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수익사업에 뛰어든 스님들과 승단

담마다사 이병욱 2013. 1. 19. 11:10

 

수익사업에 뛰어든 스님들과 승단

 

 

 

만능 엔터테이너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 것이 없는 연예인을 만능 엔터테이너라 한다. 비쥬얼시대에 연예인은 연기뿐만 아니라 춤과 노래, 운동, 개그 등 개인기를 유감없이 발휘해야 살아 남는 시대이다. 이는 가수도 마찬가지 이고, 개그맨도 역시 다르지 않다.

 

못하는 것이 없는 스님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그림이면 그림, 음식이면 음식 등 못하는 것이 없는 스님들도 있다. 마치 만능 엔터테이너처럼 못하는 것이 없는 종교가 불교이다. 그리고 잡기를 허용하는 것 또한 불교이다.

 

천주교 신부들이 노래와 춤과 그림에 몰두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하였고, 테라와다 빅쿠들이 노래와 춤, 그림, 음식 등에 전념하였다는 이야기를 이제까지 들어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스님들과 승단에서는 이제 그런 잡기를 넘어 사업까지 하고자 한다.

 

종교와 사업,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말이 좋아 사업이지 장사의 다른 말이 아니다. 좀더 고상하게 표현하면 비즈니스(business)’가 될 것이다. 스님들과 승가의 사업에 대한 것은 불교박람회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스님이 직접 가마솥에 정성들여 만든 뽕소금

 

지리산 어느 스님은 뽕나무로 만든 소금을 생산하여 판매 하고 있다. 일명 뽕소금이라 한다. 제조비법을 보면 큰 가마솥에 간수를 뺀 소금과 뽕소금의 기본재료인 뽕잎과 줄기, 표고버섯, 다시마를 섞어 만든 재료를 일정비율로 배합해 장시간 동안 우려낸 진액을 넣고 장작불로 볶는다.

 

이렇게 만든 뽕소금을 다시 황토방에서 장작불로 말리면 비로소 지리산 뽕소금이 완성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만들어진 뽕소금은 구이나 무침, 곰국, 백숙, 죽 등 모든 요리에 두루 사용이 가능하며 특히 잇몸질환을 예방하고 피부마사지용으로 사용해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뽕소금에 대한 판매 사이트를 보면 420g 1개 가격이 14,900원으로 되어 있다. 마치 인터넷 판매사이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스님이 직접 가마솥에 정성들여 만든” 제품을 강조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수행보다는 사업이 우선인 것처럼 보인다.

 

스님은 대표이사 사장

 

스님들과 승가에서 주로 하는 사업은 먹거리와 관련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본격화 하기 위한 방편인지 주식회사를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영평식품이 대표적이다.

 

(주)영평식품은 영평사 주지스님이 만든 식품회사이다. 대표이사가 환성스님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1300년 동안 승가에서 내려오는 전통죽염을 재료로 전통장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죽염을 만들어 판매 하였으나 점차 발전하여 죽염으로 만든 장류와 장아찌류, 구절초와 헛개나무 등을 이용한 건강식품 등 30여 품목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한다.

 

관련기사에 따르면 구절초를 주성분으로 한 구절초액상은 2006 3월 건강기능식품 발명특허까지 획득하였고, 누구나가 음료처럼 마실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주식회사까지 만들어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늙은이를 젊어지게 하고

 

다음으로 경옥고라는 제품이 있다. 문경 대승사에서 만든 상품이다. 오랜 안거와 용맹정진으로 몸이 허해지고 관절염과 신경통 등이 도진 참선수행자들을 위하여 만든 것이 시초라 한다.

 

시중에서도 경옥고가 유통되고 있지만, 기사에 따르면 “대승사 경옥고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반 경옥고와는 달리 사불산(四佛山)의 정기와 철산스님의 맑은 성심과 잡것이 범접하지 않은 뽕나무 장작의 화기(火氣)로 만들어 진 것”이라 한다.

 

실제로 문경 대승사에서 경옥고를 시음해 본적이 있다. 순례법회를 갔었을 때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순례기(대승산방차와 경옥고, 700고지의 대승사에서 특산품-2010-04-12)로 남겼다.

 

대승사에서 본 것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장독대이다. 수백개나 장독대가 있는데 아마도 경옥고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를 담아 두는 용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절 바로 아래에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용도로 보이는 별도의 건물이 있었다. 절집과 생산공장이 함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옥고의 용도는 스님들의 관절염 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경옥고는 정()을 억누르고 수()를 보태주며, … 늙은이를 젊어지게 하고온갖 병을 낮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정신을 좋게 하고 오장을 충실히 하며, 흰머리를 검게 하고 빠진 이를 다시 나오게 하며”라고 설명되어 있다. 정력을 돋구워 주는 강정제같기도 하고 또 모든 병을 낫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처럼 보인다.

