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의 가르침

승가를 구성하는 최소인원과 갈마

담마다사 이병욱 2015. 7. 21. 12:25

 

승가를 구성하는 최소인원과 갈마

 

 

오늘날 한국불교에서는 모든 것을 투표로 결정한다. 주지선거, 종회의원선거, 총무원장 선거 등 대표자를 선출하는데 있어서 일반사회에서나 적용되는 다수결로 뽑는다. 투표에 따른 다수결 방식이 민주적이기는 하지만 승단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른바 매표에 따른 돈선거가 되어 극도로 혼란스런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까지 합의추대방식으로 선출되는 방장마저 선거로 뽑게 되었다. 심지어 종단의 큰 어른이라는 원로의원 스님들 마저 다수결에 의한 투표로 선출하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 사회에서 과연 투표에 의한 선출은 바람직한 것일까?

 

승가를 구성하는 최소인원

 

율장대품을 읽다가 승가를 구성하는 최소인원에 대한 항목을 발견하였다. 율장대품 참모임에 기증된 옷감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Tena kho pana samayena aññataro bhikkhu eko vassa vasi. Tattha manussā saghassa demāti cīvarāni adasu. Atha kho tassa bhikkhuno etadahosi – ‘‘ bhagavatā paññatta ‘ catuvaggo pacchimo sagho ’ ti. Ahañcamhi ekako. Ime ca manussā saghassa demāti cīvarāni adasu. Yanūnāha imāni saghikāni cīvarāni sāvatthi hareyya ’’ nti.

 

한때 어떤 수행승이 홀로 안거를 지냈다. 그때 사람들이 참모임에 바친다.’라고 옷감을 보시했다. 그러자 그 수행승은 이와 같이 생각했다.

 

[수행승]

세존께서는 참모임은 최소한 네 명으로 구성된다.’라고 시설하셨다. 그런데 나는 혼자이다. 이 사람들은 참모임에 바친다.’라고 옷감을 보시했다. 내가 이 참모임에 바친 옷감들을 싸밧티 시로 가져가면 어떨까?”

 

(Saghikacīvaruppādakathā-참모임에 기증된 옷감, 율장대품 8장 의복의 다발, 전재성님역)

 

 

내용을 보면 빅쿠가 홀로 안거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토굴에서 나홀로 수행을 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빅쿠가 수행하고 있을 때 수행의 향기가 넘친다면 주변 재가자들이 감화 받을 것이다. 그럴 경우 의복 등 필수품을 보시할 것이다. 경에서는 옷감을 보시한다고 하였다. 옷감은 찌와라(cīvarā)’를 번역한 것이다. 이는 ‘the yellow robe (of a Buddhist monk)’라 설명된다. 우리말로 가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안거가 끝나면 가사를 보시한다. 부처님당시에도 가사를 보시하는 전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빅쿠 개인에게 보시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참모임에 바친다라 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참모임은 승가(sagha)를 뜻한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모든 보시는 승가에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맛지마니까야 보시에 대한 분석의 경(M142)’에 따르면 부처님이 가사를 보시하려는 양어머니 고따미에게 승단에 이것을 보시하십시오(sage gotamī dehi, M142)”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개인적인 보시를 거부 하였다. 그것은 가르침이 오래 존속되기 위해서이다. 만일 스님들 개인에게 보시가 이루어진다면 승가의 존재이유가 상실 될 것이다. 승가가 존재 하지 않게 되면 머지 않아 가르침도 소멸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을 염려 하여 부처님은 승가에 보시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대가 승단에 보시할 때에 곧 나와 승단을 공양하는 것이 됩니다. (M142)”라 하였다.

 

어떤 빅쿠는 홀로 안거 중에 가사를 받고 고민 하였다. 개인 보시가 아니라 승가에 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모임은 최소한 네 명으로 구성된다. (catuvaggo pacchimo sagho)”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상기 하고 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 승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네 명 이상임을 알 수 있다.

 

경에 따르면 현전승가(現前僧伽)’라는 말도 나온다. 재가자가 보시한 가사에 대하여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현전승가를 통해서 나누어 줄 것을 허용한다. (Anujānāmi, bhikkhave, sammukhībhūtena saghena bhājetu)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현전승가라는 말은 ‘sammukhīsaga’를 말한다. 이에 대하여 시간, 공간적으로 제한된 사방승가의 지역승가로서의 생활공동체이다.(1153번 각주)”라고 설명되어 있다. 빅쿠들이 사는 곳이 현전승가인 것이다. 

