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세라믹필터가 있는 머그컵으로 원두커피 만들기

담마다사 이병욱 2012. 8. 2. 10:41

 

세라믹필터가 있는 머그컵으로 원두커피 만들기

 

 

 

외국에 가면 좀처럼 물건을 사지 않는다. 물건을 사 놓고 거의 써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관광지에서 충동구매에 따른 것이다.

 

지난 6월초의 일본성지순례 당시에도 될 수 있으면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불자들끼리만으로 이루어진 순례팀이기 때문에 주로 사찰위주로 빡빡한 일정 탓도 있지만 쇼핑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북큐슈지역으로 넘어 가면서 일종의 문화탐방 내지 휴양성격으로 변하였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특히 유후인(由布院)의 민예촌거리는 쇼핑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보였다. 주어진 시간이 짧긴 하였지만 선물용으로 소품을 사는 법우님들도 많았다.

 

머그컵을 하나 샀는데

 

유후인에서 머그컵을 하나 샀다. 그냥 구경만 하고 나오려는데 법우님이 추천해서 산 것이다. 그런 머그컵은 겉보기에도 호감이 갔다. 하얀 도자기에 예쁜 꽃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머그컵 가격은 1,050엔이다. 우리돈으로 15,700원 가량 한다. 머그컵치고는 무척 비싼 편이다. 그러나 비싼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른 머그컵 하고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컵 내부에 있는 ‘세라믹필터때문이다. 머그컵 세트에 머그컵과 뚜껑과 더불어 필터가 하나 더 있는 것이다.

 

 

 

 

세라믹필터라는 말은 임으로 붙인 명칭이다. 인터넷검색을 해 보아도 그와 비슷한 물건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검색을 해 보아도

 

이렇게 머그컵 세트는 컵본체와 뚜껑 그리고 필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머그컵 세트를 무엇이라 부를까. 여러가지 이름의 검색어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 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유후인에서 받은 영수증을 찾아 보았다.

 

영수증에는 사이가 차코시츠키마그 캇푸(サイガ  チャコシツキマグ  カップ)라 되어 있다. ‘사이가 차코시츠키 머그컵이라는 뜻이다. 이 키워드로 구글검색과 일본야후검색을 해 보았으나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차코시츠키마그 (チャコシツキマグ)’라는 문구로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한개만 발견 되었다. 거기에서 후타츠키마그(フタツキマグ)’라는 문구를 발견하였다. 괄호안에는 차코시츠키(チャコシツキ)라고 쓰여 있었다. 후타츠키와 차코시츠키는 같은 뜻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フタツキマク(후타츠키마그)로 검색한 결과 같은 용도의 머그컵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머그컵세트를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후타츠키머그컵(ふたきマグカップ)이라 부르는 것 같다. 가격은 1029엔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내부에 세라믹 필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티백을 걸쳐 놓기 의한 플라스틱 재질만 보였다. 유후인에서 산것과 똑 같은 모델은 아니다

 

이렇게 세라믹 필터가 있는 머그컵은 아직까지 일본이나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상품을 추천한 법우님에 따르면 우리나라 백화점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 한다. 어쨌든 매우 진귀한 물건을 손에 넣은 것은 사실이다.

 

차우리기로 사용해 보았더니

 

세라믹필터붙이 머그컵을 이용하여 차와 커피를 우려 보았다. 먼저 차우리기에 대한 것이다.

 

이제까지 차를 마실 때 표일배라는 도구를 이용하였다. 일종의 간이 차 우리기라고 볼 수 있다. 차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꼭지를 누르면 차물만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과정이 복잡하여 티백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번에 산 세라믹필터 머그컵을 사용하여 보았다.

 

먼저 머그컵 안에 세라믹필터를 넣은 상태에서 티백을 올려 놓고 물을 붓는다.  그런 상태로 1-2분 지난후 세라믹필터만 들어 올린다. 들어 올린 세라믹 필터는 뚜껑 위에 올려 놓는다. 뚜경을 뒤집어 놓으면 필터가 올려질 수 있도록 구조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라믹 필터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런 필터는 어떻게 생겼을까. 좀 더 확대해서 보면 다음과 같다.

 

 

 

 

 

이것이 필터내부 모습이다. 컵모양으로 생겼는데, 벽면에 구멍이 5개씩 4방으로 뚫려 있고 바닥에는 모두 12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필터는 머그컵 내부에 쏙 들어가도록 설계 되어 있고 물을 부으면 티백이 물에 잠겨 형태로 되어 있다. 그 상태에서 1-2분이 지난후 필터만 들어 올리면 머그컵에는 우려낸 찻물만 남게 된다.