 

생산불교의 현장

 

이와 같이 산속 깊숙한 곳에서는 스님들이 수행을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생산활동에도 열심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조계사 홈페이지 성격의 미디어조계사의 기사에 따르면 이를 생산불교라고 명명하였다.

 

미디어조계사의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월 생산불교 현장을 찾는 탐방기사를 내 보냈다. 조계사 주지이었던 토진스님과 신도들이 1박2일 일정으로 전국의 생산불교 현장을 둘러 보는 것이었다. 이유는 벤치마칭을 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조계사에서도 수익을 내는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토진스님은 부처님은 현 시대에 어떤 사업을 했을까?”라는 화두를 가지고 생산불교 현장의 대명사라 불리우고 있는 대승사, 통도사, 부산 안국선원, 부산 홍법사를 탐방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토진스님은 국수집을 내었다고 한다. 조계사 바로 앞에 있는 삼오모텔을 인수 하였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승소라는 상호를 가진 국수집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한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렸다. 기사중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부처님은 항상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명쾌한 해답을 주셨던 분입니다. 현세에는 모두가 얽매여 있는 돈이 가장 큰 문제지요. 부처님이 지금 살아 계셨다면 아마 최고의 사업가가 돼서 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의 방법을 보여주시지 않았을까요?”

 

(국수 한그릇에 담은 中道… 탐욕 쏙 빼고 깨달음 팔다, 조선일보 2011-07-22)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본다는 대표적인 보수신문이라 불리우는 조선일보에 토진스님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실렸다.

 

스님은 부처님이 지금 살아 계셨다면 최고의 사업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토진스님이 앞서 언급한 부처님은 현 시대에 어떤 사업을 했을까?”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참으로 부처님을 모독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한국불교를 대표한다는 조계사 주지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단지 조계사의 수익사업을 정당화 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이름을 빌어 사업 운운 한다는 것은 승려의 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조계사에서 운영하는 국수집 승소

 

조계사에서 운영하는 국수집 승소에 대한 이야기는 공중파 TV에도 방영되기에 이르렀다.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맛집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조계사 승소 TV방송)  되어 있다. 

 

이어지는 조선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토진스님의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승소의 메뉴는 비빔국수, 열무국수, 미역옹심이국수 등 세 가지다. 식당에서 직접 파는 게 아니라, 조계사를 방문해 매점에서 파는 식권을 사와야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사찰 구내식당이다. 한 그릇 값은 4000원. 비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짜도 아니다. 토진 스님의 독특한 '중도(中道) 실천 생산불교' 주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중도'란 유()와 무(), 고()와 낙() 등의 대립과 집착을 떠나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국수 한그릇에 담은 中道… 탐욕 쏙 빼고 깨달음 팔다, 조선일보 2011-07-22)

 

 

국수집 승소의 메뉴와 가격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그런데 토진스님은  국수가격을  4,000원으로 정하는데 있어서 부처님의 중도사상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이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것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독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중도사상에 대하여 생산불교를 위한 가격결정의 지침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이 매우 비불교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생산불교를 강조하고 수익을 확대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사업을 벌인 토진스님은 어떻게 되었을까. 바로 이듬해 즉 2012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터진 세칭 ‘억대승려도박사건’에 연루 되었다. 그리고 잠적하여 지금까지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출판사업

 

스님들과 승가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 소금이나 된장 등과 같이 식품류, 그리고 정력제 성격의 약품류, 사찰음식이나 국수집 같은 음식점, 신도들을 위한 숙박시설, 사찰의 용품점이나 찻집 같은 매점  같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을 만들어 파는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에서 조계종출판사를 법인등록 하였다고 한다. 개인회사가 주식회사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맡았다고 교계 인터넷 신문사이트에서 보도 한 바 있다. 스님이 대표이사를 맡음으로서 사업주체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승단에서 출판사를 가지게 된 것에 대하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업전개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대중에게 좀더 가깝게 전해 지기 위한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영향이어서일까 초기불전연구원에서도 책을 출판 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어느 법우님은 번역사업하는 것이라고 댓글을 남겨 주었다.

 

사고 파는 것을 여윕니다.(D2)”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그림이면 그림 등 스님들과 승단에서는 못하는 것이 없다. 번역과 출판사업도 마찬가지라 본다.

