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행위에 따라 신분이, 2015 불교박람회장(2)

담마다사 이병욱 2015. 3. 16. 11:48

 

 

행위에 따라 신분이, 2015 불교박람회장(2)

 

 

 

2015년 불교박람회는 거의 절반이 먹거리와 관련 되어 있다. 뒤집어 말하면 나머지 절반가량은 비먹거리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문화와 예술과 관련 된 것이다. 특히 제1관은 오로지 문화예술과 관련된 분위기이어서 다른 관과 차별화 된다.

 

이번 박람회장은 제1관이 문화예술, 2관이 사찰음식, 3관은 기타 불교와 관련된 모든 것이 공연장과 함께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1관의 경우 대체적으로 차분하다. 2관의 경우 스님들의 사찰음식 위주이어서 승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가장 활발한 곳이 3관이다. 먹거리와 각종 공연이 열리는 3관을 보면 마치 시장통처럼 활기가 넘쳐 난다.

 

맷돌커피

 

박람회에 두 번째 가는 날은 법우님들과 동행하였다. 가장 먼저 1관에 들어 갔다. 차분하고 예향이 풍기는 곳이다. 법우님들을 위하여 커피를 사 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맷돌커피라 한다. 그렇다고 하여 특별난 것이 아니다. 원두를 단지 맷돌에 갈아 핸드드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잔에 3천원 한다.

 

 

 

 

 

맛을 보았다. 설탕을 넣지 않은 원두 그대로 맛이다. 일반 커피점에서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원두커피를 핸드드립하여 판매하는 것은 이번 박람회에서 처음 본다. 작년 까지만 해도 커피와 관련된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해가 지남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예전에는 거의 대부분 차만 있었으나 최근 커피열풍이 있어서인지 커피를 볼 수 있다.

 

 

 

 

 

 

커피보다 차()

 

불교박람회장에서는 커피 보다 차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차가 대세이다. 그래서 차와 차도구와 관련된 부스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크게 줄었다.

 

한 법우님이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였다. 그 분은 조계사 신도회장으로 있는 김의정님이다. 현재 명원문화재단의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바로 이전에는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맡았었다.

 

법우님이 김의정님을 발견하자 자리를 함께 하였다. 그런 법우님은 차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다. 차에 대한 교육도 받았고 차에 대한 교육도 시키고 차에 대한 봉사도 하고 있다. 특히 매년 경복궁 자경전에서 궁중다례에서 봉사도 한다. 이에 대한 참관기를 경복궁 ‘궁중다례’문화체험과 황차(黃茶)(2011-06-05)’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조계사 신도회장 김의정님은 궁중다례 의식보유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리를 합석하여 어느 부스에서 차를 함께 마셨다. 그 자리에서 시음용으로 나온 것은 말차이었다. 커다란 찻잔에 녹색을 띤 것은 쑥말차이다. 마셔 보니 매우 그윽한 맛이다. 말차를 거의 마시지 않는 현실에서 쑥으로 된 말차를 마시니 향긋한 쑥냄새와 함께 맑고 개운하고 그윽한 느낌이다. 바로 이전에 마신 원두커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매우 바쁘게 산다. 그러다 보니 기호품도 속도를 요한다. 그래서 가장 대중적인 것이 봉지커피이다. 커피와 설탕과 프림이 믹스된 믹스커피를 컵에 넣어 뜨거운 물을 부어 휘저어 마시면 그만이다. 이와 같은 인스턴트 문화에 길들여 있다 차를 접하니 여유가 생겨 나는 것 같다.

 

요즘은 인스턴트 커피 보다 고급개념인 원두커피를 즐겨 마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 커피점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윽한 차를 마시면 원두 커피가 생각나지 않는다. 바로 이전에 맷돌커피를 마시다 말차를 마시니 확연히 비교된다. 아직까지는 커피보다 차()’라 볼 수 있다.

 

스님작가

 

1관은 문화의 예술의 향기가 느껴진다. 어느 부스를 가나 모두 예술작품이 걸려 있다. 그 중에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그림이다. 그런데 작가 들 중에는 스님작가’도 있다는 사실이다.

 

스님이 그린 것 중에 인상적인 것은 글씨로 그린 부처님이다. 경전의 내용을 작은 글씨로 써 넣어서 멀리서 보면 그림처럼 보이는 것이다.

 

 

 

 

 

 

글씨로 그린 작품은 작년에 처음 선 보였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이곳 저곳에서 보인다. 한문 또는 한글, 산스크리트어로 기입된 그림을 말한다. 이것도 하나의 트랜드일 것이다.

