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108번뇌의 세상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5. 7. 25. 09:17

 

108번뇌의 세상에서

 

 

이 세상이 있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 속에서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다. 보내는 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가 왔다가 갔다라 할 것 이다. 그러나 떠나는 입장에서 본다면 내가 눈을 감는 순간 이 세상은 파괴되고 만다.

 

이 세상을 떠난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가 이 세상에서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은 행위가 있기 때문이다. 인과의 법칙에 따르면 이 세상이 파괴 되었다고 하여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미안하지만 다음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 세상은 철저하게 자신이 만든 세상이다.

 

각자의 세상이 있다. 어떤 이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산다. 어떤 이는 남이 보지 못하는 눈과 귀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얼굴과 성향이 각자 다르듯이 사람 수  만큼 세상이 있다. 우리가 관심조차 두지 않는 저 지저귀는 새도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 간다.

 

이 세상을 살아 보니 즐거운 일 보다 괴로운 일이 더 많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일시적 이다. 오래 지속 되지 않아 불만이다. 항상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 법우님이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다.

 

 

(혼자 가는 연습)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  

가족이 너무 그립고

도반과 헤어지면

가슴이 텅 빈 듯 쓸쓸해진다.

    

자식을 출가시키고 나니

수시로 보고 싶어 지고 빈 둥지가 적막하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니

평생에 한이 되고

배우자와 사별하니

홀로 산다는 게 큰 고통이 된다.

 

혼자 있으니 기쁜 일도 

기쁨을 느낄 수 없고

아름다운 꽃들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데

슬픈 일을 당하니

슬픔은 배가 되고 절망하게 된다.

 

그러나 어찌하랴.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나 또한 떠나야 할 시간 되면

기쁨과 슬픔 모든 것을 가슴에 담고 가야지.

 

다만 그때까지라도 이렇게 나마 

살아 있다는 것에 눈물 나게 감사하고

무상한 중생들과 잠깐 이라도 함께 있다는 인연에

참으로 기뻐하고, 고마워하고행복해야지.

 

(B법우님)

 

 

 

 

 

법우님은 칠십이 넘었다. 고령임에도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생각을 공유하는 신세대 노인이라 볼 수 있다.

 

법우님의 자작시를 보면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인정사정 없이 무자비하게 흘러 가는 세월 앞에 속수무책이다. 자신만 남겨 두고 모두 떠났을 때 항상 하지 않음을 느낀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영원히 지속 되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괴로운 것이다. 한마디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이 세상이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젊음, 이 청춘이 진정 내 것이라면 계속 유지 해야 한다. 그러나 청춘은 차츰 우리를 버린다. 어는 것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일시적으로 내 것처럼 보이지만 착각이다.

 

지금 느끼는 행복감도 조건이 다하면 사라진다. 그것이 불만족이다. 인생은 무상하고 괴롭고 내 것이 아니다. 인생과 자연과 우주는 항상 하지 않다. 늘 변하고 꿈틀거리고 때로는 파괴적으로 작용한다. 모두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에 살고 있다. 자신이 창조자이다. 그런 세상은 번뇌로 가득한 세상이다. 그런 번뇌는 108가지가 있다.

 

108번뇌인가? 눈과 귀, , , , 정신 등 여섯 감각능력으로 존재에 대한 갈애, 비존재에 대한 갈애,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애 이렇게 세 가지가 결합되어 18가지 번뇌가 생겨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18번뇌는 우리 몸과 마음의 안팍에서 일어나므로 모두 36가지 번뇌가 생겨난다. 이런 번뇌는 현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면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걱정한다. 그래서 36가지 번뇌는 현재, 과거, 미래 이렇게 세 가지가 결합하면 108가지 번뇌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매일 번뇌로 살아 간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나 자신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 자신의 뜻대로 하려 하면 어떻게 될까? 역시 번뇌가 발생한다. 이렇게 안팍에서 발생하였을 때 이 세상은 번뇌로 가득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런 세상은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는 세상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 번뇌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이 영원하고 즐겁고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면 번뇌에서 벗어 날 수 없다.

 

 

2015-07-2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