 

필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그렇다면 티백을 직접 머그컵에 넣어서 사용하는 것과 세라믹 필터를 거쳐서 사용하는 것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기분상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일반적으로 티백을 컵에 넣어서 1-2분 지난후 티백을 건져 올리고 난후 마시지만 문제는 그 티백처리 과정이 문제이다. 그러나 세라믹 필터의 경우 들어 올려서 뚜껑위에 올려 놓기만 하면 끝나기 때문에 티백처리는 일단 해결 되는 셈이다.

 

또하나 기분상의 문제를 든다면 세라믹 필터를 통과한 찻물이 티백을 직접 담근 것 보다 여과 과정을 한 번 더 거쳤다는 사실이다. 이는 순전히 기분상의 차이라 볼 수 있다. 티백을 직접 담구어 마시는 것과 필터를 거친 것과 차이를 말한다.

 

이처럼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게 하나의 과정을 더 거쳤다고 볼 수 있지만 티백처리과정이나 한번 더 필터 작용을 하였다는 사실은 차를 마시는데 있어서 분위기를 좌우 한다.

 

이렇게 필터가 있다는 사실은 차를 마시는 데 있어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결정적으로 커피를 마실 때 이다.

 

원두커피 메이커를 사용한 경우

 

차와 커피를 번갈아 가며 마신다. 그날의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차와 커피를 선택한다. 그런데 커피를 마실 때 봉지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너무 독하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마치 독극물을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원두커피를 주로 마신다.

 

원두커피를 마실 때는 분쇄된 것을 이용한다. 시중에서 분쇄된 것을 팔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두커피를 내리는 커피메이커를 이용한다. 종이필터를 올려 놓고 물을 부으면 자동으로 만들어 지는 전자기기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는 것이다. 만들어진 커피를 따로 컵에 부어야 하고 또 자동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맛도 없는 것 같다. 더구나 기기를 자주 청소하지 못하니 불결한 것 같아 커피를 마실 때 마다 마음이 늘 찜찜 하기만 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이 전자기기를 이용한 커피 내려 마시기는 여러단계를 거쳐서 완성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라믹필터붙임 머그컵을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 오른 것이다. 그래서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우선 필터가 들어가 이는 머그잔에 종이필터를 올려 놓았다. 전자기기 커피메이커에서 사용하는 방식 그대로 해 본 것이다. 그리고 분쇄된 커피를 한 스푼 넣었다.

 

 

 

 

 

그다음에 뜨거운 물을 천천히 돌려 가며 부었다. 전자기기와 달리 수동으로 하는 것이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직접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에 필터를 들어 올려 나머지 물이 내려가는 것을 지켜 보면서 뚜껑 위에 올려 놓았다. 필터와 머그컵이 완전히 분리 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커피맛을 보았다. 원두커피 향이 그대로 느껴 졌고 맛 또한 그윽 하였다.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시험적으로 시도 해 보았는데 예상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성공하자 그 다음부터 계속 이와 같은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절차도 간단하고, 눈으로 보면서 커피를 만들고, 만든 커피를 향과 맛으로 음미 하니 커피 마시는 순간이 너무나 좋은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이제까지 사용해 왔던 전자기기 커피 메이커가 갑자기 무용지물이 되었다. 더 이상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이 코드를 뽑아 따로 보관해 두었다. 새롭게 커피 만드는 기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구입한 하나의 머그컵으로 인하여 이제까지 기호식품에 대한 생활 방식이 바뀌었다. 그것도 크게 바뀌었다. 그 결과 이전의 방식은 폐기 되었다.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결과 한층 더 쉽게 기호 식품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이제 세라믹필터 머그컵은 없어서는 안될 도구가 되었고 항상 가까이 할 수 밖에 없는 애호품이 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품은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어 내 놓는 제품은 사랑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본다.

 

이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모든 분야에서도 적용 될 수 있다. 개선하고 개량하여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워 질 것임에 틀림 없다는 것이다. 종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동을 주지 못하면

 

현재 한국불교는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1700년의 역사와 전통만 주장할 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 결과 도시에서 불교를 접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최근 승려도박 파문으로 인하여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도박파문에 대하여 누구나 알고 있다. 더구나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놀이문화라고 한 것은 치명적이다. 이 뿐만 아니라 종단 고위층의 각종 추문 등 승풍실추에 따라 지금 한국불교는 쇠멸의 도중에 있다라고 이도흠 교수는 지난 7 18일 통합종단 출범 5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말한 바 있다.

 

이렇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는 한국불교에서 그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부처님의 원음에 대한 가르침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모두 산에 숨어 사는 듯이 보이는 출가자들 대신 뜻 있는 불자들이 나름대로 부처님의 원음을 의지하여 새로운 희망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으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접하는 것은 세라믹 필터 붙임 머그컵과 같은 것이라 본다. 한번 사용하여 그 맛을 안다면 이전 것은 처다 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2-08-0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