 

스님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수행하는 중에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취미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짓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에 대하여 한국불교에서는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점을 본다든가 무속행위를 하는 것은 경원시 한다.

 

스님들이 지나치게 시서화에 몰두 하면 어떻게 될까? 본업인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시서화에 몰두 한다면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림이나 글씨를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승려의 신분을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스님부스에 있는 스님의 그림을 보면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그것도 수 백만원 하는 고가품이다. 이렇게 본다면 스님이 그림을 그려서 장사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지 않을까?

 

천의(天衣)를 걸친 관세음보살

 

그림 중에 인상적인 것을 보았다. 그것은 수월관음도이다. 아마 이번 박람회에서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그것은 고려불화중에서도 대표적인 수월관음도를 재현해 놓은 듯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 일본 경신사(鏡神社)’에 있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와 유사한 작품을 보면 다음과 같다.

 

 

 

 

 

 

 

작품설명에 따르면 이 수월관음도는 천의(天衣)를 걸친 관세음보살이라 한다. 이 고려불화는 불교미술의 가장 높은 수준의 경지에 도달한 그림이며 금니(金泥)를 사용한 정교한 문양이 특징이라 하였다. 참고로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는 다음과 같다.

 

 

 

 

 

 

 

고려 수월관음도는 고려시대 충선왕2(1310)에 제작 된 것이라 한다. 가로 254cm, 세로 419cm이다. 현재 일본 사가현 카가미진자((鏡神社)’에 보존 되어 있다.

 

박람회에서 본 고려불화 모사품에서 관심있게 본 것은 천의이다. 하늘사람이 입는 옷이라 하여 천의라 하는데 팔목 부위에 사리를 걸친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반투명한 사리를 걸친 모습이 마치 하늘사람을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본다면 관세음보살은 천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세상에는 살지 않지만 중생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 오는 하늘사람을 말한다. 그런 관세음보살의 이미지는 중성이다.

 

관세음보살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반투명의 사리옷을 걸친 것으로 보아 여성으로도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수염을 그려 놓은 것을 보면 남성같기도 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중성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욕계라 한다. 그런데 욕계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래로는 지옥에서부터 위로는 욕계천상까지 있다. 특히 욕계천상의 경우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기 때문에 남녀 구별이 있다. 더구나 ----등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오욕락을 즐기기 위해서는 감각기관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욕계 바로 위에 색계이다. 그런데 색계의 세상은 중성이라는 것이다. 선정수행을 하면 다섯 가지 장애가 없어지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감각적 욕망이다. 감각적 욕망이 없다면 갈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선정상태에서는 감각적 욕망이 억압된다. 그래서 선정수행을 하면 그 공덕으로 색계에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 색계는 감각적 욕망이 억제된 상태이기 때문에 남녀 구별이 없는 중성의 세계라 볼 수 있다. 그런데 관세음보살의 이미지는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중성의 이미지이다. 이렇게 본다면 관세음보살은 색계에 사는 천신이 아닐까?

 

달라이라마 큰스님 한국에서 다시 만나 뵙고 싶습니다

 

3관으로 이동하였다. 3관은 1관과 달리 시끌벅적하다. 이는 다른 말로 활기가 넘쳐 나는 것이다. 1관이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있다면, 3관은 삶의 향기가 넘쳐 난다. 그것은 3관이 1관의 문화외 2관의 사찰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전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다양한 부스를 볼 수 있다.

 

활력 넘치는 3관에서 유심히 본 것은 달라이라마와 관련된 부스이다. 달라이라마를 홍보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방한을 추진하는 서명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바램이어서 인지 트리에는 달라이라마 큰스님 한국에서 다시 만나 뵙고 싶습니다등의 문구가 적힌 갖가지 소원이 적혀 있다.

 

 

 

 

 

 

 

 

 

 

 

 

 

 

사람을 몰고 다니는 혜민스님

 

3관에는 연일 공연과 강좌가 열린다. 불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월호스님, 마가스님, 명법스님 등 유명한 스님들이 나와서 강연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두 번째 가던 날 혜민스님을 보았다.

 

 

 

 

 

 

 

 

 

혜민스님의 인기는 대단했다. 스님이 움직일 때마 사람들이 몰려 다니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에 바쁘다. 그런 스님의 모습은 매스컴에서 보던 것과 다르지 않다. 털모자를 쓰고 긴 목도리를 두른 모습은 이제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듯 하다.

