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는 세상속에, 세상속의 도인들
맑은 날 높은 곳에서 본 도시의 풍경은 장쾌하다. 도심에는 그 도시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랜드마크 빌딩’이 있고, 또 우리나라 도시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규격화된 하얀 아파트 단지가 끝 없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도시를 점점 줌인(Zoom in) 시켜 가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천차만별이다. 행복에 겨워 천상의 삶 못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행하고 비참하고 처참한 지경에 이르러 죽지못해 살아가는 인생도 있다.
사람의 모습이 서로 다르듯이 살아 가는 방식도 다르다. 그래서 매일 매일 몸과 입과 마음으로 업을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가장 큰 업은 아마도 ‘직업’일 것이다. 생계를 위하여 매일 일을 해야만 먹고 살수 있기 때문에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을 하며 보내기 마련이다. 그런 직업중에는 남을 부리는 직업도 있고, 부림을 받는 직업도 있다. 또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고귀한 직업도 있고, 미천한 직업도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하지만 세상에는 엄연히 귀하고 천한 것은 존재한다. 정년까지 보장되고 정년후에는 연금까지 보장되어 늙어 죽을 때까지 걱정없이 생을 보내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4대보험 혜택도 못 받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직업도 있다. 고대인도에서의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와 같은 사성계급이 한국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도 없고, 배경도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장사’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장사인데, 돈이 없는 경우 노점에서 장사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노점상은 주로 재래시장이나 아파트단지, 주택가등 주로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좌판을 벌려 놓는다.
그런데 어느 노점은 한적한 다리위에 있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있는데, 차량을 개조 하여 만든 전기구이 통닭 노점이다.
그 노점은 사람이 별로 많이 다니지 않는 다리위에 있다. 벌써 수 년째 지나가며 보고 있다. 해질 무렵부터 자정까지가 영업을 하는데,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장사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 사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장사하는 분을 보면 마치 ‘도인’ 같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라디오를 들어가며, 신문을 보아 가며 앉아 있는데, 어느 경우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에 잠긴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케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한쪽 켠에 좌판을 벌려 놓고 하염 없이 앉아 있는 노점상들 역시 도를 닦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화 ‘삼사라(samsara)’를 보면 “도는 세상속에 있다”고 하였다. 도를 닦기 위해 세상을 벗어난 곳에 고고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삶속에 도가 있고, 세상속에 깨달음이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그런 세상은 냉혹하고 냉정한 곳이다.
세상은 스스로 밥벌이를 하지 않으면 굶을 수 밖에 없는 처절한 생존경쟁의 현장이다. 마치 야생의 호랑이가 먹이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듯 가진 것이 없고, 나지도 못했고, 들지도 못한 사람들은 도시의 들개 마냥 생존하기 위하여 몸부림을 친다. 이와 같이 절절한 생존의 현장에서 겪는 깨달음과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진 곳에서 도를 닦아 깨닫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비록 그들이 사성제와 팔정도를 모른다고 할지라도 삶의 현장에서 무상함을 보고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법을 체득하여 알았다면 도인이라 볼 수 있지않을까.
2011-08-26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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