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못 지켜 주어서 미안해” 2014년 연등축제는 애도축제

담마다사 이병욱 2014. 4. 27. 10:38

 

못 지켜 주어서 미안해” 2014년 연등축제는 애도축제

 

  

조건부 축제

 

온국민이 슬퍼 하는 세월호 참사속에 연등축제가 예정대로 치루어졌다. 세월호침몰사건이 일어난지 10일만에 치루어지는 이번 연등축제(연등회) 개최를 두고 교계에서는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였다. 전국민의 애도 분위기속에서 과연 연등축제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서 불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부산에서는 행사를 취소 하였고 다른 지방에서도 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 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열리는 연등축제는 강행 되었다. 다만 애도분위기를 최대한 살리자는 조건부 축제가 된 것이다.

 

애도분위기속에서

 

2007년 이래 연등축제를 참관하고 후기를 작성하여 왔다. 이렇게 해마다 연등축제를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하여 왔는데 올해의 경우 예년과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사고의 여파이어서인지 축제분위기 대신 애도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락왕생이나 무사귀환 같은 문구가 많이 보이고 화려한 등 대신 백색등이 많다. 또 풍물놀이의 흥겨운 소리와 연희단의 화려한 율동은 일체 볼 수 없었다. 다만 참가자들은 묵묵히 연등을 들고 걸어 가는 모습만 보여 주었다.

 

늦깍이 조계사 회화나무

 

연등축제는 저녁에 열린다. 오후에 조계사에 도착하여 지인을 만났다. 그 전에 조계사를 둘러 보았다.

 

조계사에는 화려한 연등으로 장엄 되어 있다. 조계사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회화나무 꼭대기에도 연등이 장식 되어 있다. 그러나 회화나무에는 아직 잎파리가 나지 않았다. 대부분 나무에서 연두색 잎파리가 나와 이제 신록의 분위기 물씬 하지만 조계사 회화나무는 여전히 앙상하다. 그런데 작년 낙엽이 모두 지고 난 후에 본 조계사 회화나무는 여전히 신록이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조계사 회화나무는 늦깍이. 늦게 신록이 되어 늦게 잎이 지는 나무처럼 보인다.

 

 

 

 

 

 

 

 

 

 

 

 

 

 

 

 

 

연등축제날을 맞이 하여

 

조계사경내에는 연등축제날을 맞이 하여 사람으로 가득하다. 특히 외국인을 많이볼 수 있다. 조계사가 경복궁과 창덕궁, 그리고 인사동을 잇는 전통문화벨트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을 위한 안내소에서 봉사하는 불자들이 있고 또 연등만들기 체험 코너도 설치 되어 있다. 그러나 세월호 영향이어서일까 외국인 참여하는 연등만들기 코너는 썰렁 하기만 하다.

 

 

 

 

 

 

 

 

 

 

 

 

 

 

 

 

 

 

 

대웅전의 관세음보살 정근

 

조계사 대웅전에는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참배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아직도 배속에 갇혀 생사를 알 수 없는 자의 무사귀환에 대한 자리이다. 법당내부에서는 스님의 주관으로 관세음보살 정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얀 모란이 절정을 이루고

 

조계사 경내를 둘러 보았다. 총무원건물 뒤쪽으로 가자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탑을 발견하였다. 이전에 조계사 앞마당에 있던 탑이 이곳 후미진 곳에 옮겨 온 것이라 한다. 그리고 탑 맞은 편에는 하얀 모란이 절정이다.

 

 

 

 

 

 

 

 

 

 

 

관람하기에 가장 좋은 명당 탑골공원 앞

 

연등축제장소로 이동하였다. 종로3가에 있는 탑골공원 맞은 편이다. 탑골공원 앞에는 높으신 분들의 자리가 마련 되어 있고 도로 변에는 외국인을 위한 지정석이 마련 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 탑골공원 자리가 연등축제를 보기에 가장 좋은 명당자리이다.

 

 

 

 

 

 

 

 

 

 

 

귀빈석은 텅 비어 있고

 

탑골공원 귀빈석은 텅 비어 있다. 예년 같으면 종단의 고위직과 서울시장 등 정부고위직, 그리고 선거에서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앉아 관람하는 장소 이었으나 올해의 경우 단 한사람도 볼 수 없다. 아마도 사회분위기 탓일 것이다. 소위 찍히면 죽는다라는 생각이서일까 정말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썰렁한 자리에 노랑가사를 입은 테라와다빅쿠 여러명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흥겨운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고

 

세월호 참사 속에 치루어지는 연등축제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이를 중계 하는 BTN에서도 애써 세월호 참사에 희생당한 사람과 유가족을 배려하는 듯한 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 어떤 흥겨운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오늘은 좋은 날”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노래가 울려 퍼졌으나 마치 행사를 주관하는 측이나 관람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차분한 분위기 이다.

 

 

 

 

 

 

 

 

 

 

 

 

꽃상여를 연상시키는

 

마침내 연등축제가 시작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달리는 큰법당이라는 운전자불자회 소속의 택시가 가장 먼저 나타났고, 이어서 연등회 깃발을 든 기수단이 나타났다. 예년에는 전통복장을 한 취타대가 기수단을 이끌었으나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그 대신 꽃상여를 연상시키는 장식물이 등장하였다.

