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의 가르침

라훌라의 출가와 최고의 유산

담마다사 이병욱 2014. 12. 12. 18:53

 

라훌라의 출가와 최고의 유산

 

 

법구경 인연담

 

초기경전에 라훌라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많다. 그러나 어떻게 출가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법구경 인연담을 통하여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그러나 인연담은 게송의 뜻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하여 이야기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인연담에는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설화나 전설, 신화도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초월적이고 신비스런 이야기도 많다. 또 내생이나 윤회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서 인연담을 보면 마치 동화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법구경 인연담은 불교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나 재가자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라훌라의 출가이야기

 

법구경 13 14번의 게송에 대한 인연담에는 라훌라의 출가이야기가 있다. 원래 난다와 관련된 이야기(Nandattheravatthu)’로 되어 있으나 도중에 라훌라의 출가 이야기가 삽입 되어 있다. 그러나 니까야(경장)에서 라훌라의 출가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위나야(율장)에 보인다.

 

라훌라의 출가이야기가 실려 있는 경이 있다율장대품에 실려 있는 라훌라에 대한 이야기(Rahulavatthukatha)’가 그것이다. 경에 따르면 한때 세존께서는 라자가하 시에서 계실 만큼 계시다가 까삘라밧투 시로 유행을 떠났다. 점차로 유행하면서 까삘라밧투시에 도착했다. 거기서 세존께서는 싸끼야 국의 까삘라밧투 시에 있는 니그로다라마 승원에 계셨다.(Vin84)”라 되어 있다.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시고 난 후 처음으로 카필라성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세존께서 아침 옷을 입고 발우와 가사를 수하고 싸끼야 국의 왕 쑷도다나의 처소가 있는 곳을 찾아 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라훌라의 어머니가 라훌라 왕자에게 말했다.”라고 되어 있다.

 

유산을 달라고 해라

 

라훌라의 어머니는 라훌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eso te rāhula, pitā. Gacchassu dāyajja yācāhī"ti.

 

[라훌라의 어머니]

 

라훌라야, 이 분이 아버지이다. 유산을 달라고 해라.”

 

(Rāhulavatthukathā niṭṭhitā-54. 라훌라에 대한 이야기, 율장대품 1)

 

 

야소다라왕비는 어린 라훌라에게 유산을 달라고 말하게 하였다. 여기서 유산이라는 말은 ‘dāyajja이다. 영어로 ‘Inheritance, dowry’의 뜻이다. 그래서 Gacchassu dāyajja yācāhī”의 뜻은 가서 유산을 달라고 말해라가 된다.

 

야소다라 왕비

 

라훌라의 어머니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야소다라 왕비라 한다. 그러나 각주에 따르면 밧다 깟짜나(Bhadda Kaccana)’라 불렸다고 한다. 후기 문헌에서 야소다라(Yasodhara)라 불리웠고, 북방문헌에서는 야소다라라고 즐겨 사용하고 단다빠니(Dandapani)의 딸이라고 기록되고 있다고 한다.

 

야소다라에 대하여 전재성님의 각주에 따르면 그녀가 밧다 깟짜나라 불린 이유는 그녀의 몸이 빛나는 황금과 같았기 때문이며, 바라문의 성씨인 깟짜나와는 상관이 없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녀는 고따마와 같은 날에 태어났으며, 16살에 고따마와 결혼하고 라훌라를 출산하는 날에 남편인 고따마가 수행자가 되었다.”라고 설명 되어 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야소다라 왕비가 부처님과 유사한 종족임을 알 수 있다.

 

나라시하가타(Narasiha Gatha)

 

그런데 전재성님의 각주를 보면 고따마가 부처님이 되어 깨달음을 성취한 뒤 쑷도다나(Suddhodana) 왕의 초청으로 까삘라밧투 시를 처음 방문하여 탁발을 할 때, 그녀는 부처님의 탁발 모습을 보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아름다운 시(Narasihagatha)를 남겼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인간사자게또는 인간사자의 노래라 불리우는 나라시하가타를 남긴 인물이 야소다라 왕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시하가타는 어떤 게송일까?

 

나라시하가타에 대하여 여러 차례 글을 올렸다. 그 중에 하나를 들면 불두화가 때면, 부처님의 육계와 관련된 노래 Imee Ooi 나라시하가타(2010-05-16)’이다. 전재성님의 각주에서와 같이 부처님을 찬탄하는 아름다운 시로 되어 있다. 이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1.

