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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자식) 보다 더 강한 삶의 족쇄는? 사랑의 자물쇠와 재가자의 삶

담마다사 이병욱 2013. 10. 31. 21:10

라훌라(자식) 보다 더 강한 삶의 족쇄는? 사랑의 자물쇠와 재가자의 삶

 

 

 

재가자의 삶은 고달프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나 이상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주민등록상의 이름이 있는가 하면 집에 가면 아버지이고 또는 어머니이다. 또 직장에서는 대리 또는 과장, 부장, 사장 등으로 불리우고 인터넷에서는 아이디로 통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재가자의 삶은 고달프다. 그것은 처와 자식, 부모를 봉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하고 세월은 흘러만 간다. 그래서일까 법구경에서는 세상의 삶은 어렵고 재가의 삶은 고통스럽다.(Dhp 302)”라 하였다. 이렇게 재가자의 삶을 묽고 있는 자물쇠는 무엇일까? 상윳따니까야 꾸띠까경(Kuikāsutta, S1.19)이 설명해 준다.

 

 

Kuikāsutta

 

Sāvatthiya-

 

(Devatā:)

Kacci te kuikā natthi kacci natthi kulāvakā,
Kacci sant
ānakā natthi kacci muttosi bandhanāti.

 

(Bhagavā:)

Taggha me kuikā natthi taggha natthi kulāvakā,
Taggha sant
ānakā natthi taggha mutto'smi bandhanāti.

 

(Devatā:)

Kintāha kuika brūmi kinte brūmi kulāvaka,
Kinte sant
āna1ka brūmi kintāha brūmi bandhananti.

 

(Bhagavā:)

Mātara kuika brūsi bhariya brūsi kulāvaka,
Putte sant
ānake brūsi taha me brūsi bandhananti.

 

(Devatā:)

Sāhu te kuikā natthi sāhu natthi kulāvakā,
S
āhu santānakā natthi sāhu mutto'si bandhanā'ti.

 

 

토굴 경

 

3. [천신]

당신께는 토굴도 없고

당신께는 보금자리도 없고

당신께는 계보의 끈도 없고

당신께는 속박도 없습니까?

 

4. [세존]

분명히 내게는 토굴도 없고

분명히 내게는 보금자리도 없고

분명히 내게는 계보의 끈도 없고

분명히 내게는 속박도 없노라.

 

5. [천신]

무엇을 일러 토굴이라 했고

무엇을 일러 보금자리라 했고

무엇을 일러 계보의 끈이라 했고

무엇을 일러 당신께 속발기알 했으리까?

 

6. [세존]

어머니를 일러 토굴이라 했고

아내를 일러 보금자리라 했고

아들을 일러 계보의 끈이라 했고

갈애를 일러 내게 속박이라 했노라. 

 

7. [천신]

당신께 토굴이 없다니 멋지십니다.

당신께 보금자리가 없다니 멋지십니다.

당신께 계보의 끈이 없다니 멋지십니다.

당신께 속박이 없다니 멋지십니다.

 

(토굴 경, 상윳따니까야 S1.19, 각묵스님역)

 

 

오두막의 경

 

1. [하늘사람] “그대에겐 오두막도 없고

아무런 보금자리도 없으며

어떠한 매듭도 없으니

얽매임에서 벗어났는가?”

 

2. [세존] “참으로 내게는 오두막도 없고

아무런 보금자리도 없네.

나에게는 매듭도 물론 없고

참으로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났네.”

 

3. [하늘사람] “무엇을 오두막이라 부르고

무엇을 보금자리라고 부르랴?

무엇을 매듭이라고 부르고

무엇을 얽매임이라고 부르랴?”

 

4. [세존] “어머니를 오두막이라 부르고

아내를 보금자리라 부르고

자식을 매듭이라고 부르고

갈애를 얽매임이라고 부르네.”

 

5. [하늘사람] “훌륭하네. 그대에게 오두막이 없으니.

훌륭하네. 아무런 보금자리도 없으니.

훌륭하네. 매듭도 물론 없으니.

훌륭하네. 얽매임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니.”

 

(오두막의 경, 상윳따니까야 S1.19, 전재성님역)

 

 

A Little Hut

 

"Don't you have a little hut?

Don't you have a little nest?

Don't you have any lines extended?

Are you free from bondage?"

 

 "Surely I have no little hut,

Surely I have no little nest,

Surely I have no lines extended,

Surely I'm free from bondage."

 

 "What do you think I call a little hut?

What do you think I call a little nest?

What do you think I call lines extended?

What do you think I call bondage?"

 

 "It's a mother that you call a little hut,

A wife that you call a little nest,

Sons that you call lines extended,

Craving that you tell me is bondage."

 

 "It's good that you have no little hut,

Good that you have no little nest,

Good that you have no lines extended,

Good that you are free from bondage."

