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야번역비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미소를 띄우며…”세월호유가족을 외면하는 대통령

담마다사 이병욱 2014. 10. 29. 12:20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미소를 띄우며…”세월호유가족을 외면하는 대통령 

 

 

때가 되면 내려 와야

 

어느 재벌회장이 장장 육개월에 병원에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갖가지 소문이 나돈다. 이미 사망했다는 소문에서부터 많이 회복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갖가지 풍문이 나돈다. 하지만 어디까지 맞고 어디까지 틀린지 알 수 없다. 확인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온통 차지 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재벌회장도 늙음과 질병과 죽음 앞에서는 무력하다. 이 세상을 거머쥐고 있는 듯한 권력자도 때가 되면 내려 와야 한다. 죽음 앞에선 재벌과 권력자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재벌회장은 그동안 모은 천문학적인 재산을 다 가져 갈 수 있을까? 그 동안 쟁취한 권력을 다 가져 갈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죽고나면 자신의 힘으로는 손가락 하나 까닥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목숨을 버려야 할 때

 

사람들은  죽고 나면 무엇을 가져 가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초기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삐야경(S3.4)

 

빠알리어

Antakenādhipannassa

jahato mānusa bhava,
Ki
hi tassa saka hoti

kiñca ādāya gacchati,
Kiñcassa anuga
hoti

chāyāva anapāyinī?2.

 

전재성님역

[세존]

죽음의 신에게 사로잡혀

목숨을 버려야 할 때

무엇이 진실로 자기의 것인가?

그는 무엇을 가지고 가겠는가?

그림자가 몸에 붙어 다니듯

그를 따라 다닐 것은 무엇인가?”

 

각묵스님역

모든 것 끝장내는 저 죽음에 붙들려

인간의 상태를 버릴 때에는

참으로 무엇이 그 자신의 것이며

그때 그는 무엇을 가져가는가?

예를 들면 그림자가 그를 따르듯

그때에 무엇이 그를 따라가는가?”

 

빅쿠보디역

“When one is seized by the End-maker

As one discards the human state,

What can one call truly one's own?

What does one take when one goes?

What follows one along

Like a shadow that never departs?”

 

 

 

 

빠알리게송 첫번째 구절에 ‘Antakenā가 있다. 전재성님의 각주에 따르면 끝장내는자라 되어 있다. 빅쿠보디의 각주를 보면 주석의 인용 없이 "The End-maker" (antaka), in pada a, is a personification of death; elsewhere (e.g., at v. 448) the word refers expressly to Mara.(CDB 400p)”라 하였다. 이는 끝내는 자의 뜻으로 죽음을 의인화 한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448번 게송에서도 나온다고 하였다.

 

448번 게송에서 끝장을 내는 자는 마라를 뜻한다. 각묵스님의 각주를 보면 빅쿠보디와 유사하다. 그래서 “ ‘끝장내는 []’Antakenā를 직역한 것이다. 여기서는 죽음을 의인화 한 것이다. 다른 곳(본서 고행경(S4:1){448} )에서는 마라(Mara)를 의인화 한 것이다.(초불연 1 363번 각주)”FK 하였다.

 

초불연의 각주를 보면 주석의 빅쿠보디의 각주와 순서와 사용단어가 동일하다. 주석의 인용이 없을 경우 각주를 단 자의 견해가 들어 가는데, 이렇게 각주의 내용이 유사다하다 보니 본문의 번역 역시 유사하다. 대표적으로 인간의 상태를 버릴 때에는라는 구절을 들 수 있다. 이는 빅쿠보디의 번역어 As one discards the human state”와 유사하다. ‘인간의 상태라는 말이 ‘the human state’와 같기 때문이다.

 

‘the human state(인간의 상태)’‘mānusa bhava을 번역한 것이다. Bhavathe state of existence(존재의 상태) 또는 condition(조건); nature(성품)의 뜻이다. 따라서 jahato mānusa bhava는 인간의 조건이 버려지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님은 목숨을 버려야 할 때라고 번역하였다.

