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무더운 여름날 우리계곡에서
부처님 당시 고대 인도에서는 수행자들이 주로 숲에서 살았다. 일정한 거처를 갖지 않고 탁발에 의존 하는 빅쿠에게는 근심 걱정이 없다. 그러나 숲밖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많이 가졌음에도 근심 걱정이 끊일 날이 없다. 이를 노래한 것이 아란냐경이다.
“지나간 일을 슬퍼하지 하지 않고
오지 않은 일에 애태우지 않으며
현재의 삶을 지켜 나가면
얼굴빛은 맑고 깨끗하리.
지나간 일을 슬퍼하고
오지 않은 일에 애태우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 때문에 시든다네.
낫에 잘린 푸른 갈대처럼.” (S.10)
갈대를 낫으로 잘라 놓으면 얼마 가지 않아 시들며 변색된다. 근심 걱정하는 사람들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과거는 지나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지나간 일에 대하여 후회하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근심으로 애태운다. 이렇게 과거와 미래에 사는 자를 어리석은 자라 하였다.
우리계곡에 와 있다. 우리계곡은 지명에 없다. 스스로 붙인 명칭이다. 칠월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목적지에 도달했다. 지난 십수년간 사시사철 즐겨 찾는 곳이다. 인공과 차단된 별유천지 비인간이다.
우리계곡은 늘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세상은 늘 무상하게 변하고 세월에 따라 사람도 변하지만 우리계곡은 시간이 멈춘 듯 하다. 다만 계절에 피는 노랑색깔의 나리 꽃이 반겨준다.
지리를 잡고 앉았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밀려 온다. 동시에 슬픈 마음도 밀려 온다. 그것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회환과 아쉬움이다. 자연은 변함 없는데 무상한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다.
숲속에 사는 빅쿠는 얼굴이 맑고 깨끗하다고 하였다. 하루 한끼 먹고 살며 가진 것이 없어도 지난 시절에 슬퍼하지 않고 미래의 일에 애태우지도 않는다. 현재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이 맑고 깨끗한 자가 있다. 대게 마음도 맑고 깨끗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이다. 그런자와 함께 있으면 저절로 청정해지고 저절로 행복해진다.
2015-07-1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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