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스승의 발아래 엎드려

담마다사 이병욱 2012. 12. 20. 16:14

 

스승의 발아래 엎드려

 

 

 

국민들의 반은 멘붕상태

 

오늘도 하루가 시작 되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또 내일이 어제 같은 날들의 연속이다. 이렇게 변화가 없는 일상에서 국민들의 반은 ‘멘상태가 되었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젊은 층의 실망감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세대별 대결이라고 불리우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개혁세력은 보수기득권세력에 패배했다. 재산과 지위를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의 나이 든 세대와 가진 것이 없고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세대의 대결에서, 젊은세대가 패한 것이다. 그에 따라 또다시 깊은 좌절을 안겨 주었다.

 

국민통합

 

기득권층의 승리로 막을 내린 이번 선거에서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탄생되었다. 남녀평등시대에 여성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 같다. 비록 보수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여성대통령이지만, 여성이 대통령이 됨에 따라 일정부분 국민통합에 기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가 연임에 성공함으로서 흑인대통령시대가 계속 되고 있다. 이제까지 미국사회에서 흑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미국국민들은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소수자라서 늘 차별만 받아 오던 흑인이 대통령이 됨으로서 국민통합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제까지 미국에서는 백인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대통령은 의례 백인 중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하는 상식아닌 상식을 스스로 허물어 버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현상이 있었다.

 

미국이 흑백갈등이 심하다면 우리나라는 지역갈등이 심하다. 그런데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최초로 호남출신 대통령이 당선 됨으로서 지역갈등이 일정부분 해소 되었다. 마치 흑인처럼 차별받는 지역에서 대통령이 나옴으로서 국민통합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이다. 2002년 대선의 경우 고졸출신 대통령이 출현 함으로서 학력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7년 대선의 경우 사기 등 전과14범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지켜 보아야 했다.

 

이번 2012년 대선의 경우 여성출신이 대통령이 됨으로서 우리나라는 이제 지역차별과 학력콤플렉스의 해소에 이어 이제 성차별이 해소되는 양상을 보여 준다. 여성도 남성과 똑 같은 인간이고 똑 같은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두운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역사의 퇴행

 

여성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남녀평등시대에 있어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유신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의 퇴행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단지 전직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능력에 관계 없이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우리나라 국격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남측이나 북측이나 핏줄에 따라 최고 통치자가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똑 같은 국격을 가진 나라일 것이다.

 

전과14범도 대통령이 되는 나라이다. 또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통령을 뽑아 주는 나라이다. 그 나라의 대통령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듯이,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의 국격이나 다름 없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나라를 통치 할 수 있을까.

 

불교의 이상적인 군주상

 

불교에서는 예로부터 이상적인 군주상을 가지고 있었다. 전륜왕이 그것이다. 전륜왕은 빠알리어러 라자짜까와띠(rāja-Cakkavatti)라 한다. rāja()+cakka(바퀴)+vatti(굴리는)의 합성어로 바퀴를 굴리는 왕이라 직역할수 있다. 이를 중국에서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라 옮겼고, 영어권에서는 Universal monarch라고 한다. 고대 인도에서 이상적인 제왕상이다.

 

불교에서는 우마리야 왕조의 아소까(Asoka, 기원전 265년경 ~ 기원전 238)왕을 전륜왕으로 칭하고 있다. 아소까는 무력을 포기 하고 담마에 정복을 천명하였기 때문이다.

 

전륜왕이 되려면

 

불교에서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전륜왕은 어떤 특징을 가졌을까. 맛지마니까야 셀라경(M92)’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쎌라]

‘깨달은 분이란, 이 세상에서 그 목소리를 듣기조차 힘든 일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성전에는 서른두 가지의 위대한 사람의 특징이 전수되고 있다. 그들 모든 특징을 성취한 위대한 사람에게는 두 가지 운명밖에는 다른 것이 주어지지 않는다.