Cakkavaraïkitarattasupàdo,       짝까 와랑끼따 랏따 수빠아도

lakkhaõamaõóita-àyatapaõhã,      락카나 만디따 아아야따빵히

càmarachattavibhåsitapàdo,       짜아마라찻따 위부우시따 빠아도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붉은 성스러운 두 발은 탁월한 법륜으로 장식되고,

긴 팔꿈치는 성스러운 징표들로 치장되셨고,

발등은 불자(拂子)와 양산으로 분장되셨으니,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2.

 Sakyakumàravaro sukhumàlo,      삭꺄 꾸마아라 와로오 수쿠마알로

lakkhaõacittikapuõõasarãro,      락카나 찟띠까 뿐나 사리이로

lokahitàya gato naravãro,        로오까 히따아여 가또오 나라 위이로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우아하고 고귀한 석가족의 왕자님,

몸은 성스러운 징표로 가득 차시고,

세상의 이익을 위하는 사람 가운데 영웅이시니,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3.

Puõõasasaïkanibho mukhavaõõo,    뿐나 사상까 니보오 무카 완노

devanaràna' piyo naranàgo,       데와 나라아나 삐요오 나라 나아고

mattagajindavilàsitagàmã,        맛따가진다 위라아시따 가아미이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얼굴 빛은 보름달처럼 빛나고

하늘사람과 인간에게 사랑받으며,

우아한 걸음걸이는 코끼리의 제왕과 같으시니 인간 가운데 코끼리,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4.

Khattiyasambhava-aggakulãno,     캇띠야 삼바와 악가 꿀리이노

devamanussanamassitapàdo,        데와 마눗사 나맛시따 빠아도

sãlasamàdhipatiññhitacitto,      시일라 사마아디 빠띳따 찟또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왕족으로 태어난 귀족으로서

하늘사람과 인간의 존귀함을 받는 님,

마음은 계율과 삼매로 잘 이루어진 님,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5.

âyatatuïgasusaõñhitanàso,        아아여따 뚱가 수산티따 나아소

gopakhumo abhinãlasunetto,       고오빠 쿠모오 아비니일라 수넷또

indadhanå-abhinãlabhamåko,       인다 다누우 아비니일라 바무우꼬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잘 생긴 코는 길고 두드러지며,

속눈썹은 젊은 여자의 것과 같고,

눈은 사파이어의 푸른빛이고, 눈썹은 무지게 같으시니,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6.

Vaññasumaññasusaõñhitagãvo,      왓따 수맛따 수산티따 기이오

sãhahanå migaràjasarãro,         시이하 하누우 미가 라아자 사리이로

kaÿcanasucchavi-uttamavaõõo,     깡짜나 숫짜위 웃따마 완노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잘 생긴 목은 둥글고 부드러우며,

턱은 사자와 같고, 몸은 짐승의 왕과 같고,

훌륭한 피부는 승묘한 황금색이니,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7.

Siniddhasugambhiramaÿjusaghoso, 시닛다 수감비라 만주사 고오소

hiïgulabandhusurattasujivho,     힝굴라 반두 수랏따 수지워호

vãsativãsatisetasudanto,         위이사띠 위이사띠 세따 수단또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훌륭한 목소리는 부드럽고 깊고,

혀는 주홍처럼 선홍색이고,

치아는 스무개씩 가지런히 하야시니,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8.

Aÿjanavaõõasunãlasukeso,         인자나 완나 수니일라 수께소

kaÿcanapaññavisuddhanalàño,      깡짜나 빳따 위숫다나 라아또

osadhipaõóarasuddhasu-uõõo,      오사디빤다라 수다수 운노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칠흙같은 심청색이고,

이마는 황금색 평판처럼 청정하고

육계는 새벽의 효성처럼 밝게 빛나니,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9.

