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맛지마니까야’를 구입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1. 9. 7. 17:59

 

 

맛지마니까야를 구입하고

 

 

 

 

맛지마니까야를 구입하였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구매한 책은 단 하루만에 도착하였다. 전재성박사가 역주(譯注)’한 책이다.

 

인터넷으로 신청할 때는 모두 5권으로 소개 되어 있었으나 막상 도착된 책을 보니 한 권짜리 이었다. 하지만 무척 두툼하였다. 하드 커바에 양장본으로서 무려 1,600페이지에 달하였는데, 작은 글자체로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어서 무척 중후한느낌을 받았다.

 

 

 

 

 

 

 

 

 

전재성박사가 쓴 서문을 읽어보니 한 권짜리 맛지마니까야는 개정판이라고 하였다. 원래 5권짜리 152경으로 되어있는 초판본은 2002년에간행되었으나 몇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여 2009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한 권으로 합친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초판에 드러난 문제점에 대하여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의 문구를 넣었다. 그것은 초간본을 낼 당시 열악한조건때문이라 한다. 문장이 반복되는 경우 시험적으로 사용된 번역문이 삽입으로 인한 오역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판에서는 모두 바로 잡았고 초간본에서 복원이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고 윤문하였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흔히 전재성박사를 빠알리삼장번역의 선구자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빠알리 경장을 번역 하였기 때문이다. 1999년 상윳따니까야의 완역을 시작으로 맛지마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를 비롯하여 숫따니빠따, 담마빠다(법구경), 우다나(자설경), 디가니까야를 완역하여 모두 30권정도를 번역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구마라습이나 현장법사에 비견될 정도로 한국불교사에 있어서 제2의 불교전래를 하는 결과를 이루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박사의 번역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는 후학이라고 볼 수 있는 대림스님이나 각묵스님과 같이 스님들과 신도들의 보시를 받아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환경에서 번역작업에만 매진한 것과 비교된다.

 

거지성자 페터 노이야르를 만나고 나서

 

전박사가 초기경전을 번역하게 된 계기는 독일유학시절 만난 거지성자때문이었다고 한다. 불교TV사이트에서 본 전재성박사의 이야기(불교TV열린마당,전재성(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2010-08-18)를 들어 보면 원래 힌두교와 서양철학을 공부하기 위하여 유학을 갔었으나 거지성자 페터 노이야르를 만나고 나서 부터 초기경전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 이유는 독일에서 이미 초기경전이 잘 번역이 되어 있어서 그 점에 감동을 받아 한글번역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1989년 부터 역경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역경에대한 인식이 희박해서 거의 혼자 힘으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때 당시 메주와 첼리스트로 유명한 돈연스님이 운영한 경전연구소에서 상윳따니까야 번역을 시작하였지만 갑작스런 화재로 인하여 가지고 있던 자료가 모두 불타 버렸다고 한다.

 

재정문제로 10년만에

 

그 이후 1999년에 상윳따니까야를 발간하기 전까지 재원문제로 10년간 공백기간이 있었다고 한다. 재원문제에 대하여 전박사는 불교TV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1989년 부터 번역을 시작하다가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되어 발간되지 못하다가 1999년 부터 책을 발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0년만에 도법스님이 후원을 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내고, 그 책을 판 돈으로 계속 책을 내게 된 것입니다.

(전재성박사, 불교TV열린마당,전재성(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2010-08-18)

 

 

 

번역작업을 시작한지 꼭 10년만에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또 책을 판돈으로 또 책을 내는 작업을 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재정적인 도움을 준 분이 도법스님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구입한 맛지마니까야를 보니 발행인도법스님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맛지마니까야를 구매하게 된 동기

 

맛지마니까야를 구매하게 된 동기는 글을 쓰다가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면 검색이 수 없이 이루어지는데 종종 빠알리어 경전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글로 된 경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영문판은 많이 볼 수 있지만 한글로 번역된 것은 유명한 경이 아니면 제목밖에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 때문에 큰 마음 먹고 경전을 사기로 결심한 것이다.

