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그러려니 하며 살자

담마다사 이병욱 2015. 4. 25. 10:50

 

그러려니 하며 살자

 

 

 

 

 

 

요즘 일찍 일어난다. 눈을 뜨면 새벽 네 시대이다. 아마 일찍 자기 때문일 것이다. 새벽에 생각이 흘러간다. 흘러가는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가장 편안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든다.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들면 습관적으로 보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요즘 유행하는 카톡이다. 카톡방에 불이 들어와 있으면 열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또 들여다 보는 것이 밴드이다. 그러나  유익한 내용은 드물다. 시시콜콜한 잡담수준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블로그를 열어 본다. 매일 글을 생산하는 입장에서 눈 여겨 보는 것은 댓글이다. 심혈을 기울여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작성한 글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답장을 하지 못한다. 언제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착 가라앉은 새벽이다. 동트기 전의 새벽에는 주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라앉는다. 그러다 보니 순수한 마음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이때 생각이 폭풍처럼 밀려 온다.

 

한번 지나간 세월은 다시 오지 않는다. 흘러간 생각 역시 다시 오지 않는다. 일어나는 생각, 흘러가는 생각 중에는 꼭 기억하고픈 것이 있다. 그래서 글로서 꽁꽁 묶어두고자 한다.

 

지난 시절을 떠 올려 보았다. 좋았던 때보다 부끄럽고 창피한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타인의 행위를 봄으로 인하여 내면의 그림자를 발견하였을 때 특히 부끄럽다. 그럼에도 바꾸고 개선하지 않은 것은 안일하고 게으른 탓일 것이다.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마음을 잡아간다마음이라는 것이 내버려 두면 제멋대로 날뛰기 때문에 단속할 필요가 있다. 그러고 보면 내마음이라 여겼던 것이 내마음이 아니다. 내마음이라면 나의 통제에 따라야 하나 제멋대로 천방지축 날뛰는 것을 보면 내것이 아님에 틀림없다.

 

마음만 내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이 몸 역시 내것이 아니다. 만일 이 몸이 진정으로 내것이라면 나는 병도 걸리지말고 늙지도 말고 죽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이 마음과 이 몸은 내것이 아님에 틀림없다.

 

내것이 되려면 나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 나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은 내것이 아니다. 직원이 나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나의 사람이라 볼 수 없다. 내뜻대로 되지 않는 다면 내것이 아니다. 국왕의 통치권이 미치는 곳까지만 국왕의 영토이고 그 외 지역은 국왕의 것이 아니다.

 

통제력을 행사했을 때 내것이 된다. 돈도 수중에 있어야 내것이다. 남에게 빌려준 돈이 내것임에 틀림없지만 내 수중에 있을 때  내것이다. 은행에 맡겨둔 돈은 내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찾아서 활용해야만 내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수중에 없거나 통제되지 않은 것은 내것이 아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은행에 있다면 은행 것이다. 맡긴 돈을 은행에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내 수중을 떠난 돈은 잉여에 지나지 않는다.

 

잉여라는 말은 남아돈다는 뜻이다. 상황이 바뀌어 자원이 부족해지면 써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도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잉여인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정적의미로도 사용된다.

 

은행에 맡겨둔 돈을 수시로 활용한다면 긍정적의미에서 잉여이다. 그러나 많은 돈, 즉 쓰지도 못할 많은 돈을 맡겨둔다면 어떻게 될까? 한평생 써도 다 못쓸 막대한 돈을 은행에 맡겼을 때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장부상으로는 분명히 그 사람의 재산임에 틀림없지만 통제권을 한번도 행사 하지 않았다면 그 돈은 은행의 것이나 다름없다. 부동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은행에 있는 돈이나 부동산은 잉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동산과 부동산을 가진 백만장자일지라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내것이 아니다. 은행잔고에 찍혀 있어서, 부동산등기가 되어 있어서 서류상으로 내것일 뿐이다. 그런 백만장자는 나보다 백배 천배의 재산을 가졌다. 그렇다고 하여 하루 백 끼 천 끼를 먹지 않는다. 많이 가진 자나 적게 가진 자나 하루 세 끼 먹는다. 그래서 많이 가진 것은 잉여에 지나지 않는다.

 

오래 전 어른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세배하러 갔더니 허황된 꿈 꾸지 말고...”라 말씀하신 것이었다. 지금도 이 말이 가슴에 꼽혀 있다. 그 어른은 왜 그 말을 하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노인의 지혜라 본다.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노인이 체험에서 나온 말이다.

 

사람들은 꿈을 안고 살아간다. 대체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주변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청소년기에 또는 젊어서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세월이 흘러서 보면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피나는 노력과 근면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꿈이 없다. 그저 주어진 환경속에서 세상의 흐름대로 살아 갈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단 한가지 꿈이 있다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세상에서는 잘난자나 못난자나 돈벌기 선수가 되기를 강요한다. 한때 광고 중에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멘트가 있었다. 이렇듯 누구나 돈벌기에 올인하도록 한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번 자에 대하여 흔히 하는 말로 성공하였다고 말한다.

 

사람 중에는 돈벌기에 능한 자들이 있다. 돈버는데 있어서 선수들을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돈버는 능력이 없다. 그대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결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등에서 다양한 직업이 생겨났을 것이다.

 

요즘 영산홍이 한창이다. 꽃이 화려하고 화사에서일까 어디를 가나 영산홍천지이다. 영산홍일색이다 보니 눈길이 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돈벌기 선수가 되어 백만장자를 성공의 기준으로 산다면 영산홍 꽃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돈버는데 재주가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계발하여 성과를 이루었을 때 성공으로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돈벌기 선수가 되어 많은 돈을 번 자에 대하여 성공했다라고 말한다면 대단히 천박한 발상이다.

 

삶을 살면서 가장 큰 성공은 무엇일까? 그것은 잘 사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크리스천 친구는 매사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삶의 목표가 없다 보니 잘 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세상의 흐름대로 살 뿐이다. 탐욕으로 성냄으로 어리석음으로 사는 것이다. 이는 다름아닌 잉여인간으로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세상을 잘 살 수 있을까? 그것은 그러려니하며 사는 것이다.

 

돈벌기 선수가 되어 많은 돈을 벌었어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잉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재물은 무상한 것이어서 결국 내 손을 떠나게 되어 있다. 이런 때 세상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허황된 꿈을 꿀 때 탐욕과는 반대로 살아 가는 자들이다. 비록 아무도 알아 주지는 않지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정진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또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일은 무상하지 않다. 무상하지 않기에 진리이다. 진리의 길을 추구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성공을 추구하는 자들이라 볼 수 있다.

 

창밖이 훤하다. 동트기 전에 스마트폰을 잡아 메모칸에 똑똑 두드리다 보니 세상이 밝아졌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그러려니하며 살 것이다.

 

 

2015-04-2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