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머리 감은 것처럼 풋풋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시피 하는 것이 자영업자의 삶입니다. 이럴 경우 늘 ‘귀인(貴人)’을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고객에게 전화 올 때가 가장 반가운 것입니다. 주문이 들어 왔을 때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마음의 활기가 넘쳐 납니다. 폭풍우가 닥치면 선장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선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듯이 일감이 넘쳐 났을 때 활기 또한 넘쳐 납니다.
늘 혼자 일하는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나홀로 다 처리 해야 합니다. 일하는 것은 물론 청소도 홀로 해야 합니다. 커피나 차를 타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세금관련 문제도 마찬가지 입니다. 종합소득세와 같이 복잡한 것은 세무사에 하루 맡겨 버리지만 부가세 정도는 홀로 처리 합니다. 요즘은 모두 전산화 되어서 클릭 몇 번 하면 깨끗이 해결 됩니다.
부가세 처리할 때 마다 늘 느끼는 것은 삶이 참으로 힘겹다는 것 입니다. 한건 한건 계산서에 적힌 금액을 보면 지난 육개월 간의 애쓴 노력이 들어가 있는 듯 합니다. 오로지 한타임으로 끝나 버리는 일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길이 남을 글을 쓰는지 모릅니다. 아마 보상심리이겠지요. 새삼 월급 받아 먹고 살던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아침이면 새로운 희망으로 넘쳐 납니다. 학의천을 지나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들을 봅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건전한 삶의 모습을 봅니다. 길을 따라 죽 가다 보면 전자조립공장이 보입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생활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방금 머리 감은 것처럼 풋풋합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자영업자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힘겹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면 착하고 건전하게 보입니다. 비록 손에 쥐는 것은 미미하다 할지라도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 갑니다. 불법과 탈법과 불로소득으로 이루어진 부, 타인의 눈물과 한숨으로 이루어진 재산이 아니기에 정당한 것입니다. 오로지 팔뚝의 힘과 이마의 땀방울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정정당당한 것입니다.
“세상에 훌륭한 가문의 아들이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두 팔의 힘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 들이고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지니고,
‘이 재물은 결코 왕도 빼앗을 수 없고,
도둑도 빼앗을 수 없고,
불도 태울 수 없고,
물도 휩쓸 수 없고,
악의적인 상속자가 빼앗을 수 없다.’
라고 생각하여
그것들을 수호하고 그것들을 보존합니다.” (A8.54)
2015-07-23
진흙속의연꽃
'나에게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8번뇌의 세상에서 (0) | 2015.07.25 |
---|---|
염불도 바꾸어 보자 (0) | 2015.07.24 |
오늘 귀인을 만나려나 (0) | 2015.07.21 |
칠월 무더운 여름날 우리계곡에서 (0) | 2015.07.20 |
없는 듯 있는 님 (0) | 201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