 

결정적인 동기는 맛지마니까야에 있는 아나따삔디까에 대한 가르침의 경(Anathapindikovadasutta, M143)’을 검색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하지만 한글로 번역된 것이 없어서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이번 기회에 니까야를 사기로 한 것이다. 구매는 인터넷을 이용하였다. 번역자는 이미 생각해 놓았기 때문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무려 구입가격이 11,4000원에 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사 두면 남는 것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투자 하였다. 이처럼 니까야를 정식으로 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재성박사의 책을 구매한 이유

 

맛지마니까야를 구매할 때 다른 번역자의 책도 있었지만 굳이 전재성박사의 작품을 구매한 것은 문체가 마음에 들어서이다. 읽기에 부담없이 쉬운 한글을 많이 사용하였고, 무엇보다 한문투의 문구가 별로 보이자 않아 딱딱해 보이지 않았다. 또 존칭어를 사용하여 글이 품위가 있고 우아해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 예를 블로그에 올린 몇가지 게송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얼굴 빛은 보름달처럼 빛나고 하늘사람과 인간에게 사랑받으며,

우아한 걸음걸이는 코끼리의 제왕과 같으시니 인간 가운데 코끼리,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나라시하가타 3번게송, 전재성님역)

 

 

악마가 수천의 무기들을 가지고

기리메칼라라고 불리는 무서운 코끼리 위에 타고,

군대를 동원하였을 때,

성자들의 제왕 자비로운 가르침으로 섭수하셨네.

이 위대한 힘으로 승리의 행운 제게 임하길 바라옵니다.

(자야망갈라가타 1번 게송, 전재성님역)

 

 

이 세상과 내세의 그 어떤 재물이라도,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여래에 견줄 만한 것은 없습니다.

깨달은 님 안에 이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로 인해 모두 행복하여지이다.

[라따나경(보배경) 3번 게송, 전재성님역]

 

 

 

이처럼 게송의 말미에 “~이옵니다” “~지이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부처님에 대한 예경을 한글로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게송과 마찬가지로 경의 내용 또한 미려하고 유려하여서 마치 물흐르듯하다. 하지만 이런 전박사의 문장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장을 너무 풀어쓰다 보니 보기에 난삽한느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대한 쉬운 말로 표현 하였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부담이 없어서 처음으로 불교를 접한 사람들이나 불교를 너무 어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할 듯 하다.

 

잡도리하다는 무슨 뜻일까

 

이처럼 앞서 길을 개척한 전박사와 달리 후발로 번역에 뛰어든 대림스님이나 각묵스님의 경우 비교적 좋은 환경속에서 번역이 이루어졌는데 비교적 한자용어가 많고 불교용어를 많이 사용한 것은 앞서 길을 개척한 선구자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용어도 보인다.

 

대표적으로 마음에 잡도리함이라는 말이다. 이는 빠알리어 마나시까라(manasikara)’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인데 아비담마청정도론에 수 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읽을 때 마다 어색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대체 번역어 잡도리하다라는 뜻은 무슨뜻일까.

 

잡도리하다에 대하여 국어 사전을 찾아 보면 첫 번째 의미는 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움. 또는 그 대책으로 표현되어 있고 두 번째 의미는 잘못되지 않도록 엄하게 단속하는 일로 되어 있다. 이는 별도로 국어사전을 찾아 보지 않으면 그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이처럼 우리말 번역어의 의미를 몰라 국어사전을 다시 한번 찾아 보아야 되는데, 이에 대하여 각묵스님은 본인이 초기불전연구원 사이트에서 본인이 의문을 제기한 댓글에서 다음과 같은 댓글로 마음에 잡도리하다를 설명해 주었다.

 

 

잡도리함은 한국불교 선가에서 잘 쓰는 말입니다. 마음챙김의 챙김도 화두를 챙긴다는 표현을 염두에 둔 것이고 잡도리함도 화두를 잡도리한다를 염두에 둔 번역입니다. 마음에 잡도리함은 manasi-kaara를 옮긴 것인데 이 함성어는 manasi(mano의 처소격이므로 '마음에'라는 뜻임)-kaara(동사 kr*, to do에서 파생된 단어, 만들다, 행하다의 의미)로 분해됩니다. 그러므로 직역하면 마음에 둔다, 마음에 만든다 는 등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것을 작(, kaara) (, manasi) 作意 직역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잡도리함으로 직역해본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attention으로 정착이 됩니다. 그러므로 주해에서는 주의로 설명

(각묵스님, 청정도론과 아비담마 색인의 불일치와 로마 숫자 사용 문제)

 

 

스님은 잡도리하다라는 말이 선가에서 잘 쓰는 말이라 하였다. 아마도 화두를 들 때 사용하는 용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반불자들은 선가의 용어에 대하여 잘 모르다보니 매우 생소하게 들리고 심지어 생뚱맞게도 들리는 것이다.