 

만약 재가에 있다면, 전륜왕으로서 정의로운 법왕으로서 사방을 정복하여 나라에 평화를 가져오고 일곱 가지 보물을 성취한다. 그에게는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보물, 즉 수레바퀴의 보물, 코끼리의 보물, 말의 보물, 구슬의 보물, 여자의 보물, 장자의 보물, 일곱 번째로 대신의 보물이 생긴다. 또한 그에게는 용맹하고 영웅적이어서 적군을 부수는 천 명 이상의 자녀가 생긴다. 그는 대륙을 큰 바다에 이르기까지 몽둥이를 사용하지 않고 칼을 사용하지 않고 정법으로서 정복한다.

 

그러나 만약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면, 이 세상에서의 모든 덮개를 제거하는 거룩한 분,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분이 된다.

 

(셀라경-Sela sutta, 맛지마니까야 M92, 전재성님역)

 

 

부처님이 천 이백 오십명의 제자들과 함께 앙굿따라빠 지방을 유행하다가 바라문의 지도자 셀라와 대화 하였다. 셀라는 삼백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세 가지 베다 등에 통달한 바라문이었다. 그런 그가 부처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위와 같이 말한 것이다.

 

셀라는 먼저 삽십이상에 대하여 말한다. 자신들의 성전에 따르면 삼십이상은 전륜성왕이나 깨달은 자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삼십이상을 가진 자가 재가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고, 출가하면 부처가 되는 것이라 한다.

 

또 전륜성왕이 되면 일곱가지 보물이 생긴다고 한다. 윤보(輪寶), 상보(象寶), 마보(馬寶), 보배보(寶貝寶), 여인보(女人寶), 장자보(長子寶), 주장신보(主藏臣寶)의 칠보(七寶)를 말한다. 그래서 칼을 사용하지 않고 정법으로 사대주를 정복한다고 한다.

 

32가지 신체적 특징

 

이렇게 전륜왕과 부처가 될 자는 32가지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셀라가 부처님을 보자 30가지의 특징을 눈으로 확인 하였다. 부처님이 출가하였으므로 32가지 상만 갖추고 있으면 부처임에 틀림 없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를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성기의 특징과 혓바닥의 특징이다. 참고로 전륜왕이나 부처가 될 자의 32가지 신체적 특징은 락카나경(D30)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1) 발바닥이 편평하다.

(2) 발바닥에 바퀴들이 있다.

(3) 속눈썹이 길다.

(4) 손가락이 길다.

(5) 손과 발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6)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마다 얇은 막이 있다.

(7) 발꿈치가 발의 가운데 있다.

(8) 장딴지가 사슴 장딴지와 같다.

(9) 꼿꼿이 서서 굽히지 않고도 두 손바닥으로 두 무릎을 만지고 문지를 수 있다.

(10) 음경이 감추어진 것이 마치 말과 같다.

(11) 몸이 황금색이어서 자마과 같다.

(12) 살과 피부가 부드러워서 더러운 것이 몸에 붙지 않는다.

(13) 각각의 털구멍마다 하나의 털만 나있다.

(14) 몸의 털이 위로 향해 있고 푸르고 검은 색이며 오른쪽으로 돌아 있다.

(15) 몸이 넓고 곧다.

(16) 몸의 일곱 군데가 풍만하다.

(17) 윗몸이 커서 마치 사자와 같다.

(18) 어깨가 잘 뭉쳐져 있다.

(19) 니그로다 나무처럼 몸 모양이 둥글게 균형이 잡혔는데, 신장과 두 팔을 벌린 길이가 같다.

(20) 등이 편평하고 곧다.

(21) 섬세한 미각을 가졌다.

(22) 턱이 사자와 같다.

(23) 이가 40개다.

(24) 이가 고르다.

(25) 이가 성글지 않다.

(26) 이가 아주 희다.

(27) 혀가 아주 길다.

(28) 범천의 목소리를 가져 가릉빈가 새 소리와 같다.

(29) 눈동자가 검푸르다.

(30) 속눈썹이 소와 같다.

(31) 두 눈썹 사이에 털이 나서, 희고 가느다란 솜을 닮았다.

(32) 정수리에 육계가 솟았다.

