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넘어져서 천년, 사막의 영웅 호양(胡楊)
(실크로드 불교유적 성지순례 11, 백양과 호양, 2013-05-31)
풍요로운 산천
여름에 보는 우리나라 산천은 풍요롭다. 산에는 갖가지 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강물은 넘실거린다. 더구나 운무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경치이다.
이렇게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것은 비가 오기 때문이다. 강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상록수의 경우 사시사철 푸르름을 유지한다. 그러나 사막의 경우는 다르다. 하나의 나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공적으로 물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아시스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사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있다. 마치 미루나무처럼 미끈하게 하늘을 향해 쭉 벋은 나무가 있다. 중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오아시스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볼 수 있다. 양관가는 길에서도 보았고, 명사산-월아천 가는 길에서도 보았고, 막고굴 앞에서도 보았다.
오아시스(양관)
오아시스(양관 가는 길)
양관 오아시스
명사산-월아천 가는 길
막고굴
이 나무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하여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더니 ‘중천양’이라 한다. 그러나 검색결과 중천양이라는 나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백양(白杨)’이라는 나무가 있었다. 후기를 작성한 것을 보면 이구 동성으로 백양이라 하였다.
흔하디 흔한 백양(白杨)나무
백양에 대하여 검색하였더니 버드나무과(Salicaceae)라 한다. 그러고 보니 돈황에서 흔하디 흔한 백양나무는 마치 미루나무처럼 생겼다. 몸체가 백색을 띠고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사시나무’처럼 생겼다. 이처럼 하얀 버드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백양이라고 이름 붙였을 것이다.
막고굴 공원 앞에 아름드리 나무
백양과 더불어 또 하나 흔한 나무가 보인다. 가로수로도 심어져 있고, 공원에서도 볼 수 있는 나무이다. 특히 막고굴 공원 앞에 아름드리 나무를 볼 수 있다.
이 나무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번에도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유수’라 하였다. 그러나 검색결과 유수를 찾을 수 없었다. 또 한번 빗나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무 이름은 무엇일까? 그 단서를 ‘양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양관에서 본 호양(胡杨)나무
양관 박물관 내에서 촬영한 나무가 있다. 표지판이 있어서 촬영해 두었다. 한자어로 호양 (胡杨)이라 되어 있다. 호양나무이다. 양자가 붙은 것으로 보아 미루나무의 일종이다. 백양나무의 양(杨)자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호(胡)자가 붙었으므로 이를 그대로 해석하면 호양은 오랑캐 미루나무가 된다. 호양은 서역의 미루나무라는 뜻이다.
막고굴 공원의 호양
양관에서 본 것은 수령이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막고굴 공원 앞에서 본 것은 매우 오래 된 것 같다.
호양(胡杨)을 검색하였더니
호양에 대하여 검색해 보았다.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아직까지 호양에 대한 백과사전식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호양(胡杨)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중국사이트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胡杨,又称胡桐,为杨柳科落叶乔木。生长在沙漠的,它耐寒、耐旱、耐盐碱、抗风沙,有很强的生命力。“胡杨生而千年不死,死而千年不倒,倒而千年不烂”。胡杨是生长在沙漠的唯一乔木树种,且十分珍贵,可以和有“植物活化石”之称的银杏树相媲美。它曾经广泛分布于中国西部的温带暖温带地区,新疆库车千佛洞、甘肃敦煌铁匠沟、山西平隆等地;如今,除了柴达木盆地、河西走廊、内蒙古阿拉善一些流入沙漠的河流两岸还可见到少量的胡杨外,中国胡杨林面积的90%以上都蜷缩于新疆,而其中的90%又集中在新疆南部的塔里木盆地。
(胡杨)
한문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막과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나무라 한다. 그래서 추위에 강한 ‘내한(耐寒)성’이고, 또 가뭄에 강한 ‘내한(耐旱)성’ 이라 한다. 주로 중국 서부 신강성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넘어져서 천년
호양에 대한 검색결과 어느 블로거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양에 대한 매우 자세한 설명이라 본다.
일반적인 버드나무와 달리 호양나무는 사막의 건조하고 기온의 변화가 심한 곳과 특히 염분 농도가 높은 곳에서도 자랄 수 있다. 염분의 함유량이 높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무성한 가지와 잎새를 달고 있어 사람들은 호양나무를 “사막의 척추”라고 부른다.
호양나무는 지하 10미터까지 뿌리를 내리고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어 건조한 지역에서 생존할 수 있다. 호양나무의 세포액 농도가 매우 높은 강 알카리성이여 염분을 함유한 지하수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호양나무의 가지를 자르면 잿물이 나오는데 비누와 제초제로 사용할 수 있으며 큰 나무에서 일년에 약 10 kg 정도를 채취할 수 있다.
