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웨삭과 한국 부처님오신날 어떻게 다른가? 아깍까소 빅쿠의 짤막한 글을 보고
부처님오신날은 비빔밥먹는 날?
부처님오신날에 불자들은 절에 간다. 평소 절에 자주 다니지 않는 불자라도 이 날 만큼은 절에 가서 참배도 하고 등도 달고 비빔밥도 얻어 먹는다. 이처럼 절에 어쩌다 몇 번 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불자라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에는 이 절 저 절 다닌다. 그러기를 몇 해 해왔다. 이렇게 초파일 때 마다 이 절 저 절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사진에 담고 글로서 기록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절에서는 공통적으로 부처님오신날 이날 하루는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불자들은 절에서 밥을 얻어 먹으로 가는 것이 부처님오신날의 큰 행사처럼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규모가 크거나 잘 알려진 전통사찰의 경우 밥을 먹기 위하여 장사진을 친다. 거의 대부분 비빔밥이다. 커다란 그릇에 김치와 나물 등을 넣고 고추장과 함께 비벼 먹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불교를 소개하는 영문자료를 보면 한국에서의 웨삭일은 비빔밥 먹는 날의 의미가 매우 큰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영어로 ‘bibimbab’ 식으로 표기 하여 놓은 것을 보았다.
법문대신 산사음악회인가?
이렇게 부처님오신날 평소 절에 잘 나오지 않은 사람도 이 날 하루 만큼은 절에 나와 비빔밥을 먹는다. 그래서 좀 규모가 있는 절은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어느 절에서도 법문을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오전에 법요식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법요식 중에 오거나 법요식이 끝난 다음에 오기 때문에 사실상 절에서 법문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설령 법요식에서 법문을 하더라도 부처님가르침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 스님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불자들은 가르침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오는 절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 절에서는 법문이 거의 없다. 그 대신 항상 하는 말은 “열심히 기도하세요”라는 말이다.
이처럼 절에서 법문 듣기가 힘들다. 그런데 부처님오신날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각종 공연이 그것이다. 특히 산사음악회가 대표적이다.
산사음악회가 열리면 초청된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법문 대신 노래를 들려 주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초청가수를 보면 간증동영상에서 보던 가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자들은 가수의 노래를 듣고 즐긴다. 이렇게 산사음악회가 열리면 평소 고요한 산사는 시끌벅적 해지고 악기와 음악소리로 가득하다. 이것이 사월초파일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간접경험한 스리랑카 웨삭데이
부처님오신날 한국불교에는 법문이 없다. 그 대신 시끌벅적한 산사음악회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부처님오신날 이날 하루는 절에와서 절을 하고 등을 달고 비빔밥을 먹고 산사음악회를 구경하는 것이 이제 정형화 되었다. 하지만 테라와다 불교는 다르다. 테라와다 불교국가의 웨삭데이를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순례한 글과 사진을 보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테라와다 불교국가에서는 어떻게 왜삭데이(부처님오신날)을 보내고 있을까?
글을 쓰다 보니 인터넷검색으로 알게 된 빅쿠가 있다. 아깍까소 빅쿠이다. 빅쿠의 사진이 인터넷에 있어서 이를 다운 받아 불교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글에서 자료로서 활용한 바 있다. 이 아깍까소 빅쿠의 자료로 스리랑카 불교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간접경험이라 볼 수 있다.
아깍까소 빅쿠의 짤막한 글
아깍까소 빅쿠가 2006년 스리랑카 웨삭데이에 스리랑카 ‘삼보디(Sambodhi)사’를 기행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짤막한 글이지만 사진과 함께 소개 된 삼보디사의 웨삭데이는 매우 감명적이었다.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먼저 스리랑카 불자들이 어떻게 웨삭을 맞이 하는 것인지 대한 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Bhikkhu writes:
“By 6 AM…Buddhist devotees, all dressed in white traditional costumes, converged to the temples. As usual, they left their slippers or sandals at the gate, or kept them in their bags, and walked barefoot.