 

 

 

 

 

 

 

 

 

 

 

 

극락왕생과 무사귀환 장엄등

 

이번 연등축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문구가 있다. 그것은 극락왕생과 무사귀환이다. 연등축제 선두를 이끄는 행렬에서 극락왕생과 무사귀환 장엄등이 가장 먼저 선 보였다. 그리고 태고종의 트레이드 마크라 볼 수 있는 범패에서도 역시 극락왕생 무사귀환 문구를 볼 수 있었다.

 

 

 

 

 

 

 

 

 

 

 

 

 

못 지켜 주어서 미안해

 

이렇게 올해 연등축제의 주제는 극락왕생괴 무사귀환이 된 듯 하다. 이어지는 행렬에서도 역시 세월호와 관련된 문구로 가득하다. 대나무로 된 만장에는 못지켜주어서 미안해등 방송에서 들을 수 있는 문구가 휘날린다.

 

 

 

 

 

 

 

 

 

 

 

 

 

 

 

 

 

 

 

 

 

 

참가자나 참관자 모두 무표정

 

이번 연등축제는 행사 참가자나 이를 지켜 보는 참관자 모두 무표정이다. 누구 하나 이를 드러내 웃고 있지 않다. 참가자는 묵묵히 연등을 들고 행진할 뿐이다. 관중석에서는 박수도 없고 환호도 없다. 그저 긴 행렬을 바라만 볼 뿐이다.

 

 

 

 

 

 

 

 

 

 

 

 

 

 

 

 

 

 

 

 

 

 

 

 

 

 

 

 

매스컴의 반응은 어떨까?

 

이처럼 애도 속에 치루어지는 연등축제에 대한 매스컴의 반응은 어떤 것일까? 축제라는 이름으로 치루어지는 연등축제가 자칫 국민의 정서적 반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것이다.

 

인터넷에서 실시간이슈와 댓글많은 뉴스, 아고라를 보았다. 연등축제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연등축제와 연등회를 키워드로 검색하여 보았다. 연합뉴스에서는 화려함 빼고 세월호 슬픔 함께 나눈 특별한 연등회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려져 있다. SBS에서는 아픔 나누는 연등행렬이라는 제목으로 소개 되어 있다. 이처럼 연등축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분위기로 치루어지고 있음을 소개 하고 있다.

 

철저하게 편집된 방송

 

연등축제를 가장 보기 좋다는 종로3가 탑골공원 맞은 편에서 MBC의 취재기자단을 볼 수 있었다. 저녁 8시 메인 뉴스에 보도 하기 위하여 취재중이다. 카메라맨 앞에 서 있는 여기자는 여러 차례 연습을 하고 있다. 대본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려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스텝의 카메라에서 8시 메인뉴스에 방영된 화면은 이와 다르다. 방송에서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렇게 목소리 따로 화면 따로보여주면서 마지막 장면에 기자의 얼굴을 비추어 주고 있다. 대략 시간차가 10분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뉴스에서는 현지라는 말을 사용한다. 마치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방송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 본 바에 따르면 철저하게 편집된 것이다.

 

연등축제의 꽃 한마음선원이 불참하였지만

 

아무리 애도의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축제는 축제이다. 연등회가 국가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로 지정 되어 있고 또한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축제이다 보니 취소 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취소의견도 많았다. 무리하게 강행하다 불교계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행 한 것은 최대한 애도분위기를 살리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애도 분위기이어서일까 그 동안 연등축제의 꽃이라 불리우던 한마음선원이 불참 하였다. 연회단과 갖가지 장엄등을 특징으로 하는 한마음선원은 그동안 연등축제의 분위기를 이끄는 일등공신이었는데 사회분위기 여파에서인지 참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참가한 단체에서는 갖가지 모양의 장엄등을 선 보였다.

 

 

 

 

 

 

 

 

 

 

 

 

 

 

 

 

 

 

 

 

 

 

 

 

 

 

 

외국인 불자공동체의 행렬

 

묵묵히 연등을 들고 행진하고 있는 국내 불자들과 달리 외국인 참가자는 활기가 넘친다. 돈을 벌기 위하여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행렬과 외국인 불자공동체의 행렬을 보면 애도 분위기는 아니다.

 

 

 

 

 

 

 

 

 

 

 

 

 

 

 

 

 

 

 

 

 

 

종로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참가자

 

외국인들의 행렬도 볼 수 있다. 금발의 눈푸른 외국인들이 어떻게 행진할 수 있을까? 이는 조계사 경내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조계사에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참가등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록하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표정은 매우 밝다. 마치 자신의 세상인 것처럼 연등을 들고 종로거리를 활보하는 것이다. 일부는 깔깔거리고 웃는가 하면 심지어 캔맥주를 손에 들고 있다. 이렇게 자유분방한 외국인참가자에게서 애도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애도의 축제

 

행렬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모두 무표정한 얼굴들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 하여 기쁜날이 되어야 하나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애도의 축제가 되었다.

 

 

 

 

 

 

 

 

 

 

 

 

 

 

 

 

 

 

 

 

 

 

 

 

 

 

 

 

 

 

 

 

 

 

 

 

 

 

 

 

 

 

2014-04-2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