 

다섯 가지 승가가 있는데

 

승가는 최소한 네 명이면 구성된다고 하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Vin.I.319를 참조하라고 하였다. 율장 1 319 페이지를 열어 보라는 말이다. 찾아 보니 다섯 가지 참모임(Pañca sagh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승가구성 최소단위는 네 명이다. 그러나 완전한 승가라 볼 수 없다. 경에서는 네 명, 다섯 명, 열 명, 스무 명의 승가를 소개 하고 있다. 이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Pañca saghā – catuvaggo bhikkhusagho pañcavaggo bhikkhusagho, dasavaggo bhikkhusagho, vīsativaggo bhikkhusagho, atirekavīsativaggo bhikkhusagho. Tatra, bhikkhave, yvāya catuvaggo bhikkhusagho, hapetvā tīi kammāni – upasampada pavāraa abbhāna, dhammena samaggo sabbakammesu kammappatto. Tatra, bhikkhave, yvāya pañcavaggo bhikkhusagho, hapetvā dve kammāni – majjhimesu janapadesu upasampada abbhāna, dhammena samaggo sabbakammesu kammappatto. Tatra, bhikkhave, yvāya dasavaggo bhikkhusagho, hapetvā eka kamma – abbhāna, dhammena samaggo sabbakammesu kammappatto. Tatra, bhikkhave, yvāya vīsativaggo bhikkhusagho dhammena samaggo sabbakammesu kammappatto. Tatra, bhikkhave, yvāya atirekavīsativaggo bhikkhusagho dhammena samaggo sabbakammesu kammappatto.

 

[세존]

다섯 가지 참모임이 있다. 네 명의 수행승의 참모임, 다섯 명의 수행승의 참모임, 열 명의 수행승의 참모임, 스무 명의 수행승의 참모임이 있다.

 

1) 수행승들이여, 그 가운데 네 명의 수행승의 참모임은 세 가지 갈마, , 구족계와 자자와 출죄복귀를 제외하면, 일체의 갈마에서 원칙에 맞을 뿐만 아니라 모임이 완전한 갈마를 구성한다.

 

2) 수행승들이여, 그 가운데 다섯 명의 수행승의 참모임은 두 가지 갈마, 중부지방에서의 구족계와 출죄복귀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갈마에서 원칙에 맞을 뿐만 아니라 모임이 완전한 갈마를 구성한다.

 

3) 수행승들이여, 그 가운데 열 명의 수행승의 참모임은 한 가지 갈마, 출죄복귀를 제외하면, 일체의 갈마에서 원칙에 맞을 뿐만 아니라 모임이 완전한 갈마를 구성한다.

 

4) 수행승들이여, 그 가운데 스무 명의 수행승의 참모임은 일체의 갈마에서 원칙에 맞을 뿐만 아니라 모임이 완전한 갈마를 구성한다.

 

5) 수행승들이여, 그 가운데 스무 명 이상의 수행승의 참모임은 일체의 갈마에서 원칙에 맞을 뿐만 아니라 모임이 완전한 갈마를 구성한다.

 

Catuvaggakaraādikathā, 다섯 가지 참모임, 율장대품 9장 짬빠의 다발, 전재성님역)

 

 

Sangha

 

 

경에 따르면 완전한 승가의 구성요건은 스무 명 이상의 빅쿠가 함께 살아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는 구족계와 자자와 출죄복귀 이렇게 세 가지 항목에 따라 달라진다. 네 명과 다섯 명의 승가에서는 구족계를 줄 수 없고, 열 명 이상의 상가에서 구족계가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구족계(upasampada)는 승단에의 입단을 뜻한다. 율장에 따르면 모두 일곱 가지 구족계가 있다. 이는 초기단계에서 점차 발전 된 것이다. 초기에는 부처님이 단지 수행승이여, 오라라 하여 구족계가 성립되었다. 그래서 구족계는  1) 수행승이여 오라 입단(ehibhikkhu- upasampada), 2) 귀의를 통한 입단, 3) 질의응답을 통한 입단, 4) 세 번을 물어 본 뒤에 승단회의를 통해 결정되는 입단, 5) 중요한 가르침을 통한 입단, 6) 양편승단에의 입단, 7) 사자 또는 전법사를 통한 입단 이렇게 일곱 가지 방식이 있다.

 

자자(pavāraa)의 경우 다섯 명 이상의 상가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네 명일 경우 서로 상호간에 자자를 행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였다. 네 명이서 두 명씩 조를 짜서 자자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자라 하는 것은 매년 안거가 끝나는 날 수행승들이 서로 안거 동안의 보인 것이나 들린 것이나 의심된 것으로서의 죄에 대해서 참모임 전체가 모인 가운데 충고해 주기를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출죄복귀(abbhāna)라는 말이 있다. 이는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음으로써 죄의 상태로부터의 원상복귀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출죄의 뜻이나 전재성님은 출죄복귀라고 번역하였다.

