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은 길고, 우루무치-유원간 야간침대열차
(실크로드 불교유적 성지순례 4, 야간열차, 2013-05-29)
실크로드 불교유적 성지순례 첫째날 일정은 천산천지, 우루무치박물관, 홍산공원 이렇게 세 군데 이었다. 다음 일정은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다. 돈황으로 가는 야간절차를 타는 것이다.
우루무치는 중국에 있어서 서쪽 실크로드의 관문이다. 국제공항이 있어서 전세계의 항공기가 취항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수기를 맞이 하여 5월 28일부터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운항이 시작 되었다.
그런데 우루무치에서 다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돈황으로 이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여행 이틑날부터 돈황부터 시작 하여 하미, 선선, 투루판을 거쳐 다시 우루무치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그래서 돈황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우루무치 중앙역으로 갔다.
우루무치 중앙역으로
우루무치 중앙역에 도착하였다. 여느 기차역과 마찬가지로 우루무치역 역시 각종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족을 비롯하여 위구르족 등이 한데 어울려 있는데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칙칙하다. 역전에 있는 사람들의 행색도 초라해 보이고 더구나 짐을 잔뜩 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마치 우리나라 육칠십년대를 떠 올리게 한다.
기차를 탈 때 까지 시간이 남아 역 바로 옆에 있는 노점상에서 쇼핑을 하였다. 야간기차를 탈 때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서이다. 노점에는 사과와 같은 익숙한 과일도 있지만 처음 보는 과일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린 과일이 많다. 포도, 살구 같은 것이다.
왜 유원(柳園)역인가
기차는 우루무치에서 출발하여 돈황 인근의 유원(柳園)역에 도착하도록 되어 있다. 돈황이 아니라 왜 유원역일까? 그것은 우루무치에서 출발하는 철도가 돈황을 경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차는 돈황이 아닌 돈황과 가까운 유원역에서 정차한다. 그래서 목적지는 돈황이 아니라 유원역이다.
우루무치와 난주를 연결하는 란신철로(兰新铁路)가 있다. 총 1903Km 철도로서, 연해지방과 서북 내륙지방을 연결하는 대동맥이다. 그런데 목적지 우르무치-유원간은 873Km이다. 이를 지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우루무치-유원간 873Km
A가 우루무치이고 B가 유원역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돈황이다. 돈황으로 가기 위해서는 돈황 북쪽에 위치에 있는 유원역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내려 가야 한다. 그리고 돈황까지는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거리는 140Km이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2시간 내지 2시간 반정도 걸린다.
유원역-돈황간 140Km
A가 유원역이고 B가 돈황시이다.
북경시간대를 적용하다보니
저녁 8시 30분 기차를 탔다. 그런데 아직도 날이 훤하다. 그것은 북경시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거의 서쪽 끝에 있는 신장지역은 시차가 거의 두 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 8시 30분이라고 하여 어둑한 것이 아니라 아직도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듯이 보인다. 실제로 5시나 6정도로 보인다. 이처럼 북경시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밤 10나 되어야 해가 지고 12시 가까이 되어야 완전히 깜깜해 진다. 반면 아침은 5시가 되어도 어둑하다. 6시가 되어야 해가 뜨기 시작한다.
남녀 구분이 없는 침대차
기차는 침대차이다. 4인실용이다. 그런데 남녀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중국의 침대차는 낯선 사람들과도 함께 한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여 침실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차라는 특수한 사정때문이라 보여진다. 수 많은 사람을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공간에 자리 배치를 하다 보니 남자와 여자를 따로 구분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낯선 남자와 여자가 4인용 또는 6인용 침실에서 함께 하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침실 바깥에는 좁은 복도가 있다. 간신히 두 사람이 스쳐 지나 갈 수 있다. 그럴 경우 한사람이 옆으로 비켜 서 주어야 한다. 그런데 공안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래서 낯선 남녀가 함께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처음 타보는 침대차이다. 저녁 8시 30분부터 다음날 7시 30분까지 11시간 동안 이동하는 것이다. 요금은 300위안이다. 우리돈으로 5만원 가량이라 한다. 이동을 하면서 숙박을 하기 때문에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잠자리는 불편하다. 이동중에 들을 수 있는 진동과 소음 때문이다. 그래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한다. 낮에 입은 옷 그대로 좁고 비좁은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 덥힌 천산산맥과 풍력발전기
차창가에서 바라본 밖의 풍경은 우리와 다르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사람이 사는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 멀리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드문 드문 풀도 보인다.
해가 있을 때 본 차창밖 풍경은 독특하였다. 우루무치에서 벗어나 투루판 지역으로 이동할 때 차창밖으로 석양에 저 멀리 눈 덥힌 천산산맥이 보인다. 그리고 수 많은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해가 져 감에 따라 천산산맥의 명암은 뚜렸해진다. 철로 주변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또다른 철로를 만드는 것일까? 아마도 고속전철을 건설중인 것 같다.
