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오 자네 왔는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4. 12. 27. 09:54

 

오 자네 왔는가

 

 

 

 

 

 

 

언젠가 거리에서

오 자네 왔는가

라는 간판을 보았네.

참으로 멋진 말이네.

오랜 친구를 보듯이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말이네.

 

연말이네.

올해도 이제 몇일 남지 않았네.

이럴 때 사람들은 모임을 갖는다네.

요즘은 송년회라 하네.

 

사람들은 왜 송년회를 할까?

왜 돈도 안되는 모임을 가질까?

추운 겨울날 따뜻한 집에서

TV나 보는 것이 나을 텐데,

굳이 마시지 못하는 술을 마셔가며

시간과 돈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일까?

 

건질 것이 없다고 생각되면

나오지 않아도 될 것이네.

각종 이해 관계로 얽힌 친목회와는 달리

동창회는 주어 먹을 것이 별로 없다네.

돈도 안되는 동창모임에

나갈 이유가 없을 것이네.

 

그러나 나가고 싶어도

자신이 없는 경우도 있다네.

처지 때문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은 경우를 말하네.

나도 한 때 그랬네.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어서,

자격지심때문에,

루저가 된 듯하여 피하고만 싶었네.

나도 그 마음 잘 안다네.

살아 오면서 좌절과 슬픔

한번 겪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친구모임은

잘난 자들의 모임도 아니고,

더구나 성공한 자들의

사교모임도 아니네.

이해관계를 떠난

순수한 모임이네.

사람들은 돈도 안되고

시간만 낭비하는 모임을 왜 가질까?

 

얼굴을 보기 위해서이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 궁금해서이네.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네.

얼굴만 본다면

친목모임과 다를 것이 없네.

건질 것이 없는 모임에

왜 굳이 가려 하는가?

 

그것은 정 때문이네.

사람도 자꾸 보면 정이 든다네.

그래서 고은정 미운정 든다고 하네.

정이 들면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것이네.

부모와 자식, 형제지간,

부부지간에서는 손익을 따지지 않네.

어떤 이는 말하기를

그놈의 정때문에이라 하네.

 

친구도 정이 들면 떼기 힘드네.

친구와 정을 우정이라 하네.

단지 알고 지내는 사이라면

회사동료나 동업자일뿐이네.

오랜만에 친척을 만나면 기뻐하듯이,

옛친구를 만나면 친척보듯이 반가워 하네.

기쁨으로 맞이하는 친구는

우정이 있기 때문이네.

 

부모처럼, 형제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자가 친구라네.

아낌없는 충고를 주고,

충고를 귀담아 듣는 자가 친구라네.

친구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고,

위기에 처한 친구를 격려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우정이 아닐까?

 

오늘은 오랜 벗들의 송년모임의 날이네.

내 비록 내세울 것은 없지만 나갈 것이네.

아무리 못나고 별 볼일 없어도

오 자네 왔는가

라며 반겨줄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라네.

 

 

2014-12-2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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