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재회

담마다사 이병욱 2014. 12. 8. 08:50

 

재회

 

 

 

 

식장에 갔었네.

잘 차려 입은 하객들이

축하의 말을 전하네.

 

십이월 엄동설한에

꽃단장한 신부는

오월의 햇살처럼 화사하네.

기쁜 날에 기쁨을 보았네.

 

혼례의 날 여기저기서

반가운 얼굴을 보았네.

오랫동안 못 보던 이도 있었네.

 

식장에 갔었네.

조락의 계절,

죽음의 계절에

그 사람은 떠났네.

 

나이 어린 상주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네.

슬픈날에 슬픔을 보았네.

 

수명대로 살다 가면

호상이라 하네.

제명대로 살지 못하면

애상이라 하네.

 

사랑하는 이와 만나면

친구보듯이,

친척만나듯이 기뻐하네.

떠날 때는 또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네.

 

저 멀리 떠난 님은

다시는 오지 않네.

불러도불러도

대답없는 님이네.

꿈속에서조차

나타나지 않는 님이네.

 

옹기는 만들 때부터

부서짐이 예정 되어 있다네.

맺은 인연도 헤어짐을

전제로 한 것이네.

 

오월의 신부도

나이 어린 상주도

기억 속의 사람이네.

 

한번 맺은 인연에

재회의 시간은 짧고

이별의 시간은 길다네.

오늘도 내일도

해는 떠 오르지만

한번 간 님은 올 줄 모르네.

 

 

2014-12-0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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