The ground of Sambodhi Viharaya was full of people, mostly women, by 6:15AM. only some managed to get a spot in the main hall, and the rest put out mats throughout the temple ground to sit on. In fact, it is preferable to sit outside, especially in the shade of a tree, because the air is much better outside.
The ceremony started at 6:30AM, with breaks at 8AM and noon for breakfast and lunch. The chanting sessions, Dhamma lectures and Dhamma discussions continued non-stop until late in the afternoon.
In the meantime, people made flower offerings to the stupa and the Bodhi tree (virtually every temple has a white stupa and a Bodhi tree), circumbulated the Bodhi tree holding containers of water, and lit the tiny oil cups.”
(악깍까소(Akakkaso)비구, the Vesak ceremonies of 2006.)
아깍까소 빅쿠가 2006년 스리랑카의 삼보디사원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짤막하게 쓴 글이다. 이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비구가 쓴다
“모두 하얀 전통복장을 한 불교도들이 아침 6시까지 사원에 모였다. 그들은 보통때와 같이 슬리퍼와 샌달을 문밖에 벗어 놓고 맨발로 걸어서 들어갔다.
아침 6시 15분이 되자 삼보디사의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하였는데, 주로 여자들이었다. 단지 몇 사람들만 메인홀의 작은 지점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머지는 마당에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앉아 있다. 사실 밖에 앉아 있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특히 나무그늘아래의 공기는 나무 바깥 보다 훨씬 더 좋아 보인다.
의식(ceremony)은 6시 30분에 시작 되어 8시에 끝났다. 그리고 정오에 아침겸점심을 먹었다. 경전독송회(chanting sessions)와 담마강좌, 그리고 담마토론이 늦은 오후까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스투파와 보리수(사실상 모든 사원에 하얀 스투파와 보리수가 있다)에 꽃 공양을 하거나 작은 오일그릇에 불이 켜진 그릇을 들고 보리수 주위를 돌기도 하였다.”
사원에 갈 때는 흰옷을 입고
글을 보면 스리랑카 불자들은 복장이 통일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절에 갈 때는 모두 ‘흰옷’으로 갈아 입는 것이다. 흰옷은 재가불자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에 갈 때 지키는 기본적인 예의라 본다. 그래서 남자신도나 여자신도나 모두 하얀옷을 입는다. 이는 아깍까소 빅쿠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진을 보면 불자들이 모두 흰옷을 입고 있다. 우리나라 처럼 형형색색의 일상복이 아니다. 이렇게 경건하게 차려 입고 절에 가는데 기록에 따르면 아침 6시까지 사원에 모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새벽같이 사원으로 향하는데
테라와다 불교의 종주국이자 테라와다 불교의 맏형이라 불리우는 스리랑카에서 웨삭일에 오전 6시 까지 절에 간다고 한다. 왜 이렇게 일찍 가는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사실은 웨삭일에는 새벽같이 사원으로 향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남녀 모두 흰옷으로 갈아 입고 사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록에 따르면 “아침 6시 15분이 되자 삼보디사의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하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시간에 스리랑카 불자들은 새벽 같이 일어나서 사원으로 향한다. 아마도 사원이 집 가까이 있어서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절에 한번 가려면 큰 마음 먹는 것과 다른 것이라 볼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아침 6시 15분 가량 되면 마당에 사람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이렇게 6시 15분 경에 사람으로 가득한 것은 의식(ceremony)이 6시 30분에 시작 되기 때문이라 한다. 아마 테라와다 불교의식일 것이다. 그래서 6시 30분에 시작 된 의식은 8시에 끝난다고 하였다.
사원에는 맨발로 들어간다
글에 따르면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다. 스리랑카 불자들이 남녀 구분 없이 모두 흰옷을 입고 사원으로 향하는데, 사원으로 들어 갈 때 모두 신발을 벗는 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글을 보면 “그들은 보통때와 같이 슬리퍼와 샌달을 문밖에 벗어 놓고 맨발로 걸어서 들어갔다”라고 표현 되어 있다. 마치 우리나라 불자들이 법당에 들어 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이라 한다. 법당도 아니고 사원 마당에서도 맨발인 것이다. 정말 그들은 사원 마당에서도 맨발일까? 이를 사진으로 확인 해 보았다.