 

죽을 때 무엇을 가져가는가?

 

사람이 죽는다고 말할 때 죽음의 신에게 붙들려 간다라는 표현을 한다. 그 때 가져 갈 것은 무엇일까? 재산이나 권력을 가져 갈 것인가? 그림자가 몸을 따라 다니듯 항상 붙어 다니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씀 하신다.

 

 

 

삐야경(S3.4)

 

빠알리어

Ubho puññañca pāpaññaca

ya macco kurute idha,
Ta
hi tassa saka hoti

tañca ādāya gacchati,
Ta
cassa anuga hoti

chāyāva anapāyinī.

 

전재성님역

[세존]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만든

공덕과 죄악, 바로 이 두 가지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것,

그는 그것을 가지고 가네.

그림자가 몸에 붙어 다니듯

그것이 그를 따라 다니네.”

 

각묵스님역

죽어야만 하는 인간은 여기 이 세상에서

공덕과 죄악 저 둘을 짓나니

이것이 참으로 그 자신의 것이며

그때 그는 이 둘을 가져가도다.

예를 들면 그림자가 그를 따르듯

그때에 이것이 그를 따라가도다.”

 

빅쿠보디역

“Both the merits and the evil

That a mortal does right here:

This is what is truly one's own,

This one takes when one goes;

This is what follows one along

Like a shadow that never departs.”

 

 

 

죽어야만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그래서 숫따니빠따에서도 태어나 죽지 않고자 하나, 그 방도가 결코없습니다. 늙으면 반드시 죽음이 닥치는 것입니다. 뭇삶의 운명은 이러한 것입니다. (stn575)”라 하였다. 이렇게 누구나 죽음의 순간을 맞이 할 수밖에 없다. 그 때 가져 가는 것은 무엇일까?

 

게송에 따르면 죽음의 순간에 가져 가는 것은 재산도 아니도 사회적 지위도 아니다. 그 사람이 일생동안 지은 행위를 가져 가는 것이다. 그런 행위는 선한 것과 악한 것이다. 선한 것에 대해서는 빠알리어로 뿐냐(puñña)’라 하고, 악한 것에 대해서는 빠빠(papa)’라 한다. 뿐냐와 빠빠에 대해서는 꾸살라와 아꾸살라, 뿐냐와 빠빠는 어떻게 다른가(2012-09-27)’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뿐냐를 공덕행이라 하고, 빠빠를 악행이라 한다. 인간이 죽음에 이르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것이 바로 공덕행과 악행이다. 바로 이 공덕행이나 악행을 가져 갈 뿐 그 어떤 재산이나 지위도 가져 가지 못한다.

 

뭇삶들의 의지처는?

 

공덕행 보다 악행이 더 많다면 그는 악처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반대로 악행 보다 공덕행이 더 많다면 선처에 날 것이다. 그래서 그림자가 따라 다니듯 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림자는 떼어 버리고 싶어도 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가 어디를 가든지 끝까지 따라 다닌다. 마찬가지로 그가 일생동안 지은 공덕행이나 악행 역시 끝까지 따라 다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공덕행을 지어야 할 것이다. 재산이나 지위를 추구하는 것 보다 공덕행이 우선 순위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씀 하셨다.

 

 

 

삐야경(S3.4)

 

빠알리어

Tasmā kareyya kalyāa

nicaya samparāyika,
Puññ
āni paralokasmi

patiṭṭhā honti pāinanti.

 

전재성님역

[세존]

그러므로 착하고 건전한 일을 해서

미래를 위해 쌓아야 하리.

공덕이야말로 저 세상에서

뭇삶들에게 의지처가 되리.”

 

각묵스님역

그러므로 유익함[]을 지어야 하나니

이것이 존재들의 미래의 자산이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 모든 존재에게는

공덕이 저 세상에서의 기반이로다.”

 

빅쿠보디역

“Therefore one should do what is good

As a collection for the future life.

Merits are the support for living beings

[When they arise] in the other world.”