 

 

감추어진 성기와 혓바닥

 

이와 같이 32가지 특징 중에 셀라가 발견하지 못한 것은 그것은 성기의 특징(10)과 혓바닥의 특징(27)이다. 이는 옷과 몸안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부처님은 어떻게 보여 주었을까. 경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바라문 쎌라가 세존의 감추어진 성기의 특징을 볼 수 있도록 신통력을 발휘했다. 또한 세존께서는 혓바닥을 내어 양쪽 귀의 구멍에 닿게 하고 양쪽 콧구멍에 닿게 하고 앞이마를 혓바닥으로 덮었다.

 

(셀라경-Sela sutta, 맛지마니까야 M92, 전재성님역)

 

 

이렇게 보여 주자 셀라는 비로서 부처님이 32가지 신체적 특징을 갖춘 것을 확인하고 부처가 틀림 없음을 확신한다.

 

 

 

고따마여, 왕 중의 왕으로서, 인간의 제왕으로서 통치하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이 깨달은 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서 게송으로서 알아 보려고 한다. 경에 따르면 깨달은 자들은 칭찬받을 때 스스로를 드러낸다고 한다. 그래서 셀라는 다음과 같은 시로서 부처님을 찬탄한다.

 

 

[쎌라]

 

Paripuṇṇakāyo suruci sujāto cārudassano
Suva
ṇṇavaṇṇosi bhagavā susukkadāhosi viriyavā

 

당신은 몸이 완전하고 탁월하게 빛나며

훌륭하게 태어나 보기에도 아름답고

용모는 금빛으로 빛나며 치아는 아주 흽니다.

스승이시여, 당신은 정진력을 갖춘 분입니다.

 

 

Narassa hi sujātassa ye bhavanti viyañjanā
Sabbe te tava k
āyasmi mahāpurisalakkhaā.

 

참으로 태생이 좋은 사람이

갖추는 특징이

모두 위대한 사람의 상호로서

당신의 몸에 있습니다.

 

 

Pasannanetto sumukho brahā uju patāpavā,
Majjhe sama
asaghassa ādiccova virocasi.

 

맑은 눈, 잘생긴 얼굴

훤칠하고 단정하고 위엄 있어

수행자들 속에서도

마치 태양처럼 빛납니다.

 

 

Kalyāadassano bhikkhu kañcanasannibhattaco,
Kinte sama
abhāvena eva uttamavaṇṇino

보기에도 선한 수행승이

황금빛 같은 피부와

이렇듯 빼어난 용모를 지니셨는데

수행자의 삶에 만족하십니까?

 

 

Rājā arahasi bhavitu cakkavattī rathesabho,
C
āturanto vijitāvī jambusaṇḍassa issaro

 

전륜왕이 되시어

전차 위의 정복자

사방에 승리하는

세계의 지배자가 되셔야 합니다.

 

 

Khattiyā bhogi rājāno anuyuttā6 bhavantu te,
R
ājābhirājā manujindo rajja kārehi gotama.

 

왕족이나 지방의 왕들은

당신께 충성을 맹세할 것입니다.

고따마여, 왕 중의 왕으로서,

인간의 제왕으로서 통치하십시오.”

 

(셀라경-Sela sutta, 맛지마니까야 M92, 전재성님역)

 

 

이렇게 바라문 셀라는 부처님의 신체적 특징을 찬탄한다. 신체적 특징으로 전륜왕이나 부처의 조건을 갖우었기 때문이다. 먼저 셀라는 부처님에게 전륜왕이 될 것을 요청한다. 신체적 특징으로 보아 재가에 있으면 전륜왕이 될 것이 확실하므로 수행자로 살아 가는 것 보다 왕중의 왕이자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다.

 

위없는 가르침의 왕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한다.

 

 

[세존]

 

Rājāhamasmi selā'ti dhammarājā anuttaro,
Dhammena cakka
vattemi cakka appativattiya

쎌라여, 왕이지만 나는

위없는 가르침의 왕으로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립니다.

거꾸로 돌릴 수 없는 수레바퀴를.

 

(셀라경-Sela sutta, 맛지마니까야 M92,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자신을 왕이라 하였다. 그런데 담마라자(dhammarājā)’라 한다. 가르침의 왕이라는 뜻이다. 그것도 위없는(anuttaro)’ 가르침의 왕이라 하였다. 이렇게 말한 것은 아라한이나 정득각자가 칭찬 받을 때 스스로 드러낸다고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담마의 왕으로서 부처님은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린다고 하였다. 그런데 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바퀴라 한다. 부처님의 바퀴는 오로지 앞으로만 굴러 간다는 뜻이다.