위 사진을 보면 불자들이 흰옷을 입고 사원 마당에 앉아 있다. 마당에는 깔판이 있고 그 위에 앉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진짜 맨발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아깍까소 빅쿠가 사진을 남기고 글로 표현 한 것이 틀림 없는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단살라(dansala)
스리랑카 불자들은 식사를 어떻게 할까? 기록에 따르면 “정오에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라고 되어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사원에 와서 의식을 행한 후 12시 경에 아침겸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다.
아깍까소 빅쿠의 포토 스트림에 먹는 장면은 없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알 수 없지만 짐작케 하는 대목이 있다. 이전에 올린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전에 ‘술과 고기를 금하는 스리랑카의 웨삭(Vesak, 부처님오신날),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2010-04-21)’라는 글을 올렸다. 스리랑카 불자들이 웨삭일을 어떻게 맞는지에 대하여 자료를 조사하여 올린 글이다. 글에서 ‘단살라(dansala)’에 대하여 설명해 놓았다. 단살라란 무엇일까?
단살라란 노점진열대를 말한다. 스리랑카에서는 웨삭일날 노변에 음식진열대를 만들어 놓고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보는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 ‘Vesak’를 참고 한 것이다.
위키피디아 자료를 보면 스리랑카의 웨삭행사에 대하여 짤막 하게 설명 되어 있다. 놀라운 사실은 “During this week, the selling of alcohol and fresh meat is usually prohibited, with abattoirs also being closed.”라는 문구이다. 스리랑카에서 웨삭주간에 술과 고기를 일체 판매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살이 금지 되고 술집이 문을 닫는 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웨삭주간에 철저하게 술도 입에 대지 않고 고기도 먹지 않는 다고 하였다. 그래서 술집과 정육점이 문을 닫는 경우는 테라와다 불교국가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깍까소 빅쿠가 기록한 대로 웨삭 당일 스리랑카 불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흰옷을 입고 맨발로 사원에 들어 가는 것이라 본다.
스리랑카에서 웨삭일에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였다. 마치 우리나라 절에서 점심 때 무료로 비빔밥을 제공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 처럼 비빔밥 한 그릇 얻어 먹기 위하여 장사진을 치는 것일까? 이전에 올린 글에서 검색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진이 스리랑카 불자들의 점심공양 모습을 잘 말해 준다.
스리랑카의 단살라(dansala)
웨삭기간중에 자원봉사자들이 노점진열대에서
무료로 음료와 식사를 제공한다.
사진 ; www.mirisawetiya.org/Community%2...vice.htm
노점진열대에 음식을 마련해 놓고 봉사자들이 음식을 담아 주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비빔밥을 줄 때와 비슷하다. 그런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표정이 온화하고 밝은 모습이다. 아마 아깍까소 빅쿠가 점심먹는 것을 촬영하였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나누어 주는 것은 더 없는 축복
이렇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과 다름 없다. 테라와다 불교의 예불문이자 생활경이자 수호경인 ‘축복경(Sn2.4)’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Dānañca dhammacariyā ca 다난짜 담마짜리야 짜
ñātakānañca saṅgaho, 냐따까난짜 산가호
Anavajjāni kammāni 아나왓자니 깜마니
etaṃ maṅgalamuttamaṃ. 에땅 망갈라뭇따망
나누어 주고 정의롭게 살고,
친지를 보호하며,
비난 받지 않는 행동을 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stn263)
게송에서 나누어 준다라는 말이 ‘다난짜(Dānañca)’이다. 웨삭일에 노점진열대를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누어 주는 ‘단살라’라는 말도 ‘다난짜’와 같은 어원을 갖는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나누어 주는 행위에 대하여 부처님은 더 없는 축복이라 하였다.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의 절
스리랑카에서 단살라라 하여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음료와 먹을 것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사원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절에서는 음식과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선사에 갔었다. 25교구 본사로서 대찰에 속한다. 규모가 큰 사찰이다 보니 수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진입하는 도로에는 차량으로 가득해서 주차하는 데만 한시간 이상 소요 될 정도 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도착한 절에 들어 가니 잔치 분위기이다. 형형색색 복장과 함께 이곳 저곳에 부스가 설치 되어 있어서 각종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설치 된 부스 대부분이 판매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김치전, 파전을 붙여서 파는 가 하면, 떡복이도 팔고 있다. 아이스크림도 팔고 연국수도 판다. 커피도 팔고 팥빙수도 팔고 있다. 부처님에게 공양올릴 꽃도 팔고 있다.
