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땅콩

담마다사 이병욱 2014. 12. 11. 09:25

 

땅콩

 

 

 

주인의 아상이

하늘을 찌르네.

주인이 분노하니

권속들이 얼어 붙네.

 

주인의 아상이

하늘을 찌르네.

주인이 탐욕하니

빌딩이 자꾸 높아지네.

 

주인이 너 내려!”한마디에

머슴은 말없이 내리네.

주인이너 나가!”라 아니하니

머슴은 가슴을 쓸어 내리네.

 

머슴의 등에는

짐이 있기에

감당할 수 없는

짐이 있기에

말없이 따라야 하네.

 

권력은 맛 본 자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네.

하다못해 병장권력도

권력이라 하네.

머슴은 가진 것도 없고

호령할 것도 없네.

 

주인이 분노할 때

소주 한잔에

가슴이 촉촉히 젖네.

주인이 욕심부릴 때

담배 한모금에

가슴이 뻥 뚫리네.

소주가 친구이고

담배가 동반자이네.

담뱃갑이 올라도

소주값이 올라도

마찬가지이네.

 

답답한 마음에 산에 오르네.

조망대에서 보니

저 아래 주인의 빌딩이

땅콩처럼 작아 보이네.

빌딩이 높다 하지만

도토리 키재기 하는 것 같네.

 

주인이 분노하지만

빌딩을 넘지 못하네.

주인이 탐욕하지만

저 앞산을 넘지 못하네.

 

정상에 올라서 보니

발아래 세상이 보이네.

저 앞산이 세상을 품을 듯

오늘은 더 커 보이네.

고개를 들어 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크고 넓어 보이네.

하늘을 쳐다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높고 깊어 보이네.

 

 

2014-12-1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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