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 서울대공원 장미원 국화측제
꽃은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가을에도 꽃을 볼 수 있다. 봄에는 꽃들이 앞 다투어 피지만 가을에는 더 이상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없다. 이렇게 꽃을 볼 수 없는 가을에 피는 꽃이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이다.
서울대공원 장미원에서 국화꽃 전시회가
서울대공원 장미원에서 국화꽃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장미와 함께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월의 꽃이라 알려져 있는 장미가 가을에도 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장미는 가장 오래 피는 꽃 중의 하나가 된다. 화무십일홍이라 하지만 장미 앞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
시월에 피는 장미
서울대공원 장미원이 각광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5월 말에서 6월 중순까지 장미축제 기간 때이다. 매년 참가 하여 사진과 글을 남기고 있다. 올해의 경우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순백색의 산딸나무꽃을 보며(2014-06-04)’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긴 바 있다.
장미원에서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서울대공원 장미원은 국화원이라고 명칭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장미원이라 부르는 것은 장미가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땅속에 뿌리를 내린 수 많은 장미가 주인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장미는 10월에도 핀다니 놀라울 뿐이다.
시월에 피는 장미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장미의 계절인 유월에 피어야 제맛이다. 그럼에도 장미는 한 번 꽃이 피면 추위가 닥칠 때까지 계속 피는 모양이다. 이렇게 본다면 장미는 봄, 여름, 가을 이렇게 세 개의 계절에 걸쳐 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을에는 장미보다 국화
장미원에서 국화가 전시 되고 있다. 그래서 졸지에 국화원이 된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국화가 전시 되고 보니 꽃의 왕이라는 장미가 초라해 보일 정도이다. 역시 가을에는 국화가 제멋이다. 가을에는 장미보다 국화라 볼 수 있다.
장미원이 아니라 국화원이 된 듯
국화의 계절에 국화는 장미를 압도한다. 아무리 장미가 아름답기로 다양한 종류의 국화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듯 하다. 그래서 이곳이 일시적으로 국화원이 된 듯한 느낌이다.
국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미원에는 시월의 국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루비아 등 시월에 피는 갖가지 꽃이 선보이고 있다.
꽃보다 잎사귀
잎사귀가 아름다운 식물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꽃보다 잎사귀라 볼 수 있다. 잎사귀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목이 길어 바람에 하늘 거릴 때
가을에 꽃 보기가 힘들다. 봄에는 마치 꽃잔치가 열린 듯하지만 찬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여간 해서 꽃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꽃 구경 하기 힘들 때 피는 꽃이야말로 돋보인다. 가을의 꽃이라는 코스모스가 그렇다.
가을의 꽃 코스모스는 갸날퍼 보인다. 목이 길어 바람에 하늘 거릴 때 애처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 장미원에서 보는 코스모스는 다른 지역에서 보는 것과 달리 꽃잎이 크고 정열적이다. 이렇게 코스모스도 종에 따라 아름다운 것이 있나보다.
가지가 찢어 질 정도로 감으로 가득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듯이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과일이 익어 간다. 장미원 후미진 곳에 있는 여러 그루의 감나무에서는 가지가 찢어 질 정도로 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사람의 손이 닿는 곳은 감이 없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높은 가지에는 감으로 꽉 차 있다.
시큼하고 떫은 맛
감나무 옆에는 빨간 열매가 눈길을 끈다. 작은 구슬모양의 열매가 나무에 가득하다. 손길이 닿아서 하나를 따 보았다. 그리고 맛을 보았다. 시큼하고 떫은 맛이다.
작은 골프공을 연상케 하는 빨간 열매
장미원에 가면 장미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월 장미축제 기간에 피는 꽃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이 산딸나무꽃이다. 이에 대하여 글을 올린 바 있다. 장미보다 산딸나무 꽃이 더 아름다워서 산딸나무 꽃을 주제로 하여 글을 쓴 것이다. 그런데 시월에 보는 산딸나무에는 열매가 맺어져 있다. 그것도 큼지막한 열매이다. 마치 작은 골프공을 연상케 하는 빨간 열매이다.
유월에 보는 꽃과 시월에 보는 열매
산딸나무 위치를 알고 있다. 지난 수 년간 매년 장미원축제에 참가 하였으므로 어느 곳에 어느 나무가 있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 특히 산딸나무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유월에 보는 산딸나무꽃은 매우 인상적이다. 네 개의 꽃잎이 마치 팔랑개비가 날아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마치 수 많은 나비가 사뿐히 앉아 있는 듯 하다. 그런 산딸나무에 열매가 열렸다. 한나무 가지에서 유월에 보는 꽃과 시월에 보는 열매를 보면 다음 사진과 같다.