Gacchati nãlapathe viya cando,   갓차띠 니일라 빠테 위야 짠도

tàragaõàpariveñhitaråpo,         따아라 가나아 빠리웨티따 루우뽀

sàvakamajjhagato Samaõindo,      사아워까 맛자가또 사마닌도

esa hi tuyha pità narasãho ti.   에사 히 뚜여하 삐따아 나라 시이호 띠


많은 별들의 무리에 둘러싸여

달이 창공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수행자들의 제왕은 성스러운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Narasiha Gatha-나라시하가타, 인간사자의 노래, 전재성님역)

 

 

 

http://audio.buddhistdoor.com/...47a26c6a/1.mp3(618)

http://down.fodizi.com/...0%E5%81%88.wma(25 9)

 

 

 

나라시하가타는 모두 여덟 개의 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재성님이 번역한 것이다. 다섯 번째 게송의 경우 전재성님의 번역이 미싱되어 있어서 영문을 보고서 채워 넣은 것이다.

 

게송을 보면 부처님의 신체적 특징인 32상이 부분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부처님의 고결한 덕성이 아름다운 시로서 표현 되어 있다.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시고 난 후 카필라성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 발코니에서 부처님 일행이 탁발하는 모습을 보고 야소다라 왕비가 지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때 나이가 일곱살 가량 되는 라훌라와 함께 지켜 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유산을 달라고 한 것일까?

 

야소다라 왕비는 아들 라훌라에게 유산을 달라고 하라고 하였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법구경 13 14번 게송의 인연담을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 되어 있다.

 

 

이레가 되는 날, 라훌라의 어머니는 왕자 라훌라를 치장하여 아들아, 천이백 명의 수행승을 거느린, 황금빛 몸을 지니고 위대한 하느님의 아름다운 형상을 지닌 이 수행자를 보아라. 이 수행자가 너의 아버지다. 그에게 많은 재보가 있었다.

 

그가 출가한 이후에 우리는 그를 보지 못했다. 그에게 아버지, 나는 왕자입니다. 제가 관정식을 하면, 제가 왕이 될 것입니다. 저는 재산이 필요합니다. 제게 재산을 물려주십시요. 예전의 아버지의 것은 아들의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재산의 상속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법구경 인연담, Dhp13-14, 난다와 관련된 이야기(Nandattheravatthu), 전재성님역)

 

 

법구경 인연담은 5세기 스리랑카 붓다고사가 편집한 것이다. 법구경 주석서라 볼 수 있는데 빠알리어로 된 것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법구경 인연담에 따르면 유산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막대한 재산이다. 왕이 되면 사실상 국가는 왕의 개인 소유물과 다름 없다. 그럼에도 왕이 되면 이전의 왕으로부터 막대한 재산과 보물을 상속받는 것이 그 때 당시 풍속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 어린 왕자는 출가한 부처님에게 유산을 달라고 한 것이다.

 

나이에 맞지 않게 말한 까닭은?

 

율장대품에서는 라훌라가 수행자여, 당신의 그늘은 즐겁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 되어 있다. 이어서 수행자여, 제게 유산을 주십시오. 수행자여, 제게 유산을 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부처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유산을 달라고 말하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그런데 나이 어린 라훌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수행자여, 당신의 그늘은 즐겁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매우 어색한 말이다. 왜 이렇게 입에 발린 말을 하였을까? 이에 대한 설명이 율장대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법구경 인연담에서는 왜 아부성 말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실려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그래서 왕자 라훌라는 부처님께 갔다. 라훌라가 그를 보는 순간,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마음이 기뻤다. 그는 이와 같이 수행자여 당신의 그늘이 즐겁습니다.’라고 하면서 많은 자신의 역에 맞는 말을 했다.

 

(법구경 인연담, Dhp13-14, 난다와 관련된 이야기(Nandattheravatthu), 전재성님역)

 

 

라훌라는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인연담에서 자신의 역에 맞는 말을 했다라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라훌라는 시키는대로 수행자여 당신의 그늘이 즐겁습니다라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말을 하고 이어서 유산을 달라고 한 것이다.

 

라훌라를 출가시킨 목적은?

 

라훌라는 유산을 달라며 떼를 쓰듯이 쫒아 다녔다. 그런 모습이 요즘 말로 대략난감하였을 것이다. 출가자에게 재보가 있을리 없건만 유산을 달라고 하였을 때 어떻게 하였을까? 이에 대하여 율장대품에 따르면 부처님은 사리뿟따에게 싸리뿟따여, 그렇다면, 그대가 왕자 라훌라를 출가시켜라라고 말하였다. 유산을 달라며 따라 다니는 라훌라를 출가시키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산을 요구하는 라훌라를 출가시킨 목적은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율장대품에서는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법구경 인연담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왕자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르며, ‘수행승이여, 나에게 유산을 물려 주십시오. 수행승이여, 나에게 유산을 물려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왕자를 물리치지 않았다. 시종들도 왕자가 부처님을 따라가는 것을 방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왕자는 부처님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이 젊은이가 찾는 부계의 유산은 윤회에 얽혀들어 파멸을 가져 올 것이다. 보라, 나는 내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일곱가지 고귀한 유산을  베풀 것이다. 나는 그를 세상을 뛰어넘는 상속의 주인으로 만들리라.’라고 생각했다.