 

(CDB, Bhikkhu Bodhi)

 

 

꾸띠까경을 보면 하늘사람과 부처님과의 질문과 대답에 이어 추가질문과 대답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하늘사람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하여 찬탄하는 게송으로 끝 맺고 있어서 모두 다섯 개의 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두막(kuika), 보금자리(kulāvaka), 매듭(santānaka), 얽매임(bandhana)

 

먼저 하늘사람은 부처님에게 얽매임에서 벗어났는지에 대하여 묻는다. 숲속 에서 탁발에 의지하며 사는 부처님을 향하여 넌지시 떠 보는 말이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참으로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났네.”라며 분명히 벗어났음을 말한다.

 

그러자 하늘사람은 추가질문을 한다. 그래서 오두막(kuika), 보금자리(kulāvaka), 매듭(santānaka), 얽매임(bandhana)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물어 본다. 이에 대하여 빅쿠 보디는 다음과 같은 각주를 달았다.

 

 

Spk: The deva refers to one's mother as a "little hut" because one dwells in her womb for ten months; to a wife as a "little nest" because, after a hard day's work, men resort to the company of women in the way that birds, after searching for food during the day, resort to their nests at night; to sons as "lines extended" (santanaka) because they extend the family lineage; and to craving as bondage. The Buddha replies as he does because he will

never again dwell within a mother's womb, or support a wife, or beget sons.

 

(각주, CDB, Bhikkhu Bodhi)

 

 

이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천신은 누군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열 달 동안 머물렀기 때문에 작은 오두막으로서의 누군가의 어머니를 언급하고 있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친 남자에게 있어서 아내는 작은 둥지와 같다. 마치 새들이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아 다닌 후에 둥지에서 밤을 보내는 것처럼 남자들은 동반자로서 여자들에게 의지한다. 아들들은 가문의 혈통을 연장하기 때문에 선을 연장하는 것(santanaka)으로 본다. 이와 같은 갈망은 속박하게 만든다. 부처님은 결코 어머니의 자궁이나 아내를 부양하는 것, 아들을 낳는 것 등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진흙속의연꽃 번역)

 

 

오두막에 대하여 어머니의 자궁으로, 아내는 작은 둥지, 자식들은 매듭으로, 이 셋에 속박되게 하는 것을 갈망으로 보았다. 이는 부처님이 답변한 다음과 같은 게송을 풀어 설명한 것이다.

 

 

It's a mother that you call a little hut,

A wife that you call a little nest,

Sons that you call lines extended,

Craving that you tell me is bondage.

 

이것은 작은 오두막이라 부르는 어머니이고,

작은 둥지라 부르는 아내이고,

상속자라 부르는 아들이고,

이러한 갈망이 나를 속박한다. 

 

 

이와 같은 게송에 대하여 초불연의 각묵스님과 성전협의 전재성님은 다음과 같이 각주를 하였다.

 

 

이 천신은, 중생이 열 달을 어머니의 자궁에서 머문다는 뜻에서 어머

니를 토굴(kutika)에 비유하고 있다. 마치 새들이 낮에는 먹이를 찾아다

니지만 밤에는 보금자리를 의지하여 쉬듯이 남자들도 여기저기 가서 일을

하고 밤에는 아내 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거처나 마찬가지인 아내를

금자리(kulavaka)에 비유했다. 계보가 계승된다는 뜻에서 아들을 계보의

(santanaka)에 비유하고 있으며, 갈애를 속박(bandhana)에 비유하고

있다. 이것을 모아서 세존께 질문한 것이다.(SA.i.37~38)

 

(각주, 초불연 각묵스님)

 

 

Srp.I.38에 따르면, 부처님은 어머니의 자궁에도 들지 않을 것이고 아내도 자식도 갈애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이 표현한 것이다.

 

(각주, 성전협 전재성님)

 

 

각묵스님의 각주를 보면 어머니를 토굴에, 아내를 보금자리로, 아들을 계보의 끈으로 비유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전재성님은 짤막하게 표현 하였다.

 

“라후( Rāhu)가 태어났다, 족쇄가 채워졌다!

 

게송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어머니와 아내와 자식에 얽매여 사는 삶이 속박임을 말한다. 특히 자식에 대해서는 매듭(santāna1ka)’이라 하였다. 이런 매듭은 어머니나 아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삶의 족쇄와 같다. 그래서일까 부처님은 라훌라가 태어 났을 때 “라후 자또, 반다남 자땀(Rāhu jāto, bandhanam jātam) ”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 말뜻은 “라후( Rāhu)가 태어났다, 족쇄가 채워졌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라훌라를 족쇄에 비유한 것이다.

 

라훌라(자식) 보다 더 강한 삶의 족쇄는?

 

그렇다면 라훌라(자식) 보다 더 강한 삶의 족쇄는 무엇일까? 법구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Na ta daha bandhanam-āhu dhīrā,     나 땅 달항 반다나마아후 디라
Yad-
āyasa dāruja babbajañ-ca,       야다야상 다루장 밥바잔짜
S
ārattarattā maikuṇḍalesu             사랏따랏따 마니꾼달레수
Puttesu d
āresu ca yā apekhā             뿥떼수 다레수 짜 야 아뻭카

 

쇠나 나무나 밥바자 풀로 만든 것을

현명한 님은 강한 족쇄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석이나 귀고리에 대한 탐착,

자식과 아내에의 애정을 강한 족쇄라고 말한다.

