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분노와 시기와 질투,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4. 1. 6. 18:10

 

분노와 시기와 질투,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 우리사회를 지탱한 두 개의 기둥이라 한다. 이는 양심과 수치심에 대한 것이다. 만일 양심이 결여되고 수치심을 모르는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천박한 사람들로 넘쳐 날 것이다. 그렇다면 천박한 사람, 천한 사람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일컫는 것일까?

 

천한 놈아, 거기 섰거라

 

부처님이 사왓티에서 탁발중이었다. 차례로 탁발을 하다고 어느 바라문 집으로 향하였다. 그러자 이를 지켜 보던 바라문은 대뜸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바라드와자]

“까까중아, 거기 섯거라. 가짜 수행자여, 거기 섰거라.

천한 놈아, 거기 섰거라.

 

(Vasala sutta-천한 사람의 경, 숫따니빠따 Sn1.7, 전재성님역)

 

 

바라문은 부처님에게 왜 천한 놈이라 하였을까? 이는 사성계급의 정점에 있는 바라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부처님의 승단에 천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천한 사람으로 간주 하여 머리깍은 자를 보면 까까중이라 하며 경멸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이 바라문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세존]

 “바라문이여, 도대체 당신은 천한 사람을 알고 나 있습니까?

또 천한 사람을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습니까?”

 

(Vasala sutta-천한 사람의 경, 숫따니빠따 Sn1.7,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천한 사람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묻는다. 단지 태생으로 귀하고 천하다고 보는 바라문계급을 비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천박하다고 보는 사람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천한 사람의 대표적 유형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Vasala sutta는 천한 사람의 경이라 번역되어 있다. 각주에 따르면 와살라숫따는 수호경 중의 하나라 한다. 수호경이라 하면 생활경을 말한다. 늘 수지하고 독송하는 경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천수경과 같은 것이다. 그런 와살라경에서는 천박한 자의 유형이 무려 20가지로 소개 되어 있다. 그런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천박한 자의 유형이 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Kodhano upanābhi ca

pāpamakkhī ca yo naro,
Vipa
nnadiṭṭhi māyāvī

ta jaññā vasalo iti.

 

[세존]

“화를 내고 원한을 품으며,

악독하고 시기심이 많고,

소견이 그릇되어 속이길 잘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stn116)

 

(Vasala sutta-천한 사람의 경, 숫따니빠따 Sn1.7, 전재성님역)

 

 

경에서는 화, 원한, 악독, 시기심, 사견, 사기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특히 성냄이 가장 처음에 등장한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화를 잘 내고 분노 하는 자는 천박한 자임을 말한다.

 

자비의 분노?

 

건널목을 건너려 하는데 빨간신호가 오래 걸렸다. 이를 지켜 보던 어떤 사람이 신호등 하나 되게 기네라며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마치 돌에 발부리를 부딪치자 돌에 화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처럼 아무런 일도 아닌 것에 중얼거리며 불만을 표출하고 씩씩 거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천박해 보인다.

 

우리나라 스님 중에 화를 잘내는 스님이 있다고 한다. 스님들 법문을 들어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선승인 S스님의 경우 불 같은 성격을 가졌는데 제자들에게 화를 자주 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는 자비의 분노라는 표현을 하였다. 제자들을 잘 지도하기 위하여 일부로 화를 내는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화를 내었다는 그 사실 자체는 천박한 것이다. 경에서도 화를 내는 자에 대하여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ta jaññā vasalo iti)”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뚜렷한 하나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내 뜻대로 하려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하려 하기 때문에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마구 화를 낸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무리 미인일지라도 마귀처럼 보인다.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보면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는 사람은 자비심이 결여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Ekaja va dvīja vāpi

yodha pāāni hisati,
Yassa p
āe dayā natthi

ta jaññā vasalo iti.

 

한 번 생겨나는 것이건  두 번 생겨나는 것이건

이 세상에 있는 생명을 해치고,

살아있는 생명에 자비심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stn117)

 

(Vasala sutta-천한 사람의 경, 숫따니빠따 Sn1.7, 전재성님역)

 

 

화를 낸다는 것은 언어폭력에 해당된다. 반드시 두들겨 패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세치 혀로 상대방의 마음을 뒤집어 놓는 것도 폭력에 해당된다. 그래서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은 무자비하다. 조직폭력배가 폭력을 행사하는 영화 장면을 보면 자비를 찾아 보기 어렵다. 그래서 자비심이 없는 사람이 폭력적이다. 폭력배가 천한 자이듯이 자비심이 없는 자는 천박한 자라 볼 수 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

 

와살라 경에서는 수 많은 천박한 자의 유형이 소개 되어 있다. 그 중에 하이라이트가 다음과 같은 말이라 보여 진다.

 

 

Rosako kadariyo ca

pāpiccho vaccharī saho,
Ahiriko anott
āpī

ta jaññā vasalo iti.