우리나라 절에서 공양미와 양초 등을 파는 것은 익숙하지만 이처럼 잔칫집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마치 5일장이 열린 것처럼 먹거리, 옷, 심지어 그림까지 파는 것을 보고서 마치 절에 큰 시장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절의 신도회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방문한 불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는 것이다. 사실상 절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산사가 떠나갈듯이 요란스럽게
우리나라에서는 오후시간에 공연이나 산사음악회 등으로 여흥시간을 갖는다. 평서 고요한 산사에 이날 하루 만큼은 요란한 음악과 가수들의 열창으로 산사가 떠나갈 듯 하다.
큰 절의 경우 ‘산사음악회’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한다. 큰절일수록 인기가수가 나오고 작은 절이면 무명가수가 출연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밸리댄스등을 선보이이기도 한다. 배꼽을 드러 내놓고 춤추는 것을 보면 보기에도 민망하다.
스리랑카 불자들은 오후에 무엇을 할까?
스리랑카 불자들은 점심공양이 끝나면 무엇을 할까? 아깍까소 빅쿠의 기록에 따르면 “경전독송회(chanting sessions)와 담마강좌, 그리고 담마토론이 늦은 오후까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라고 되어 있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그런데 아깍까소 빅쿠의 기록에 따르면 스리랑카 불자들은 놀랍게도 경전독송을 하고, 담마강좌를 듣고, 담마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늦은 오후까지 계속 된다고 한다. 이를 입증하는 사진이 있다. 빅쿠로부터 법문을 청취하는 스리랑카 불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실내에 흰옷을 입은 불자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남녀노소 구분없이 빅쿠의 법문을 청취하고 있다.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 것은 더 없는 축복
우리나라서는 산사가 떠나갈 듯이 초청가수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스리랑카 불자들은 조용이 앉아서 빅쿠의 담마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불교문화전통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빅쿠를 존경하고 가르침을 청취하는 것에 대하여 ‘축복경(Sn2.4)’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 되어 있다.
Ārati virati pāpā 아라띠 위라띠 빠빠
majjapānā ca saññamo, 맛자빠나 짜 산냐모
Appamādo ca dhammesu 압빠마도 짜 담메수
etaṃ maṅgalamuttamaṃ. 에땅 망갈라뭇따망
악함을 싫어하여 멀리하고,
술 마시는 것을 절제하고,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stn263)
게송에서는 ‘술마시는 것을 절제한다 (majjapānā ca saññamo)’라고 하였다. 그래서일까 웨삭주간 만큼은 술집이 문을 닫고 술을 팔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게송에서는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으니(Appamādo ca dhammesu)”라 하였다. 항상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웨삭일 늦은 오후까지 경전을 독송하고, 담마강좌를 듣고, 담마 토론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스리랑카 불자들
테라와다 불자들의 생활경전이라 볼 수 있는 축복경에는 배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Khantī ca sovacassatā 칸띠 짜 소와짯사따
samaṇānañca dassanaṃ, 사마나난짜 닷사낭
Kālena dhammasākacchā 깔레나 담마사깟차
etaṃ maṅgalamuttamaṃ. 에땅 망갈라뭇따망
인내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서로 논의하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stn266)
게송에 따르면 수행자를 만나는 것이 더 없는 축복이라 하였다. 웨삭일에 늦은 오후까지 빅쿠의 담마강좌를 듣는 것이 이에 해당 될 것이다. 또 가르침을 서로 논의하는 것 또한 더 없는 축복이라 하였다. 가르침에 대하여 듣고 토론하는 행위 자체가 축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스리랑카 불자들은 가급적이면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상 앞에 돈통이 없다!