 

전재성박사의 해석은

 

이와 같은 마나시까라(manasikara)에 대하여 전재성박사는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전재성박사는 마나시까라에 대하여 삽바사와경(Sabbāsava sutta, 모든 번뇌의 경, 맛지마니까야 M2)’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이치에 맞게 정신활동을 기울이는 것과 이치에 맞지 않게 정신활동을 기울이는 것이 있는데, 수행승들이여, 이치에 맞지 않게 정신활동을 기울이면 아직 생겨나지 않은 번뇌가 생겨나고 생겨난 번뇌는 더욱 증가한다. 그러나 이치에 맞게 정신활동을 기울이면 아직 생겨나지 않은 번뇌는 생겨나지 않고 이미 생겨난 번뇌는 끊어진다.

[삽바사와경(Sabbāsava sutta, 모든 번뇌의 경), 맛지마니까야 M2]

 

 

전재성박사는 마나시까라를 이치에 맞게 정신활동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길게 우리말로 풀어서 표현 하였다. 마나시까라가 주의 기울임또는 숙고의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긴 문장 형식으로 번역하여 그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초보자나 일반불자들이 접근하기에 매우 친절하고 자세한설명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풀어 놓아서 난삽한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반면 각묵스님은 마나시까라를 마음에 잡도리하다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스님들세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보통불자보다 스님들이나 불교공부를 좀 더 한 사람들이 보기에 적합하지만 종종 사전을 찾아 보아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이렇게 번역자마다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문구처럼

 

처음으로 구입한 니까야는 묵직하다. 하드카바로 된 한 권짜리 1600페이지에 달하는 맛지마 니까야는 그 안에 담겨진 가르침의 내용만큼이나 무거운 느낌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아무곳이나 열어 보아도 따딱하지 않은 미려유창한 문체로 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일까 전재성박사는 개정판의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헤르만 헤세싯다르타에 있는 글을 인용하였다.

 

 

부처님은 겸허한 태도로 깊은 생각에 잠겨 길을 걷고 있었다. 그의 조용한 얼굴은 기쁨도 슬픔도 띄지 않고 소리없이 내면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내밀의 미소를 띄고 조용히 침착하게, 건강한 어린아이처럼, 부처님은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 그의 걸음걸이, 조용히 내려뜬 시선, 조용히 느려뜨린 팔, 그 늘어진 팔의 손가락 하나하나 까지도 평화를 말하고 완전함을 말하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맛지마니까야 개정판 머리말에서)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싯다르타를 쓴 것은 1922년이라 한다. 그런데 그 이전인 1902년 독일에서 칼 오이겐 노이만에 의하여 맛지마니까야가 완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가 이 맛지마 니까야를 읽고 영감을 받아 소설 데미안을 출간하였고, 소설 싯다르타에서는 위에서 보는 문장처럼 부처님을 묘사한 것이라 한다. 위 인용문을 보면 마치 부처님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매우 생생하게 묘사 되어 있다.

 

전재성박사가 위 헤르만 헤세의 문구를 인용한 것은 헤르만 헤세가 부처님에 대하여 생생하게 묘사하였듯이 자신도 경전을 쉽게 풀어서 누구나 알기 쉽게 경전을 읽게 하기 위한 것이라 보여진다.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니까야

 

구입한 경전을  1페이지 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진도 나가듯이 읽지 않으려 한다. 필요한 부분을 그 때 그 때 열어 본다거나 아무 곳이나 떠들어 보려 한다. 그렇게 하긴 하되 반드시 흔적을 남겨 두려 한다. 그것은 노랑색 형광메모리 펜을 이용하여 중요한 부분을 칠을 해 놓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읽었다는 표시도 되고 또 중요한 문구를 아무 때나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니까야이다. 이것을 신호탄으로 다른 니까야와 초기경전을 계속해서 구입해 나가려고 한다.

 

 

2011-09-0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