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의 가르침

부처님의 재채기와 맹목적 아부성 발언

담마다사 이병욱 2015. 8. 3. 08:59

 

부처님의 재채기와 맹목적 아부성 발언

 

 

 

 

 

 

율장소품에 사소한 일의 다발이 있다. 수행승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종종 일어나는 일로서 무시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재가자의 비난과 혐책이 따르면 악작죄로 규정하였다. 그 중에 재채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다음과 같이 이야기로 경이 시작된다.

 

 

한때 세존께서 대중에 둘러싸여 가르침을 설하면서 재채기를 했다. 수행승들이 세존이시여, 오래 사십시오. 행복한 님이시여, 오래 사십시오.’라고 높은 소리로 큰 소리로 떠들었다. 그 소리로 법문이 중단되었다.

 

(Daya-삼림, 율장소품 제5장 사소한 일의 다발, 전재성님역)

 

 

부처님도 재채기(khipite)’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도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이다. 부처님도 돌조각에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상윳따니까야 돌조각의 경에서는 세존께서는 몸이 몹시 아프고 무겁고 쑤시고 아리고 불쾌하고 언짢은 것을 심하게 느끼셨다. (S1. 38)”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은 초월적거나 신적 존재가 아니다. 우리와 똑 같은 몸을 가진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맹목적인 아부성 발언

 

부처님이 법문중에 재채기를 하자 일부 수행승들이 세존이시여, 오래 사십시오(jīvatha bhante)”라 하였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염려의 말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나친 아부성 발언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초대대통령이 환담 중에 방귀를 뀌었을 때 누군가가 거 참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부처님의 재채기에 오래 살라고 하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잘 보이기위한 아부성발언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재채기를 할 때에 오래 살라.’라고 말하면 그것으로 인해 살겠는가 죽겠는가?”라고 묻는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쓸데 없는 말, 입에 발린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야기하다가 방귀를 뀔 수도 있고 재채기를 할 수도 있다. 때로 하품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생리적 현상이다. 그럼에도 거참 시원하시겠습니다.” 또는 오래 사십시요.” 등으로 아부성 발언을 한다면 두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충성심이다. 오로지 보스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조폭논리와 같은 것이다. 또 하나는 이익과 이득을 바라는 것이다. 의도를 가지고 입에 발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팔정도에서 정어를 어긴 것이 된다.

 

팔정도 정어에서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으면,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올바른 언어라고 한다. (S45.8)”라 하였다. 여기서 꾸며대는 말은 빠알리어‘samphappalāpā를 말한다. 영어로는 ‘talking nonsense’라 설명 되어 있다. 한자어로는 기어(綺語)라 한다. Samphappalāpā‘sampha(useless talk)+palāpā(nonsense)’의 형태로 되어 있다.

 

재채기 하는 것에 대하여 오래 살라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방귀를 뀌었을 때 시원하겠다는 말 역시 쓸데 없는 말이다. 이익과 이득을 위한 맹목적인 해바라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재채기를 할 때에 오래 살라.’라고 말하지 말라. 말하면, 악작죄가 된다.”라고 하셨다.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을 때

 

부처님은 쓸데없는 입에 발린 말을 금하였다. 그런데 어리석은 수행승들은 이말을 곧이 믿고 재가자들에게도 같이 적용하였다. 어떤 재가자가 수행승이 재채기 하는 것을 보고서 존자들이여, 오래사십시오.”라고 염려의 말을 하였다. 이에 수행승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곧바로 재가자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돌았다.

 

 

[사람들]

어찌 싸끼야의 아들인 수행자들이 존자들이여, 오래 사십시오.’라고 말하는데도 대꾸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Daya-삼림, 율장소품 제5장 사소한 일의 다발, 전재성님역)

 

 

여기서 사람들(manussā)은 재가불자들을 말한다. 재가자들은 승가의 일원인 수행자들을 존경하여 공양한다. 탁발을 나가면 재가자들은 먹을 것을 보시하며 공덕을 짓는다. 이때 출가자는 축원의 말을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대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길!”라며 자비의 축원을 한다. 그런데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존자들이여, 오래 사십시오.”라고 존경의 말을 하였는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재가자들은 비난하거나 분개하거나 혐책 할 것이다.

 

자비의 축원을

 

재가자는 수행승들에게 얼마든지 좋은 말을 할 수 있다. 설령 그것이 입에 발린 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익이나 이득과 관계 없는 것이라면 진실일 수 있다. 그러나 상하관계의 조직이나 단체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하여, 이익과 이득을 바라고서  아부성 발언을 한다면 이는 악작죄(dukkaa)’가 된다. 또한 정어를 어기는 행위가 된다. 입에 발린 아부성 발언은 한마디로 쓸데 없는 말이고 넌센스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재가자들은 행운을 원한다. 수행승들이여, 재가자가 존자여, 오래 사십시오.’라고 말하면, ‘오래 사십시오.’라고 대꾸하는 것을 허용한다.”

 

(Daya-삼림, 율장소품 제5장 사소한 일의 다발, 전재성님역)

 

 

아부성 발언이나 행동은 조폭의 보스와 부하간의 관계에서나 있을 법하다. 만일 수행자가 아부성 발언이나 행동을 일삼는다면 그 승가의 스승을 욕보일 뿐만 아니라 승가 전체의 신뢰를 떨어 뜨리는 행위가 된다. 그러나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사이라면 축원을 해 주어야 한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라고 말하면 역시 같은 말로 오래 사십시요.”라고 말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또는 재가자의 보시에 출가자는 그대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길!”라며 자비의 축원을 하는 것이다.

 

 

 

2015-08-0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