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키높은 소나무의 무정설법

담마다사 이병욱 2015. 8. 1. 21:39

 

키높은 소나무의 무정설법

 

 

야자수와 소나무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가면 야자수가 인상적이다. 하늘을 향하여 죽 뻗어 꼭대기 부분만 우산처럼 펼쳐져 있다. 매끈화면서도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야자수를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일까 야자수는 호텔이나 관공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대로의 중앙에도 일렬로 야자수가 심어져 있어서 장관이다. 공장이라면 본관의 현관에 두 구루의 야자수가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야자수는 열대나 아열대지방의 트레이드 마크가 다름 없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볼 수 있는 것이 야주수이다. 그렇다면 온대지방을 대표하는 나무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나무라 볼 수 있다. 하늘높이 솟아 있는 소나무를 볼 때 기상이 넘쳐 흐른다. 그래서일까 요즘 신축 되는 아파트단지에서는 키높은 소나무심기경쟁이 붙은 것 같다.

 

키 높은 소나무를 보았을 때 야자수가 떠 오른다. 아열대지방에서 본 기품넘치는 야자수와 소나무가 묘하게 비교되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키가 크다는 것과 늘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기품이 넘쳐 흐르는 것이다. 죽 벋은 나무를 보았을 때 절로 호연지기가 길러지는 것 같다. 그런 소나무군락을 보았다.

 

말 없는 무정설법

 

영월에 있는 사자산 법흥사를 찾았다. 우리나라 오대적멸보궁중의 하나이다. 오대적멸보궁이라 하면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영축산 통도사를 말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졌다 해서 적멸보궁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명당중의 명당에 적멸보궁이 위치에 있다. 그 유래는 643년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부처님의 사리와 정골을 나누어 봉안 한 것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법흥사에 가면 하늘로 죽 벋은 소나무를 사방에서 볼 수 있다. 그것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치 대나무처럼 죽죽 벋은 소나무를 보면 기상이 넘쳐 흐른다. 보기만 해도 공부가 되는 것 같다. 수행자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곳을 총림이라 하는데 소나무군락을 보면 수행자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키높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었을 때 장쾌해 보인다. 홀로 있는 소나무도 멋있지만 멋있는 소나무가 함께 모여 있을 때 장관을 이룬다.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맑게 해주고 호연지기를 기르게 해 준다면 말 없는 무정설법을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교가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 앞에 섰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어디에 모셔져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법당 뒤편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쪽 모서리가 깨진 부도탑은 아니라 한다. 법당을 관리하는 불자에 따르면 법당 뒤편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 한다. 저 높은 산에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자들은 진신사리가 있는 벽면유리창을 향하여 불공을 드린다.

 

 

 

 

 

 

 

언젠가 이곳 적멸보궁에서 순례법회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풍수에 일가견이 있는 법우님에 따르면 최고의 명당자리라 하였다. 묘를 잘 쓰면 삼대가 흥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명당 자리에 적멸보궁을 만들어 놓았으니 불교가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져 오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불교는 조상의 혜택으로 먹고 산다고도 볼 수 있다.

 

최상의 지혜에서 나오는 당당하고 의미 있는 선언

 

적멸보궁이 있는 한 한국불교는 멸하지 않을 것이다. 오래오래 지속되고 번성되어 나갈 것이다. 구산선문 중의 하나인 사자산문파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래 천년이 지났다. 왜 사자산이라 하였을까? 지형이 사자와 같이 생겼다고 하여 사자산이라 한다. 그런데 사자는 불교의 상징이자 부처님의 상징이라는 사실이다.

 

 

 

 

 

 

부처님이 설법할 때 사자후를 토한다고 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당당하고 의미 있는 선언을 말한다. 사자가 포효하면 모든 동물들이 두려워 한다. 부처님이 진리에 대한 사자후를 토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이내 전율로 바뀌고, 마침내 감동하게 된다. 부처님이 유창하고, 지적이고, 달콤하고, 또렷하고, 낭랑하고, 분명하고, 심오하고, 공명하는 특징을 가진 사자후를 토하였을 때 이는 최상의 지혜에서 나오는 당당하고 의미 있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율과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흘러 가는 구름은 변화무쌍하지만

 

심산유곡에 법흥사가 있다. 도시라면 흥망성쇠가 빈번히 일어나 흔적도 사라져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이곳 심산유곡에 있는 적멸보궁은 천년을 버티어 내었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그렇게 또 천년을 버티어 낼 것이다. 서쪽 하늘에 무심히 흘러 가는 구름은 변화무쌍하게 변하지만 가르침에는 변함 없다.

 

 

 

 

 

 

2015-08-01

진흙속의연꽃