지평선에서 해가 떠오르고
기차는 밤새도록 달린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밤 12시가 넘어 잠시 눈을 붙이니 날이 밝아 온다. 차창 밖을 보니 저 멀리 지평선에서 해가 떠오른다.
11시간 걸려 마침내 7시 30분 유원역에 도착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아마도 단체여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은 길고
여행은 단체이든 홀로이든 나만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그런 여행은 목적지가 있기 마련이다. 목적지까지 가까운 길이건 먼 길이건 나그네가 가는 길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때로 장애가 있을 수 있고 도중에 포기할 수도 있다.
인생도 여행에 비유할 수 있다. 누구나 하는 여행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행을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목적지까지 잘 도달할 수 있을까? 부처님은 우리들에게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제시 하셨다. 안내자로서, 가이드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빠알리 니까야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Dīghā jāgarato ratti 디가 자가라또 랏띠
dīghaṃ santassa yojanaṃ 디강 산탓사 요자낭
dīgho bālāna saṃsāro 디고 발라나 삼사로
saddhammaṃ avijānataṃ 삿담망 아위자나땅.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자에게 길은 멀다.
올바른 가르침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 윤회는 아득하다.(Dhp 60)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은 길다.(Dīghā jāgarato ratti)’고 하였다. 이는 무슨 뜻일까? DhpA.II.12에 따르면, 밤이라는 것은 초야, 중야, 후야로 이루어져 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자에게는 그 길이가 서너 배나 길다. 태양이 떠오를 때 까지 뒤척거리면서 잠자는 게으른 사람이나 잘 먹고 호화로운 침대에서 자는 관능주의자들은 결코 그 길이를 모른다. 그러나 명상수행에 돌입하여 밤을 지새우며 정진하는 자, 진리의 말씀을 설하는 해설자, 그에게 가까이 앉아 설법을 듣는 자, 머리 등에 통증이 있는 자, 손발 등에 고통을 겪는 자, 밤을 길에서 지새우는 여행자는 그 길이를 알게 된다고 한다.
‘피곤한 자에게 길은 멀다.(dīghaṃ santassa yojanaṃ)’라고 하였다. 이는 무슨 뜻일까? DhpA.II.13에 따르면, 1 요자나는 겨우 4가바따(gavata)이다. 그러나 피곤하고 괴로운 자에게 그것은 실제보다 두 배처럼 보이기도 하는 먼 거리이다. 길을 하루 종일 걸으면서 피곤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보면 ‘마을이 여기서 얼마나 먼가?’라고 묻는다. 그러면 그 사람은 한 요자나 정도 된다고 답한다. 그리고 조금 더 가서 다른 사람이 오면, 그에게도 ‘마을이 여기서 얼마나 먼가?’라고 묻는다. 그러면 그 사람도 한 요자나 정도 된다고 대답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물어도 역시 마찬가지로 대답한다. 그러면 그는 ‘모두 한 요자나라고 대답하는데, 한 요자나가 얼마나 먼가! 나에게는 두세 요자나 정도는 된다.’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어리석은 자에게 윤회는 아득하다.(dīgho bālāna saṃsāro saddhammaṃ avijānataṃ)’라고 하였다. 이는 무슨 뜻일까? DhpA.II.12에 따르면, 어리석은 자는 이 세상과 저 세상에 유익한 것을 모르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종식시킬 수 없고, 윤회를 끝내는 서른일곱 가지의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길을 모른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에게는 윤회는 참으로 긴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이 잠부디빠에서 풀과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따다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고 ‘이분은 나의 어머니, 이분은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 식으로 헤아려나간다면, 수행승들이여, 그 사람의 ‘어머니의 어머니’ 식의 헤아림이 끝나기 전에 여기 잠부디까의 풀과 나뭇가지와 잎사귀들이 모두 소모되어 없어져버릴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다. 이 가르침과 관련하여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 되어 있다.
[세존]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수행승들이여,
이 윤회는 시작을 알 수가 없다.
무명에 덮인 뭇삶들은 갈애에 속박되어
유전하고 윤회하므로 그 최초의 시작을 알 수가 없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그대들은 고통을 경험하고 고뇌를 경험하고 무덤을 증대시켰다.
수행승들이여,
그러나 이제 그대들은
모든 형성된 것에서 싫어하여 떠나기에 충분하고,
사라지기에 충분하고, 해탈하기에 충분하다."
(띠나깟타경-Tiṇakaṭṭhasutta-풀과 나뭇가지의 경, 상윳따니까야 S15:1,전재성님역)
2013-06-15
진흙속의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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