호양나무는 6천만전부터 지구상에 생존하였고 높이는 15~30미터, 어린 나무와 큰나무의 잎새 모양이 달라 “잎새가 다른 버드나무”로도 불린다. 호양나무는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여 방사림용으로 재배하며, 잎새는 사료로, 목재는 교량의 특수용도로, 제지와 가구를 제조하는데 사용한다.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위구르 사람들은 호양나무를 “영웅나무(英雄树)로 부르며,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땅에 쓰러져서 천년을 견딘다고 칭송한다. (长着不死一千年,死了不倒一千年,倒了不烂一千年)”
실크로드를 여행한 어느 블로거가 작성한 글이다. 특징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넘어져서 천년을 산다고 한다. 이 말은 중국 사이트에 실려 있는 문구 “胡杨生而千年不死,死而千年不倒,倒而千年不烂”와 일치 한다. 이런 문구를 보면 마치 우리나라 주목을 연상시킨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넘어져서도 천년을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타클라마칸 사막에서는 수천년 된 미이라 함께 호양나무가 발견된다고 한다.
사막의 영웅 호양(胡杨)
호양나무는 서역의 사막에서 자라고 사막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준 것 같다. 그래서 영웅나무(英雄树)라고 한다.
사막의 수호신과 같은 나무가 호양나무이다. 그래서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넘어져서 천년 사는 호양수를 영웅시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중국 드라마 ‘대돈황’에서도 ‘호양’이 등장한다. 이때 호양은 마적 대장 이름이다.
중드 대돈황은 크게 상중하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부가 12회로 끝나고 13회부터는 중부가 시작 되는데 시점이 1900년이다. 서구 열강들이 돈황의 문화재를 넘보기 시작하던 때이다.
이런 때 마적이 나타난다. 그 마적의 이름이 호양이다. 왜 호양이라 하였을까? 대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여기에는 호양이라는 대도가 설치는 곳이에요.
관리와 서양인들을 눈에 가시로 여기죠.”
“왜 서양인들과 싸우지?”
“보물을 지키려고요! 서양인들이 막고굴에서 보물을 훔쳐 가잖아요.”
“관아는 뭐하고?”
“서로 짜고 하는 걸요.”
대사를 보면 1900년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청나라 말기 서구 열강의 침입으로 돈황의 문화재가 약탈당하고 있는 것을 묘사 하고 있다. 부패한 관리들이 서양의 탐험가 들과 짜고 문화재를 빼돌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하여 마적들이 등장하는데 마적 대장 이름이 호양이라 한다.
그런데 호양을 잡아서 교수형에 처하지만 제2 호양, 제3 호양이 연이어 나타난다. 그럴 때 마다 하는 말이 “호양을 알아? 호양나무는 수 천년 살고 죽어도 쓰러지지 않으며 쓰러져도 썩지 않는다!”라고 외친다. 호양수가 사막에서 영웅수라 불리우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호양(胡杨)
우리나라 영웅수는?
우리나라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이다. 은행나무는 가로수에서 볼 수 있고, 느티나무는 공원이나 정원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런 나무를 처음 보는 외국사람은 대단히 인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나무를 매일 보는 사람은 그다지 감흥이 없다. 그러나 외국인이 되어 낯선 곳에서 낯선 나무를 바라 보았을 때 인상을 받는다. 돈황에서 본 백양과 호양이 그런 것이라 볼 수 있다.
백양과 호양은 돈황에서 흔하디 흔한 나무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래 된 호양에 대해서는 특별히 영웅수라 하였다. 그것은 오래 살기도 하지만 추위에 가물에 잘 견디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극복하는 것을 높이 평가 한 것 같다. 그래서 중드 대돈황에서 혼란기에 문화재를 지키는 역할로 등장하는 대도이자 마적단 두목 이름을 호양이라 하였을 것이다.
사막에서 호양수는 영웅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영웅수가 없을까? 오래 된 나무는 모두 영웅수라 볼 수 있다. 수백년 된 은행나무, 동구밖을 지키는 오래 된 느티나무, 가지가 척척 늘아져 보기 좋은 낙락장송은 모두 영웅수의 반열에 들어 갈 수 있다. 그런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흔하디 흔한 나무이다.
하트모양에 긴꼬리의 보리수
불교에도 영웅수가 있다. 그것은 초기경전에 따르면 “한때 세존께서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직후, 우루벨라마을의 네란자라 강가에 있는 아자빨라 보리수 아래에 계셨다.(S6;1)” 라고 되어 있어서 보리수가 부처님의 깨달음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리수는 인도에서는 흔하디 흔한 나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신비롭게 느껴진다. 더구나 그 나무 아래에서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었다고 하지 않은가. 그래서 보리수는 불교인들에게 깨달음의 나무일 뿐만 아니라 영웅수라 볼 수 있다.
보리수는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사진으로 접하는 보리수를 보면 가슴뭉쿨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더구나 하트모양에 긴꼬리 모양을 한 독특한 보리수 잎파리를 보면 가슴이 뛴다.
2013-07-03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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