 

출가자의 본분사는 무엇일까. 당연히 수행과 포교이다. 이는 부처님이 그렇게 말씀 하셨기 때문이다. 재가불자들이 구족계에 해당되는 몇 백가지의 계에 대하여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출가자가 지켜야 할 계에 대한 것은 빠알리니까야에서도 볼 수 있다. 디가니까야 브라흐마잘라경(범망경, D1)이나 사만냐팔라경(사문과경, D2)에 따르면 수행자들이 지켜야할 계행의 다발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 중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노래, , 음악, 연극 등을 보는 것을 여윕니다.(D2)

 

 

사만냐팔라경(사문과경, D2)에 따르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공연을 보거나 TV등을 통해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장면을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스님들은 직접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등 못하는 것이 없다. 사찰경내에서 산사음악회를 연다든가, 스님들이 음악 콘서트를 하는가 하면 그림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행위는 필연적으로 돈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다름 아닌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와 같은 것이 되어 버린다.

 

사업이나 비즈니스라고 표현되지만 거래를 한다는 의미에서 장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사만냐팔라경(사문과경, D2)에서는 사고 파는 것을 여윕니다.(D2)”라고 하였다. 이는 명백히 장사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들과 승단에서는 수익사업을 이곳 저곳에서 벌이고 있다.

 

지들이 중도 아니면서…”

 

스님들과 승단에서 수익사업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신도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신도들의 보시로 유지되는 승단이 신도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식으로 되는 것이다.

 

승단에서 수익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재가불자들의 영역을 빼앗아 가버리는 것이 된다. 재가불자들의 삶의 터전에 승단에서 개입하면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예가 있다.

 

사찰음식에 대하여 글을 쓴적이 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사업단에서 주관하는 사찰음식 세계화에 대한 글이다. 스님들이 사찰음식을 대중화하고 세계화 한다는 취지로 사업화 하는 것에 대하여 비불교적 행위라고 비판(K팝처럼 한류열풍을 기대한다고, 총무원의 사찰음식 대중화-2011-08-09)하였다.

 

이 글을 읽고 어느 법우님이 비밀댓글을 남겨 주셨다. 사찰음식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재가불자님이시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불이익이라기 보다는,, 괜히 스님들한테 주눅이 들어서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ㅋㅋ 제가 뭔가 조그만 일들을 진행하기만 해도 여기저기서 무서븐 소리들이(*이 중도 아니면서,,,)들려오고 새가슴& 원조불자라 여기는 저는 그저 접을수 밖에요^* 제자신이 많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기도 하구요. 어쨋거나 연꽃님의 블로그를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o법우님)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이다. 재가불자가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이를 사업화 하였다고 하여 사찰음식과 관련된 스님들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사찰음식과 관련하여 조그만 일을 진행해도 지들이 중도 아니면서…”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행여 이 블로그로 알려진 것이 불이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승려가 아니다.”

 

사찰음식과 관련하여 재가불자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듯한 모습을 승가에서 보여주는 것은 매우 배타적이라 본다. 그런 배타성이 반드시 사찰음식에 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번역에 있어서도 배타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빠알리니까야 번역물은 두 종류가 세상에 나와 있다. 하나는 재가의 전재성박사의 번역물이고, 또 하나는 승단의 초기불전연구원의 대림스님과 각묵스님의 번역물이다. 어떻게 하여 두 종류의 번역물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에 대하여 승가의 배타성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빠알리니까야 번역의 경우 전재성 박사가 지난 1989년 발원하여 1999년 최초로 상윳따니까야 일부가 출간됨으로 우리나라도 부처님의 원음이 담겨 있는 경전을 접하게 되었다. 이어 맛지나니까야 까지 출간 되었을 무렵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니까야 번역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초불연의 경우 이전에 청정도론과 아비담마길라잡이를 출간한 바 있다. 그래서 논장에 대하여 번역작업 하였더라면 우리나라 불교발전을 위하여 훨씬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초불에서는 논장 번역을 계속하지 않고 이미 번역작업이 진행 중인 경장에 대하여 또 다시 번역에 착수함으로서 이중작업을 하는 것처럼 비추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후발주자로서 초불연에서는 번역작업에 착수 한 것일까. 그것은 각묵스님의 글에서 잘 나타난다.

 

 

물론 한국에서 처음으로 빠알리 삼장의 번역을 시작한 분으로는 한국 빠알리 성전협회의 전재성 거사님이 있다. 그는 1999년에『쌍윳따 니까야』를 완역한 이후로 지금까지 4부 니까야를 완역해 내었다. 그러나 그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승려가 아니다. 통합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의 승려들이 빠알리 삼장을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스님, 지도법사: 각묵스님)의 설립 때부터이다.

 

(각묵스님 , 초기불교의 눈으로 본 통합종단 50년 소고)

 

 

각묵스님은 전재성박사에 대하여 그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승려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스님이 아니기 때문에 전박사의 번역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비추어진다. 마치 사찰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재가 불자에게 지들이 중도 아니면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출가수행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출가수행자들이 해야 할일은

 

마하빠리닙바나경(D16, 대반열반경)에서 부처님은 부처님 사후에 가르침과 계율이 스승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승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부처님이 남겨 놓은 말씀에 의지하라는 것을 말한다.