 

(법구경 인연담, Dhp13-14, 난다와 관련된 이야기(Nandattheravatthu), 전재성님역)

 

 

유산을 달라며 따라온 라훌라는 부처님이 머무는 숲속까지 들어 갔다. 이에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유산을 주었다. 그것은 윤회에서 벗어나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를 알려 주는 것이 그 어떤 재보 보다 더 값진 것임을 말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신 것이다.

 

 

“ya aya pitusantaka dhana icchati, ta vaṭṭānugata savighāta, handassa bodhitale pailaddha sattavidha ariyadhana demi, lokuttaradāyajjassa na sāmika karomī” ti.

 

이 젊은이가 찾는 부계의 유산은 윤회에 얽혀들어 파멸을 가져 올 것이다. 보라, 나는 내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일곱가지 고귀한 유산을  베풀 것이다. 나는 그를 세상을 뛰어넘는 상속의 주인으로 만들리라.”

 

(Dhammapada-atthakatha)

 

 

PCED194에서 제공되는 법구경 주석서에 따르면 윤회에 얽혀들어라고 번역된 말은 “vaṭṭānugata savighāta에 대한 것이다. vaṭṭānugata‘vaṭṭā(윤회)+nugata(accompanied by)’의 뜻이다. Savighāta‘bringing vexation(괴롭힘을 가져온다)’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vaṭṭānugata savighāta의 뜻은 윤회하게 되어 괴로움을 겪는다는 뜻이 된다. 막대한 재보를 물려 주지만 윤회하는 삶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못함을 말한다.

 

출가수행자로서 윤회에서 벗어난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이 유산으로 남겨 줄 것은 가르침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어떤 재보 보다 더 가치가 있는 진리를 유산으로 주기로 한 것이다. 그것은 라훌라를 출가시키는 일이다.

 

라훌라의 출가

 

부처님은 라훌라를 출가시켰다. 유산을 달라고 쫒아 다니는 라훌라에게 부처님이 줄 수 있는 것은 불사의 진리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리뿟따로 하여금 출가시키도록 말한 것이다. 라훌라의 출가에 대하여 율장대품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 되어 있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삼귀의로써 사미의 출가를 허용한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출가시켜야 한다. 먼저 머리와 수염을 깍게 하고 가사를 입히고 한쪽 어깨에 상의를 걸치게 하고 수행승의 양 발에 머리를 조아리게 한 뒤에 웅크려 앉히고 합장하게 하여 이와 같이 말하라고 해야 한다.

 

고귀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고귀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고귀한 참모임에 귀의합니다.

 

존귀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존귀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존귀한 참모임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참모임에 귀의합니다.

 

(Rāhulavatthukathā niṭṭhitā-54. 라훌라에 대한 이야기, 율장대품 1)

 

 

숫도다나 왕의 고뇌

 

라훌라가 출가와 관련하여 율장대품에서는 숫도다나 왕의 고뇌가 보인다. 법구경 인연담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왕자 라훌라가 출가하자, 그의 할아버지인 왕은 큰 슬픔에 빠졌다. 그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부처님께 자신의 슬픔을 알리고 그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라고 기록 되어 있다. 이 부분과 관련 하여 율장대품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 되어 있다.

 

 

[쑷도다나]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출가할 때, 적지 않은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난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었습니다. 라훌라에 이르러서는 심대합니다. 세존이시여, 자식에 대한 사랑은 피부를 찢고, 피부를 찢은 뒤에 가죽을 찢고, 가죽을 찢은 뒤에 살을 찢고, 살을 찢은 뒤에 힘줄을 찢고, 힘줄을 찢은 뒤에 뼈를 부수고, 뼈를 부순 뒤에 골수를 뚫어 버립니다. 세존이시여, 부모의 허용으로 자식을 출가시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āhulavatthukathā niṭṭhitā-54. 라훌라에 대한 이야기, 율장대품 1)

 

 

이와 같이 숫도다나 왕이 말하자 부처님은 법문을 교화하고 격려하고 북돋우고 기쁘게 했다라고 율장대품에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을 계기로 하여 수행승들이여,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어린아이를 출가시켜서는 안된다. 출가시키면 악작죄가 된다.”라 하였다.

