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행운목꽃 향기는

담마다사 이병욱 2011. 11. 17. 21:29

행운목꽃 향기는

 

 

 

 

행운목에서 꽃이 다시 피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꽃을 피워냈는데 정확하게 11개월만이다.  이렇게 이년 연속 핀 행운목의 꽃을 바라보는 것도 행운일까.

 

꽃대가 나왔을 때

 

행운목의 꽃대가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 작년에 한 번 피었으므로 다시는 피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꽃대가 불쑥튀어 나온 것이다.

 

꽃대가 나왔으니 이제 꽃피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런 행운목의 꽃은 어떤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작년에 처음 행운목 꽃을 보았을 때 그 감동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3일

 

 

 

 

 

꽃의 형태를 갖추고

 

꽃대가 나오고 일주일이 지나자 그 사이에 꽃대가 급속하게 자라서 꽃의 형태를 갖추었다. 꽃술이 여러개 뭉쳐 하나의 다발을 이루고 있다. 마치 공처럼 생긴 꽃다발이 꽃대 이곳 저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하나의 장신구처럼 보인다. 

 

 

 

 

 

 

 

 

 

 

 

 

 

 

 

 

 

2011년 11월 11일

 

 

 

 

작년에 피었던 꽃대

 

 

새롭게 생겨난 꽃대 아래에는 작년에 피었던 꽃대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꽃이 지고 난후 말라비틀어진 꽃대는 매우 단단하다. 작은 가위로 자르려 하였으나 너무 단단해서 자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내버려 두었더니 그 꽃대 위로 부터 여러 단의 잎파리가 새로 생겼다. 15센티 정도 더 자랐을 때 다시 꽃대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작년의 말라 비틀어진 꽃대와 새로 생긴 꽃대를 동시에 보게 된 것이다.

 

 

 

 2010년 12월의 꽃대

 

 

 

 

행운목꽃의 독특한 두 가지 현상

 

마침내 행운목이 꽃을 피웠다. 꽃으로서 형상을 갖추고 일주일만이다. 이렇게 행운목에서 꽃이 필 때 행운목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두 가지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2011년 11월 17일

 

 

 

첫째, 행운목의 꽃은 밤에만핀다는 것이다. 낮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이는 꽃술이 오므려져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어둠이 내리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오므렸던 꽃술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밤에만 피는 행운목꽃

 

 

 

 

둘째, 행운목의 꽃이 필 때 매우 강렬한 향내를 발산한다는 것이다. 밀폐된 사무실에서 향내를 발산할 때 그 진한 향기로 인하여 머리가 띵할 정도이다. 이런 행운목의 향내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런 향내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느낀다.

 

말이나 글로 표현이 안되는 것

 

흔히 진리를 말이나 글로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 한다. 특히 선불교에서 깨달음에 대하여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말과 글을 넘어 뜻과 마음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이라 하여 문자를 세우지 않는 불립문자의 전통이 있다. 그래서 선불교적 깨달음을 체득한 자만이 그 경계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예로서 맛을 들 수 있다.

 

달짝지근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말은 단맛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단맛을 한번도 맛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머리 속으로 사량분별하여 이러이러할 것이다라고 상상할 수 있지만 맛보기 전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꿀맛등을 본 사람에게 달짝지근하다라는 말을 하면 쉽게 알아들을 것이다.

 

시큼털털하다라는 말도 있다. 이런 말을 영어로 옮긴다면 꽤 애를 먹을 것이다. 이 말뜻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맛이나 냄새 따위가 조금 시면서도 떫다라고 되어 있다. 이와같은 사전적인 의미와 달리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된 문장을 볼 수 있다. 막걸리의 맛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시큼털털하다라는 표현을 보았기 때문이다.  

 

향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어떤 맛에 대하여 설명할 때 맵다’ ‘짜다’’시다’ ‘쓰다등과 같은 말은 대부분 이해한다. 하지만 시큼털털하다’’매콤달콤하다’’달짝지근하다와 같은 말은 맛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독특한 표현이다. 이런 표현들은 한자어나 영어로 옮긴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향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맛에서 여러가지 표현이 있는 것처럼 코로 냄새 맡아서 느끼는 표현 또한 매우 많을 것이다. 냄새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 역시 맛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려는 것처럼 어려움을 느낀다. 지금 행운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향내가 그렇다.

 

 

 

201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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