 

남을 화내게 하고,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고,

인색하고, 거짓을 일삼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stn133)

 

(Vasala sutta-천한 사람의 경, 숫따니빠따 Sn1.7, 전재성님역)

 

 

그 사람이 천박한지에 대하여 겉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화를 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탐진치 삼독에 찌들어 사는 뭇삶들에게 있어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이 성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내는 것 하나만 보아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넷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터넷이 일상화 되어 있는 시대에 이름과 얼굴은 몰라도 필명과 남겨진 글로서 소통한다. 그래서 남겨진 글은 그 사람의 얼굴이자 인격이다. 그런데 익명이라 하여 마구 쓰는 자들이 있다. 분노와 시기와 질투에 가득 찬 글이다. 그래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화를 유발하게 한다. 이처럼 악의에 가득찬 중상모략을 보면 경에서 표현 된 것처럼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고, 인색하고, 거짓을 일삼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자에 대하여 부처님은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라 하였다.

 

분노와 시기와 질투에 가득 차

 

천박한 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화를 잘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다. 남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비심이 없기 때문이다. 자비심이 없기 때문에 잔인하다. 그래서 어떤 짓이든지 서슴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양심과 수치심이 결여 된 자들은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이 세상의 모든 범죄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자들에 의하여 저질러 졌다.

 

경에서는 천박한 자의 유형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표로 정리해 보았다.

 

 

 

천박한 사람의 유형

No

    

 

1

화를 내고 원한을 품으며, 악독하고 시기심이 많고, 소견이 그릇되어 속이길 잘 하는 사람

화 잘 내는 자,

사기꾼

2

이 세상에 있는 생명을 해치고,

살아있는 생명에 자비심이 없는 사람

살생하는 자

3

도시들을 파괴하거나 약탈하여,

독재자로 널리 알려진 사람

독재자

4

남의 것을 나의 것이라고 하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사람

도둑놈

5

사실은 빚이 있으나 돌려달라고 독촉 받더라도

‘갚을 빚이 없다’고 발뺌하는 사람

고의로 빚을 갚지 않는 자

6

얼마 안되는 물건을 탐내어 행인을 살해하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강도

7

증인으로 불려 나갔을 때, 자신이나 남 때문에,

또는 재물 때문에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

위증자

8

폭력을 가지고, 혹은 서로 사랑에 빠져 친지나 친구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사람

난봉꾼

9

재물이 풍족하면서도 나이들어 늙고 쇠약한 어머니와 아버지를 섬기지 않는 사람

불효자

10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 자매.

혹은 배우자의 어머니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패륜아

11

유익한 충고를 구할 때 불리하도록 가르쳐주거나.

불분명하게 일러주는 사람

불성실자

12

나쁜일을 하고서도 자기가 한 일을 모르기를 바라며,

그 일을 숨기는 사람

위선자

13

남의 집에 가서는 융숭한 환대를 받으면서,

손님에게는 대접하지 않는 사람

인색한 자

14

성직자나 수행자 또는 탁발하는 수행자를

거짓말로 속이는 사람

공덕을 모르는 자

15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성직자나 수행자에게

욕하며 먹을 것을 주지 않는 사람

공양할 줄 모르는 자

16

이 세상에서 어리석음에 휩싸여

사소한 물건을 탐하여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사람

거짓말쟁이

17

자기를 칭찬하고, 타인을 경멸하며,

스스로의 교만에 빠진 사람

교만한 자

18

남을 화내게 하고,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고,

인색하고, 거짓을 일삼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

뻔뻔한 자

19

깨달은 사람을 비방하고

혹은 출가나 재가의 제자들을 헐뜯는 사람

수행자를 비방하는 자

20

하느님 나라를 포함한 세계에서

사실은 거룩하지 못한 사람이 거룩한 사람이라 주장

스스로 거룩하다고 말하는 자

 

 

 

 

jealousy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까까중이라고 바라문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던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천한 자의 특징에 대하여 알려 주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말씀 하셨다.

 

 

Na jaccā vasalo hoti

na jaccā hoti brāhmao,
Kamman
ā vasalo hoti

kammanā hoti brāhmao.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인 것이 아니고,

태어나면서 바라문인 것도 아니오.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행위에 의해서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stn136)

 

(Vasala sutta-천한 사람의 경, 숫따니빠따 Sn1.7,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불가촉천민의 아들 쏘빠까 마땅가의 예를 들어 태생으로 귀천을 따지는 것에 대하여 부당함을 말하였다. 비록 미천한 노예 출신일지라도 청정범행을 닦으면 범천에 태어날 수 있음을 말하였다. 그래서 행위에 따라 바라문도 되고 행위에 따라 천한 사람이 된다고 하였다.

 

지금 악의에 찬 비난과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 자가 있다면 그 순간 천한 자가 된다. 또 남겨진 말이나 글로 인하여 천박한 자가 된다.

 

 

 

2013-01-06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