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아야 할 것은 못보고, 투루판에는 어떤 볼 것이 있는가?
(실크로드 불교유적 성지순례 23, 투루판 소공탑-군왕부, 2013-06-03)
청나라시절 투루판 군왕이 살던 곳
6월 3일 일정은 오전에 교하고성과 카레즈 방문이고, 오후에는 투루판군왕부와 포도농가 방문이다. 이날 세 번째 일정으로 투루판 군왕부를 방문하였다. 위성지도로 찾아 보니 투루판 시내에서 동쪽으로 2키로 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포도 농가가 있는 밭 한 가운데에 있다.
투루판 군왕부는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청나라시절 투루판을 지배하던 군왕이 살던 곳이다.
책봉명령서를 들고
군왕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나의 커다란 석상이다. 석상의 주인공은 한자어로 액민화탁(額敏和塔)이다. 액민화탁은 청나라 시절 이민족을 평정한 공로로 건륭제로부터 왕위를 책봉받는다. 그리고 후손이 왕위를 세습하게 된다. 청나라의 속국이 된 것이다.
액민화탁의 석상을 보면 한손에 들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청조로 부터 받은 왕위를 책봉명령서이다.
청나라에서 왕위를 책봉하였다는 사실은 투루판이 청나라의 완전한 속국임을 말한다. 비록 세습하여 200년간을 다스리긴 하지만 투루판은 청나라의 영토가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역사부도에서는 청나라 영토로 표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위구르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그다지 부끄럽지 않게 생각한다고 한다. 한족에 지배 당한 것 보다 만주족에게 지배당한 것이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청나라는 한족이 세운 나라가 아니라 만주족이 세운 나라이었기 때문에 비록 왕위 책봉을 청에서 받았을지라도 크게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라운드 제로
군왕부로 올라 가지 전에 둥그런 원이 보인다. 타일로 원형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이 ‘그라운드 제로’라 한다. 해발 영(0)미터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박수를 치면 공명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현상이다.
지구상에서 바다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신장지역이라 한다. 그 중에서도 해발고도가 낮은 곳이 투루판이다. 그래서 마치 움푹 들어간 분지형태를 하고 있다. 투루판이라는 명칭도 위구르어로 ‘움푹 들어간 땅’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여름에 가장 더운 곳이라 한다.
투루판 지형은 고온, 건조, 강풍의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화주(火洲:불의 땅), 사주(沙洲:모래의 땅), 풍주(風洲:바람의 땅)라고 불려 왔는데, 불과 모래와 바람은 이곳을 문명의 용광로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문명이든지 이곳을 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란의 마니교와 기독교의 일파인 경교도 이곳을 넘지 못하였고, 기세 좋던 이슬람 역시 이곳에 멈추었다. 하지만 불교만큼은 이곳을 넘었다. 그래서 중국을 포함하여 한국, 일본에 불교가 전파 되었다. 유일하게 ‘이종간 문명가로지기’에 성공한 종교가 불교인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이슬람탑
군왕부에서 볼 만한 것은 소공탑이다. 높이 44미터로 중국에서 있는 이슬람 탑중 가장 높은 것이라 한다. 청나라시절 이곳 투루판의 군주 액민화탁이 지은 것이다. 몽고족인 중가르가 침입하자 40일간 성을 지켜서 막아 낸 공로로 청나라 황제 건륭제가 액민화탁에게 많은 돈을 하사 하였다. 그 돈으로 지은 것이 소공탑이라 한다.
소공탑 오른쪽에는 모스크로서 현재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금요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슬람 종교 행사를 연다고 한다.
“알라 만세” “건륭만세”
소공탑 옆에는 모스크가 있다. 모스크에 들어 가면 하나의 비석이 보인다. 비석을 보면 좌측에 위구르어로 되어 있고 우측에 한문으로 되어 있다. 청나라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소공 액민화탁의 아들 수레만이 만든 것이라 한다. 비석에는 위구르어로 “알라 만세” 와 한문으로 “건륭만세”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겉은 이슬람풍, 속은 청나라풍
모스크의 내부를 보았다. 겉보기는 이슬람풍이지만 내부는 청나라풍이다. 이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보니 비가 내릴 염려가 없어서 천장은 뚫려 있다. 그리고 나무로 된 기둥이 열을 이루어 서 있다. 하미에서 본 모스크에서는 기둥과 천장이 맞닿는 부분에 연꽃문양이 있었으나 그런 장식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스크 내부를 보면 이슬람 특유의 문양은 보이지 않는다. 청나라 당시 청나라 풍의 영향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겉은 이슬람풍이지만 속은 청나라풍이다.
소박한 군왕의 집무실
모스크 관람을 마치고 군왕의 집무실로 이동하였다. 우리나라 식으로 따지만 왕이 사는 경복궁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군왕의 집무실은 매우 소박하다. 작은 방 중앙에 군왕석이 있고 좌우에 대신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 되어 있다. 구조로 보아서 신발을 벗고 올라가 앉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맞은 편에는 군왕의 접견실이 있다. 접견실 역시 매우 소박하다. 작은 방에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상이 놓여 있는 곳이 탁자 위에 있어서 역시 신발을 벗고 올라가 앉아서 차를 마시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투루판에는 어떤 볼 것이 있는가?