 

라훌라는 미성년자로 출가 하였다. 이에 숫도다나왕이 세존이시여, 부모의 허용으로 자식을 출가시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 함에 따라 이후 미성년자의 출가는 부모의 동의를 필요로 하였다.

 

숫따니빠따 라훌라의 경(Sn2.11)’

 

라훌라의 출가와 관련하여 숫따니빠따에는 라훌라의 경(Sn2.11)’이 있다. 해제글에 따르면 세존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얻은 후에 차츰 까삘라밧투로 갔다. 그곳에서 아들 라훌라로부터 ‘수행자여, 저에게 유산을 물려주십시오’라고 유산을 요청받았으나, 세존께서는 사리뿟따 장로에게 ‘라훌라를 출가시켜라’라고 명했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출가해서 라훌라는 성장해서 사리뿟따에게 구족계를 받고 목갈라나에게 갈마의규를 배웠다. 세존께서는 라훌라가 ‘출생, 성씨, 가문, 계급의 화려함 등으로 교만하고 수다스러워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해서 어렸을 때부터 고귀한 자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항상 이 경의 가르침을 말씀하셨다.”라고 설명 되어 있다. 경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세존]

“늘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어진 이를 무시 하는 것은 아니냐?

사람들을 위해 횃불을 비추는

님을 그대는 존경하고 있느냐? ”

 

2.

[라훌라]

“늘 함께 살고 있다고 해서

어진 이를 무시하는 일은 없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횃불을 비추는

님을 저는 항상 존경합니다.

 

3.

[세존]

“믿음을 가지고 집을 떠났다면

사랑스럽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감각적 쾌락의 대상들을 버리고,

괴로움을 종식시키는 사람이 되라.

 

4.

선한 친구와 사귀어라.

인적이 없이 외딴 곳,

고요한 곳에서 거처하여라.

음식의 분량을 아는 사람이 되어라.

 

5.

의복과 얻은 음식과

필수 의약과 침구와 깔개,

이런 것에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다시는 세속으로 돌아가지 말아라.

 

6.

계율의 항목을 지키고

다섯 감관을 지켜,

그대의 몸에 대한 새김을 확립하라.

세상을 아주 싫어하여 떠나라.

 

7.

탐욕에 물들어

아름다워 보이는 인상을 회피하라.

부정한 것이라고 마음을 닦되,

마음을 하나로 집중 시켜라.

 

8.

인상이 없는 경지를 닦아라.

교만의 잠재적 성향을 버려라.

그리하여 교만을 그치면,

그대는 고요하게 지내리라.

 

9.

[송출자]

이처럼 거룩한 세존께서는

라훌라 존자에게

참으로 이와 같은 시로써

되풀이해 가르치셨다.

 

(라훌라의 경, 숫따니빠따 Sn2.11, 전재성님역)

 

 

부처님이 준 최고의 유산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큰 유산을 주었다. 그것은 왕국도 아니고 재보도 아니다. 부처님이 줄 수 있었던 것은 불사의 가르침이다. 이것 만큼 큰 유산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괴로움을 종식시키는 사람이 되라.(dukkhassantakaro bhava, stn337)”라 하였다.

 

괴로움의 종식은 다름 아닌 윤회의 종식을 뜻한다. 윤회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다시는 세상으로 되돌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세속으로 돌아가지 말아라.(mā loka punarāgami, stn339)”라 한 것이다.

 

세속으로 되돌아 가지 않으려면 싫어 하는 마음을 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아주 싫어하여 떠나라.(nibbidā bahulo bhava, stn340)”라 하였다. 이 구절에 대한 주석을 보면 윤회의 소용돌이에 아주 실망해서 모든 세상을 기뻐하지 않는 자각을 가져라.(Prj.II.343)”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이 라훌라에 준 최고의 유산은 윤회에서 벗어나는 가르침이라 볼 수 있다.

 

 

 

2014-12-1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