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사랑도 미움도

담마다사 이병욱 2015. 1. 15. 09:32

 

사랑도 미움도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스님들도 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보았을 때 사랑이라는 말은 기독교 용어화 된 것 같습니다. 찬송가 중에도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때 사랑은 그들끼리의 사랑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사용될 때는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흔히 듣는 대중음악을 보면 사랑타령이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초기경전에서도 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대부분 남녀간의 사랑을 뜻합니다. 부부간 또는 연인간의 사랑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사랑에 대해서 빠알리어로 삐야(piya)’라 합니다. 그러나 보편적인 사랑을 말할 때는 자애(慈愛)’를 뜻하는 멧따(metta)’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법구경에 사랑하는 자의 품(Piyavagga)’이 있습니다. 주로 갈애에 따른 사랑과 미움, 그리고 근심과 걱정에 대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의 품에 실려 있는 게송은 1980년대 유행하였던 노래 사랑도 미움도의 모티브가 된 듯 합니다. 유행가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도 미움도)

 

1.

사랑하는 마음은 갖지 말자

미워하는 마음도 갖지 말자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외로워

미워하는 마음은 더욱 괴로워

아아 사랑에 빠지지 말자 아아아

미움에 뿌리가 되기 쉬우니

 

2.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근심걱정 외로움 없을꺼야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외로워

미워하는 마음은 더욱 괴로워

아아 사랑에 빠지지 말자 아아아

미움에 뿌리가 되기 쉬우니

(권은경 - 사랑도 미움도 (1986))

 

 

이 노래는 법구경의 사랑하는 자의 품에 실려있는 게송과 매우 유사합니다. 어떻게 같을까요?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재성님번역을 참고하였습니다.

 

 

1.

사랑하는 마음은 갖지 말자

미워하는 마음도 갖지 말자. (대중가요)

 

사랑하는 자도 갖지 말라.

사랑하지 않는 자도 갖지 말라.(dhp210)

 

2.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외로워

미워하는 마음은 더욱 괴로워.(대중가요)

 

사랑하는 자는 만나지 못함이 괴로움이요,

사랑하는 않은 자는 만남이 괴로움이다.(dhp210)

 

3.

아아 사랑에 빠지지 말자 아아아

미움에 뿌리가 되기 쉬우니.(대중가요)

 

그러므로 사랑하는 자를 만들지 말라.(Dhp211)

사랑하는 자 때문에 슬픔이 생겨나고,

사랑하는 자 때문에 두려움이 생겨난다.(Dhp212)

 

4.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근심걱정 외로움 없을꺼야.(2, 대중가요)

 

사랑을 여읜 님에게는 슬픔이 없으니,

두려움이 어찌 또한 있으랴.(Dhp212)

 

 

노래와 게송을 비교해 보니 유행가 작사자는 법구경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갈애에 기반한 사랑과 미움을 노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사랑의 품에 실려 있는 게송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번역은 전재성님역입니다.

 

 

사랑하는 자도 갖지 말라.

사랑하지 않는 자도 갖지 말라.

사랑하는 자는 만나지 못함이 괴로움이요,

사랑하지 않는 자는 만남이 괴로움이다. (Dhp210)

 

그러므로 사랑하는 자를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자와 헤어지는 것은 참으로 불행이다.

사랑하는 자도 사랑하지 않는 자도 없는

그 님들에게는 참으로 속박이 없다. (Dhp211)

 

사랑하는 자 때문에 슬픔이 생겨나고

사랑하는 자 때문에 두려움이 생겨난다.

사랑을 여읜 님에게는 슬픔이 없으니

두려움이 또한 어찌 있으랴. (Dhp212)

 

애착 때문에 슬픔이 생겨나고

애착 때문에 두려움이 생겨난다.

애착을 여읜 님에게는 슬픔이 없으니

두려움이 또한 어찌 있으랴. (Dhp213)

 

쾌락 때문에 슬픔이 생겨나고

쾌락 때문에 두려움이 생겨난다.

쾌락 을 여읜 님에게는 슬픔이 없으니

두려움이 또한 어찌 있으랴. (Dhp214)

 

욕망 때문에 슬픔이 생겨나고

욕망 때문에 두려움이 생겨난다.

욕망을 여읜 님에게는 슬픔이 없으니

두려움이 또한 어찌 있으랴. (Dhp215)

 

갈애 때문에 슬픔이 생겨나고

갈애 때문에 두려움이 생겨난다.

갈애을 여읜 님에게는 슬픔이 없으니

두려움이 또한 어찌 있으랴. (Dhp216)

 

계행과 통찰을 갖추고

가르침에 입각하여 진리를 설하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행하면

사람들이 그를 사랑한다. (Dhp217)

 

 

초기불교에서는 사랑이라는 말 대신 자애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말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아가페적 사랑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하나 뿐인 외아들에게 자애의 마음을 내듯이 모든 존재에게 자애의 미음을 내어야 한다고 부처님은 말씀 하셨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불자들은 갈애에 따른 남녀간의 사랑 또는 기독교에서 그들만의 신의 사랑을 뜻하는 사랑이라는 말 대신, 부처님이 자주 말씀 하신 자애(metta)’라는 말을 많이 사용해야 할 것 입니다.

 

자애는 우정에서 어원을 갖는 말로서 갈애에 기반한 남녀간의 사랑을 배제합니다. 또 자애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처럼 아래로는 지옥중생에서 부터 위로는 천상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뭇삶들에 대하여 차별 없이 한량한 마음을 내는 보편적인 사랑을 뜻합니다.

 

 

 

2015-01-1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