군왕부 관람을 마쳤다. 그러나 그다지 볼 것이 없다. 그럼에도 패키지 관광상품에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투루판에는 어떤 볼 것이 있을까? 군왕부 옆에 투루판 관광명소에 대한 안내판이 보였다. 리스트를 보니 15군데에 달한다. 이를 표로 만들어 보았다.
투루판 관광지
No |
관광지 명칭 |
등 급 |
방문지 |
불교유적 |
1 |
포도밭 경구 |
중국 AAAA 급 경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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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교하고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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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
불교 |
3 |
고창고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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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
불교 |
4 |
소공탑-군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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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
|
5 |
아스타나 고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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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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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투루판 박물관 |
신장 2대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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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베제크릭 천불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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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
불교 |
8 |
카레즈박물관, 민속원 |
중국 AAAA 급 경구 |
방문 |
|
9 |
화염산 경구 |
중국 AAAA 급 경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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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
10 |
위구르 민속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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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토욕구 (吐峪沟) 천불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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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
12 |
사막 생태 체험 경구 |
중국 AAA 급 놀이 풍경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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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만불궁(万佛宮) |
중국 AAA 급 놀이 풍경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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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
쿠므타그 사막 체험 |
중국 AAA 급 놀이 풍경구 |
방문 |
|
15 |
아이딩호 경구 |
해발 최저점, -154미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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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에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중국에서 바다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서 1)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곳이다. 그리고 2) 중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다. 여름에 50도까지 치솟는다. 그러다 보니 3) 중국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다. 비가 내리긴 하지만 일년이 이삼십 미리에 불과 하고 내리다 증발하고 만다고 한다. 이렇게 건조 하다 보니 일조량이 풍부하여 4)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포도가 생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 투루판은 동서문명의 교차지점이기도 하다. 동시에 문명의 무덤이기도 하다. 불교를 제외 하고 어떤 문화도 투루판 분지를 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진짜 보아야 할 것은 못보고
이와 같은 투루판에 15군데의 관광지가 있다. 이중 이번 여행에서 본 것은 교하고성, 고창고성, 소공탑-군왕부, 아스타나 고분군, 베제크릭 천불동, 카레즈(인공수로) 박물관, 쿠므타그 사막 체험 이렇게 일곱 군데이다. 투루판에서 2박 하면서 본 것이다. 그런데 표를 보니 진짜 보아야 될 것을 못 본 것 같다. 투루판 박물관이다. 표에서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2대 박물관에 속한다고 한다.
표를 보니 불교 관련 유적이 모두 다섯 군데이다. 교하고성과 고창고성을 불교유적으로 넣은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이들 두 고성의 최종 종착지가 대불사라 불리우는 절터 이었기 때문에 타당한 것이라 본다. 더구나 절터에는 불상의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자라면 꼭 가보야 될 곳이 리스트에서 열 한 번째인 토욕혼이라 본다.
불자라면 꼭 보아야 할 곳, 토욕구
자료에 따르면 토욕구는 천불동지역이라 한다. 정수일박사의 실크로드 여행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소개 되어 있다.
시 중심에서 동쪽으로 60㎞쯤 가면 수바스강을 낀 ‘토욕구’란 계곡이 나타나는데, 그 동서 양쪽에 94개의 동굴이 올망졸망 뚫려있다. 3세기 만들어진 이 동굴군은 1879년 발견되었으나, 지난해 10월에야 처음 공식 개방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불교와 마니교의 공존이다. 흔히 마니교 동굴이라고 하는 42동을 보면, 원래 불교의 관상(觀想)을 위한 굴로서 지금도 동서벽에는 이와 관련한 벽화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후일 마니교가 들어오면서 중앙벽에는 나무가지마다 금박장식을 한 ‘생명의 나무’ 49개를 비롯해 온통 마니교 관련 그림들이 들어차게 되었다. 이 굴에서는 마니교 경전도 발견되었다.
( 정수일의 실크로드 재발견 <8> 문명의 용광로 투루판, 정수일 박사)
정수일 박사의 여행기에 따르면 토욕구천불동은 “지난해 10월에야 처음 공식 개방했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2004년도에 일반에 공개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베제클리크 천불동과 함께 불교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 보지 못하였다. 그것은 패키지 여행의 한계이다. 불자들로만 구성된 순례팀이 구성되었다면 불교 유적지 위주로 여행일정을 작성하였을 것이다.
모택동상은 불상과 동급
투루판 군왕부에 기념품 가게가 있다. 이곳 투루판이 위구르족이 70%를 차지하는 이슬람지역임에도 기념품 가게에는 중국풍의 기념품 들이 넘쳐 난다. 특히 모스크가 있는 사원의 기념품 가게에서 중국전통신앙을 상징하는 도교의 관우상과 불교의 불상도 볼 수 있다. 심지어 모택동 상도 볼 수 있다. 아마도 현지인들 보다 한족이나 한국과 같은 외국 관광객들을 겨냥한 것이라 보여진다. 무엇보다 모택동상이 도교와 불교의 상과 동급으로 취급 되어 어느 기념품 가게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런 포도
투루판은 포도의 고장이다. 6월 3일에 본 투루판 포도는 이제 영글어 가고 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를 보면 탐스럽기 그지 없다.
투루판 포도는 7월과 8월이 수확기라 한다. 수확을 하면 음지에서 말려 건포도를 만든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당도가 높은 투루판 건포도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포도의 고장 투루판에서 다음 일정은 투루판 포도 농가 방문이다.
2013-08-2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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