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노숙자에게 담배 두 갑, 연민인가 만용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5. 4. 8. 12:16

 

노숙자에게 담배 두 갑, 연민인가 만용인가

 

 

목포역 앞에서

 

목포역 앞에서의 일이다. 결혼식에 참석하고 난 후 KTX를 타기 위해 대합실에서 대기중에 있었다. 담배를 피는 친구는 밖으로 나가자고 하였다. 요즘은 금연구역이 확대됨에 따라 마땅히 담배 피울 곳이 없다. 목포역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켠에서 사람들이 흡연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친구는 그곳에서 맛있게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때 허름한 옷차림에 초라한 몰골을 가진 초로의 사람이 다가와 담배 한 까치를 달라고 하였다. 일종의 담배구걸인 셈이다. 이에 친구는 담배를 주면서 불까지 붙여 주었다. 그러면서 말을 걸어 보니 매일 담배를 한 갑씩 핀다고 하였다.

 

그 사람은 잔뜩 취해 있었다. 노숙자처럼 보였음에도 매일 담배를 한 갑씩 피우고 소주를 한 병 이상씩 마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동을 해서 돈을 버는 것 같지 않다. 역앞에서 구걸하다시피 보내는 것 같다.

 

그 사람은 친구가 준 담배를 맛있게 빨았다. 그 모습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대체 능력도 되지 않음에도 담배와 소주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 알 수는 없어도 분명한 사실은 담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담뱃값 인상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토로 하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보자 측은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담배 두 갑을 사서 주었다. 그는 매우 흡족해 하는 것 같았다.

 

담배를 사 주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 사람은 담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담뱃값을 엄청 나게 올려 놓았으니 담배도 제대로 사서 피울 수 없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정부에서는 국민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인상하였다고 하지만 요즘 담배 수요가 다시 늘어 나는 것으로 보아 세수확보를 위한 꼼수임이 드러난 것이다.

 

담배를 사 준 행위가 잘못일 수 있다. 뿌리 깊은 구걸 근성에 부채질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언제 다시 볼 수 없는 일기일회라 생각하여 두 갑을 사주었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인이 있음에도 사서 주니 주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 좋았고, 받는 사람이 흡족해 하는 것으로 보아 받는 사람 역시 기분 좋았을 것임에 틀림 없다.

 

크리스천친구

 

오랜 만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나는 길인데 들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갑게 대응해 주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가르침에서 헤어졌던 친구들이 서로 환영하듯이라는 말이 있다. 친구가 온다고 하면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맞이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 친구는 블로그에 종종 크리스천친구로 등장한다. 그와 식사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여러 편의 글을 작성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일년만에 그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얼굴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시커먼 얼굴이었다. 담배를 많이 피어서 일 것이다. 그리고 고민이 많아서 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서 얼굴을 보니 밝아졌고 생기가 돈다.

 

크리스천친구는 골초이었다. 거의 매일 한갑 이상씩 담배를 피웠다고 하였다. 늘 손에서 담배가 떠나지 않았는데 이번 만남에서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길래 단칼에 끊어 버린 것일까?

 

크리스천친구가 담배를 끊게 된 결정적 동기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는 담뱃값이 대폭으로 인상된다고 발표가 나자 그 즉시에 끊었다고 한다. 하루도 담배 없이는 견딜 수 없었고 담배를 빠는 것이 세상의 시름을 달래는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런 낙이 사라진 것이다. 그대신 얻은 것은 체중증가와 얼굴이 맑아진 것이다.

 

그 친구는 정말 담배를 끊었을까? 지금도 담배의 유혹에 시달린다고 한다. 세상의 시름을 달래주던 유일한 낙인 담배 생각을 하면 담배가 그립다고 하였다. 그래서일까 담배를 피우는 꿈도 꾼다고 한다. 아마 인이 밖혀서 중독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친구는 지난 사개월동안 한번도 피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언제 어떻게 담배연기의 유혹에 넘어갈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만일 한모금이라도 빠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마치 맛을 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갈애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담배 한모금 빨았을 때 그 행복감을 맛보게 되면 다시 옛날로 되돌아 갈 것이 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담배를 빨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식사를 하면서 그 친구는 정말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음주를 하다 보면 담배에대한 충동을 강하게 받는데 용케 견뎌 내고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거의 담배를 물다시피하며 이야기하였으나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속된 말로 매가리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잘 견디어 내었다.

 

어느 신불자의 꿈

 

그 친구와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종교이야기이다. 그 친구는 크리스천이었다. 이 말은 지금 크리스천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곱 살 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여 불과 이삼년 전까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그럼에도 더 이상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난 십년동안 롤러코스터와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마치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듯한 삶을 말한다.

 

친구는 한때 잘 나가던 벤처회사 사장이었다. 김대중정부 당시 청와대에 초청되어 식사한 적도 있다고 하였다. 그런 그가 오늘날 지옥 같은 생활을 하게 된 것은 회사가 부도 났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지금도 살아 가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7년도이다. 일로 인하여 처음 만났으니 사회친구라 볼 수 있다. 그는 부도가 나서 홀로 도시의 들개처럼 일거리를 찾아 이곳 저곳으로 돌아 다녔다. 그 무렵 만난 것이다.

 

그때 당시 그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 드라마 같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들은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다. 그런 이야기 중에 하나가  어느 신용불량자의 꿈, '제로베이스' 된다면(2008-07-17)’라는 제목의 글이다.