 

누가 당신의 장군입니까?”

 

이렇게 부처님이 자신이 부처임을 말로서 드러내자 셀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쎌라]

 

Sambuddho paijānāsi dhammarājā anuttaro.
Dhammena cakka
vattemi iti hāsasi gotama.

 

올바로 깨달은 자라고 선언하시니

‘위없는 가르침의 왕으로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린다.’라고

고따마여, 당신은 말씀하십니다.

 

 

Ko nu senāpati bhoto sāvako satthuranvayo,
Ko te ima
anuvatteti dhammacakka pavattita

 

그렇다면 누가 당신의 장군입니까?

스승을 따르는 제자는 누구입니까?

이미 굴려진 가르침의 수레바퀴를

누가 그대의 뒤를 이어 굴릴 것입니까?”

 

(셀라경-Sela sutta, 맛지마니까야 M92, 전재성님역)

 

 

셀라는 부처님이 위없는 가르침의 왕으로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린다라고 말함으로서 부처임을 안다. 만일 가르침의 왕이라면 장군도 있고 제자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장군(senāpati)은 누구냐고 묻는다.

 

법의 사령관 사리뿟따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세존]

Mayā pavattita cakka(selāti bhagavā) dhammacakka anuttara,
S
āriputto anuvatteti anujāto tathāgata.

 

쎌라여, 내가 굴린 위없는 바퀴

위없는 가르침의 수레바퀴를

싸리뿟따가 굴릴 것입니다.

그는 여래의 계승자입니다.

 

(셀라경-Sela sutta, 맛지마니까야 M92,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사리뿟따(Sāriputta)가 장군이라고 말한다.  사리뿟따 존자가 법의 바퀴를 굴릴 계승자라고 한다.

 

초기경전에서 사리뿟따는 목갈라나와 함께 부처님의 수석 두 제자(상수제자)이다. 그런데 사리뿟따를 칭하는 또 다른 말이 법의 사령관이다. 북방불교에서는 사리뿟따를 사리불로 부르는데 지혜제일또는 법왕자로 호칭한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나는 깨달은 자입니다

 

이렇게 사라뿟따가 법의 계승자임을 선언하고 난 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말씀 하신다.

 

 

[세존]

 

Abhiññeyya abhiññāta bhāvetabbañca bhāvita,
Pah
ātabba pahīna me tasmā buddhosmi brāhmaa.

나는 곧바로 알아야 할 것을 곧바로 알았고,

닦아야 할 것을 이미 닦았으며,

버려야 할 것을 이미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나는 깨달은 자입니다.

 

 

Vinayassu mayi kakha adhimuccassu brāhmaa,
Dullabha
dassana hoti sambuddhāna abhihaso.

바라문이여, 나에 대한 의혹을 없애고,

나에게 믿음을 가지십시오.

언제나 올바로 깨달은 분들을

만나기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Yesa ve dullabho loke pātubhāvo abhihaso,
Soha
brāhmaa sambuddho sallakatto anuttaro.

나는 이 세상에서 그 존재를

결코 만나보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바라문이여, 나는 올바로 깨달은 자.

위없는 자, 화살을 뽑아버린 자입니다.

 

 

Brahmabhūto atitulo mārasenappamaddano,
Sabb
āmitte10 vasī katvā modāmi akutobhayo.

 

비길 데 없는 하느님으로서,

악마의 군대를 때려 부셨으며,

모든 적을 항복시켰으므로

어떠한 곳에서도 두여움 없이 기뻐합니다.”

 

(셀라경-Sela sutta, 맛지마니까야 M92,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알아야할 것닦아야할 것버려야할 것을 실현하여 부처(Buddha)가 되었다고 하였다.

 

여기서 알아야할 것은 abhiññatā를 말한다. 위대한 지성 또는 초월적 지식을 말한다. 이를 초월지 또는 신통지라 한다. 닦아야할 것은 bhāvita를 말한다. 멈춤과 관찰을 통한 수행이다. 버려야할 것은 pahīna로서, 무명과 존재에 대한 갈애를 말한다. 이렇게 알아야할 것과 닦아야할 것과 버려야할 것을 실현 하였을 때, 이를 붓다라 하였다.

