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위대한 밥상을 접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5. 7. 9. 16:25

 

위대한 밥상을 접하고

 

 

점심 한끼를 먹기 위하여

 

또 다시 그쪽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말았다. 점심 한끼를 먹기 위하여 버스로 10여분 걸리는 거리를 타고 간 것이다. 이런 일은 예전에 없었다. 세상에 점심 한끼 먹자고 그 먼 거리를 차 타고 갈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있을까?

 

점심시간이 되면 고민스럽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아무 생각이 먹으려면 수백명이 식사 하는 카페테리아로 가면 된다. 부근에 카페테리아가 있다. 전망 좋은 14층에 있어서 즐겨 찾는 곳이다. 주로 싼 맛에 간다. 그러나 맛이 별로 없다. 아마 수 백명이 먹기 때문에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식상하면 일반식당에 가 보지만 너무 맵고 짜고 달아서 먹고 나면 뒤끝이 좋지 않다. 할 수 없이 14층에 가 보지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로 인하여 업체방문을 하였다. 커다란 공장형빌딩 내에 있는 전자조립업체이다. 해당 업체 사장을 알고 지낸지 벌써 팔구년 된다. 작업을 맡기는 형식이기 때문에 갑의 위치이다. 그러나 갑도 갑 나름이다. 큰 일감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 같지 않은 갑이고 을 같은 갑이라 볼 수 있다.

 

몇 달 전 업체사장과 점심을 함께 하게 되었다. 공장형건물 1층에 있는 한식부페식당이다. 주로 공장사람들이 먹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맛을 알았다. 식당이름은 위대한 밥상이다. 어떻게 이와 같은 거창한 이름을 지었을까? 이렇게위대한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하지만 맛을 보자 알게 되었다. 위대한 밥상이라는 이름을 지어도 될 듯 하였기 때문이다. 먹고 나니 정말 위대한 식사를 했음을 알게 되었다.

 

 

 

 

 

 

위대한 밥상을 접하고

 

위대한 밥상을 접하고 난 후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맛을 있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이제까지 접해 보지 못하였던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급부페식당에서 먹어본 고급요리의 맛이 아니다. 너무나 토속적인 맛이다. 잊고 있었던 시골분위기의 맛이다. 시골에서 시커먼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 먹는 듯한 맛이다. 이런 밥상을 접하고 감격하였다.

 

어떤 이는 식사를 잘 하고 나면 하루가 유쾌하다고 하였다. 반면 식사를 망치고 나면 하루 종일 불쾌하다고 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그날의 점심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하루 감정도 좌우 된다고 볼 수 있다. 위대한 밥상을 접하고 그 포만감과 만족스러움에 행복해 하였다. 먹고 나서도 뒤끝이 깨끗할 뿐 아니라 만족스런 여운이 잔잔하게 남아서 먹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 밥상을 찾아서 버스에 올랐다.

 

첫 번째 찾아 갔을 때 식당에서 업체 사장을 만났다. 사장은 깜짝 놀라는 것 같다. 일부로 버스를 타고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 머슥 하였지만 곧 바로 힐링하러 왔습니다라 하였다. 사실 그렇다. 힐링 하러 먼 곳까지 버스타고 간 것이다. 단순히 밥을 먹으로 간 것이 아니라 힐링의 목적으로 간 것이다. 먹는 것으로도 힐링이 가능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에스엔에스 상에서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자연밥상에 대하여 힐링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였다. 음식을 먹는 것도 일종의 치료로 본 것이다. 그런데 음식의 종류를 보니 수십가지나 된다. 그 먼곳까지 차를 타고 수십가지 되는 음식을 맛보며 경치 좋은 곳에서 쉬었다가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장건물에 있는 행복한 밥상은 일반한식부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힐링이라는 명칭을 붙여 본다. 실제로 먹어 보니 힐링이 되는 것 같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용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4,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복도에 붙어 있는 문구이다. 문구에는 ‘4,000(부가세별도) 식대 조정 절대불가라고 쓰여 있다.

 

힐링하기 위하여 먼 지방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버스를 한번 타면 힐링장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버스비는 카드로 1,250원이다. 식사를 끝내고 되돌아 오면 환승입니다라는 멘트를 들을 때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식사비와 버스비를 포함해서 5,250원이 된다. 이 가격에 황제식 부럽지 않은 행복한 밥상을 받을 수 있다.

 

위대한 밥상은 행복한 밥상

 

행복한 밥상에 대하여 취재 하였다. 카운터를 보는 청년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사진 촬영을 하였다. 청년에 따르면 가격 4,000원을 고수하는 것은 어머니 때문이라 한다. 어머니가 모든 음식을 만들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행복한 밥상은 그다지 크지 않다. 공장식건물에 있으므로 화려하지도 않다. 입주한 공장노동자들이 식사는 일반식당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식당에 반해 버린 것은 토속적인 메뉴 때문이다. 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풍성한 것도 식당을 찾는 하나의 요인이다.

 

두 번째 날은 일찍 찾아 갔다. 오전 12시 이전에 찾아 갔었는데 벌써 식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멸치와 매운 고추 볶음, 시레기 무침, 콩자반, 단무지, 닭고기 튀김, 무와 두부조림이 보였다.

 

 

 

 

 

 

 

한식 부페 메뉴에서 김치는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김치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김치를 능가하는 메뉴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국은 여름이어서인지 시원한 미역냉채국이다.

 

행복한 밥상의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야채 코너이다. 메인 메뉴 건너편에 별도로 있어서 싱싱한 야채를 접할 수 있다. 이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상추, 쌈배추, 풋고추, 피망 등이 진열 되어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된장이다. 거무스름한 것이 시골에서 먹는 된장 같다.

 

 

 

 

 

 

버스를 타고 일부로 행복한 밥상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풍부한 야채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된장이다. 다른 식당에서 볼 수 없는 시골된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된장을 한숫가락 가득 퍼 담는다. 이렇게 4,000원 짜리 식단을 보면 황제식이 부럽지 않다.

 

 

 

 

 

 

 

 

 

반찬을 세어 보았다. 국과 밥을 포함하여 13가지이다. 이외 몇 가지 더 있지만 추가 시키지 않았다. 식단을 보면 주로 야채위주 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된장 한스푼이 힐링시켜 주는 것 같다. 속이 좋지 않을 때 입맛을 잃었을 때 된장만큼 좋은 것이 없다. 상추와 쌈배추에 밥을 올려 놓고 된장을 묻혀서 한입 넣으면 바로 이것이 힐링이라 본다.

 

내일도 모래도 버스를

 

공장건물에 있는 작은 한식부페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공장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짜고 맵고 단 것이 특징인 일반식당과는 확연하게 다른 고향의 맛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된 노동 끝에 먹는 행복한 밥상을 대하는 노동자들도 행복한 모습이다.

 

 

 

 

 

 

 

잘 먹은 점심한끼는 하루를 유쾌하게 한다. 가격이 높아도 잘 먹으면 비용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4,000원에 황제식 부럽지 않은 행복한 밥상을 대하였을 때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타고 가서 식사를 하였다. 한번 맛을 보아서일까 내일도 모래도 버스를 탈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2015-07-0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