 

올린 글은 다음의 메인뉴스에 실렸다. 십만명 이상 조회되었고 이글 보고   눈물이 나네요... 공감한다는 말이 이럴 때 써야 되는 것 같네요와 같은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렸다. 또 올린 글이 카페나 블로그, 게시판 등 백군데 이상 퍼져 나갔다.

 

올린 글에 대하여 그 친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어려운 처지를 알리는 것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식사하면서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렸다. 이제 그 친구도 어느 정도 안정화 된 것이 큰 이유이다.

 

노숙자에 만원을 주었는데

 

그 친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이 벤처사장으로서 잘 나가던 때 걸인에게 돈을 준 이야기이다. 2008년에 작성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한때 그 친구는 벤처회사의 사장이었다. 3년간 회사를 운영 하면서 원 없이 돈을 써 보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결재한 돈만 해도 한 달에 수천만에 달 했기 때문에 씀씀이도 꽤 컸다고 한다. 그런 시절에 우연히 광화문 앞을 지나다 노숙자를 발견 했다고 한다. 그 노숙자는 오래된 우유를 마시고 있었는데 안되 보여서 만원짜리 한장을 주었다고 한다. 그 노숙자는 몇 번을 고맙다고 이야기 하면서 돈을 받았지만 잘 나가던 시절의 돈 만원 정도 주는 것은 전혀 부담 스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돈을 주면서 술을 사서 마시지 말고 식사라도 제대로 한끼 하라고 당부 했다고 한다.

 

(어느 신용불량자의 꿈, '제로베이스' 된다면(2008-07-17), 진흙속의연꽃)

 

 

 

 

 

 

이것이 그때 당시 그 친구로부터 들은 말을 옮긴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일이년 후에 그 노숙자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한없이 추락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 친구는 이번 만남에서도 노숙자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이야기한 것은 이전에 한 이야기와 약간 달랐다. 타고 가던 차를 멈추고 노숙자에게 만원을 주는 것 까지는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소주사서 마시지 말고 꼭 밥을 사먹으세요라고 말한 것에 대하여 만용이라 하였다.

 

그 친구는 왜 만용이라 하였을까? 그것은 염려해서 한 말이라 한다. 노숙자에게돈을 주면 밥을 사먹는 것이 아니라 소주를 사서 마실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만용을 부린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우월한 자의 자만

 

자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우월적 위치에 있는 자의 우월감이다. 우월적 자만을 자만을 가지게 되면 하대하거나 깔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부자가 가난한 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지하철 입구에서 걸인을 보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나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동전을 놓고 가기도 한다. 때로는 지폐가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아는 사람에 따르면 돈 보다 빵이나 우유를 사 주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돈을 갈취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걸인에게 필요한 것은 돈 보다는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빵과 우유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걸인을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인을 만났을 때 동정이나 연민의 마음을 낸다. 그런 마음을내는 것은 아름답다. 그렇다고 하여 나 보다 불행하고 가난한 자에 대하여 무조건 연민의 마음을 내는 것이 타당할까? 연민을 당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부도가 나서 길거리에 내몰린 사람을 보았을 때 단지 연민의 눈초리로만 바라 본다면 상대방은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한때 나도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라고 마음을 내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가난한적도 있었고 불행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난하고 불행한 자를 보면 한때 나도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라고 마음을 내는 것이 가장 좋다.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도 그런 때가 있었음을 아는 것이다. 이런 연민의 마음이 마음을 내는 자나 상대방이나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는다.

 

연민의 마음만 내어서 무엇 하나?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우월감에 그칠 것이다. 직접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빵을 사준다거나 돈을 주는 것을 말한다. 또는 자선단체에 기부를 한다거나 봉사단체에서 봉사하는 것도 연민의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도움이 반드시 물질적인 것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말로서 또는 글로서, 심지어 미소로서 응대하는 것도 일종의 베풀고 나누고 보시하는 것이다.

 

대부분 우월적 위치에 있는 자들은 우월감으로 가난하고 불행한 자들을 대한다.이는 “내가 누군데!”라든가 “나는 ~이다(I am)”라는 우월감에 따른 자아에 기반한다. 그러다 보니 은연중에 상대방을 얕보거나 깔보고 무시하기 쉽다.

 

자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좋은 가문에서 훌륭한 부모를 잘 만나 남보다 뛰어난 용모나 신체적 조건을 갖는 것에 따른 태생적 자만일 수도 있고, 남보다 더 많이 가진 것에 따른 부자의 자만일 수도 있고, 남보다 더 많이 배우고 교육받은 것에 따른 교육의 자만일 수 있다.

 

만용이나 자만이나 같은 말이다. 자만을 아만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마음의 구조를 분석한 아비담마에 따르면 자만(mana)은 불선(不善)한 마음에 속한다. 착하지 않은 마음, 즉 자만은 해로운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만에는 반드시 우월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동등하다고 여기는 동등감도 역시 자만이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상대방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열등감 역시 자만으로 본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자만이란 결국 우월감, 동등감, 열등감 모두 해당된다.

 

이것도 만용일까?

 

목포역앞에서 가난하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에게 담배 두 갑을 사 주었다. 이런 행위에 대하여 의존심만 길러 준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마음이 일어난 것은 순간적으로 연민과 동정, 측은지심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땅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아 가는 사람의 유일한 즐거움이 담배를 한대 빠는 것이다. 담뱃값이 대폭인상됨에 따라 구걸하다시피 하여 얻어 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았을 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것도 만용일까?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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