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순백색의 산딸나무꽃을 보며

담마다사 이병욱 2014. 6. 4. 22:48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순백색의 산딸나무꽃을 보며

 

 

 

서울대공원 장미원에서

 

매년 이맘때쯤 가는 곳이 있다. 서울대공원 장미원이다. 5월말부터 6월말까지 한달 동안 장미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갖가지 색깔을 가진 수많은 종의 장미가 일제히 피기 때문에 장미의 계절이 되면 사람들로 넘쳐 난다.

 

 

 

 

 

 

 

 

 

 

 

 

 

 

 

 

 

 

 

 

 

 

 

 

 

 

 

 

 

 

나무에 피는 꽃

 

장미원에 가면 장미만 보는 것이 아니다. 장미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꽃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 나무에 피는 꽃이 있다. ‘산딸나무꽃이다. 마치 팔랑개비처럼 생긴 꽃이다. 그래서 장미가 필 무렵 장미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산딸나무꽃을 구경하는 기대도 가지고 간다. 올해 역시 산딸나무꽃이 어느 해 보다 멋지게 피어 있다.

 

 

 

 

 

 

 

 

 

 

 

 

 

 

 

 

 

 

 

순백색의 산딸나무꽃

장미의 계절에 장미원에 가면 이제 장미를 보는 것 보다 산딸나무를 쳐다 보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산딸나무꽃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 같다. 열심히 장미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장미를 찍고 있지만 산딸나무의 존재를 아는 이는 드믄 것 같다. 그런 산딸나무꽃은 올해 유난히도 순백색이다.

 

 

 

 

 

 

 

 

 

 

 

 

한국이 원산이라고

 

산딸나무에 대하여 검색을 해 보았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에 속하고 한국이 원산이라 한다. 학명은 Cornus kousa라 한다. 온대 중부 이남의 산에서 자라며, 관상수로 심기도 하는데 키는 5~10m 정도라 한다.

 

 

 

 

 

 


 

 

 

 

좋아하는 나무가 모두 층층나무과에

 

산딸나무꽃은 매년 관찰한다. 층층나무와 함께 봄이 되면 관찰하는 꽃이다. 그래서 매년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그런데 위키백과의 설명을 보니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에 속한다고 한다. 층층나무에 대해서는 지난 5월초에 행복과 번영을 위하여, 위대한 축복의 (2014-05-03)’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렇게 본다면 좋아하는 나무가 모두 층층나무과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될 때

 

층층나무를 비롯하여 산딸나무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꽃이 나무에서 핀다는 것이다. 그것도 순백색의 꽃이다. 그래서 기품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층층나무와 산딸나무는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다. 층층나무는 5월이고, 산딸나무는 6월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딸나무꽃이 필 때가 되면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 되는 초여름에 해당된다. 이처럼 나무 가지 끝에서 순백색의 산딸나무꽃이 필 때쯤 되면 다음과 같은 게송이 떠 올려 진다.

 

 

Vanappagumbe yathā phussitagge          와납빠굼베 야타- 풋시딱게
Gimh
ānamāse pahamasmi gimhe,          기마-나마-  빠타마스밍 기메

Tathūpama dhammavara adesayi        따투-빠망 담마와랑 아데새이

Nibbānagāmi parama hitāya,           닙바-나가-밍 빠라망 히따-
Idampi buddhe ratana
paīta         이담삐 붓데 라따낭 빠니-
Etena saccena suvatthi hotu.
           에떼나 삿쩨나 수왓티 호뚜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숲의 총림이 가지 끝마다 꽃을 피어내듯,

이와 같이 열반에 이르는 위없는 묘법을 가르치셨습니다.

부처님 안에 이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로 인해서 모두 행복하여지이다. (stn233)

 

(Ratanasutta-보배의 경, 숫따니빠따-Sn 2.1, 전재성님역)

 

 

숫따니빠따 보배의 경(Sn 2.1)’에 실려 있는 게송이다. 삼보에 대한 예경과 찬탄으로 이루어져 있는 보배경은 테라와다불교의 예불문이자 동시에 수호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게송에서 여름날의 첫더위가 언급되어 있다. 이는 혹서기가 시작 되었음을 말한다. 인도에서는 혹서기, 우기, 건기 이렇게 세 개의 계절이 있는데 혹서기는 3월에서 6월에 해당된다. 게송에서 여름날의 첫 더위라 하였을 때 이는 인도의 3월에 해당 될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6월에 해당 될 것이다.

