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휴가 마지막 날 광화문에서
아주 특별한 여행, 아주 특별한 휴가 세 번째 코스는 광화문광장이다. 이전에 동국대의 경우 ‘무상(無常)’으로, 남산의 경우는 ‘무아(無我)’로 테마를 잡았으나 광화문의 경우 ‘괴로움(苦)’으로 잡았다.
국민휴가 마지막날에
목적지 광화문에 도착하였다. 광화문광장 공원이 오래 전에 조성 되었지만 안으로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광화문 광장을 찾은 것은 ‘국민휴가’ 마지막날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유가족 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을 하고 있는데 이에 휴가철을 맞아 이왕이면 광화문에서 함께 보내자는 취지의 휴가를 말한다. 그래서 국민휴가 마지막날 대규모의 문화제가 예정 되어 있었다.
처음 와 본 광화문광장
처음 와 본 광화문광장은 매우 넓었다. 예전에는 차만 다니는 커다란 도로 이었으나 중앙에 길게 공원을 조성해 놓아 누구든지 들어와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본다면 전서울시장의 최대업적이라 볼 수 있다.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음에도
광화문은 남북으로 길쭉하다. 최 남단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을 하고 있다. 단식장에는 텐트촌을 이루고 있다. 중앙에 가장 오랫동안 단식을 하고 있는 유가족이 있는데 단식27일차라 쓰여 있다. 이처럼 목숨을 건 단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음에도 왜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일까? 무엇이 이토록 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일까?
“늦었지만 공범이 되기 싫어서”
단식장에는 영화인들도 참가 하였다. 정지영감독 등 영화인들이다. 특히 정지영감독은 "침묵은 공범이라 생각한다. 늦었지만 공범이 되기 싫어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말하였다.
보수단체의 맞불집회
아주 특별한 휴가를 보내고자 시민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 그런데 광장에서는 또 하나의 공연이 시작 되고 있다. 그것은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라 볼 수 있다. 무대조명까지 마련된 특설무대이다. 그런데 공연제목을 보니 ‘독도사랑’이다. 하필이면 왜 이날 이런 공연을 하는 것일까?
객석은 모두 의자가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동원된 듯이 가족 단위의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컬러풀한 군복을 입은 백발의 노인, 태극기를 든 아이들, 그리고 머치 금란가사를 걸친 듯한 스님들도 볼 수 있었다.
사즉생(死卽生)의 이순신장군상
광화문은 우리나라 심장부와도 같다. 조선시대부터 육조거리라 하여 좌우에 관청이 즐비하였고 오늘날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대한민국과 수도서울을 상징하는 광화문광장에 상징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오래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이순신장군 동상과 더불어 세종대왕 동상이 추가 되었다. 그럼에도 광화문광장의 상징은 이순신장군이다.
칼을 오른쪽 손으로 들고 있는 이순신장군상은 위풍당당하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고 말하며, 12척의 배로 적의 배 133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의 이순신이다.
이순신에 대한 또 하나의 이미지는 ‘사즉생(死卽生)’이다. ‘생즉사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라 하여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라는 말이 있는데,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죽음을 각오한 유가족 들의 단식장이 이순신장군상 바로 아래에 마련 되어 있는지 모른다.
“광화문에서 외치다”
국민휴가 마지막날 국민들은 광화문광장으로 꾸역꾸역 모여 든다. 어느새 광장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TV나 신문 등에서 홍보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알고 찾아 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무대는 매우 초라하다. 이제까지 본 무대는 조명장치가 되어 있고 뒤에 백스크린이 있어서 대형화면으로 전과정을 보여 주었으나 지금 보는 무대는 단지 천이 백스크린 역할을 하고 있다. 천에는 “광화문에서 외치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위풍당당한 광화문
광화문광장 앞에 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화문광장에 처음 들어 와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장 앞에 서 보니 광화문이 매우 위풍당당해 보인다. 더구나 뒤에 북악산까지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 위용과 기백이 넘쳐 난다.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갔나?
공연이 시작 되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바로 이전에 서울광장에서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여 하였으나 이번 문화제에서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민중의 편에 섰던 인사들과 진보진영 국회의원들이다. 그리고 단식27일차의 유민이 아빠의 모습도 보인다.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 단연 백기완선생이 눈에 띈다. 심상정의 의원과 유민이 아빠 가운데 앉아 있는 백기완선생은 ‘양당야합원천무효’라 적힌 노란 종이를 들고 있다. 그런 백기완 선생은 무슨생각에 잠겨 있는 것일까?
떠날 사람들은 다 떠나고
이날 문화제 앞 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떠날 사람들은 다 떠난 것 같다. 특히 세월호유가족들을 끝까지 지켜 주겠다던 새정치민주연합국회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다 떠나고 시민단체와 진보진영국회의원들만이 남아 있다. 이럴 때 백기완 선생이 작사 하였다는 노래가사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라는 말이 떠 오른다.
이날 단 한사람의 새정치민주연합국회원들을 볼 수 없었다. 이전 서울 광장에서는 도종환, 박영선, 정청래 등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으나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단 한사람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다. 아마 부끄럽고 창피해서일 것이다.
양심과 수치심이 무너진다면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양심’과 ‘수치심’이라고 한다. 그런데 양심과 수치심은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과도 같다는 것이다.
만일 양심과 수치심이 무너진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약육강식, 하극상, 근친상간 등이 예사로 일어나 엉망으로 될 것이다. 또한 양심과 수치심이 없는 사회는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의 장’이 되어 마치 동물과도 같은 사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은 ‘천한 사람’이고, 그런 사회는 ‘천한 사회’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stn133)”라 하였다.
끼리끼리 헤쳐먹는
우리나라 지도층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인사청문회를 보면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병역의무 불이행, 논문표절 등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3관왕이니 4관왕이니 하는 타이틀을 붙여 준다.
이렇게 부불법과 탈법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양심과 수치심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끼리끼리 뭉치는 것 같다. 마치 카드놀이 할 때 아(A)가 아를 부르고 카(K)가 카를 부르듯이 그들끼리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닭들이 마당에서 덤불을 헤치면서 모이를 찾아 먹듯이 그들끼리 헤쳐 먹는다. 그래서일까 부처님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와 관계를 맺고 그와 어울린다. 창피함을 모르는 자는 창피함을 모르는 자와 관계를 맺고 그와 어울린다. (S14.17)”라 하였다.
닭들은 모이를 먹을 때 발로 열심히 헤집으며 헤쳐 먹는다. 문화제에 참석하지 않은 새정치민주연합과 현기득권 세력 역시 그들끼리 헤쳐 먹는 것과 다름 없다. 이렇게 본다면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기득권자들과 다름 없다. ‘그밥에 그나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권이 바뀐 다고 하여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만 바뀔 뿐이다. 이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이 배신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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