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사월초파일과 웨삭데이

담마다사 이병욱 2015. 5. 25. 08:21

 

사월초파일과 웨삭데이

 

 

개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입니다. 초기경에서는 모든 형성된 것들은 부서지고 마는 것이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D16)”라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appamādena sampādethā)’라는 말은 새김(알아차림)을 잃어버리지 말고 모든 해야 할 일을 성취하라.’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들 때 남긴 마지막 남긴 유훈과 부처님오신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오늘은 부처님 탄생일 입니다. 우리나라 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이라 하여 전국의 사찰과 불자들은 이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달력 이나 공문서 등에서는 석가탄신일일이라 합니다. 예수가 태어난 날을 성탄절이라 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 입니다.

 

부처님오신날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불자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처님탄생일이 음력사월초파일이 아니라 달이 꽉차는 만원일(보름)이라는 사실입니다. 약 일주일 후인 61일이 부처님탄생일입니다. 왜 그럴까요?

 

테라와다불교에서는 웨삭데이(Vesak day)’라 하여 음력 4월 보름을 탄생일로 기념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탄생일인 동시에 성도일이고 또한 열반일 입니다. 그래서 탄생, 성도, 열반이 한날입니다.

 

중국, 홍콩, 대만,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불교에서는 4월 초파일을 탄생일로 하여 행사를 치룹니다. 성도절, 열반절은 날자가 달라 별도로 기념합니다.

 

일본의 경우 음력이 아니라 양력입니다. 하나마츠리(花祭)하여 벗꽃이 절정일 때 양력 48일날 기념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나라처럼 떠들썩하지 않습니다종파불교를 지향하는 일본불교에서는 부처님탄생을 기념하는 것보다 개산조의 탄생일을 더 크게 행사합니다.

 

탄생, 성도, 열반을 함께 기념하는 테라와다 불교의 웨삭데이는 61일 입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웨삭데이가 전세계적으로 공식기념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1999년 유엔에서 웨삭데이를 크리스마스와 함께 세계의 성스러운날인 홀리데이(Holy day, 聖日)로 지정하였기 때문입니다. 반기문사무총장도 이날 축하메세지를 발표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공식적으로 부처님탄생일은 4월초파일이 아니라 4월보름(15)이 됩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탄생게를 말합니다. 한문탄생게는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천상천하유아독존삼계개고아당안지)”입니다. 뜻은 하늘 위와 하늘아래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매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초기경전에 따르면 이와 다릅니다. 디가니까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 되어 있습니다.

 

 

aggo'hamasmi lokassa, jeṭṭho'hasmi lokassa, seṭṭho'hamasmi lokassa, ayamantimā jāti, natthi'dāni punabbhavo

 

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님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님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선구적인 님이다. 이것은 나의 최후의 태어남이다. 나에게는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D14)

 

 

가장 큰 차이점은 이것은 나의 최후의 태어남이다. 나에게는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ayamantimā jāti, natthi'dāni punabbhavo)”라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은 “태어남은 부수어지고 청정한 삶은 이루어졌다.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라는 아라한선언 정형구와 맥을 같이 합니다. 불교의 목적이 윤회의 종식에 있음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 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절에서는 봉축법회를 하고 점심때는 절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합니다. 주로 비빔밥입니다. 이날 하루만큼은 발길이 뜸했던 불자들도 절을 찾습니다. 하루만 절을 찾아 등을 달아도 스스로 불자라 합니다.

 

사월초파일 불자들의 패턴은 동일 합니다. 평소에 잘 가지 않던 절에 나가 관불을하고 비빔밥먹는 것으로 행사를 마침니다. 좀 더 큰 절이라면 산사음악회를 합니다. 그래서 평소 조용하던 산사가 이날 하루만큼은 떠들썩 합니다. 그렇다면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웨삭데이를 어떻게 맞을까요?

 

몇 해 전 웨삭데이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스리랑카의 웨삭은 일주일동안 진행 되는데 문화축제와 더불어 매우 경건하고 종교적으로 진행됩니다. 웨삭주간에는 알코올()과 고기를 파는 것이 일반적으로 금지되고 도살장은 문을 닫습니다.

 

2006년 악깍까소(Akakkaso)라는 비구가 콜롬보의 삼보디위하라승원(the Sambodhi Viraha monastery)에서 웨삭기념일에 대한 기록을 인터넷에서 발견 하였습니다.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하얀 전통복장을 한 불교도들이 아침 6시까지 사원에 모였다. 그들은 보통때와 같이 슬리퍼와 샌달을 문밖에 벗어 놓고 맨발로 걸어서 들어갔다.

 

아침 6 15분이 되자 삼보디사의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하였는데, 주로 여자들이었다. 단지 몇 사람들만 메인홀의 작은 지점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머지는 마당에 매트를 깔고 그위에 앉아 있다. 사실 밖에 앉아 있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특히 나무그늘아래의 공기는 나무 바깥 보다 훨씬 더 좋아 보인다.

 

의식(ceremony)  6 30분에 시작 되어 8시에 끝났다. 그리고 정오에 아침겸점심을 먹었다. 경전독송회(chanting sessions)와 담마강좌, 그리고 담마토론이 늦은 오후까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스투파와 보리수(사실상 모든 사원에 하얀 스투파와 보리수가 있다)에 꽃 공양을 하거나 작은 오일그릇에 불이 켜진 그릇을 들고 보리수 주위를 돌기도 하였다.

(Akakkaso빅쿠)

 

 

 

 

글을 읽어 보면 우리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술집과 도살장이 문을 닫는 것은 불교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 입니다. 그런데 스리랑카 불자들은 이날 흰옷을 입고 사원에 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불자들이 컬러풀한 복장으로 절에 가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또 테라와다불자들은 절에서 하루 종일 머무는데 우리와 가장 큰 차이는 담마를 듣고 토론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관불하고 비빔밥먹고 산사음악회 참석하는 한국불교와 대조적 입니다.

 

불교인들의 최대잔치날이 오늘입니다. 이날을 맞아 전국의 절에서는 불자들로 넘쳐 날 것입니다. 단순히 관불하며 소원이나 빌고, 비빔밥먹고 산사음악회 참석하는 날이 아니라 왜 부처님이 출현하였는지에 대하여 아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보여 집니다.

 

 

2015-05-2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