 

 

 

번역에서 착하고 건전한 일유익함[]’이 있다. 이는 ‘kalyāa’를 번역한 것이다. 빠알리사전 PCED194에 따르면 ‘[adj.] charming; morally good. (nt.), goodness; merit; virtue; welfare’의 뜻이다. 도덕적으로 건전한 행위를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공덕행을 뜻하는 뿐냐와 동의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하였을 때 저 세상의 의지처가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의지처라는 말은 patiṭṭhā의 번역이다. ‘help; support; resting place’의 뜻으로 빅쿠보디는 the support’라 번역하였다. 각묵스님은 기반이라 번역하였다.

 

공덕행을 하면 든든 할 것이다. 마치 보험을 들어 놓은 것 같다. 저 세상에 가게 되었을 때 의지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세상에서 돈을 모으는 것 보다,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것 보다 우선순위는 공덕행이라 볼 수 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 하는 날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하는 날이다. 글을 쓰면서 한편으로 오마이TV’의 창을 띄어 놓고 보고 있다. 이렇게 손으로는 자판을 두르리며, 귀로는 TV를 보고 있다.

 

오마이TV에서는 세월호유가족들이 피켓팅하는 장면을 보여 주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들어 갈 때 하소연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전날부터 국회건물 앞에서 노숙을 하며 차가운 밤을 보냈다고 하였다.

 

 

 

 

대통령이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국회건물 정면에는 빨간카페트가 깔려 있다. 그 카페트는 국회의원 등 고위층만 밟을 수 있는 것이다. 빨간카페트 양편으로 도열하여 피켓을 들고 있는 유가족들은 대통령이 지나가기를 학수 고대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냥 지나쳤다. 그렇게 바라고 원하였건만 그냥 지나친 것이다. 나중에 유가족중의 한사람이 인터뷰를 하였다. “대통령이 눈길 한번 주지 않았어요. 옆사람과 담소하며 웃으며 지나갔어요. 그것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구쳤습니다. 유가족도 국민인데…”라 하였다.

 

 

권력은 잠시뿐인데

 

대통령은 임기가 정해져 있다. 더 하고 싶어도 더 할 수 없다. 오년 단임에서 이제 남은 기간은 얼마 안된다. 시간이 지나면 내려와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권력은 잠시 뿐이다. 그럼에도 절규하는 유가족을 외면한다.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끝난 후 국회의원들이 나온다. 빨간 카페트를 밟고 나오는 국회의원 중에는 하얀 이를 보이는 이도 있다. 양쪽에는 유가족이 도열하여 살려 주세요” “살고 싶어요라고 절규한다. 하지만 어느 미모의 여성 국회의원은 잘차려 입은 옷에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더구나 그런 상황에서 이빨까지 드러내며 웃는다. 이런 장면을 인터넷중계로 보았다.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미소를 띄며

 

마침내 대통령이 나왔다. 유족들은 살려 주세요라는 말을 외치며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대통령은 역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미소를 띄며 빠져 나간다. 이때 중계방송이 통신상태가 좋지 않아 화면이 멈춘다.

 

 

 

 

 

상황이 다 끝나고 난 다음 유가족회장은 대통령에 대하여 서운함을 말한다. 들어 갈 때와 마찬가지로 절규하는 유가족 들에게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고 미소를 띄며 그냥 지나 가는 것에 대하여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다.

 

저 세상에 갈 때 무엇을 가져 가려 하는가?

 

권력은 잠시 뿐이다. 라이온킹이라는 말이 있듯이 백수의 제왕 사자도 힘이 빠지면 사라지게 되어 있다. 하물며 임시로 맡겨진 권력을 가진 자들이 천년 만년 권력을 향유할 것처럼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유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 하며 기득권 수호에 올인하는 자들의 행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권력은 잠시 뿐이다. 더 이상 유족들을 울리지 말아야 한다. 저 세상에 갈때 무엇을 가져 가려 하는가?

 

 

 

2014-10-2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