들이 제사를 지내주지 않아서
이처럼 조중훈회장은 불가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곳중의 하나가 강원도에 있는 등명낙가사이다.
2007년 등명낙가사로 순례법회(등명낙가사(燈明洛伽寺), 바다와 하늘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량)를 갔었다. 그런데 법당안에는 이 절을 복원한 스님의 영정과 함께 조중훈 회장의 사진도 있었다. 주지스님이 말하기를 조중훈 회장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 월정사와 등명낙가사 두 곳이라 하였다. 이유는 가족들이 제사를 지내주지 않기 때문에 인연있는 절에서 제사를 지내주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등명낙가사의 조중훈회장 영정
월정사와 등명낙가사에서 제사를 지내주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와 종자가 달라요”
불교와 인연이 깊었던 조중훈 회장은 2002년 작고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2세들은 그다지 평판이 좋은 것 같지 않다.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 고생을 모르고 자랐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 자들의 고통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재벌2세들의 행태는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매스컴에 보도 되기도 하는데, 알고 지내는 어느 법우님은 재벌2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들은 우리와 종자가 달라요”
그 법우님은 대한민국에서 알아 주는 재벌과 인척관계에 있다. 작은 회사의 이름뿐인 사장을 맡고 있는데, 특히 재벌2세들의 행태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들의 씀씀이는 보통사람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서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씀씀이를 보면 다른 종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데, 특히 그들만의 문화가 있어서 그들끼리 어울리고 그들끼리 공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한 마디로 요약하면 종자가 다른 사람들이라고 단언하여 말한 것을 들었다. 그런면에 있어서 조남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청문회장에서 조남호의 눈빛을 보면 인정이라고는 손톱만치도 없게 보였다. 의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하여 말을 해도 전혀 낯빛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는 재벌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 만일 그가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 났다면 그 역시 언제 잘릴지 모르며 전전긍긍하며 살아 갈 것이다. 그러나 재벌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오늘 날과 같은 복을 누리고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면으로 본다면 그 역시 법우님의 말대로 우리와 종자가 다른 인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 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제행은 무상하기 때문에 한 번 재벌이라고 해서 영원한 재벌일 수 없다. 한 순간 무너져 불행하고 비참하고 처참한 상태에 빠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청문회장에서 당당하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동영상을 보아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런 당당함은 아마도 많이 가졌다는 ‘자만’에서 나올 것이다.
세 가지 자만이 있는데
자만(mana)은 불교에서 ‘해로운 마음(不善心)’에 속한다. 양심없음(ahirika)이나 수치심없음(anottappa)과 같이 14가지해로운 마음부수중의 하나이다. 그런 자만의 특징은 아비담마에 따르면 ‘탐욕’과 관계된 것이다. 참고로 탐욕과 관계된 해로운 마음은 탐욕(lobha), 사견 (ditthi), 자만(mana)이렇게 세 가지이다.
이런 자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생활속의 아비담마 (Abhidhamma in daily life, 아신 자나카 사야도의 원저, 수마나님 번역)’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자만의 종류 |
내 용 |
자띠마나(jati-māna) |
태생이나 계급에 자만하는 것 |
다나마나(Dhana-māna) |
부자의 자만 |
빤냐마나(paññā-māna) |
교육받은 사람들의 자만 |
첫째가 ‘태생에 따른 자만’이다. 이를 빠알리어로 ‘자띠마나(jati-māna)’라 한다. 좋은 가문에서 훌륭한 부모를 잘 만나 남보다 뛰어난 용모나 신체적 조건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잘난체하고, 떠 벌리고, 남들을 열등하게 생각 하거나, 천하게 보는 계급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둘째가 ‘부자의 자만’이다. 이를 빠알리어로 ‘다나마나(Dhana-māna)’라 한다. 기본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데서 오는 자만이다. 이런 부자는 자신이 노력을 하여 부를 일구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거나 열심히 일하지 않는 자들을 경멸한다. 게을러서 가난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부모로 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 받은 경우 흥청망청 과소비도 하지만 가난한 자에게는 매우 인색하다. 또 물려 받은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몰려 살며 같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그들끼리 교류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들은 가난한 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로지 기득권 수호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자들이 분배를 요구하면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가난한 자들이 변화를 요구하면 자신들의 재산과 지위를 지켜 내기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질서에 의존하거나 공권력으로 변화에 대한 요구를 분쇄한다. 재벌들의 노조에 대한 탄압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변화를 두려하고 제도와 시스템이 ‘지금 이대로 영원히’ 계속 되기를 바란다.
셋째가 ‘배운자의 자만’이다. 이를 빠알리어로 ‘빤냐마나(paññā-māna)’라 한다. 자신의 학력과 학식이 높다고 생각하여 못 배우고 우둔한 사람을 만나면 잘난체하고 우쭐해 하는가 하면 심지어 깔보는 행위를 한다.
이상 세 가지 자만은 모두 불선업을 짓는 행위이다. 불선업을 많이 짓게 되면 그 행위에 대한 과보가 반드시 따를 것으로 본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태생이 좋은 사람, 부자나 많이 배운 자들은 우월한 위치에 있다. 또 그들은 용모, 신체적 정신적 조건등 모든 면에 있어서 뛰어나기 때문에 사랑과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급부로서 자만에 빠지기 쉽다. 훌륭한 가문에서 뛰어난 용모를 가지고 태어난 자들은 잘난체 하고 남을 열등하게 보기 보다 가난한 자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한다면 더욱 더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부자들 역시 많이 가졌다고 해서 그들끼리 모여 살며 그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기득권을 지키는데 열중할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요구를 들어 주고 변화를 수용해 주어야 더욱 더 존경과 사랑을 받을 것이다.
많이 배운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학력과 학벌을 자랑하여 그 보다 못한 사람을 낮추어 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구라고 교육을 받으면 그와 같은 배움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못 배운 사람들 앞에서 잘난체 할 것이 아니라 힘 닿는데 까지 가르쳐 준다면 고마워 하고 존경할 것이다.
조남호의 자만
한진중공업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보면 청문회당사자인 조남호는 자만에 가득차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런 자만은 위의 세 가지 모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좋은 용모와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으므로 ‘태생에 대한 자만’이 엿보인다. 또 그는 선친으로 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 받은 부자이어서 그 부를 지켜 내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보면 ‘부자의 자만’으로 꽉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많이 배운자이다. 재벌 2세로서 남들보다 학력이 높고 아는 것이 많아 역시 ‘배운자의 자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물려받은 재산도 많을 뿐만 아니라 많이 배운 자들은 남을 없신 여기는 자만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신분이 낮은 자나 가난한 자나 못 배운 자가 변화를 요구하였을 때 이를 수용하기 보다 기득권을 지켜 내기 위하여 법과 질서에 의존하기 쉽다. 한마디로 변화를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재산과 지위가 지금 이대로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더욱 더 존경을 받으려면
좋은 가문에서 좋은 용모를 가진 자, 부자, 많이 배운 자들은 그것 자체만으로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다. 그런 그들이 못난 자나 가난한 자, 못 배운 자들에게 좀 더 상냥하고 부드럽고 예의바르게 대한다면 더욱 더 사랑과 존경을 받을 것이다.
2011-08-1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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