 

(법구경 Dhp 345, 전재성님역)

 

 

쇠로 만든 족쇄가 있다. 손이나 발을 묶어 놓아 도망 가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말한다. 감옥에서 죄수들에게 채워지는 족쇄는 도망도 가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행동반경도 제한된다.

 

그런데 법구경 게송에 따르면 쇠로 만든 것이든 나무로 만든 것이든 어떤 사람을 묶어 놓는 족쇄는 그다지 강력한 것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쇠붙이로 만든 족쇄는 언제든지 칼 등으로 끊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족쇄가 있다. 그것은  “탐착”과 “애착”이라는 족쇄이다. 보석이나 귀거리나 보석으로 이루어진 장식물은 탐착의 대상이다.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런 탐착은 쇠붙이로 만들어진 족쇄보다 더 강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더 강력한 것은 “자식과 아내에 대한 애착”이라 한다.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

 

자식과 아내에 대한 애착은 보석등의 탐착보다 더 강하고 쇠붙이로 만든 족쇄와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족쇄라고 한다. 쇠붙이로 된 족쇄는 끊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자식과 아내와의 인연에 따른 족쇄는 끊을래야 여간 해서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 남자가 자식과 아내를 가진 가장이 되면 삶의 과정에서 즐거움과 기쁨도 맛 보지만, 또한 고통도 맛보게 된다. 인생의 온갖 희로애락을 맛보게 하는 족쇄에 묶이면 결국 개인의 삶을 고통속에 빠뜨려 버리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삶의 과정에서 싫어 하는 것과 만나는 것도 고통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고통을 맛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족쇄에 묶이면 윤회(samsara)의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세생생 윤회하게 하는 동력

 

오두막의 경에서도 갈애를 얽매임이라고 부르네. (taha me brūsi bandhananti. S1.19)”라 함으로서 갈애야 말로 이 세상 어떤 것 보다도 끊을 수 없는 강력한 족쇄임을 말하고 있다. 이런 갈애에 대하여 전재성님은 각주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taha : 쌍윳따니까야 경 1:63에 따르면, 이 갈애는 무명과 더불어 인과연쇄에서 가장 중요한 동인으로 꼽힌다 : ‘세계는 갈애에 의해 이끌어 진다.’ MN. I. 48:299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재생을 증진하고 유도하는 동인으로 서술된다.

 

(taha 각주, 전재성님)

 

 

갈애를 뜻하는 딴하는 존재가 세세생생 윤회하게 하는 동력이라 한다. 마치 전동기처럼 자가 발전을 하는 시스템과 같은 것이다. 그런 갈애는 형상, 소리, 냄새, , 감촉, 사실 이렇게 여섯 가지로 설명된다. 또 한편 갈애는 초전법륜경에서 집성제에서 설명되듯이 감각적 욕망의 갈애, 존재에 대한 갈애, 비존재에 대한 갈애 이렇게 세 가지로도 설명된다.

 

고통의 자물쇠에 갇혀 버리던 날 그날은

 

우리나라 가수 중에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표현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음악평론가들은 여자가수로서 심수봉과 남자가수로서 조용필을 들고 있다. 한국인들의 가슴 한 구석에 응어리져 있는 한에 대하여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서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조용필의 노래 중에 Q가 있다. 80년대에 발표한 곡이다. 노래 Q의 가사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하얀 꽃송이 송이 웨딩드레스 수놓던 날
우리는 영원히 남남이 되고

고통의 자물쇠에 갇혀 버리던 날 그날은
나도 술잔도 함께 울었다.

 

 

라는 구절이 있다. 가사에서 자물쇠가 나온다.  남녀가 서로 결혼 하는 것에 대하여 자물쇠에 갇혀 버린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자물쇠라는 것은 게송에서와 같이 아내와 자식이라는 자물쇠이다. 그래서 자물쇠에 묶여 있는 한 행동반경은 제한 받게 되어 있다. 마치 목줄이 있는 개처럼 일정한 행동반경은 보장 되지만 목줄 너머에는 갈 수 없다. 그래서 생활이라는 자물쇠에 갇혀 버린 것을 알고 나도 술잔도 함께 울었다라고 노래 하였을 것이다.

 

사랑의 자물쇠

 

중국 여행을 다니다 보면 명승지에 사랑의 자물쇠를 많이 볼 수 있다. 자물쇠 두 개를 서로 끼워 놓고 열쇠로 잠궈 버린 것이다. 자물쇠는 다시 찾아와 풀기 전까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랑의 자물쇠는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한다.

 

 

 

lock

 

 

하지만 이런 자물쇠 보다 더 풀기 어려운 것은 혈연 관계이다. 그래서 라훌라(자식)가 태어나면 더 이상 끊을 래야 끊을 수 없는 쇠밧줄 보다 더 강력한 자물쇠가 된다.

 

 

 

 2013-10-3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