아깍까소 빅쿠의 짤막한 글에는 스리랑카 불자들의 신행에 대하여 압축적으로 표현 되어 있다. 비록 웨삭당일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평소에도 이와 같은 신행을 하는 것이라 보여진다. 그런데 아깍까소 빅쿠는 불공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언급하였다.
아깍까소 빅쿠의 기록에 따르면 스리랑카 불자들은 스투파와 보리수 신앙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투파는 우리나라 탑과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스리랑카 불자들도 탑돌이 하듯이 스투파 주위를 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불자들의 특이한 점은 보리수신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리수가 없지만 스리랑카 사원 대부분은 보리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리수 숭배 사상이 있는데 이는 스리랑카의 오랜 전통이라 한다.
그렇다면 스리랑카 불자들은 불상 앞에 어떻게 공양을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꽃과 오일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스리랑카 불자들은 “스투파와 보리수에 꽃 공양을 하거나 작은 오일그릇에 불이 켜진 그릇을 들고 보리수 주위를 돌기도 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스리랑카에서는 꽃과 오일 외에 다른 공양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깍까소 빅쿠는 스리랑카 불자들의 꽃공양에 대한 사진을 소개 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 불상 앞에 꽃이 가득하다. 판매하는 꽃이 아니라 주변에 떨어진 꽃을 공양하는 것이 원칙이라 한다.
그런데 불상앞을 보면 꽃 이외는 일체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불상 앞에 반드시 복전함 또는 불전함이라 쓰여 있는 돈 넣는 ‘돈통’을 볼 수 있으나 스리랑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
나가도 너무 나간 한국불교
문화충격이라는 것이 있다. 산골에만 살다가 속된 말로 ‘비까번쩍한’ 강남에 왔을 때 충격을 받듯이 낯선 것이나 이질적인 것을 보았을 때 충격을 받는다. 특히 문화충격은 낮은 문화에서 높은 문화를 보았을 때 발생하는데 이런 충격을 아마 ‘신선한 충격’이라 할 것이다.
신선한 문화충격의 한 예가 있다. 주로 선진국에 갔었을 때이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예의 바른 것은 겉보기에 지나지 않다고 볼지라도 그들의 ‘질서의식’을 보면 확실하게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충격은 높은 문화를 접하였을 때 주로 발생한다. 불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불교문화만 접하다가 글로벌시대를 맞아 테라와다 불교를 접하였을 때 충격적이다. 이 때 충격은 신선한 충격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충격을 받는 것은 우리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깍까소 빅쿠의 짤막한 글과 백장에 이르는 사진을 보면 연출 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스리랑카 불자들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가장 큰 차이가 복장이다. 우리나라 불자들은 절에 갈 때 아무렇게나 입고 간다. 등산복차림으로도 많이 간다. 절이 주로 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입고 법당에 들어 가는 모습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경우 사원이 사람 사는 곳에 있기 때문에 복장을 갖추어 입는 것 같다. 거의 대부분 흰옷 차림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스리랑카 불자들은 사원에 들어 갈 때는 마당이라도 맨발로 들어 간다는 것이다. 또 스리랑카에서는 사원에서 판매행위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절에서 장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가장 큰 차이점은 불전함에 대한 것이다. 스리랑카 불상 앞에는 불전함 또는 복전함이라 불리는 돈통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꽃 한송이 공양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다른 모습을 접하자 충격으로 다가왔다.
부처님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스리랑카 불자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불교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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