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지도 흘러내리지도 않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용출수
산길을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를 방송에서는 ‘피톤치드’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주로 편백나무에서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산길을 걷는 그 자체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일요일 오후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산길을 걸었다. 늘 다니는 산길로서 일종의 산책코스와 같은 곳이다. 그래서 가벼운 차림으로 걷기 운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산길은 관악산과 연결되어 있다.
산길에서 보니 저 멀리 관악산 남사면이 보인다. 죽 걷다 보면 관악산까지 이르게 된다. 가을이 깊어 감에 따라 산록에는 울굿불긋 단풍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낙옆을 밞으며 관악산 산림욕장 입구를 목표로 걸었다. 일년 사계절 춘하추동 늘 다니는 길로서 가다보면 자그마한 비구니 사찰을 지나게 된다.
그 사찰은 개발제한 구역에 있어서 일반 주택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몇 해전 불사에 대한 현수막이 나 붙었다. 여법한 도량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1000일 기도까지 하였는데 끝내 불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 개발제한구역이어서 건축문제가 풀리지 않은 것 같다.
사찰을 뒤로 하고 계속 산길을 걸어 갔다. 평소 다니는 길에서 약간 벗어나 다른 길로 접어 들었는데, 도중에 자그마한 샘을 발견하였다.
샘이라고 해 보았자 두 손바닥의 면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곳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것도 소리를 내며 힘차게 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좀 특히 하였다. 솟아 오르긴 오르는데 물이 고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솟아 올랐다가 가라앉는 것이다.
혹시 온천수가 아닐까 생각하여 손으로 만져 보았으나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보통물이다. 그런데 물은 힘차게 용출하고 있고 고이지도 않고 흘러내리지도 않는다. 이런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라는 말이 있다. 원래 수의 단위이지만 불교에서는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나 가르침을 뜻한다. 또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운 상태를 일컫기도 한다. 특히 전에 보지 못하던 현상을 보았을 때 ‘불가사의 하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자신의 깜냥으로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용출수도 마찬가지이다. 솟아오르기를 반복하면서 고이지도 흐르지도 않는 현상이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그곳에서만의 특별한 자연현상으로 보여 진다. 지구과학이나 지질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2-10-29
진흙속의연꽃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님의 밥상 (0) | 2012.11.08 |
---|---|
“이 번 생에서 갚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 같아” 수행포교의 가능성을 보여 준 마가스님 (0) | 2012.10.30 |
노끈을 삼킨 나무, 생명현상과 네겐트로피(Negentropy) (0) | 2012.10.22 |
조계사와 함평의 아름다운 인연, 조계사는 지금 국화축제중 (0) | 2012.10.19 |
포교대상은 누가 받아야 하나 (0) | 2012.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