유월의 산딸나무 꽃
시월의 산딸나무 열매
지조와 절개의 상징
봄은 생동감으로 넘쳐난다. 신록의 계절에 갖가지 꽃들이 피어난다. 이렇게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때가 봄이다. 그렇다면 가을은 어떠한가? 결실의 계절이다. 꽃이 피었으면 열매을 맺듯이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그래서 잘 익은 열매를 보면 풍요를 느낀다. 하지만 가을에는 꽃을 보기 힘들다. 거의 대부분 봄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을에 피는 꽃이 없지 않을 수 없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있다. 가장 먼저 코스모스를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을꽃을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중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단연 국화를 들 수 있다.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아름답고 예로부터 사군자 중의 하나로도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장미는 서양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에서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더구나 장미에는 가시가 달려 있다. 그리고 꽃도 오래 핀다. 시월에도 장미가 피는 것을 보니 오래 꽃을 보는 것은 좋을지 모르지만 지조가 없어 보인다. 벚꽃처럼 한철에 한번 피었다가 깨끗이 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순이 나와 꽃을 피워 내는 것이다. 그러나 국화는 다르다. 오로지 가을에만 핀다.
꽃 구경 하기 힘든 가을에 국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렇게 가을에만 피는 국화는 절개의 상징과도 같다. 그래서 사군자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을 것이다.
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
사군자는 매란국죽(梅蘭菊竹)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인화의 대표적 화목으로서 수묵위주로 그려진다. 이렇게 네 가지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들 식물들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 군자의 인품과 관련이 있다.
매화는 봄눈이 녹기도 전에 추위를 무릅쓰고 핀다. 난초는 은은한 향기를 널리 퍼뜨린다. 국화는 늣가을에 첫추위와 서리를 이겨내고 피어난다. 그리고 대나무는 항상 푸르름을 유지한다. 이렇게 매란국죽은 각각 특징이 있어서 절개와 지조의 군자들이 애호 하였다.
조계사 국화전시회
가을이 되면 국화전시회가 열린다. 여러 곳에서 전시회가 열리지만 최근에는 조계사에서 열리는 국화전시회가 유명하다. 전시회 명칭은 ‘시월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이다. 다소 낭만적으로 보이는 명칭은 조계종 총무원에서 교육부장을 지낸 법인스님이 지었다고 한다. 작년 조계사 경내에서 열린 국화 전시회에 대하여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2013조계사 국화축제(2013-10-27)’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갖가지 형상을 만드는 국화
조계사 국화전시회를 보면 갖가지 형상을 볼 수 있다. 코끼리형상, 나무형상, 동자승 형상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형상화 하는 것은 국화이기에 가능하다. 아직까지 다른 꽃으로 형상을 만들어 전시 해 놓은 것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 장미원의 국화축제에서도 한반도 형상, 각종동물형상, 하트형상, 그리고 탑형상 등 갖가지 형상을 볼 수 있었다.
꽃 본 듯이 반가운 가을 국화
‘꽃 보듯이 반긴다’라는 말이 있다. ‘동지 섯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라는 민요도 있다. 이렇게 꽃은 누구나 좋아 하는 것이다. 특히 꽃이 피는 시기가 아닐 때 피는 꽃은 무척 반갑다. 가을에 피는 국화가 그렇다.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
국화는 약간 쌀쌀할 때 피어야 제멋이 있다. 서리가 내린 후 의연하게 피어 있는 국화는 꽃 중의 꽃이다. 그런 국화를 볼 때 항상 생각 나는 시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이다.
국화 옆에서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서정주, 국화 옆에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시의 클라이막스는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라 볼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누님이 차분한 모습으로 거울을 들여다 보며 머리를 다듬는 모습이 연상 된다. 이렇게 누님 같이 생긴 꽃이 국화꽃의 이미지이다. 그런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
2014-10-11
진흙속의연꽃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로움이 뼈에 사무쳐야, 가장 이해하기 힘든 오취온고(五取蘊苦) (0) | 2014.10.19 |
---|---|
내 마음 나도 몰라? 부처님 가르침과 동떨어진 시중의 명상센터 (0) | 2014.10.12 |
왜 산천초목산하대지를 훼손하는가? 무정물도 비폭력과 자애의 대상 (0) | 2014.10.01 |
행한 뒤에 눈물의 후회를 한다면, 허공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0) | 2014.09.28 |
약자들이 억울하다고 느낄 때 몰락의 징후가, 최상자가 정의롭지 못하면 (0) | 201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