 

이렇게 여름이 시작 되면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이처럼 첫더위가 오면 숲에서는 일제히 꽃이 필 것이다. 그것도 나뭇가지에 피는 꽃을 말한다. 그래서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숲의 총림이 가지 끝마다 꽃을 피어내듯라고 묘사한 것이다. 여기서 이 키워드이다. 꽃에 대하여 묘법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 묘법은 열반에 이르게 하는 가르침을 말한다. 그 묘법이란 무엇일까?

 

자신에게 적합한 수행방법을

 

부처님은 게송에서 “Nibbānagāmi parama hitāya”라 하였다. 이는 열반으로 이끄는 이로운 가르침이자 궁극적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타닛사로빅쿠의 번역을 보면 “for the highest benefit, leading to Unbinding”라 하였다. 가장 이로운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그런 가르침은 일반적으로 사성제를 말한다.

 

사성제에 대한 수행방법은 팔정도라 볼 수 있다. 초기경을 보면 사성제와 팔정도는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사성제와 팔정도가 부처님 가르침의 기본이자 핵심이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마다 근기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마다 자신에게 적합한 수행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 37조도품이라 볼 수 있다. 37조도품은 사념처, 사정근, 사여의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로 구성 되어 있어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여름날 첫 더위가 올 때 나뭇가지 끝마다 꽃들이 핀다는 것은 개개인의 도가 완성되는 것과 같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듯이, 도를 이루어 과를 성취하는 것이다.

 

유일한 길인가 하나의 길인가?

 

부처님은 우리들에게 열반에 이르는 묘법을 주었다. 그 묘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것이 37조도품이라 볼 수 있다. 각자 개인적 성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수행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어느 길로 가든지 열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37조도품을 구성하고 있는 사념처역시 하나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번역서는 유일한 길이라고 번역 되어 있다.

 

초불연의 번역서를 보면 사념처에 대하여 열반을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니, 그것은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이다.(M10)”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오역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빠알리어 ‘ekāyana’에 대하여 유일한 길뜻으로 보기 때문이다.  

 

에까야나유일한 길로만 번역되지 않는다. 성전협 전재성님은 하나의 길이 있으니 곧 네 가지 새김의 토대이다.(M10)”라고 하여 하나의 길로 번역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ekāone의 뜻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뜻하는 에까에 대하여 유일이라고도 하고 하나라고도 하여 번역하기 때문에 열반을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니(초불연)”하나의 길이 있으니(성전협)”라고 전혀 다르게 번역 되는 것이다. 마치 하나에 대하여 하나님이라 하는 것과 하나의 신이라고 하는 것의 차이라 볼 수 있다.

 

초기경전에 따르면 사념처는 열반에 이르는 하나의 길로 본다. 만약 유일한 길로 본다면 사념처 이외에 해당 되는 수단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것이다. 37조도품에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수단은 사념처 뿐만 아니라 사정근, 사여의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도 있기 때문이다. 각자 근기에 맞게 수행방법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념처수행에 대하여 열반을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니라고 하는 것은 도그마에 지나지 않고 오역이라 본다. 사념처는 팔정도 등과 함께 열반으로 이끄는 하나의 길로 보기 때문이다.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산딸나무꽃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장미원에 가서 장미보는 것은 소홀히 하면서 열심히 산딸나무꽃을 보았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 될 때 나뭇가지에 소복하게 쌓여 있는 팔랑개비모양의 순백색의 산딸나무꽃을 보면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숲의 총림이 가지 끝마다 꽃을 피어내듯, 이와 같이 열반에 이르는 위없는 묘법을 가르치셨습니다.(stn233)”라는 게송이 생각난다.

 

 

 

 

 

 


 

 

 

 

 

 

 

 

 

 

2014-06-04

진흘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