 

이와 같은 깨달은 자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위없는 올바른 깨달음이고 화살을 뽑아 버린 자라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화살은 일반적으로 탐욕의 화살, 성냄의 화살, 어리석음의 화살, 자만의 화살, 사견의 화살 이렇게 다섯 가지 화살을 말한다.

 

더구나 부처님은 하느님이라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Brahmabhūta)은 범천의 존재를 말하지만, 불교적 의미로는 최상의 존재, 성스런 존재, 청정한 존재를 말한다. 이렇게 하느님으로서 부처님은 악마의 군대를 때려 부수고 모든 적을 항복 시켰다고 하였다. 여기서 모든 적은 오온으로서 무더기, 오염, 위작, 사신, 하늘아들, 악마를 말한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선언은 정각을 이루고 난 다음 최초로 만난 우빠까에게  “‘나는 모든 것에서 승리한 자, 일체를 아는 자. 모든 상태에 오염되는 것이 없으니 일체를 버리고 갈애를 부수어 해탈을 이루었네. 스스로 알았으니 누구를 스승이라 하겠는가.M26)”라고 말한 것과 유사하다.

 

스승의 발아래 엎드려

 

이렇게 부처님이 말씀 하시자 바라문 셀라는 더 이상 재가의 전륜왕이 되어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세속의 전륜왕은 고작 사대주를 평정하는 것에 그치지만 부처님은 오온, 악마 등 모든 적을 모두 때려 부수었기 때문에 세속의 전륜왕과 비교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라문 셀라는 그 자리에서 부초님에게 귀의하고 출가하게 된다. 그를 따르는 제자 삼백명도 역시 함께 부처님의 교단에 출가하게 된다.

 

귀의 한지 여드렛날이 되었을 때  셀라는 대중과 함께 부처님을 찾아와 다음과 같이 말한다.

 

 

Bhikkhavo tisatā ime tiṭṭhanti pañjalīkatā,
P
āde vīra pasārehi nāgā vandantu satthuno'ti.

 

이들 삼백 명의 수행승은

합장하고 서 있습니다.

영웅이시여, 발을 뻗쳐 주십시요.

용들이 스승께 예배드리려 합니다.

 

(셀라경-Sela sutta, 맛지마니까야 M92, 전재성님역)

 

 

바라문교를 믿다가 부처님의 제자로 개종한 셀라를 비롯한 삼백명의 비구들이 부처님의 발아래 무릎을 꿇는 장면이다. 게송에서 셀라와 삼백명의 비구들은 자신들을 용이라 하였다. 용은 빠알리어로 나가(nāgā)라 한다.

 

나가라 불리우는 용은 초기경전에서 그다지 좋은 뜻이 아닌 부정적인 존재로 취급된다. 마치 못된 용과 같았던 예전의 바라문들이 부처님의 발아래 엎드려 예배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영웅이시여, 발을 뻗쳐 주십시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전륜성왕을 기대하지만

 

아라한 대통령이 출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수다원장관은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전륜성왕이 출현하여 담마에 의한 통치는 할 수 없는 것일까. 불교에서 가장 이상적인 세속적인 통치자의 원형으로 삼고 있는 전륜왕을 늘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는 것 같다.

 

갖가지 범죄를 저지른 전과 14범도 최고통치자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구나 공식적인 행사에서 목사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신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서울시장에 됨으로서 서울시를 자신의 신에게 바치고, 제왕적 대통령이 됨으로서 나라를 자신의 신에게 바치는 행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불교계는 또 한번 추악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주요한 보직을 가지고 있는 스님이 여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하는가 하면, 조계종 종정스님은 정치적 발언까지 하며 노골적으로 지지하였다. 또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주요 종단의 직책을 맡은 스님들이 대거 지지선언을 하였다.

