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많이 가진 것을 부끄러워 하자

담마다사 이병욱 2015. 5. 20. 18:33

 

많이 가진 것을 부끄러워 하자

 

 

사림들은 많이 소유하고자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갖고 싶어한다. 어는 정도 가져야 직성이 풀릴까? 아마 평생 쓰고도 남을 재산을 모아 놓아야 안심이 될 것이다.

 

쌀독에 쌀이 떨어져 가면 불안해진다. 통장에 잔고가 줄어들면 걱정된다. 나이가 늙어 감에 따라 노후대책이 서 있지 않다면 두려워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너도나도 어른이나 아이나 미래와 노후를 대비코자 한다. 모두 돈벌기선수가 되어 미래를 위하여 노후를 위하여 가능한 많이 축적해 두고자 한다.

  

얼마나 많이 모아 놓아야 안심이 될까?

 

얼마나 많이 모아 놓아야 안심이 될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백만불은 있어야 든든하다고 한다. 그래서 백만장자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 가는 것 같다.

 

누구나 백만장자가 되고자 한다. 백만달러만 있으면 인생성공이라 보는 이들도 있다. 모든 것을 물질적 가치에 우선을 둔 현대인들에게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은 성공적인 삶의 척도라 보는 것 같다.

 

백만불을 달성하였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양이 차지 않을 것이다. 목표를 채웠으니 이제 이백만불, 아니 천만불에 도전할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밤하늘에 보는 서울은 온통 번쩍번쩍 하다. 남산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 보면 인간의 욕망이 일으킨 기적을 볼 수 있다.

 

 

 

 

부동산거지가 있는데

 

부동산 거지가 있다. 부동산중계업을 하는 이에 따르면 부동산거지가 있다고한다. 백만불에 해당되는 부동산을 가졌지만 점심 한끼 사는데 인색하다고 한다.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거지처럼 살기 때문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 하였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활용을 하지 않으면 내것이 아니다단지 장부상에 내것으로 잡혀 있어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긴 하지만 막상 점심한끼 살 수 없다면 사실상 거렁뱅이나 다름 없다.

 

많이 베푸는 자가 부자이다. 가진 것은 없어도 능력껏 베풀고 나누고 보시할 줄 아는 자가 부자이다마음이 풍요로운 자가 진정한 부자이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여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것도 나누고 베푸는 삶이다사람들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네 가지 양식이 있다. 네 가지 양식은 삶을 살아 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 요소를 말한다. 상윳따니까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자양분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이미 태어난 뭇삶의 섭생을 위하거나 혹은 다시 태어남을 원하는 뭇삶의 보양을 위한 네 가지 자양분이 있다. 그 네 가지 자양분이란 무엇인가? 첫째 거칠거나 미세한 물질의 자양분, 둘째 접촉의 자양분, 셋째 의도의 자양분, 넷째 의식의 자양분이다. 수행승들이여, 이들 네 가지 자양분은 이미 태어난 뭇삶의 섭생을 위하거나, 혹은 다시 태어남을 원하는 뭇삶의 보양을 위해 존재한다.” (S12:11)

 

 

네 가지 자양분에서 물질의 자양분(Kabalikāra āhārā)’은 한자어로 박식(搏食)또는 단식(段食)이라 하여 씹어서 먹는 양식을 말한다. ‘접촉의 자양분(sukhumo phasso āhārā)’은 촉식(觸食)이라 하여 오감으로 먹는 양식을 말한다. ‘의도의 자양분(manosañcetanā āhārā)’은 의사식(意思食)이라 하여 사고와 함께 하는 의지적 양식이라 한다. ‘의식의 자양분(viññāa āhārā)’은 식식(識食)이라 하여 의식적 양식이라 한다. 특히 식식은 지식과 기술, 학문 등 여러 가지 배움의 식사라 한다. 또 의사식은 가장 고등한 동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식사로, 무한한 창조적 상상과 미래를 설계하는 희망, 그리고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종교 등을 먹어야 하는 식사라 한다. 하지만 이런 분류방식은 세상의 상식에 근거한 분류방식이다.

 

경을 근거로 하여 교리적으로 분류하는 방식이 있다. 단식(段食) 은 육체를 지탱하고, 사대인 물질을 유지시킨다촉식(觸食)은 느낌을 만들어 정신과 물질을 유지시킨다. 의사식(意思食)은 업을 생성하여 재생을 지탱한다. 식식(識食)은 정신과 물질을 만드는 재생의식이다. 단식을 제외한 세 가지 자양분은 모두 윤회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동물 같은 삶인가?

 

누구나 밥을 먹고 산다. 그러나 사람들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만일 먹기 위해 산다면 그는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에 사는 것과 같다. 그러나 동물이 인간 보다 나은 것이 있다. 그것은 축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간만이 축적한다. 미래를 위하여 노후를 위하여 가능한 많이 축적하려 한다. 이런 행위는 거의 본능에 가깝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모아 두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꾸 축적하면 삶이 각박해진다는 사실이다.

 

베풀 줄도 모르고 나눌 줄도 모르는 삶이 있다. 오로지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점심한끼 사는 것에도 인색하다. 이런 이들에게는 남을 위한 봉사는 먼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목구멍포도청론을 들먹이며 오로지 돈벌기 선수가 되어 재산축적에 올인하는 삶을 살게 된다.

 

밥만 먹고 사는 자는 동물과 같은 삶을 사는 자들이다. 많이 가졌음에도 베풀지 않고 사는 자들 역시 동물과 다름 없다. 이제까지 그 어디에서도 동물들이 베풀고 나누며 산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정신적 양식을 제공하는 자들

 

믈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하여 베푸는 삶을 살지 않는다. 백만불을 가진자가 천만불을 목표로 한다면 베푸는 삶은 요원해진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어도 지금 여기서 베푼다면 동물보다 나은 삶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하였을 때 역시 베푸는 삶이다. 재능기부라 하여 타인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었다면 정신적 양식을 제공한 것이다.

 

나누고 베푼다고 하여 반드시 쌀이나 밥이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 살 수 없듯이 정신적 식사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래서 매일 밥먹듯이 매일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식식(識食)’을 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상대방에게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해 주는 것도 베푸는 것이다. 카톡이나 밴드 등 SNS에서 좋아요하며 공감하는 것도 물질적 도움 못지 않게 베푸는 삶이라 볼 수 있다.

 

많이 가진 것을 부끄러워 하자

 

많이 가졌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가진 것이 행복의 필요조건이 될지 모르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점심한끼 살 수 없다면 동물과 같은 삶이다.

 

많이 축적하여서, 연금을 많이 타가서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도 나누고 베풀지 않으면 축생보다 못한 삶이다. 말간 얼굴과 희고 고은 손을 부끄러워 하자. 많이 가진 것을 부끄러워 하자.

 

 

2015-05-2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