 

표로 정리해 보면

 

완전한 승가는 이십 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네 명만 함께 살아도 승가는 구성된다. 경을 근거로 하여 표를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구족계

(upasampada)

자자

(pavāraa)

출죄복귀

(abbhāna)

네 명의 승가

catuvaggo bhikkhusagho

제외

제외

제외

다섯 명의 승가

pañcavaggo bhikkhusagho

제외

(중부지방)

허용

제외

(중부지방) 

열 명의 승가

dasavaggo bhikkhusagho

허용

허용

제외

스무 명의 승가

vīsativaggo bhikkhusagho

허용

허용

허용

스무 명 이상의 승가

atirekavīsativaggo bhikkhusagho

허용

허용

허용

 

 

 

다섯 가지 승가의 구분은 구족계, 자자, 출죄복귀 여부로 달라진다. 그런데 모든 경우에 있어서 갈마로 구성한다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들어 간다. 여기서 갈마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갈마란 무엇인가?

 

갈마는 빠알리어 깜마(kammā)의 음역이다. 깜마라는 말이 업이나 행위를 뜻하지만 율장에서는 이와 다르게 사용된다. 율장에서 깜마라는 말은 승단의 소작이나 작법을 뜻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율장대품 해제에 실려 있는 갈마에 대한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갈마와 깜마

 

빠알리어로 깜마(kamma)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업이나 행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들과는 동음이어로 여기서는 승단의 소작(所作)이나 작법(作法)을 뜻하는 것으로, 참모임의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밟아서 의식이나 의례나 범계(犯戒)를 처리하는 것을 모두 깜마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적확하게 여기에 해당하는 용어가 없으므로 이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 용어 까르마(karma)를 그대로 음사한 한역의 갈마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갈마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처리하는 세 가지 의결방법이 있다.

 

단백갈마(ñattikamma)는 단 한 번의 제안을 지칭하거나 단 한 번의 제안만으로도 사안이 결정되는 경우를 뜻한다. 역자는 이를 제안갈마라 번역한다. 이를테면, ‘오늘 자자일이니 자자를 행하겠습니다.’와 같은 이미 알고 있는 사항과 같은 것은 제안만으로도 결정이 된다. 이때 총명하고 유능한 수행승이 수행승들을 대표해서 제안을 담당한다.

 

백이갈마(ñattidutiyakamma)는 한번 제안을 한 뒤에 다시 한 번 찬성하면 침묵하고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고 제청하는 것이다. 한 번의 제청을 통해 전원이 찬성하여 침묵하면, 사안이 결정된다. 이때 총명하고 유능한 수행승이 수행승들을 대표해서 제안과 제청을 모두 담당하고 결정을 내린다. 역자는 한번제안제청갈마라고 번역한다.

 

백사갈마(ñatticatutthakamma)는 한번 제안을 한 뒤에 다시 세 번 찬성하면 침묵하고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고 제청하는 것이다. 세 번의 제청을 통해 전원이 찬성하여 침묵하면, 사안이 결정된다. 이때 총명하고 유능한 수행승이 수행승들을 대표해서 제안과 제청을 모두 담당하고 결정을 내린다. 역자는 한번제안세번제청갈마라고 번역한다.

 

(갈마와 깜마, 율장대품 해제, 전재성님)

 

 

해제에 따르면 갈마에 대하여 세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단백, 백이, 백사갈마에 대한 것이다. 특히 제청할 때 찬성의 표시가 침묵인 것이 특이 하다. 그것도 전원 찬성일 경우 전원 침묵이 된다. 다만 이견이 있을 때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방식에 대하여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안과 제청

  

단백갈마

(ñattikamma)

제안갈마

단 한 번의 제안

제안만으로도 결정

백이갈마

(ñattidutiyakamma)

한번제안제청갈마

한번 제안을 한 뒤에

다시 한 번 제청

1) “찬성하면 침묵하고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

2) 전원이 찬성하여 침묵하면,사안이 결정

백사갈마

(ñatticatutthakamma)

한번제안세번제청갈마

한번 제안을 한 뒤에

세 번 제청

1) “찬성하면 침묵하고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

2) 전원이 찬성하여 침묵하면,사안이 결정

 

 

 

부처님 당시에는 승가사회가 매우 민주적 이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문제를 토론 하여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갈마라 하여 대중들이 모였을 때 전원찬성으로 결정하였다. 이런 방식은 일반사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과 다르다.

 

갈마를 통하여 선출해야

 

오늘날 한국불교에서는 대부분 투표로 선출직을 뽑는다. 주지를 비롯하여, 종회의원, 총무원장을 모두 투표로 뽑는다. 심지어 총림을 이끌어 가는 방장과 종단의 큰 어른이라 볼 수 있는 원로의원 스님마저 투표로 선출한다. 그러다 보니 돈선거로 얼룩져 종단이 혼탁해 졌다. 그에 따라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려면 스님들이 투표로 대표를 선출해서는 안된다. 율장정신대로 갈마를 통하여 선출해야 할 것이다. 대중들이 갈마로써 대표를 선출하고, 그 대표들이 또 모여서 갈마로써 최종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것도 전원 찬성으로 확정해야 뒷말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투표로 선출하는 한국불교에서 이제 율장정신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2015-07-2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