 

스리랑카 부스의 실론티 홍보

 

3관에는 외국홍보 부스도 다수 있다. 문화예술과 사찰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는 3관에서 외국부스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지 못한 현상이다. 그 중에 스리랑카 부스가 눈에 띄었다.

 

 

 

 

 

 

 

 

스리랑카 부스에서는 실론티를 홍보 하고 있다. 실론티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고 실론티를 즐겨 마시고 있는 입장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랬더니 시음용으로 종이 컵에 실론티를 주었다. 맛은 거의 같다. 우리차와 비교하였을 때 깊은 맛은 나지 않지만 대단히 싸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코쿠 순례길 부스

 

스리랑카 부스 바로 옆에는 일본부스가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 처음 본다. 부스 명칭은 일본 시코쿠 불교 88사찰 순례이다.

 

 

 

 

 

이 부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알고 지내는 법우님이 이 순례길을 다녀 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2013 5월에 헨로 안내자인 센다쓰(先達) 인증에 필요한 4번째의 순례를 마친 한 최초의 한국 여성이 있다. 서울에 사는 최상희 씨(40)를 우리는 잘 모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참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곤란한 일이 있으면 누군가가 도와줬다, 미디어붓다 2015-03-03)

 

 

 

 

 

 

 

미디어붓다에 실린 최상희님 관련 기사이다. 기사에 따르면 최상희님은 시코쿠 순례를 네 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순례길에 대하여 오헨로(遍路)’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순례길은 얼마나 먼 것일까? 자료에 따르면 1,200~1,400km에 이른다고 한다. 모든 코스를 일주할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 걸어도 45일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다.

 

 

 

 

 

시코쿠 88개 사찰(八十八箇)

 

 

부스에서 제공된 오헨로 순례와 관련된 자료를 보면 의상이 독특하다. 머리에는 삿갓을 쓰고 백의 소복을 입고 염주를 차고 한손에는 금강지팡이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옷차림을 바르게 하고 부처님을 알현한다는 뜻이라 한다. 순례도 일종의 수행으로 간주 하는 것이다. 위키피디아에서 오헨로와 관련된 자료 八十八箇를 상세하게 볼 수 있다.

 

행위에 따라 신분이

 

불교박람회장을 매년 찾고 있다. 그리고 보고 듣고 느낀 소감을 글로 남겨 놓는다. 이번 박람회 역시 소감문을 작성하였다. 대체로 비판적인 시각이다. 특히 사찰음식에 대하여 그렇다. 스님이 앉아 있을 곳은 사찰음식이나 먹거리를 파는 부스가 아니라 법당일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그림을 그린다든가 예술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 하였다. 스님이 붓을 드는 는 것 보다 경을 독송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판적인 태도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불교박람회는 불자들의 축제와도 같다. 불자들뿐만 아니라 스님들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자들의 최대잔치라 볼 수 있는 연등축제와 더불어 사흘간 열리는 불교박람회장은 불교인들의 축제일 뿐만 아니라 불교인들의 자긍심을 높여 주기에 충분하다. 아직까지 타종교에서 불교박람회 처럼 대규모의 전시회를 여는 것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이래 매년 3월이면 학여울역 세텍에서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해가 갈수록 점차 규모가 커지고 국제화 되고 있다. 그래서 어느덧 국제박람회가 되었다. 규모는 국제화 되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스님이 부스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숫따니빠따의 한 귀절이 떠 오른다.

 

 

세상에서 쓰는 이름이나 성은

명칭의 시설에 지나지 않으니,

그때마다 통하는 명칭으로 생겨나

여기 저기 시설되는 것입니다.

 

무지한 사람에게 그릇된 견해가

오랜 세월 잠재됩니다.

무지한 사람은

‘태생에 의해서 바라문이 된다’

라고 말합니다.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나,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아닌 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인해 바라문이 되기도 하고,

행위로 인해 바라문이 아닌 자도 되는 것입니다.

 

행위에 의해 농부가 되고,

행위에 의해 기능인이 되며,

행위로 인해 상인이 되고,

또한 행위로 인해 고용인이 됩니다.

 

행위에 의해 도둑이 되고,

행위에 의해 전사가 되며,

행위로 인해 제관이 되고,

또한 행위로 인해 왕이 됩니다. (Sn3.9)

 

 

숫따니빠따에 따르면 행위에 따라 신분이 결정된다고 하였다. 이는 태생에 따른 신분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금 스님이 부스에 앉아서 장사를 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연 스님의 행위라 볼 수 있을까?

 

 

2015-03-16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