 

박정희대통령을 전륜성왕으로?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만화라고 하여 후보를 마치 선덕여왕에 비유한 책자를 사찰에 대거 배포하였기 때문이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만화책자에서 전륜성왕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또 책자에서는 국부로 칭송받는 박정희 대통령에게서는 전륜성왕의 덕과 지혜, 용맹을 배웠으며, 자비심이 많았던 육영수님에게서는 관세음보살의 온화함을 배웠다고 극찬했다.

 

(박근혜, 선덕여왕처럼 것” 신천지 이오 불교 불법 홍보책자 파문)

 

 

인터넷 블로그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책자에 따르면 박정희대통령을 전륜성왕으로 보고 있다. 또 박근혜 후보에 대하여 보살로 비유되어 있다. 화려한 보관을 쓰고 온화한 이미지의 수월관음 그림과 박후보 이미지를 위아래로 하여 매칭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교계에서는 독재자(dictator)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박대통령에 대하여 전륜성왕이라 하고, 독재자의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후보에 대하여 관세음보살의 이미지를 부여 하고 있다.

 

어리다고 깔보아서는 안될 네 가지

 

우리나라에 여성대통령이 탄생되었다. 남자만 대통령이 되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여자도 얼마든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여성이 대통령이 됨으로 인하여 어쩌면 우리나라는 진정한 남녀평등의 시대가 실현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 대통령을 대하는 불교계의 처사는 부처님 당시 부처님의 행적과 너무나 다른 것이다. 부처님 당시 꼬살라국에 빠세나디왕이 있었다. 빠세나디왕과의 대화에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세존]

대왕이여,

어리거나 작다고 깔보거나 어리거나 작다고 업신여겨서는 안될 네 가지 존재가 있습니다. 그 네 가지 존재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왕족은 어리다고 깔보거나 어리다고 업신여겨서는 안됩니다.

대왕이여, 뱀은 어리다고 깔보거나 어리다고 업신여겨서는 안됩니다.

대왕이여, 불은 작다고 깔보거나 작다고 업신여겨서는 안됩니다.

대왕이여, 수행승은 어리다고 깔보거나 어리다고 업신여겨서는 안됩니다.

 

대왕이여, 이 네 가지 존재는 어리거나 작다고 업신여겨서는 안됩니다."

 

(다하라경-Daharasutta-젊은이의 경, 상윳따니까야 S3;1(1-1),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네 가지 깔보아서는 안될 것에 대하여 말씀 하시고 있다. 이 중 네 번째인 수행승에 대한 이야기는 계행을 지키는 수행승에 대한 이야기이다. 계행을 지켜 청정하게 되었을 때 해탈하게 되면 복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과 최고통치자의 관계

 

이렇게 부처님이 빠세나디왕에게 설법하자 왕은 다음과 같이 맹세한다.

 

 

[빠쎄나디]

 "세존이시여, 놀라운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예전에 없었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듯이 가려진 것을 열어보이듯이 어리석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이 눈있는 자는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가져오듯이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리를 밝혀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세존께 귀의합니다. 또한 그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또한 그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세존께서는 재가신자로서 저를 받아주옵소서. 오늘부터 목숨 바쳐 귀의하겠습니다."

(다하라경-Daharasutta-젊은이의 경, 상윳따니까야 S3;1(1-1), 전재성님역)

 

 

부처님 당시 마가다국과 함께 가장 강했던 꼬살라국의 빠세나디왕이 부처님에게 귀의 하는 장면이다. 재가신자로 받아주면 목숨바쳐 귀의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부처님 당시 부처님과 최고통치자의 관계이었다. 오늘날 부처님의 제자들과 정치권력자들과의 관계와 비교 되는 대목이다.

 

여성전륜성왕

 

그러나 21세기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된 것 같다. 부처님의 제자라고 하는 스님들이 앞다투어 여성후보자의 치마폭에 감싸이려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에서도 독재자라고 일컫는 박대통령에 대하여 전륜성왕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그의 딸에 대하여 관세음보살의 이미지를 부여 하였다. 그렇다면 여성대통령이 탄생된 지금 선덕여왕을 넘어 여성전륜성왕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왕 여성대통령이 탄생되었으니 선덕여왕의 모델 보다 정의로운 법왕으로 칭송되는 전륜성왕처럼 담마(진리)에 의한 통치자가 되기를 바란다.

 

 

 

2012-12-2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