 

빠알리니까야에 근거하면 새롭게 승가에 대한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도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무언가 어긋난 일이 발생하였을 때 반드시 빠알리니까야를 참고한다고 한다. 거기에 모든 것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님들이나 재가불자나 모두 빠알리니까야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스님들이나 승가에서 사업을 하고 법답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은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위라 볼 수 있다.

 

스님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 그리고, 장사하는 행위는 재가자들의 영역이다. 빠알리니까야 번역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번역을 반드시 스님이 해야 하고, 스님이 번역한 것을 승가의 교재로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는 법이 없다. 또 번역하는 것을 넘어 출판사를 만들어 사업하는 행위 역시 초기불교적 가르침에 어긋난다. 번역하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겠다고 천명하는 언사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그렇다면 출가자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마하빠리닙바나경에서와 같이 수행승들이여, 참으로 그대들에게 당부한다. 모든 형성된 것들은 부서지고야마는 것이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D16)”라고 말씀 하셨다. 그런 정진은 어떤 것일까.

 

사만냐팔라경(D2)에서 보는 것과 같이 그는 태어남은 부수어졌고 청정한 삶은 이루어졌고, 해야 할 일을 다 마쳤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압니다. 대왕이여, 이것이 또 다른, 현세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수행자의 삶의 보다 뛰어나고 보다 탁월한 결실입니다.”라고 말씀 하셨다.

 

출가수행자들이 해야 할일은 이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현세에서 열반을 성취하여 윤회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생에서 팔리어 삼장을 완역할 수 있게 해주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묵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지를 순례할 때마다 엎드려 절하면서 올린 기도는 ‘이생에서 팔리어 삼장을 완역할 수 있게 해주십사’는 것이었고, 그것은 기도로 끝나지 않고, 학업을 계속하는 동안 역경을 위한 방대한 자료 저장도 함께 병행했으니, 지금 그의 컴퓨터에는 경전 주석서만도 일백오십 권 정도, 그리고 20만 단어를 자신이 뽑아 담은, 사전 여덟 권 분량의 자료가 입력되어 있다. (그는 요즘도 국내에서 역경 일에 전념할 형편이 못 된다고 판단이 되면 이 자료가 담긴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 외국으로 ‘피신’을 간다)

 

(월간해인)

 

 

각묵스님은 이 생에서 해야 할 일로서 빠알리삼장 완역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로서 해서는 안될 말이다.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라면 빠알리 삼장에 실려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현세에서 일찍 궁극의 앎을 성취한다. 만약에 바로 현세에서 일찍 궁극의 앎을 성취하지 못하면, 이 세상에서 목숨이 다할 때에 궁극의 앎을 성취한다.(S46:3)”라고 말씀 하셨다. 현세에서 열반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루고 역경불사에 남은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경불사는 반드시 승가에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소질과 자질을 갖춘 재가의 전문학자에게 맡겨 놓아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츨가자의 본분이 있고 출가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스승이 없다면

 

마땅히 스승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불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세존]

“장자들이여, 그대들에게는 합당한 이유로 신뢰하는, 마음에 드는 어떠한 스승이라도 있습니까?”

 

[장자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는 합당한 이유로 신뢰하는, 마음에 드는 어떠한 스승도 없습니다.”

 

[세존]

“장자들이여, 그대들이 신뢰하는, 마음에 드는 스승이 없다면, 이러한 논파할 수 없는 가르침을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대들이 논파할 수 없는 가르침을 가지고 실천하면, 그것은 그대들에게 오랜 세월 이익이 되고 행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빤나경-Apaṇṇaka sutta -논파할 수 없는 가르침에 대한 경, 맛지마니까야 M60, 전재성님역)

 

 

신뢰할 수 있는 스승이 없을 때에 대한 이야기이다. 깔라마경(A3:65)에 따르면, ‘유력한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해서라든가 또는 이 사문은 우리의 스승이다라는 생각 때문에진실이라고 받아 들이지 말라고 하였다.

 

부처님은 믿고 따를 수 없는 스승이 없을 때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라고 하였다. 이는 마하빠리닙바나경(D16)에서 내가 가고 난 뒤에 내가 가르치고 제정한 가르침과 계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그래서 스승이 없는 시대에 스승이 없는 재가불자들은 니까야에 실려 있는 부처님의 말씀이 스승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고 오로지 가르침(Dhamma)과 자신에 의지하라고 말씀 하셨다.

 

 

 

 

2013-01-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